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의 논술이야기_1화4편


제이의 논술일기 4편. 제시문에 대해 이해해 보자.


제이는 제시문 이해가 어렵다. 제시문을 무시한 채 논술문을 작성하기도 하고, 아예 그대로 베껴 쓰기도 한다. 권부장과 중앙샘은 제이가 작성한 논술문과 제시문을 토대로 뭐가 잘못됐는지 고쳐 주기로 했다.

논제 : 다음 제시문을 참고하여 '갈등의 의의'에 대해 서술하시오.

조선 중기에 이르러 향촌에 기반을 둔 사림(士林)이 중앙 정계에 대거 진출하여 정국을 주도하게 되었다. 사림 세력은 강력한 훈구 세력과 대결할 때는 단결하였으나 훈구 세력이 무너진 뒤에는 자체 분열하여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붕당을 형성하였고, 붕당 간에 치열한 정권 다툼이 벌어졌다. 소위 당쟁(黨爭)이라고 불리는 붕당 간의 권력 투쟁은 여러 차례의 사화(士禍)와 같은 정치적 혼란과 폐해를 낳았다.

(중략)

그러나 조선시대의 붕당 경쟁을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본래 붕당이란 성리학에서 늘 강조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덕을 닦은 연후에 사람을 다스리라고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공도(公道)를 실현하려는 정치집단이었다.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의 등용과 정치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을 담당하였던 붕당정치는, 한정된 관직을 놓고 경쟁하던 당시의 현실에서 의미 있는 정치 형태였다. 그래서 윤휴(尹?)는 "붕당은 족히 천하를 어지럽게 하지만, 붕당을 싫어하여 없애버리면 천하를 망하게 하는데 이른다"고 하였다. 양반계급이 추구하는 권력, 지위, 명예 등 한정된 가치의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붕당정치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 김상봉, '학벌사회' 중에서

 

<제이의 논술문>

① 조선 시대 붕당들 사이에는 한정된 관직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권력 다툼이 있었다. 이는 정치적 혼란과 폐해를 야기했다. 그러나 붕당 정치는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의 등용과 정치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을 수행했다. 따라서 붕당 정치는 제한된 가치를 놓고 생겨난 양반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는 갈등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서 심각한 사회적 폐단을 가져오기도 하는 갈등은 ②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③ 그러나 우리는 여러 가지 갈등 중에서 폭력과 차별을 수반하는 전쟁과 같은 극단적 갈등은 자제해야 한다.


권부장: 제이의 논술문은 잘못된 점이 있구나. 하나는 제시문과 너무 가까이 있고, 하나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탈이구나.

제이 :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잘 이해가 안 돼요.

중앙샘 : 내가 얘기해 주마. 먼저 ①의 부분을 보렴. 제시문을 그대로 쓰고 있지.

제이 : 그건 '요약'한 건데요.

중앙샘 : 제시문을 베껴 쓰는 것은 요약이라고 할 수 없지. 단순히 글자 수를 줄인 거잖아. 네가 제시문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니?

권부장: 신문 기사로 얘기하면 기관이나 관청, 또는 누군가 보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내는 것과 같단다. 기자가 객관적인 관점이나 사실 확인, 심층적인 추가 취재 없이 기사를 쓴다면 독자들이 잘못된 내용에 그대로 노출될 수도 있겠지?

제이 :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중앙샘 : 너의 생각과 너의 언어로 써야지. ①을 한번 보자. 붕당의 긍정적 의미를 강조해서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균형과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붕당제는 상호 견제와 인재 등용을 통해 정치의 균형과 발전을 꾀하였다"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제이 : 신기하군요. 제시문을 베끼지도 않았고, 동문서답을 하지도 않았네요.

권부장 : ②처럼 모호한 단어는 좋지 않단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못해. ③은 네가 알다시피 동문서답이지. 이건 갈등의 의의 보다는 갈등의 주의사항인 것 같구나. 결과적으로 핵심 주제인 의의는 빠뜨리고 말았어.

제이 : 저는 갈등의 양면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중앙샘 : 일단 논제에서 의의를 요구하면 의의를 쓰고, 양면성을 요구하면 양면성에 대해 써야 한단다. 갈등의 의의 역시 긍정적이라는 평가 외에 더 나아가지 못했어. 왜 긍정적인지 독자를 납득시켜야지. 정치란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므로 갈등을 통해 타협에 이를 수 있다면 이는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지.

제이 : 그렇군요. 갈등은 타협의 필수조건이랄 수 있겠네요.

권부장 : 갈등이 필수조건은 아니지. 대화가 필수조건이야. TV토론이나 뉴스를 봐라. 대화가 없으니 정치권에서도 막말이 오가고 몸싸움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니?

제이: 아, 맞아요.

중앙샘 : 제이는 논술문을 쓰기 전에 제시문을 좀 더 꼼꼼히 읽는게 좋겠다. 두 번, 세 번 읽다보면 제시문에 대한 접근 방향이 잡힐 게다. 지금 너에게는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구나.

제이 : 예. 선생님 말씀대로 우선 많이 읽고 제시문에 대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게요.

 

<제이의 일기>

제시문과 연결해서 논술문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너무 쓰는 데 급급하다 보니,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은 논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친구나 가족들과 이야기할 때도 너무 내 이야기만 하려 하지 말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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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1 10:4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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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예시로 공감 이끌어내라


권영민의 논술이야기 3편.논술이 기사쓰기, 작문과 다른 점이 뭔가요?


 제이가 가진 지식과 정보는 '편식'이 심하다. 좋아하는 분야는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가지고 있으나, 관심이 덜한 분야는 까막눈에 가깝다. 주장은 적극적이지만 근거가 약해 주장의 완결성이 떨어진다.

권부장: 제이도 멋진 논술을 쓸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한데 아직 자신이 부족한 표정이네?
제이: 솔직히 저는 논술에 대해서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요. 논술과 글쓰기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겠구요.
중앙샘: 논술과 문학적 글쓰기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논제를 줄테니, 한번 답해 보렴.

 

[논제 : 한국 축구의 세계 경쟁력에 대해, 축구 선수 '박지성'의 예를 들어 설명하시오.]

제이: 이건 쉬운데요. 박선수의 장점은 폭 넓은 움직임이죠. 상대편의 진영을 위협하면서 생동감있게 움직여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요. 시의적절한 패스가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구사합니다. 게다가 동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연습벌레인 그의 성실성이 경쟁력의 밑거름입니다. 박지성의 평점 내용을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부지런하다'지요.

(제이는 좋아하는 축구 얘기가 나오자, 그동안 쌓아 놓은 지식과 정보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중앙샘: 제이야, 아주 훌륭하다. 한국 축구의 첫 번째 경쟁력은 강인한 체력에서 찾을 수 있겠지. 상대 선수들보다 많이 뛰고, 빈 공간을 찾아 공격과 수비에 각각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할 테니 말이다. 제이가 말한대로 또 다른 경쟁력은 성실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만하지 않고 연습과 훈련을 지속하려면 성실한 성품이 필요하니까. 아주 설득력있는 얘기다.

제이: 하하하! 제가 모두 맞췄네요. 그런데, 이 이야기가 논술과 무슨 관계가 있죠?
권부장: 신문사에서는 논설위원들이 사설을 쓰기 전에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배경 지식과 사실관계를 확인한단다. 이 과정에서 사설의 기본 입장이 정해지고, 그 기본 입장을 설득하기 위한 구체적 사례나 사실들이 덧붙여지지. 이 과정과 제이가 말한 내용의 기본적인 흐름이 같단다.
중앙샘: 제이에게 주어진 논제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논술 시험에서도 '인생이란 무엇인가', 또는 '현대사회에 대해서 말해 보라' 등의 추상적인 질문은 출제하지 않는단다.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박지성의 예를 통해서 설명하라'나,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가족의 문제'처럼 보다 구체적인 논제가 주어진다는 얘기지. 이 때문에 어떤 현상의 전형이 되는 구체적인 한 사건이나 사례를 통해 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사고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는 거야.
(제이는 뭔가 개념이 잡힐 듯하면서 여전히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제이가 이제까지 보았던 논제가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중앙샘 : 논술 점수 좋은 친구들의 첨삭 내용을 본 적이 있니?
제이 : 예. 우리반에서 논술을 잘 한다는 친구의 첨삭문을 본 적이 있어요.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잘 되고 있으며, 주제와 관련된 예시의 선택이 적절합니다"라고 씌어 있더군요.
권부장 : 그래. 논술시험은 출제자가 수험생의 성적을 평가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이 때문에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수단을 논제에 포함시키고 있단다. 바로 그 출제 의도를 논제 분석을 통해 잘 이해할 때 좋은 논술답안을 작성할 수 있어. 바로 이점이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는 문학적 글쓰기와 논술의 차이점 중 하나란다.
제이 : 잘 알겠어요. 그러면 논술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뭔가요?
중앙샘 : 글쓰기 안에 논술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 근본적으로 '글쓰기'는 모두 '사람을 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다만 문학이 사람에게 '공감을 통한 감동'을 주고 있다면, 논술은 사람에게 '공감을 통한 설득'을 준다고 할 수 있단다. 다만, 제이가 치루어야 하는 논술은 평가를 목적으로 한다는 '시험'의 의미가 추가되어 있는 것이란다.


<제이의 일기>

내가 논술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 말씀처럼 논술도 다른 '글'과 다르지 않은데. 내가 자신 있어 하는 것을 통해 논술을 배워 보니 이해가 잘 되었다. 역시 사람은 재미있는 것을 해야 하는가보다.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네가 하는 것을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라"고 하신 말씀처럼, 논술은 이제 나에게 '재미있는 것'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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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4 11: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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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표현에 참신한 생각 담자

권영민의 논술이야기 1화.
제이의 논술일기 2편.논술을 처음부터 봐야겠구나

잔뜩 풀죽은 표정의 제이가 찾아왔다.

권부장 : 잘 있었니, 제이야?
제이 : 숙제로 제출했던 논술문 첨삭지도를 받고 오는 길입니다. 온통 빨간 수정펜 첨삭이 가득한데, 좋은 말은 하나도 없어요. 나름대로 글 잘 쓴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책 읽기에도 공들이는데 논제만 받아들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정말이지, 전 논술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권부장 : 논리적 사고 방법을 깨닫기 전에 글쓰기 요령에만 익숙해진 건 아닐까? 무엇이든 기초부터 다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단다. 어디, 첨삭문을 좀 보자.


'생각난 대로 적어낸 것은 논술이 아니라 낙서입니다. 논술문의 요건이 적시되도록 글을 풀어가시기 바랍니다.'


중앙샘 : 첨삭지도가 좀 거칠게 표현되긴 했구나, 제이가 주눅 들만도 하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슷한 실수를 한단다.
권부장 : 논리적 사고를 풀어내는 논술은 그 글을 읽는 상대방, 예를 들면 출제위원을 설득하기 위한 글이라는 걸 늘 기억하렴.
중앙샘 : 많이 볼 것도 없이 첫 문단부터 문제가 있구나. 논제가 뭐였지?
제이 : '과학자가 우선적으로 가치를 두어야 하는 과학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논하시오'였어요.
중앙샘 : 네가 쓴 논술문 중에 이 부분을 나누어서 보자꾸나.

 

① <500년 전과 지금 인류가 가진 보편적 상식이 서로 다른 이유는 과학의 발전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우주가 4개의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0년 전의 지배적인 패러다임과 대항하며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과학은 자연에 대해 좀 더 사실에 가까운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② <그리고 그 지식을 통해 더 효과적인 기술의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영역에서도 발생됐다. 무기류의 발전, 생명윤리에 저촉되는 인간복제의 위험 등이 그 예이다.>

 

중앙샘 : ①만을 보면 고등학생이 아니라 전문가가 쓴 글인 것 같아. 하지만 좋은 논술문이란 어려운 단어를 쓰고,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 방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란다. 제이의 글은 다소 '현학적'이고 어느 정도 글쓰기 훈련이 된 사람의 '오만함'마저 느껴지는구나.
권부장 : 논술을 쓸 땐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해야지, 그 메시지를 '꾸미는데' 집중하면 안된단다.
중앙샘 :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이 논술문을 첨삭하는 선생님도 제이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야. ②에는 논제와 상관없는 '기술'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대개 학생들은 '과학'과 '기술'을 혼동하는데 그것은 별개의 개념이야. '자유'와 '권리'만큼이나 그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어.
권부장 : 가장 큰 문제는 제이 자신이 아는 지식을 화려하게 나열하려는 욕심에 있는 게 아닐까? 아직도 제이의 논술은 '논제'와 상당한 거리가 있단다.
제이 : 그러니까 '지식'보다는 솔직담백한 저의 '논리적 생각'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중앙샘 : 옳지! 이제야 좀 이해하는구나. 고등학생의 글은 고등학생다워야 하고, 고등학생만의 참신한 생각이 드러난 논술일수록 채점위원들을 감동시킨단다. 논술 역시 하나의 글이고 감정과 인격이 들어가 있지. 채점위원들은 논술을 쓴 학생의 '논리'뿐만 아니라 '인성'도 중요한 항목으로 생각한단다.
제이 : 잘 알겠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너무 '어른스러운 글'을 쓰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 제이의 일기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는 말은 내게 참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지식을 친구들 앞에서 뽐내거나 사람들을 가르치려 들었던 것 같다. 권부장님과 중앙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나서 내 글을 다시 보니, 나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만 가득했다. 첨삭 선생님의 지적을 원망할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논술도 '나의 이야기'니까.

2006.03.07 11: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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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부리
아니 전에는 지방지라고 하시더만, 중앙일보셨군요! 논술을 지도하려면 보통 내공 가지고는 안되는데, 님의 정체가 정말 궁금해지네요! 알라딘엔 정말 별의별 고수가 다 있어요 - 2006-03-07 15:17 삭제
 
승주나무
부리 님 // 처음 뵙습니다. '지방지'가 아니라 '지역지'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본지는 아니고, 프리미엄 강남 섹션입니다. - 2006-03-07 15:18 수정  삭제
 
아프락사스
정말 내공이 장난 아니세요. 20대라시면서. 중앙일보에 논술 지도를 하시려면 대단하신건데. 한수 지도 부탁드려욤. - 2006-03-07 16:29 삭제
 
승주나무
아프락사스 님//아니에요. 제 실력으로 어떻게 중앙일보에 입성할 수 있었겠어요. 다행히 우리 회사가 중앙일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가, 지면이 있어서 기획하고 넣어 본 건데. 선택이 된 거죠.
다만 즐거운 것은, 애초에 중앙일보에서 'top 기사'로 다루려던 건 아니었는데, '콘텐츠'가 재밌다고 탑으로 올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공동기획이 된 거구요. 암튼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 2006-03-07 17:15 수정  삭제
 
마태우스
앗 승주나무님 부리와 저의 관계를 모르시는군요. 저와 부리는 동일인이랍니다^^ 처음 뵙겠다고 하시니 피식 웃음이...^^ 알라딘 열심히 하는 분의 기준이 저와 부리가 동일인인 걸 아는 거라는...^^ 아무튼 축하드려요. 지역지와 지방지가 다른 거군요! - 2006-03-07 22:06 삭제
 
승주나무
속삭인 님//제가 한 방 먹었군요^^ '안녕하십니까'를 쓸 걸 그랬습니다. 암튼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2006-03-08 08:13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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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중고교 학생들의 논술에 대한 이해와 실력 향상을 돕기 위해 ‘권영민의 논술이야기’를 연재한다. ‘논술이야기’는 교육현장에서 논술을 지도하는 교사?학원강사들의 논술교육과 현역 기자?논설위원들의 논설과 글쓰기 기법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첫 번째로 기획된 ‘제이(J)의 논술일기’는 논술ㆍ입시컨설팅 전문기관 거인의어깨와 공동기획으로 제작된 논술극화다. 단순한 정보전달방식이 아니라 학생-교사-기자의 3각대화 형식을 빌려 학생들의 논술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단계별로 논술 실력을 쌓는데 ‘제이의 논술일기’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논제를 꿰면 논술이 보인다


제1화 제이의 논술일기


제이는 올 신학기에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남학생이다. 교내외 백일장 입상경력도 있고, 스스로 글쓰기 소질도 있다고 자부하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이는 논술문 논제만 받아들면 골치가 아프다. 왜일까? 제이의 첫 논술문을 보면 논술 교사인 중앙 선생님과 현역기자인 권부장의 지도를 받아보자.






권부장 : 그래, 기사라면 제목 뽑기가 힘든 글이라 할 수 있겠네.

제이 : 무슨 말씀이신지요?

중앙샘 : 논제가 요구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가족’의 문제이지 ‘현대사회’의 문제가 아니었어. 그런데, 제이는 ‘현대사회’에 관해 너무 많은 말을 하다보니 ‘가족’의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서 심도 있게 서술할 수 없었던 거야.

제이 : 그래도 ‘가족’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현대사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권부장 : ‘현대사회’는 ‘도입부’로만 처리해도 될 것 같아. 바로 ‘주 문제’인 ‘가족’으로 넘어가야 논술채점위원이, ‘이 글은 가족에 대한 글이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지.

중앙샘 : ①의 부분을 봐. 전체 글의 반을 차지하지. 서두로서는 너무 긴 것 같구나. 글쓰기에 자신이 없거나, 자신감이 지나친 사람이 이렇게 서두를 길게 다는 ‘우(愚)’를 범하곤 하지.

제이 : 그럼 저는 ‘논제 이해’부터 잘못된 거네요?

중앙샘 : 그래. 참 옳은 지적이야. 목표물에 정조준해야 명중할 수 있는 것처럼, 논제를 잘 이해해야 올바른 논술이 되는 거야. 그런데 대개의 학생들은 ‘조준’도 하지 않고 ‘마구 쏘는’ 경향이 있어. 짧은 시험시간이 주는 강박관념 때문이지. 하지만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거야. 그리고 ②와 같이 연결어가 너무 자주 쓰이면 글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1시간 수업을 하면서 매번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하면서 질문하면 귀찮겠지. ‘때문에’나 ‘따라서’를 자꾸 쓰면 도대체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곤란하지 않니?

제이 : 그래도 연결어를 빼버리면 이상하지 않나요?

중앙샘 : 네가 자신의 글을 잘 알고 있어야지. 각각의 문장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미를 가질수록 좋단다. ‘이러한’이 나오면 다시 앞의 글을 확인해야 하지 않니. 이처럼 도움이 되지 않는 연결어는 없느니만 못해.

제이 : …….

권부장 : 제이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며? 드라마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는데 자꾸 지난회의 회상 장면이 나온다면 시청자가 짜증스럽지 않을까? 마차낙지로 결론을 향해 풀리고 있는 논술의 흐름이 ‘재방송’으로 끊겨선 안 된다는 게 중앙샘의 이야기야.

중앙샘 : 일일이 지적하면 끝도 없을 것 같고, 단적인 문제만 지적하자면 단어 선택이나 논리 전개가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글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이런 글은 글에 전혀 자신이 없거나, 과신하는 경우 생기지.

제이 : 너무 어려워요. 그냥 자신의 생각을 문제에 맞게 쓰면 되지 않나요?

중앙샘 : 아무래도 논술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구나. 한 가지만 물어보자. 논술이 다른 과목처럼 지루하거나 쓸데없다는 생가이 들 때가 있니?

제이 : 어려워서 그렇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어쨌든 논술은 내 생각을 쓰는 거니까요.


<제이의 일기>

논술은 참 어렵다.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글쓰기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중앙 선생님과 중앙일보 권부장님 말씀처럼 ‘쓰는 것’보다 ‘논제를 먼저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논술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중앙 선생님의 말씀 중에 “의미가 글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표현이 뜻에 품격을 부여한다”는 말이 참 와닿았다. 아직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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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가 강조되는 시대다 보니까, 말에 있어서도 '높임'을 많이 쓰게 된다.

'높임법'은 다른 말로 하면 '대우법'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은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높일 수도 있고, 높여야 할 대상의 선후가 있으면 한 쪽은 상대적으로 덜 높여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우해준다'는 식의 '대우법'을 쓰도록 하였는데, 일리 있다.
이 표현의 역사는 '이이'의 '경敬 사상'으로까지 가는데, 이이는 무조건 높이는 것을 '공恭', 경우에 맞게 대우하는 것을 '경敬'이라 하여 합쳐서 '공경'이라 표현했다. 그러니까 '공恭'은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많으므로 나이만큼은 당연히 높여야 하고,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敬'은 나의 판단이 들어간다. 임금이라 하더라도 그 직분을 다하지 않으면 마음으로 존경할 수 없다. 물론 당시의 임금은 절대적 대상이었겠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공경할 만한 상대를 공경한다는 사상은 참으로 유연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손님을 최고로 대우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존칭 표현을 쓰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도 알고 쓰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를 낮추는 것은 물론 '낮잡아보는' 지경에 이를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1. 손님, 이 책은 만 이천 원이십니다.
=> 책이 '만 이천 원'이시라구? 서점에 특히 이런 점원들이 많은데, 조심해야 한다. 멀쩡한 손님 놔두고 '책'을 높인 거 아닌가. 아무리 황금만능주의에다 물질주의라고 하지만, 어찌 손님을 낮추고 '돈'을 높일 수 있을까. 그래서 용기를 내고 서점 직원에게 '돈을 높이면 안 돼요'라고 말해 주었는데....
시큰둥한 표정.. '이 놈이 손님만 아니면 기냥' 하는 표정이어서 무섭기도 했다.
당연히 '손님 만 이천 원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돈에게 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2. 사장님실, 회장님실
=> 이것도 역시 '물질숭배'의 또다른 병폐이다. 특히 군대에서 이런 말을 자주 쓴다.
사실 이것 역시 '방'을 높이면서 넌짓이 '사람'을 낮잡아본 표현이 아닐까. 이것을 이렇게 표현하면 훨씬 명확하다.
'사장님실에 사장님이 계십니다.'
사장님과 사장님실을 같은 격으로 놓음으로써 사장님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사장실'이라는 어엿한 표현을 두고 그 사이에 '님'을 붙일 정도로 허술한 문법 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말이 아니다.

3. 저희 나라
=> 이 말은 나쁘게 말하면 거의 '매국' 수준이므로 조심해서 쓰든가 아예 쓰지 않든가 해야 한다. 오늘 하인스 워드 선수가 방한했을 때 한 기자가 '저희 나라에 얼마나 머물다 가실 생각이신가요?'라고 질문하는 것을 보았다. 이건 정말 아니다. 하인스 워드를 '외국인' 취급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로 격하시킨 것 아닌가. 공중파 방송에서 그런 표현을 쓰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조국'으로 남에게 함부로 낮출 수 있는 성질의 표현이 아니다. 누구든 자국민이라는 자긍심으로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할아버지를 욕되게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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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6-04-04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 님//제 맘을 어찌 아셨나요. 대통령님, 교수님 등도 쓰려고 하다가 말았습니다. '관습맞춤법'이라고나 할까요^^;;;;;;

승주나무 2006-04-0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나라는 조심해서 써야 해요.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라는 말 자체도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