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목 어깨... 다 쑤신다. 그러니까 이게 환절기 감기몸살인가. 흠? 코로나? .... 설마 아니겠지. 하고 이마를 짚어본다. (집에 체온계가 없다) 열은 없어 보인다. 근데 쑤시는 걸 보면 감기몸살인가 보다.
사람이 건강해야 인격도 유지되는 것이라, 오늘 하루종일 철표면을 돌로 긁는 것처럼 주변의 모든 상황이 날 건드리는 듯 심기가 불편했고, 다 아픈 탓이라고 돌려보면서.. 결국 급기야 소리를 버럭... =.=; 나 왜 이러니. 하면서도 참을 수가 없어 버럭 해버렸다. 그러니까 내 옆의 과장은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채팅만 하고 (그 소리. 채팅하는 특유의 타자소리가 내 옆에서 계속 울려퍼지고) 내 뒤의 차장은 혼자서 개인 교육을 듣는다. 나 혼자 회의하고 협의하고 고민하고... 아니 자기네 일이라고. 내가 왜 이걸 다 해야 하냐고.. 속에서 부아가 계속 치밀어 오르다가.. 펑... 이 경우 나만 이상한 사람 된 거다. 에잇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로 칼퇴근을 했다. 지쳤고, 또 지쳤고. 집에 왔고 (아 좋아 집) 타이레놀 한알 먹고 책 읽다 잘 거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왜 회사일도 많은데 개인일을 끌어 들여서 피곤하게 사느냐며 나 자신을 엄중히 나무랜 후.. (혼잣말로 하진 않았다. 속으로만 나무랬다. 혼잣말 하면.. 좋지 않은 징조다) 나를 달랜다고 와인 한잔. 뭥미?
지난 달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비교적 일찍 펼쳤음에도 이제 겨우 4장을 마쳤다. 벌써 4월인데, 3월의 책을 붙잡고 있는 거다! 그래서 4월의 책과 병행하려고 같이 펼쳤다. 이 경우 좋은 방향으로 결론나려면 둘다 잘 끝냈다 이고 나쁜 방향으로 결론나려면... 둘다에 치여 허덕이다가 5월로 넘어갔다.. 인데, 전자가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읽을 수록 감칠 맛 나는 책이다. 번역이 조금 묘하게 틀어져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용 자체가 워낙 참신하고 훌륭하다. 여러 아는 사람 다 '까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결국 가부장제, 노예제, 식민지와 엮여 있는 것임을 매우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아. 이 사람 정말 일관되네. 이런 책 멋지다. .하면서 조금씩이라도 읽으려고 매일 기를 쓰고 있다. <여성성의 신화>는 무려 하드커버라 베고 자기 딱 좋은 상태지만, 첫 장 펼쳤으니 어쨌든 진도는 나가겠지.
오늘은 일 안하고 이 두 책 번갈아 보다가 잘 거얌. 아. 책을 다 못 본 이유에는 <하이에나>와 <킹덤>도 있고 (이거 다 보고도 다 읽은 다락방님도 있지만.. 패스..) 코로나 때문에 매일 자차로 출퇴근하는 이유도 있다. 변명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전철에서 몇 장 읽는 게 쌓이면 꽤 되는 것인지라 하루 2시간 넘게 차 안에서 운전만 해야 하는 상태는 참 아깝다.... 아깝다.
일단 책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