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다. 이상하게 책에 손이 안 간다.

 

대신에

야구를 보고 (어제 두산 겨우 이겨서 1:1,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

Netflix를 보고 (이건 역시, 늪이다),

심지어 왓챠플레이도 보고 (이건 일드 보기에 적당하다.. 면서 핑계를 대본다),

멍하니 인터넷을 뒤지고 (요즘 읽을 것도 없긴 한데)

열렬히 여행을 다니고 (국내도 다니고 해외도 다니고)

하던 운동 띄엄띄엄 하고 (여행 다니느라 자주 못 갔다.. ㅜ)

...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묘한 죄책감 같은 게 있기는 한데, 그냥 손이 안 가면 안 가는 대로 지내기로 했다. 그러니까,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기를 거부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 어쩌면 가을을 타는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내 몸에서 생리적으로 땅기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 가 내 원칙이라 그렇게 지내고 있다.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다.

 

올해는 유난히 책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핑계는 여러가지이다. 독립이란 걸 하느라 바쁘기는 했다. 인테리어를 의논하느라, 가구와 가전을 사느라, 집을 정리하느라, 이것저것 생활에 익숙해지느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건 맞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물론 쳐다보면 여러가지로 한참 더 손을 대야 하지만) 그래서 평상심으로 돌아오기는 했다. 지친 걸까. 뭔가 해내었다는 안도감일까. 가끔 집에서 가만히 누워 생각해보면, 내가 참.. 뭐하러 혼자 살겠다고 이 고생을 했나 싶기도 하다. 그냥 부모님과 살면 지지고 볶고 해도 사람 사는 맛은 날텐데... 이렇게 정리하고 꾸미고 하는 게 누굴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고 결국 나혼자 좋자고 하는 건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도 든다. 또 한편 생각해보면, 이 때 안 해보면 언제 하겠냐, 사람은 혼자도 살아봐야 한다 라는 마음이 불길같이 들면서 지금의 생활이 매우 좋기도 하고 그렇다. 왔다 갔다... 뭔가 마음에서 많은 것들이 오고가는 시기인 것은 맞는가보다. 그 틈에 책이 들어가질 못하고 있는 지도.

 

읽다 만 책들은...

 

 

 

 

 

 

 

 

 

 

 

 

 

 

 

 

풋. 올려놓고 보니... 둘다 '개'가 제목에 들어간다. ㅋㅋㅋㅋ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두 책 다 재미있는 책이고, 특히 체호프의 책은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책인데도 진도가 많이 나가질 않으니 원. (개인적으로 체호프를 좋아하는데) 여행갈 때 훌쩍 들고 떠나볼까 싶기도 하고. 그냥 나를 토닥이고 싶다. 애썼다고, 책 며칠 안 읽는다고 어떻게 되는 거 아니니 그냥 마음 놓고 지내라고. 그래... 가을의 끝자락 쯤에는 추운 날씨에 이불 뒤집어 쓰고 책을 읽을 날이 오겠지.

 

내일은, 바르셀로나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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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1-06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어엇. 여행 가시는건가요, 비연님?
잘 다녀오세요!! 꺅 >.<

비연 2018-11-06 14: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몇 년을 벼르던 ‘바르셀로나’ 네요. 근데 계획 일도 없이 간다는 ㅜ

로제트50 2018-11-06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여름이 독서의 계절,
가을이 여행의 계절 아닌가요?^^
마음 가는대로 하셔요, 그 동안
책 많이 읽었잖아요~~
돌아오면 다시 찐~하게 책을
열겠죠^^* 그리고 가끔은 멍하는
시간도 필요한 거 아시잖아요!💝

비연 2018-11-06 14:10   좋아요 1 | URL
로제트50님. 완전 위안이 되는 말씀을.. 흑흑. 멍때리는 시간 그냥 잘 보내기로. 불끈.

카스피 2018-11-06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실은 밖으로 놀러나가기 제일 좋은 계절이죠.저도 독서는 주로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나오는 여름에 도서관에서 주로 책을 읽습니당^^

비연 2018-11-06 14: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쵸 그쵸. 역시 독서는 션한 에어컨과 함께 해야 하는..^^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라 믿어볼랍니다!

오후즈음 2018-11-06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올라~~다시가고싶은 바쎌~매력적인밤을 보내세요

비연 2018-11-06 14:12   좋아요 0 | URL
완전 기대되는데 준비를 넘 못해서 가서 많이 헤맬듯 싶어요. 매일매일 버텨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