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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캐롤라인 냅의 책이다. 저자가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결코 내가 읽지 못했을 그런 종류의 책이다. 왜냐하면 나는 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우리 가족 모두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니 유전적으로 마시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야..) 여튼 이 책은 고통스럽고 유혹적이고 그야말로 중독 그 자체이다. 전문직에 유복한 가정(그러나 비툴린..)에서 자란 키 크고 예쁜 젊은 여자가 무엇이 부족해 알코올에 집착하게 되는지.. 그 극복과정을 그린 것이다. 정말로 솔직하고 술로 말미암아 저자가 겪었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정신분석가 아버지와 감정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어머니 아래서 자란 저자는 애정결핍에서 오는 허기를 술로 채웠다. 사람들과 쉽게 사귀지 못하고 건강한 인간사이의 관계를 힘들어한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너무나 안전하고 편안하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방어, 변명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흔히들 알코올 중독은 의지가 부족해서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알코올이 신체에게 미치는 영향이 마치 질병처럼 중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한마디로 이 중독에서 치유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과 병리적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읽는 내내 안타까웠던 것은 저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녀가 살아있다면 이토록 솔직하고 재밌고 아름다운 글들을 더 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