아침에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셨다. 차 타는 데까지 모셔다드린다고 나온 김에 교보문고 강남점으로 향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 부모님은 9시 10분 쯤 차를 타셨다 - 교보문고가 열었을까 싶어 알아보니 9시 30분에 개장이었다. 오호. 나는 서점이 언제 문을 여는 지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서둘러 나도 버스를 타고 가니 서점문에 들어선 게 9시 29분. 들어가는 순간,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직원 여러분, 이제 업무 시작할 시간이오니.. 제자리에서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백화점도 시작하자마자 간 적이 없는 나로선 서점의 개장시간이라는 역사적(?) 순간과의 조우에 사뭇 두근거렸다.
서점엔 나처럼 멋모르고 조금 일찍 도착한 서너 명과 숨은 듯 서있는 직원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평소의 일요일이라면, 바글거리는 사람들, 특히나 부모의 손을 잡고 서점에 온 아이들과 연인들 틈바구니에서 책 한자라도 더 보고자 팔꿈치 씨름을 해야 하지만... (도대체 언제부터 서점이 연애의 장소가 되었단 말이냐..라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들의 건전성에 일단 박수..짝짝짝^^) 텅 빈 서점을 거니는 맛이란. 아. 뭔가 행복감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점심 약속이 있어서 온종일 머무르진 못했어도 후회가 없는 것은 아마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아침녘에 충분히 쉬다 나오실 수많은 산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빠져나오는 중에도 어찌나 즐겁던지. ㅎㅎ
여전히 서점엔 새로운 책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사대는 데도 서점에 가면 늘 새로운 책이 있다는 것에 일종의 절망감 마저 느끼는 사람이다. 도대체 어느 구석에서 사람들은 저리 많은 글들을 써낸단 말인가. 물론 그 많은 글들이 다 읽을 만하다고 한다면, 난 더욱 크게 절망했겠지만 그나마 그 중의 반이나 건질까 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가 있기에 계속 책을 사댈 수 있는 것이다.
암튼 쓸데없는 소리는 각설하고 (=.=), 오늘 제일 눈에 띈 것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시인선들이었다.
심지어 베스트셀러 코너에 이 시인선들이 사이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시를 잘 모르지만, 낯이 많이 익은 시인들의 이름도 괜히 반가왔고 무엇보다 눈을 확 잡아끄는 이 색감들이 좋았다.
그 아래에는 또 쌍둥이처럼 문학과 지성사의 시집들이 이렇게 펼쳐져 있었다. 아 오늘은 시의 날일나 말인가. 요즘엔 잘 읽지도 않는 시집들이 왜 이리 내 눈에 띈단 말이냐. 날은 춥고 귀는 시리고 그러니 시집 하나 옆구리에 꽂은 채 길을 걸어가라는 뜻인가. (아니지. 옆구리에만 꽂으면 안되지, 꽂았다가 어느 시점에서 펼쳐들고 읽어줘야 그림이 된다..ㅎ)
그 밖의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부터 밥먹고 마지막 대선토론을 봐야겠다. 오늘 이정희후보가 사퇴를 하는 바람에 양자구도가 되었고, 두시간을 둘이 채워야 하니 '자유토론'을 틀리라고 했단다. 이건 빅 이벤트가 될 것 같은 예감. 정치는 신물이 나지만 그래도 제대로 난 이제 정책이 알고 싶다. 물론 난 찍을 사람을 정했고, 그 사람에 대한 신념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의 정책도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더더욱 이 토론의 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흠... 서점으로 스타트해서 대선토론으로 마감하다니. 이건 뭔 시츄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