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모니터만 향하던 내 머리통은 잇몸이 부어올라 편두통으로 번지나 싶더니
이제는 외피마저 통증이 느껴져 잠잘때 한 쪽으로 돌아눕기도 힘든 상황이다.
오늘 오후, 간단한 빵과 우유로 허기를 면한뒤 다시 모니터로 향하던 내 시선은
창밖의 은행나무, 황홀하도록 노란 빛의 은행나무에 잠시 걸쳤다.
아, 나는 저걸 못보았구나.
나무는 저렇게 황홀한데 나는 이 엘시디 모니터 화면만 죽어라 본게로구나.
허허, 씁쓸한 웃음이 절로 났다. 보이는 것만 보인다더니 저리도 큰 나무가 내눈엔 안보였던 거다.
그렇지, 그러니 사람을 봐도 그런거다. 남들 눈에는 다 보이는 엄청난 들보 같은 결점도
내눈에는 전혀 안보이는 그런 시기가 있는거다. 혹은 아주 콩알만하게 보이거나.
문제는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라면 언젠가는 현실을 직시하게 될 날이 오고 그럴때는 생각이 변한다는 것.
무엇이든 극단적인 것은 별로다. 조금더 작게 보이는 것, 아주 작은게 안보이는 것.. 그런 정도가 좋겠다.
나는 얼마나 눈뜬 장님처럼 살아온걸까. 지금도 내 눈에는 보이는 것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