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소장용 만화책을 구입하곤 한다. 만화책이란 게 사서 집에 두려면 워낙 부피를 차지하는 것인지라, 사고는 싶어도 늘 망설여지곤 하는데. 이번에 <아르미안의 네딸들>을 구입하면서도 그랬다. 기실은 예전엔 수십권 짜리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애닯게 기다리다가 냉큼 가서 보곤 했던 기억도 있다. 마지막 권의 허탈함은 아직도 내 마음에 멍으로 남아 있을 정도이니. 예쁘게 소장용으로 나온 10권의 책은 한 권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서 이걸 집에 두면 책장 한 칸은 다 차지하겠다 싶었고.. 아 그래도 사야 하나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급기야 구입. 일단 사고 나니 올 때까지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 십대 소녀라도 된 마냥 그랬다.
금요일 저녁. 박스를 풀면서 바로 이 만화부터 뜯어서 보기 시작. 새벽 4시까지 한 숨도 안 쉬고 독파. 그리고 일요일 오전까지 다 읽어버렸다. 아. 정말 멈출 수가 없었다고 변명해본다.
여전히 아름다운 이야기. 환상적인 이야기. 신일숙의 스토리는 몇 십년이 지나도 우리를 사로잡는 다. 각기 다른 네 자매의 인생과 사랑과 운명.. 역사적 고증과 상상을 적절히 겸비한 내용. 그리고 아름다운 삽화들.... 여전히 아릿하고 재미있고... 슬프다. 어쩌면 예전 이 책을 읽던 나의 어릴 적 모습과 중첩되어 더 마음에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신일숙은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만화를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인가.
덕분에 이 일요일 아침. 조금은 붕 뜬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왠지 현실이 맘에 안 들어서 회피하려는 건가 싶기도 할 정도로 정신이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몽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