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젠 대학 동창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있었다. 나야, 큰 기여를 한 건 아니지만, 애쓴 친구들이 고맙고 미안해서 자리라도 채워주려고 갔었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기념관 강당에 앉아 있으려니... 왠지 감회가 깊어지는 듯 했고. 코로나 때문에, 큰 행사로 기획되었던 것이 그냥 조촐하고 간소하게 치뤄져서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내년에 좀 잠잠해지면 다시 할 계획이 있는 지라 이 정도로 작은 행사라도 하는 게 어디냐 하는 마음이었다. 옛 사진을 모아서 동영상으로 만들어 틀고 그 시절 그 때 유행했던 일들을 얘기하고 그 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게 된 친구들과 이얘기 저얘기 하는 시간들이, 좋았다.
나는 사실, 낯가림이 좀 있는 편이라, 쉽게 마음을 열기가 어려운 편에 속하는데... (사실 겉으론 안 그래보여도 오래 걸린다) 희안하게도 그 시절을 그냥 기억으로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괜한 친근감이 드는 게, 동기라는 존재인 것 같다. 처음 보는 얼굴을 보고 바로 말을 놓고 부어라 마셔라 하고 옛날 얘기도 하고 지금 얘기도 하고 해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는 상대는 드문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이 바빠서, 사실 행사 참여한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잘 다녀왔다는 생각을 했다. 2차 가기전에 도망치긴 했어도.. ㅎㅎ 어쨌든,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친구들일 듯 하다. 내가 원하기도 하고.
2.
오늘 이건희 회장이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접하고, 더욱.. 참 인생무상이로구나. 세상의 많은 부귀영화도 사람 명줄 앞에선 하나 소용없는 거로구나. 6년이나 병상에 있었다는데, 뭔가 마음은 작동하고 있었을까. 지나온 생을 반추할 정신은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괜히 아련해지는 마음이다. 과오가 있다고 해도, 했던 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아쉬웠던 부분은 또 아쉬워하는 게,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는 게 참 힘들고 외로왔지 않았을까.. 라는 애틋함도 든다. 내가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다.
인생무상이라. 살면서 나에게 주어진 생을 더욱 소중히 하며 지내야겠다 라는 마음이 진하게 든다. 어쨌든 내 인생만이 내 것이니, 마음에 안 들어도, 속상한 점이 있어도, 그게 내 인생이니까. 나라는 사람이, 다행히도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는 게 다행이다 싶다. 누가 무슨 짓을 하든, 잘난 척을 하든, 별로 신경쓰이지 않을 수 있어서 말이다.
3.
요즘 이 책을 읽고 있다. 10월은 바빠서 페이퍼로 뭔가를 남기지는 못하고 (사람. 장소. 환대도 읽고 나서는 할 말이 많았는데, 시간 지나니까 다 까묵..;;) 읽는다는 표만 이렇게 낸다. 반쯤 읽었는데, 아쉬운 점이 다소 있는 책이다. 프로이트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개요를 짚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깊이와 insight는 좀 부족해보이는 책이다 라는 생각이... 그러나 읽다보니, 내가 프로이트의 후기 저서들을 읽은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라는 깨달음이 들어서 이 책 읽고 몇 권 챙겨봐야겠구나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도움이 되는 책이긴 하다... 라지만, 정말 이상하게 매년10월 11월은 바빠서 꼼짝을 할 수가 없는... 체력도 딸리고. 이 읽고 싶은 책들을 어느 세월에 다 읽을까 라는 약간의 좌절감이 스미는 일요일 오후다. 일단은,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면서 생각해보자. (근데 낼 모레 제주도 여행간다지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