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복음 15:5


신에게로 나아갈 것인가, 인간에게 머물 것인가.
신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심적 갈등이 2시간 내내 군불처럼 데워진다.
사랑하고도 고통으로 남겨진 이 짐을 어찌 하리오...
미래의 어느 순간 이것이 과거의 누군가의 몫이었다는 것을 알거든
내 사과를 받아주오...

용서는 참된 것이나, 그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두려움.
모든 삶과 인연의 균열이 심장으로 전이 되는 것을 어찌 막으랴.
포도나무를 베어라... 길을 가다 부처를 만나거든 그를 죽이라 했던가.
포도나무를 베어라... 두려움이란 본디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두려움의 본질이었는지도 모른다.
(오.. 주여... 이 영화의 지루함도 용서해 주소서. ^^;;;)

"삶은 고통이지만 심각할 필요는 없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우리는 너무 고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우리를 짓누르는 고통이 삶의 전부인냥, 그 모든 고통의 집약체인냥...

"깃털처럼 가볍게".... 

울지도 말고 두려워 하지도 말라...  
그건 너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나요? 사랑하는 그대여...


점수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 많이 삐쳤어~~ '





결혼반지...
이 소심한 남자는.... 그 여자와 그 남자를 '마음속으로 죽이고도'
아직까지도 결혼반지를 버리지는 못했구나..




아... 조은지... 므흣.





"아무래도 아내가 바람이 난 것 같습니다."



"신라 서울 밝은 달밤에 새도록 놀다가
돌아와 내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아아, 둘은 내 것이거니와, 둘은 누구의 것인가? "

-처용가


킨제이 “사회적 규제만 없다면, 남성들은 평생 아무 여자나 섹스 상대로 삼으며 문란한 성생활을 즐길 것이라는 명제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반면 여성들은 다양한 상대를 접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만프레트 타이젠의 저서 <러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포유류의 97%는 정조관념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북아메리카 중서부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들쥐 ‘불스’와 산에서 서식하는 들쥐는 생김새는 거의 비슷하지만, 애정생활에 관한 한 완전히 상반된 특징을 보인다.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들쥐는 냄새를 통해 적합한 파트너를 찾으며 끔찍이 서로를 아끼는 낭만주의자들이다. 그들은 평생 한 파트너하고만 짝짓기를 하며, 나중에 직접 만든 둥지에서 새끼를 함께 돌본다. 반면 산에 사는 그들의 동족은 정반대의 애정생활을 보인다. 수컷은 새끼를 낳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며, 곧장 다른 암컷의 치마 속을 호시탐탐 노린다.
유전자 측면에서만 보면, 두 들쥐는 거의 동일하다. 그러니 산에서 서식하는 들쥐를 그토록 불성실한 수컷으로 만드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15년간 들쥐들을 연구해온 미국 에모리대학 래리 영 박사팀은 대초원에서 서식하는 성실한 수컷 들쥐에게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암컷에게는 옥시토신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했다.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은 자식과 배우자에 대한 애착을 유발하는 호르몬인데, 이들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하자, 순식간에 그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평소에 그렇게 자상하던 수컷이 교미가 끝나기가 무섭게 자취를 감췄고, 암컷 또한 파트너에 대한 흥미를 곧바로 잃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다음 연구 결과였다. 이번에는 산에 서식하는 들쥐를 유전적으로 변형해 바소프레신 수용체와 옥시토신 수용체의 양을 늘렸더니, 바람둥이 수컷 들쥐들이 갑자기 ‘자상한 아버지’로 돌변했다. 예전의 불성실함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대초원에 서식하는 들쥐처럼 그들도 이제 한 파트너에게 전념하고 새끼를 키우는 데 전념하더라는 것이다. "


아침엔 불륜 드라마가 점령을 하고, 연예 뉴스의 탑은 불륜으로 넘실거린다.

불륜은 인생의 불협화음 중 으뜸이 아닌가 싶다.
정조가 사회적 책임이건 인간적 의무이건 간에 남녀의 관계만큼이나 불륜이 뜨거운 이슈인 것은
인간 모두의 내면에 꿈틀거리고 있는 본능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내적규율이 어느 한 순간에 무너질 때 누군가는 낭만이라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배신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남의 일일 때이다.
내 것이 되는 순간, "년 놈의 두 눈을 뽑아버리고 싶"은게 진실이 아닐런지...

"도장 처음 판 건데 평생 쓰는건가요? "
도장 파는 남자 박광정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을 터.
소심함, 맺을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인간의 관계에 대한 회의는 또 다른 불륜으로 알아간다.
바로 '그 놈의 아내'로 말이다.
"내 나이에도 새 이빨이 날까요?"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것은 쓸모 없어진 질투가 남긴 빈 자리를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함에 있다. 뭐든지 씹어 삼키게 했던 '그것'이 사라진 후에 씹는 행위는 무의미하지 않은가.


'씹'... 씹하는 인간이 사랑때문이라 말한다면 당신의 씹에 질문을 하면 안된다.
"했어요 안했어요? 했으면 어디까지 했다 그런게 있잖아요"
"그쪽도 했고 나도 했고 이제 그만 합시다"
"어디까지 했어요?"
"했다니까..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허헛... 내참 이마에 딱 써있네.. 거짓말"


모든 것이 거짓말인지도 모르겠다.
사랑도 배신도 질투도 기다림도...


아~ 찌질한 남자들의 대화가 '무덤'을 파는구나.
웃긴다.
막 웃다가 남자들의 이런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
감독이 원망스럽다. 


점수 :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licia 2008-08-03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봤는데 겨울에. 이거보고 쓴 리뷰도 있었는데 지웠어요 지금은요. ^^
굉장한데요~ 라주미힌님께 별네개를 받은 영화라니. ^^

라주미힌 2008-08-0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겼어요.. 여러모로 ㅋㅋㅋ
남자들의 치부를 드러낸 거 같기도 하고.. 감독의 도발적인 영상도 매력있고..
 






Feed~!  
그것,
육체는 육체에 의해 태어나고, 욕망을 소비하고 또 소비하여, 문화와 패션에 의해 길들여진 신체에 해방을 안겨준다.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에 이르는 새로운 해법!이라 믿는 '변태'의 행각이 찬란하게 펼쳐지는 영화다. 실화는 아니지만, 있는 일들이라는 이 영화의 도입 코멘트부터 심상치 않다. (꽤나 역겨운 ㅡ..ㅡ;)

욕망의 인간적 얼굴과 사회적 얼굴은 변태 때려잡는 형사의 일상과 변태의 일상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형사의 성적 컴플렉스와 페르소나의 괴리는 아내가 떠날까 하는 불안과 자기 성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사의 숨겨진 내면이며, 이것은 우리 사회의 여러 얼굴이고, 사회적 도덕률이 얼마나 위태롭고 허약한 기반 위의 질서인가를 보여준다. 비만 여성으로 대표되는 그녀들이 갈구하는 것은 '무한한 욕망'이다. 그것을 과도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무한한 힘'을 가진다.
움직이지 못할 체중이 될때까지 먹이고 먹임으로써 관계의 기능적 '가능성'을 시험하는 주인공 변태는 피라미드 최상위 권력의 포식자가 된다.
이것은 사육과 피사육이라는 새로운 종속적 관계에 관한 실험인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오직 '사육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사랑법'인 것이다.
강렬한 식욕으로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변태와 '폭력적인 섹스', '사랑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형사의 대비는 성욕과 식욕의 '파워' 게임이다.

누군가에겐 역겨운, 그러나 자신의 신체를 너무나 사랑하여 스스로를 먹어치워버리는 인간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 세상은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말하지만, 결국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다.
욕망하는 방식이 다양한 것처럼 가장을 했지만, 누가 '사육자'가 될 것인가 '피사육자'가 될 것인가를 치열하게 다투는 콜로세움인 것이다.

"먹이는게 범죄냐?"
인간의 욕망 위에 올라서려는 자의 질문은
자본증식의 욕망으로 굴러가는 절대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Cherish is the word I use to describe.
Cherish me as I cherish you

OST는 제물의식의 노래처럼 인간의 파멸과 희생, 사랑과 영원을 밀랍인형처럼 반죽한 듯 하다.

내용이 쫌 역겹지만, 마지막 반전(?)이나 메세지가 까끌까끌한 것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점수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 낭자가 보내온 문자.

'저, 컴퓨터 예술의 탄생 샀어요. 안 읽어볼꺼예요." 

내가 보낸 답장.

'책은 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중요해.'
 
한 마디 더 덧붙이기를...

'특히 내 책은....'


---------------------------


저자가 매기는 독자의 등급


1등급 : 책을 사놓고 까먹고 또 사는 독자지존 
2등급 : 책을 사서 읽고 또 사서 남에게 선물하는 독자제현 
3등급 : 책을 사기만 하고 안 읽는 독자분
4등급 : 책을 사서 읽는 독자
5등급 : 책을 사서 읽은 후에 헌책방에 파는 독자녀석  
6등급 : 책을 빌려 읽는 독자놈
7등급 : 빌려읽은 주제에 악평 하는 독자색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8-07-2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등급 : 책 빌려가놓고 낼름 먹어버린 xxx, 책을 돈 주고 사느니 차라리 욕을 먹겠다는...

대학교 때 그런 인간 하나 있었는데.. 시험 보기 전에 전날 전공책 하루만 빌리자고 해놓고 먹어버린 우리과 최고의 '빈대'... .. ㅡ..ㅡ;;;;;

웽스북스 2008-07-26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가끔 7등급인데 ㅎㅎ
다행히 1등급은 안가봤지만 2등급에서 7등급까지 난 다 포함돼요 ㅋㅋㅋㅋㅋㅋ

(1등급 위험 쫌 있어요 근데 ㅋㅋㅋ)

마노아 2008-07-26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 요새 5등급 많이 하는데^^;;;

마늘빵 2008-07-2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고 재밌는데요. 대개는 4등급이지만 간혹 1등급 짓도 한다는. -_- 6,7등급은 거의 해당안됨. 난 책은 남이 갖고 있어도 사니깐.

Kitty 2008-07-2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거 정말 재밌네요 저는 1등급만 빼놓고 다 하네요 ㅎㅎㅎ
빌려 읽는 것에는 도서관도 포함되겠죠? ^^;;;

라주미힌 2008-07-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존에서 색귀까지... 우리는 여러 모습을 하고 있지용 :-)
 

[이허브] 택배 수배송물량은 하루 평균 300만개. 물량이 증가하면서 고객들의 서비스 불만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택배관계자들은 "당분간 서비스가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언한다.

개당 2500원의 택배비로 하루 16시간 뛰어야하는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서비스 질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일선 배송사원들의 하소연이다. 본지는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물류 종사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택배 현장을 동행 취재해 그들의 고충을 직접 들어 봤다.
< 편집자 주 >

올 들어 가장 더웠던 지난 7월 15일, 낮 최고 32.1도. 바람 한 점 없는 습한 날씨에 아스팔트도 녹일 만큼 햇볕은 강렬했다. 이날 취재는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이하 세덱스택배) 택배 은평영업소 배송사원을 소개 받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다.




수건 한장을 땀으로 흠뻑 적실만큼 하루 16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택배배송 사원.
올해로 34살인 김종수(가명)씨는 택배를 한 지 1년 정도 되었지만 마포터미널에서는 베테랑 총각 직원으로 통한다. 김 씨의 하루는 오전 6시30분 터미널로 출근하면서 시작된다. 이 시각 터미널에서는 밤새 대전 허브터미널에서 분류되어 간선차량에 실려 온 택배화물이 배송지역 별로 다시 분류해 하차 중이었다. 김 씨는 배송지도를 보며 오늘 자신이 배송할 은평구 갈현동 지역과 중간에 들를 진관동의 상품을 확인하여 순차적으로 싣고 운송장을 정리한다.

기자가 마포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30분. 센터장의 소개로 만난 김 씨는"오늘 날씨가 더워 고생을 좀 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씨는 "오늘 배송물량은 100개로 평지 쪽 갈현동 33개는 오전에, 이 후 진관동은 8개, 다시 갈현동 골목지역 빌라촌은 59개를 배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김 씨의 머릿속에 배송순서와 지역 안배가 모두 끝나있었다. 오전 10시 20분 터미널 출발, 차량 내부는 벌써 가만히 있어도 숨 막힐 듯 뜨거웠다. 에어컨도 켜지 않아 배송 시작 30분도 지나지 않아 바지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첫 서비스 고객은 택배가 도착했다는 말에 문도 열어보지 않고 문 앞에 놓고 가라고 했다. 김 씨는 예전엔 택배가 오면 손님이 온 것처럼 반가와 했는데, 요즘은 고객 얼굴을 대면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흔한 서비스가 됐고 택배를 가장한 흉악범도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100개의 상품을 배송하려면 차에서 100번 내렸다 타는 일을 반복한다. 배송지에 최대한 가까이 차량을 세우지만, 100번이나 평균 50M를 차에서 내려 뛰는 반복적인 일은 일이 몸에 밴 김 씨에게도 버거워 보였다. 장거리 구간의 컨테이너와 일반 운송과는 또 다른 노동의 강도를 느끼게 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차에 타고 내리기를 수백 번, 배송이 끝날 즈음엔 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찜통 더위 속 100여개 배송, 하루 250층 오르내려



김씨는 계단을 하루에 250층 정도 오르내린다고 했다. 택배 중 가장 고마운 고객이 누구냐는 질문에 "배송을 갔을 때 직접 받아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운송장에 주소와 연락처, 그리고 부재 시 맡길 곳을 정확하게 기재해줄 때 가장 고맙다"며, "통상 100개의 화물 중 얼굴을 마주하는 비율은 30%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도 화물을 직접 받는 고객은 드물었다.

전반부 평지인 갈현동 33개의 배송이 끝난 시각은 오후 1시 30분. 늦은 점심을 먹고 나자 김씨는 오늘은 배송직원 1명이 출근을 안해 진관동 은평 뉴타운 지역 배송을 가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로 15분 이상 떨어진 뉴타운 배송이 끝나자 오후 2시 30분을 넘겼다.
"날이 이렇게 무더운데 왜 에어컨을 틀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기름 값도 기름 값이지만, 1~2분 주행 후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배송에서 에어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연신 땀을 닦아 냈다. 오후 4시를 넘기면서 갈현동 빌라지역은 굴곡과 오르내림이 심한 골목길의 연속이었고, 4~5층 배송이 서너 번 반복되자 김 씨도 지치는 듯 잠시 쉬자고 했다. 이날 배송과정에서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계단에 앉아 음료수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16시간의 중노동, 한 달 수입은 50~60만원 불과

김 씨는 이 일을 하기 전엔 제빵기술자로 10년간 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밀가루 알레르기로 일을 할 수 없어 쉬고 있던 차에 생활정보지에서 월 250만원을 보장한다는 지입차량 광고를 보고 찾아가 택배 일을 시작했다.
택배나 운송 일을 전혀 몰랐던 김 씨는 지입 운수회사 말만 믿고 계약금 100만원과 나머지는 캐피탈회사에서 차입해 총 165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2004년 생산된 지금의 차량을 받았다. 김씨는 "월 평균 270만원을 벌지만 여기서 70만원은 기름값으로, 차량 할부금 60만원, 하루 용돈 1만원을 빼면 남는 비용은 100여만원, 이 돈에서 다시 보험료, 지입료, 휴대전화 요금, 세금, 차량유지비 등을 제하면 실제 남는 돈은 50~60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씨는 "돌이켜 보면 월 250만원 수입 보장이란 광고에 속아 참 바보 같은 일을 했다"며 허탈해 했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놓지 못하고 계속 하냐고 묻자 "사회 전체가 실업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 일마저 관두면 무슨 일을 하겠냐?"며 되물었다.

고된 업무 참을 수 있어도 미래 희망 없어 더 절망

택배 일을 하며 가장 힘든 점을 물으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답답하다"고 했다. "현재 지입한 운수회사가 부도를 내 차량이 압류 당하면 할부금을 꼬박꼬박 낸 차의 권리조차 주장할 수 없어 불안한데다 기름 값 등 운영비는 자꾸 오르는데 택배가격은 떨어져 수입이 제자리인 현실 때문에 앞날의 구상을 전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김씨는 또"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해마다 가격을 하락시키는 택배기업들을 이해 할 수 없다"며, "언제까지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조만간 택배사원들도 파업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배송과 내일 수송할 고정고객 화물을 모두 픽업해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20분. 터미널 소속 배송사원 중 가장 빨리 수·배송을 끝낸 김 씨는 사무실로 돌아와 연락이 안 된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상품 맡긴 곳을 설명하는 마무리 작업을 했다. 그러나 오늘 배송 중 사람이 없어 계단 밑에 놓아뒀다는 연락은 받은 고객이 배송물건을 직접 와서 찾아내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이런 고객이 꼭 한 두명 있다며, 고객이 없어 안전한 곳에 물건을 놓아두었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찾아내라는 소비자들 때문에 더 힘들지만 어쩌겠냐"며 쓸쓸히 터미널을 나섰다.




배송이 끝나갈 무렵 남아 배송차량에 남아 있는 택배화물
이번에 동행 취재한 김 씨는 하루 100개를 배송했지만, 이날 만난 다른 택배업체 사원들의 경우 하루 150개까지 배송한다고 했다. 그래도 일요일 하루는 쉴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 씨는 일 하는 동안은 잡념이 안 생겨 좋다며, 하루 빨리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 16시간의 열악한 근로환경, 바닥으로 추락한 택배가격.
고작 10시간을 동행 취재하며 지켜본 택배 현장은 고객의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업계와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제라도 정부의 조정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스탕 2008-07-2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 울동네 사가와택배 아저씨 바빠 돌아가시려합니다.
하루 배송량이 평소의 50%가 늘었다네요.
방학시즌이라 다음학기 참고서등 주문이 많아 평소보다 일이 너무 많다고 힘들다고 하세요.
그래서 제게 올 책도 하루씩 늦춰지고 있어요. 뭐 급한 내용이 아니기에 그냥 넘기고 있습니다만 아저씨 참 힘들어 보이세요..

LAYLA 2008-07-25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 이용해서 좋긴 하지만 남는게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속 이야기가 있었네요.

웽스북스 2008-07-26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전 택배아저씨가 바쁘다고 엘레베이터 앞으로 나와달라고 하면 꼭꼭 나가잖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