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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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러시아 문학을 통해 소설가들이 말하고 있는 음식문화를 설명한다. 러시아 문학사를 한번에 훑으면서 좋아하는 음식이야기까지 나오니 일석이조란 생각이 든다. 러시아 문학하면 내가 알고 있는 소설가들은 고작해야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홉, 정도인데 그 마저도 많은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어서 줄거리가 나오는 부분은 내가 읽은 책 위주로 훑어 보았다. 러시아 문학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유용하게 읽혀질 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 이 많은 작품들을 접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새로운 책을 소개받는 기분이 될 것이다. 내가 찜한 책은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와 스탠리 엘린의 <특별요리>라는 추리소설이다.

어떤 음식이 훌륭한 음식일까? 비싼 음식이든 값싼 음식이든, 채식이든 육식이든지는 정말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맺음말에 쓴 것처럼 나에게 지금 주어진 한끼에 감사하며 너무 배부르지 않게(거의 늘 배부르지만ㅋ)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된 것 아닐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 나오는 음식들이었다. 죽음이 코앞인 상황에서 인간의 고결함이 어떤 것인지 이 책은 말해준다. 짐승과 인간이 어떻게 다른가, 좋은 음식은 무엇인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도 이 책을 읽으니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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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소설 - 하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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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서두를 읽어주는데 예사롭지 않아 읽게 된 책.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일본 경제호황기에 기회를 잡아 출세한 인물과 잘 살았던 부르주아 계급의 집안이 서서히 몰락해가는 과정에서 전형적인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서늘하게,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썼다. 

 소설의 중간중간에는 흑백사진이 나오는데 가끔은 무척 섬뜩하게도 했다. 실제로 이 사진의 공간이 소설의 공간과 일치하는 것처럼 상상력을 증폭시키게 되고 정말로 작가가 겪은 것인가하는 생각에 이르지만 그것 자체가 독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성공, 출세하기 위한 다로의 몸부림에서는 개츠비가 느껴지기도 했고, 다로를 인간적으로 무시했던 세 노녀가 다로의 성공에 놀라는 장면에서는 은근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제목이 본격소설이라니.. 나는 자꾸 본격적으로 소설을 써본다,는 이미지가 자꾸 떠올랐는데 전형적인 드라마 구조를 흥미진진하게 게다가 약간 무섭기까지 하면서 읽은 것이 어쩐지 4월의 독서에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폭풍의 언덕>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그런지.. 이 책을 계기로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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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1 - 개정판
찰스 디킨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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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주말 아침에 일어나 TV에서 보았던 세계명작만화(?)들은 한결 같이 가난한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당연히 부모는 없고 못된 사람들에게 핍박을 받지만 절대 좌절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소공녀 세라, 빨강머리 앤 등에 얼마나 감정이입을 했던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들에게는 알고보면 엄청 큰 유산이 숨겨져있었고 마음 좋은 후견인까지 짜잔 나타나곤 했다. 불행에 대한 보상이기도 한 그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착하게 산다고 해서 어떤 보상, 행운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오히려 손해를 볼때도 있었으니 착하게 사는 것은 거의가 자신의 양심의 문제이거나 나를 지키기 위한 것들이었다.

 구빈원에서 자란 올리버 트위스트는 이런 인물의 전형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복형이 등장하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사건의 전개는 옛날 작품이어서 그런지 급작스러운 점이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의 다양함과 통통 뒤는 캐릭터가 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이야기처럼 우리 삶도 권선징악이면 좋으련만 대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조금 쓸쓸한 여운이 남는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디킨스의 소설은 재밌다. 어린 시절의 나의 감수성을 떠올리게한 소설이었다.

 

우리는 주위 사람을 대하는 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부주의하게 잃어버린 것들, 못해준 일들, 잊어버린 일들, 보상해줄 일들을 자꾸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회상은 우리에게 가장 뼈아픈 것이다. 속절없는 회한처럼 깊은 회한도 없다. 이러한 고통을 피하고 싶다면, 시간이 있을 때 이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라. 2권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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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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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을 읽기 위해 오래전에 읽었던 <노인의 전쟁>을 다시 읽었다. <유령여단>은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존 페리가 아니라 제인이 주인공이다. 전편에 아내를 닮아 깜짝놀랐다가 알고보니 죽은 아내의 DNA로 만들어졌던 제인 말이다. 이야기는 상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인류를 배신(?)한 샤를 부탱이란 자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소설은 선택의 문제에 대해 말한다. 인간이 정말 육체와 영혼(정신)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부탱의 의식을 이식시키기 위해 디랙이라는 육체가 만들어진다. 아무런 경험이 없이 태어나는 육체는 처음에는 뚜렷한 성격이 나오지 않지만 경험이 축적되고, 기억을 끌어내는 단서들을 조금씩 경험하자 부탱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게 된다. 디랙은 선택했다. 자신이 비록 인류를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어났지만 그런 노예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선택이 실존주의자들이 말하는 적극적인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노예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그 노예의 삶을 기꺼이, 할 수 있는 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정도로 이해된다. 뒷 이야기는 이 재밌는 소설책을 읽어보길 권하며 마지막 3부에서 존, 제인, 조이가 어떻게 만나 해피엔딩이 될지는 읽어봐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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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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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그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살았을 뿐인데 어떻게 잘못 살 수가 있지?' 그는 이렇게 스스로 반문했고, 삶과 죽음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유일한 해답인 이 생각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간단히 결론지으며 그 자리에서 떨쳐 내고 말았다. p.131

이 소설에는 평범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그려져있다. 아니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점이 많은 사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명예를 얻었고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직장생활을 한다. 공과 사를 사려깊게 구분하고 예의바르며 명랑하고 철두철미하다. 그런 그에게 불행한 결혼생활이 찾아온다. 아마 이 불행도 누구나의 결혼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삐걱거림일 것이다. 가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이반은 일에 더 열의를 쏟는다. 그리고 병에 걸린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자존감 높은 이반은 자신의 병도 예상되는 죽음도 부정한다. 그리고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고 자조한다. 절친했던 동료들 조차도 그의 죽음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라는 저 말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잘못 산다는 것이 있을 때는 잘 산다는 것이 있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생의 중간점검을 해보아야 할 시기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우리 누구나의 죽음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생이라는 큰 범주안에 나라는 유일성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인생은 이 물음의 답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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