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 Heat
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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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책이다. 보는 순간 어찌나 반갑던지.. 반값이라는 생각에 중고서점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지며 하나 둘씩 사가지고 오게 된다. 한 기자가 마리오 바탈리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위해 수련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요리는 단순히 재료를 자르고 섞고 열을 가하여 익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요리란 시각과 소리와 감촉으로 그야말로 온 몸으로 느끼며 열정을 쏟는 것이다. 칼질도 잘 못하는 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장 어렵다는 파스타 스테이션에서 일하는 것으로 모자라 푸주한을 찾아 이탈리아로 가서 돼지와 소까지 배운다. 푸주한 다리오를 마에스트로라 모시며 돼지에 대해 배우는 장면이 가장 재밌었다. 그나마 돼지는 쉬웠다. 소의 각각의 부위의 이름은 가히 2차원인 종이에 옮겨 놓치 못할 정도라 한다. 이탈리아 음식 명칭이 익숙치 않아 도중에 인터넷으로 검색까지 해보며 읽었다. 뭔가 오래 해오던 것을 뒤로하고 과감히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년의 용기를 보았다. 지금쯤 저자는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요리 속에는 인생과 철학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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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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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여행은 책이나 여행 가이드에 없는 걸 발견하는 것이다. 대체 뭘 발견하려는 거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나도 모른다. 내게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시골 구석의 소박한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그때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을, 내 자신이 하거나 생각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것을 말한다.

p.390

 

폭염과 열대야가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2권을 읽다가 카라쿰 사막을 건너는 장면에서 섭씨 42도, 사막의 모래 온도는 82도.. 윽 얼마나 더웠을까, 이건 힘든 정도가 아니라 고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여행에서 저자는 에브니라는 수레와 함께 사막을 건넌다. 어린이용 자전거 바퀴로 만든 간이 수레인 모양이다. 물을 연거푸 마셔도 더위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몸이 1권에서처럼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 마다 사람들은 여권을 보여달란다. 그리고 외국인에게 모여든다. 이때 언어가 통하는가에 따라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짧아진다. 하루밤을 재워준다, 의 순으로 계속 이어진다. 여행의 여유가 느껴지기 보다는 걸어야 한다는 목표의식으로 스스로를 내모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럼에도 이 책의 소득이라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슬람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이천년대 초반이므로 10년정도의 격차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란 사람들이 위인이나 성인을 모신 이슬람 사원을 방문하는 건 이런 행위를 통해 물라의 폭력적이고 숨통을 죄는 권력과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온몸을 절대 보여서는 안된다. 저자는 이란 여성의 위치를 페르시아 제국의 최하 단계에 둔다. 검은 차도르.. 여전한가?

*이슬람 법은 네명까지 아내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중혼자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남녀평등이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직업을 갖는 여성이 늘고 있고 대학에서는 여학생 남학생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실정이란다.

*이란 사람 대부분은 시아파 교도, 쿠르드 사람들은 순나를 따르는 정통 이슬람 교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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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터 - 한 웃기는 만화가의 즐거운 잉여수집생활
이우일 지음 / 톨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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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온갖 잡동사니를 모으는 남자가 있다. 이우일의 홈페이지에서 종종 빈티지 피겨들을 많이 모은다는 것은 알았는데... 책의 중반쯤에 있는 각종 피겨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들은 요즘말로 ㅎㄷㄷ 하다;; 집이 터져나갈 지경이라니.. 아내님의 고충이 얼마나 크실까 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 보물들을 쳐다보며 마감의 압박을 이겨내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니.. 나도 원래는 뭔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게 십수년 묵은 이것저것 끄적거린 수첩이었는데 그것들을 없애는 순간 내 추억이 날아가는 것 같아 간직(?)하기를 벌써 몇년째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그것들을 하나둘 없애는 중이다. 심플하게 살려고 말이다. (응?)

이 책을 읽다가 두손 두발 다든 것중에 하나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구입한 것들..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했다고나 할까. 비상용 알루미늄 담요, 비상용 고체 연료, 비상용 버너, 비상용 필터 달린 물통, 일체형 수저포크, 도끼 세트(!)까지.. 이 정도면 진정 잉여수집생활자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랑 비슷한 것은 수첩과 각종 필기구를 모으는 것. 그야말로 하나둘 사지만 어느 새 돌아보면 쇼핑백 몇개는 될 정도의 필기구들 ㅠㅠ 죄송합니다 엄마..

 

암튼 큭큭 거리며 재밌게 읽었다. 가족들을 위해 조금은 정리하시는게 좋을 듯도 하고. 어쩐지 조금은 위안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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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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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는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이 등장한다. 책, 책을 만드는 사람들, 고양이, 요리 등. 게다가 주인공 마지메는 내성적이고 성실하고 책 좋아하고 사회성은 떨어지는 사람의 전형! 그리고 직장 생활의 온갖 고초와 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월급을 받아가며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혹하는 유혹에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버리게 한다.

 아라키 고헤이의 인생은 - 인생이란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회사 생활은- 사전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대도해>라는 사전은 십년이 넘는 세월에 거쳐 거의 멤버 구성에 변화없이 만들어진다. 마지메라는 인물을 통해 내성적이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한가지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가를 말하는가 하면 그와 대조적으로 니시오카라는 밝고 긍정적이고 가벼운 사람들의 장점 또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간만에 뿌듯하고 잘 읽히고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언어가 먼저일까 경험이 먼저일까.. 두 가지가 어느 것 하나를 압도하는 일 없이 균형을 이루며 삶을 윤기있게 만들어가야 함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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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임수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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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인데 사진 한장 없다. 종이는 재생용지이고 3권까지 있는데 각 권이 두껍기도 하다. 몇년전에 읽어야지 하면서 여러해를 지나쳤다가(무려 10년!!) 올 초에 문득 생각이 나서 3권짜리를 세트로 샀다. 이 책은 읽을 수록 매력을 더하는 책이다. 오랜동안 걸어본 경험이 없는 나이지만 저자와 함께 터키의 시골마을들을 지나노라면 내 다리가 튼튼해지는 것 같다. 다른 여행서에서는 볼 수 없는 공포심,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내가 직접 겪지 않는 공포로 인해 읽는 재미가 배가 같다. 터키인과 쿠르드인의 대치 상황이라든지, 터키의 내전 등과 같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터키 사회의 일면이 여행내내 드러나 흥미롭게 읽었다. 예순 초반의 나이는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부모님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식으로서의 나도 돌아보게 한다. 슬프게도 여행의 말미에 저자는 아메바성 이질에 심하게 걸려버린다. 병의 고통이 극도로 심각하게 그려지는데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가 수술까지 받는 모양이다. 그래도 2권의 초반을 읽으니 여행이 중단되었던 바로 그곳에서 다시 짐을 지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있다. 글쎄.. 아직은 목숨을 걸고 그런 긴 여행을 꼭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언젠가 그런 바람이 내 마음속에도 불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어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걷기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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