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읽기 6월의 책이다.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관심이 꽤 가는 책이라, 아직 6월은 안 되었지만 어제 꺼내서 책갈피를 꽂으며 쓰담쓰담을 해보았다. 한번 읽어볼까? 라고 쳐다보니.. 이거 왜 이리 두껍누? 철푸닥. 500페이지가 넘는다. 여성주의 책읽기 하면서 얇은 책은 그닥 본적이 없으니 지금쯤이면 '이 정도 페이지수' 는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텐데 말이다.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 아무래도 이런 두꺼운 책을 읽으려면 독서대가 필요하겠어, 그걸 사고 읽자. 라고 결정한 후 책상 위에 두고 자러 갔다는. 그래서 오늘 아침 독서대를 구매해볼까 뒤적거리고 있는데, 어멋, 함께 하는 분 중에 벌써 이 책을 시작한 분이 계시다는! 이런이런. 얼른 독서대를 사서 나도 읽기 시작해야겠어. 마음이 괜히 급해짐.ㅎㅎ
책을 함께 읽는 즐거움으로는 여러 개를 꼽을 수 있겠다. 좋은 구절을 나누고, 그에 대해 생각도 나누고, 함께 감동받고 함께 분노하고 그러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그리고 서로 독려하는 기쁨도 있다. 가끔씩 진도가 안 나갈 때나 지칠 때나 서로 어디까지 읽었는 지 얘기하면서 힘을 북돋우는 경험은, 책을 통하지 않으면 누리기 힘든 경험이 아닌가 싶다. 좋다, 으흐흐.
근데 독서대 종류가 왜 이리 많은 거임? 마음에 들어서 들어가보니, 흠? 쿠팡. 이거 사도 되려나. 코로나? 우잉. 어쨌든 오늘 꼭 정해서 구입하기로. 들고 다닐 수도 있으면 좋겠고. 너무 무거워도 안되고 너무 가벼워서 빈약해도 안되고. 독서대 하나 고르는 데도 신경 쓸 게 한두 개가 아닌지라.. 물건 사는 건, 늘 괴로움이다.
쉬어가는 타임으로 북유럽 스릴러 책 한 권을 뚝딱 했는데.. 이 책,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쳐서 겨우 읽었다. 백야의 음산한 기운은 느껴졌지만, 흔한 스토리이고 플롯도 그냥 그렇고.. 사실 내용은 너무 끔찍해서 읽기에도 힘들었다. 아버지가 딸을 잃고 그 딸을 찾아 3년 동안 실버로드라는 곳을 이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과정이, 처절하고 슬프고... 한 편에서는 방치하듯이 키워진 여자 고등학생이 정신없는 엄마를 벗어나고자 남자친구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있고. 결국 이 두 갈래의 길은 어느 순간에 접점이 생기기는 한다.. 이게 초반에 다 알겠더라는 거. 내가 스릴러 책을 너무 읽어댄 탓일거다. ㅜ
이런 책을 읽으면, 항상 납치되는 건 '여자'라는 거. 책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자'라는 거. 요즘 페미니즘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 부분이 더욱 선연하게 다가와서 많이 괴로와진다. 그 여자를 납치하는 이유는 대동소이하게 성적인 부분이 많고, 그러니까 여자들을 뭘로 생각하는 것이냐, 라는 분노가 치밀게 된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남자의 힘을 능가하지 못하는 여자에 대한 이런 일상적인 폭력이 실제 세상에도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미치면 더 소스라치게 된다. 아뭏든 이 책은 내용 자체도 찝찝했다. 다른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을 다시 읽어야겠다. 쩝.
이 책을 읽는다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좋은 소설이다. 다 읽고 리뷰나 페이퍼를 한번 써야겠다 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최근에 읽은 책들 대부분이 여성 소설가/학자의 글이라는 걸 어제 새삼 깨달았다. 왜일까. 잠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