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였고, 조카와 엄마와 이 영화를 보러 갔었다. 그리고 보는 내내 울고 싶었다. 아 이게 실화라니. '남의' 나라 실화라니.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새떼가 덤볐고, 그래서 양쪽 엔진이 못 쓰게 되었고, 관제탑에서는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라고 했지만, 설리 기장은 경험상 다른 건물에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허드슨강에 착수(水)를 한다. 강에 착륙해서 비행기 탑승자가 온전한 적이 없었다며 절망하는 관제사. 하지만, 기장은 안전하게 착륙을 시켰고 매뉴얼에 따라 손님들을 대피시켰으며 끝까지 남아 비행기 내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 지 살폈고, 배에 가장 마지막으로 올라탔으며, 생존자가 자신을 포함한 155명인지를 확인했다. 구조시간 24분. 주변의 배들이 다 왔고 헬리콥터 떴고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155명이 살았다. 전부. 한명도 빠짐없이.
다 살았다고 영웅시하는 언론과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내부적으로 조사위원회가 열린다. 기장이 개인 판단으로 승객들을 위태롭게 한 것이 아니냐는 조사. 시뮬레이션과 각종데이터의 분석. 이것은 기장을 문책하려 하기보다는, 이후에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행동지침이 될 수도 있기에 관련 전문가가 다 모인다. 그런데, 시뮬레이션 결과 회항이 더 적절했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공청회 날, 설리 기장은 시뮬레이션을 다 보고 나서 얘기한다.
당신들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 대응지침도 없는 사고에, 인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 알아보고 판단하고 하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이것은 다양한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흡수하여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래서 비상착륙까지 든 시간 204초에서 35초를 판단 시간으로 넣어 다시 시뮬레이션. 놀랍게도 다 실패. 회항은 실패였다. 기장의 판단이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인적 요소. 이 말에 왜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는 지.
이 영화를 보면서, 세월호 생각을 안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도 저 담요에 싸여 구출되는 사람들을 보고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면. 살았음에 감사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면. 책임자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수많은 가정들을 했고... 감정을 이입시킬 수 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강물에 충돌을 했는데도 다 살았는데, 배가 바다 위를 가다가 가라앉는 동안 대부분을 못 살렸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저게 '남의' 나라 실화라는 게 화가 날 정도였다.
기장은 영웅이다 대단하다 고 했을 때 설리 기장은 대답했다. 내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해낸 거다. 승무원, 승객, 구조자들... 모두가. 우리는 구조자들이 정신적 trauma 상태로 살아가다가 저 세상으로 가곤 하는데... 그들은 모두가 영웅이라고 말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선망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다 잘한다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사고에 대응하는 모습들, 그리고 그 사고 이후에 철저히 분석해서 대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실 부럽다!, 짜식들 부럽다! ... 했다. 이 영화를 가슴 벅차게 보는 게 아니라 코끝 찡해가며 눈물을 흘리며 봐야 하는 우리네 신세는 더 비참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