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프리미엄은 중고교 학생들의 논술에 대한 이해와 실력 향상을 돕기 위해 ‘권영민의 논술이야기’를 연재한다. ‘논술이야기’는 교육현장에서 논술을 지도하는 교사?학원강사들의 논술교육과 현역 기자?논설위원들의 논설과 글쓰기 기법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첫 번째로 기획된 ‘제이(J)의 논술일기’는 논술ㆍ입시컨설팅 전문기관 거인의어깨와 공동기획으로 제작된 논술극화다. 단순한 정보전달방식이 아니라 학생-교사-기자의 3각대화 형식을 빌려 학생들의 논술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단계별로 논술 실력을 쌓는데 ‘제이의 논술일기’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논제를 꿰면 논술이 보인다


제1화 제이의 논술일기


제이는 올 신학기에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남학생이다. 교내외 백일장 입상경력도 있고, 스스로 글쓰기 소질도 있다고 자부하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이는 논술문 논제만 받아들면 골치가 아프다. 왜일까? 제이의 첫 논술문을 보면 논술 교사인 중앙 선생님과 현역기자인 권부장의 지도를 받아보자.






권부장 : 그래, 기사라면 제목 뽑기가 힘든 글이라 할 수 있겠네.

제이 : 무슨 말씀이신지요?

중앙샘 : 논제가 요구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가족’의 문제이지 ‘현대사회’의 문제가 아니었어. 그런데, 제이는 ‘현대사회’에 관해 너무 많은 말을 하다보니 ‘가족’의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서 심도 있게 서술할 수 없었던 거야.

제이 : 그래도 ‘가족’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현대사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권부장 : ‘현대사회’는 ‘도입부’로만 처리해도 될 것 같아. 바로 ‘주 문제’인 ‘가족’으로 넘어가야 논술채점위원이, ‘이 글은 가족에 대한 글이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지.

중앙샘 : ①의 부분을 봐. 전체 글의 반을 차지하지. 서두로서는 너무 긴 것 같구나. 글쓰기에 자신이 없거나, 자신감이 지나친 사람이 이렇게 서두를 길게 다는 ‘우(愚)’를 범하곤 하지.

제이 : 그럼 저는 ‘논제 이해’부터 잘못된 거네요?

중앙샘 : 그래. 참 옳은 지적이야. 목표물에 정조준해야 명중할 수 있는 것처럼, 논제를 잘 이해해야 올바른 논술이 되는 거야. 그런데 대개의 학생들은 ‘조준’도 하지 않고 ‘마구 쏘는’ 경향이 있어. 짧은 시험시간이 주는 강박관념 때문이지. 하지만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거야. 그리고 ②와 같이 연결어가 너무 자주 쓰이면 글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1시간 수업을 하면서 매번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하면서 질문하면 귀찮겠지. ‘때문에’나 ‘따라서’를 자꾸 쓰면 도대체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곤란하지 않니?

제이 : 그래도 연결어를 빼버리면 이상하지 않나요?

중앙샘 : 네가 자신의 글을 잘 알고 있어야지. 각각의 문장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미를 가질수록 좋단다. ‘이러한’이 나오면 다시 앞의 글을 확인해야 하지 않니. 이처럼 도움이 되지 않는 연결어는 없느니만 못해.

제이 : …….

권부장 : 제이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며? 드라마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는데 자꾸 지난회의 회상 장면이 나온다면 시청자가 짜증스럽지 않을까? 마차낙지로 결론을 향해 풀리고 있는 논술의 흐름이 ‘재방송’으로 끊겨선 안 된다는 게 중앙샘의 이야기야.

중앙샘 : 일일이 지적하면 끝도 없을 것 같고, 단적인 문제만 지적하자면 단어 선택이나 논리 전개가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글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이런 글은 글에 전혀 자신이 없거나, 과신하는 경우 생기지.

제이 : 너무 어려워요. 그냥 자신의 생각을 문제에 맞게 쓰면 되지 않나요?

중앙샘 : 아무래도 논술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구나. 한 가지만 물어보자. 논술이 다른 과목처럼 지루하거나 쓸데없다는 생가이 들 때가 있니?

제이 : 어려워서 그렇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어쨌든 논술은 내 생각을 쓰는 거니까요.


<제이의 일기>

논술은 참 어렵다.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글쓰기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중앙 선생님과 중앙일보 권부장님 말씀처럼 ‘쓰는 것’보다 ‘논제를 먼저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논술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중앙 선생님의 말씀 중에 “의미가 글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표현이 뜻에 품격을 부여한다”는 말이 참 와닿았다. 아직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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