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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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은 돈다. 우리는 휘청거리며 계속 나아간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p.589)

 

이 소설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맞물려 돌아간다. 처음에는 코리건의 수도사같은 삶이 흥미로워 이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끊기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알고보니 여러명의 이야기가 서술되면서 우연히도 서로 스치게 되는 내용이었다. 인종도 삶의 배경도 상처도 제각각이지만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의 상처는 생명과 맞바꿀 정도로 치명적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상처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상태에서 우연히 세계무역센터 사이를 무모하게 걷는 남자를 바라보게 된다. 그저 그렇게 하는 행위가 의미 있다는 것,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나는 그 이전의 나가 아닌 다른 내가 되는 것.. 그렇게 삶은 돌고, 삶이 무료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나이를 먹어간다. 글쎄다.. 세월을 보내는 것이 곧 삶의 내공으로 연결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모든 사람이 꽃이고, 위대하고, 소중하다는 마음이 들어 타인의 몸짓, 말소리, 눈의 표정 하나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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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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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읽는 소설 마다 너무 재미있다. 역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하려는데 오늘 오후부터 급격히 추워져서 조만간 얼음이 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매년 10월에는 독서열이 불타오른다. 연말이 머지 않았으니 할당량을 채우듯 독서에 가열차게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별 기대없이 잡은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읽다가 2시에 잤는데 다음날 어찌나 졸리던지.. 이젠 2시에 자면 다음날 지장받는 나이가 된 것이다. 흑;;

에벌린이란 중년의 위기를 맞은 여인이 요양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니니라는 친구(나이차이는 물론 많이 난다.)에게 스레굿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제목처럼 루스와 이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사람들은 요즘 말로 힐링이란 것을 하게 된다. 하도 여기저기서 힐링힐링 하니 나에게는 거부감이 조금 들기도 하는 그 힐링..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가을이라 그런지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요리 이야기가 나오는 이야기는 언제나 좋다. 작은 흑인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이며,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지만 서로 의지하며 극복하는 이야기들도 좋다. 아마, 한 여름에 읽었다면 그렇게 좋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덜 익은 토마토를 튀기면 어떤 맛이 날까. 정말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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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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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롤라인 냅의 책이다. 저자가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결코 내가 읽지 못했을 그런 종류의 책이다. 왜냐하면 나는 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우리 가족 모두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니 유전적으로 마시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야..) 여튼 이 책은 고통스럽고 유혹적이고 그야말로 중독 그 자체이다. 전문직에 유복한 가정(그러나 비툴린..)에서 자란 키 크고 예쁜 젊은 여자가 무엇이 부족해 알코올에 집착하게 되는지.. 그 극복과정을 그린 것이다. 정말로 솔직하고 술로 말미암아 저자가 겪었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정신분석가 아버지와 감정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어머니 아래서 자란 저자는 애정결핍에서 오는 허기를 술로 채웠다. 사람들과 쉽게 사귀지 못하고 건강한 인간사이의 관계를 힘들어한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너무나 안전하고 편안하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방어, 변명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흔히들 알코올 중독은 의지가 부족해서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알코올이 신체에게 미치는 영향이 마치 질병처럼 중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한마디로 이 중독에서 치유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과 병리적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읽는 내내 안타까웠던 것은 저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녀가 살아있다면 이토록 솔직하고 재밌고 아름다운 글들을 더 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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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캐롤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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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개 사이의 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인간이 인간에게서 얻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들이다. 가령, 인간이 또 다른 인간과...

일관성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친근감의 강도를 지속적이고 마음대로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외부적 자극에 따라 쉴 새 없이 변하는 감정을 잠재우고 아무런 조건과 따짐없이 있는 그대로

대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단연코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개는 가능하게 해준다. 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개를 자신의 가족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외로움을 해결해줄 수단으로 개를 키우는 것이라고 보통은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험해보지 않고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책이 단순한 자기극복과정을 그린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개에 대한 습성, 심리학 이론같은 읽을거리가 많이 나와서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우리 뒷집 개는 지금 이 시간까지 두세시간은 계속 짖고 있는 것 같아;;; 잠자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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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스의 산 1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정다유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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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추석연휴를 이 놈과 함께 보냈다. 얇은 양장본이라고 얕봤다가는 의외로 두껍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페이지에 글자수도 많고 각 양장본이 400쪽은 넘는다. 도저히 결말이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 없는 그런 건강을 내게 허락한 며칠의 휴식.. 주말에 이르자 살짝 불안, 초조감이...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로 서술된다. 다섯명으로 결성 된 대학동기들의 끈끈한(?) 인간관계로 말미암은 사고와 마크스라는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미즈사와의 범행. 이 두 사건의 관계는 우연히도 맞물리는데 사실 이 둘의 관계를 자세히 알고 싶어 결말까지 보았으나 속시원한 결말은 서술하지 않고 있다. 소설 전체로 보면 전자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로서는 미즈사와의 범행동기를 딱히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미래를 보장해 줄 정도의 집안배경과 재력, 학식을 겸비하고 있는 사회생활 5년차의 젊은이들. 한번도 실패를 맛보지 않았고 인생의 장애물이란 없을 줄 알았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 법인가. 순간의 판단착오로 다섯명의 대학동기생은 평생 서로를 배신하지 말아야하는 운명의 고리에 연결되고 만다. 자신의 보신을 위해 도덕성, 정의를 버릴 것인가,하는 철학적인 질문들도 던져주는 소설은 추리소설로서 아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맛은 덜하지만 사회적 성공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이들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살인계획이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급사로 노사시가 죽었을 때는 어떤 일의 의도와 결과 등을 생각하게 해준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도 생각났다. 불과 몇시간 전에 어떤 장면에서 너무나도 서늘한 기운에 책 읽다가 무섭기까지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도 찬바람 맞으며 산에나 올라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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