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대부분의 선택은,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무엇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인듯 하다. 지나고보면 이미 답을 알고 있었으나 수용하는데 용기가 필요했던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연이어 사흘정도 신기하게 숙면을 취했다. 너무 편하고 포근한 잠이어서 매일 이런 잠을 잘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누적된 피로가 단 사흘의 숙면으로 풀리지는 않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의 무게 때문에 곤혹스럽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꽤나 안심이 되었다. 불면에서 벗어난 것.
어제, 아주 오랜만에 나는 다시 익숙한 시간을 마주하며 내가 잠시 도망을 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순간 나는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웃고 들떠하기까지 했으나 사실 나는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고 결국 후다닥 냅다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걸 깨닫고 나자 너무 부끄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파렴치하기까지 한 내 행동을 돌이켜 본다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더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너무도 간단하게(물론 당사자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나는 예전의 그 자리에 다시 들어가 앉을 수 있게된 것이다.
조금은 어색하게, 쑥스럽게.. 다시 익숙한 내 자리에 앉아서 살짝 눈물을 훔치고 있노라니 그만, 구름 위로 두둥실 떠오른 기분이 되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선택을 한 것이고, 잠시나마 비겁하게 도망을 쳤었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게, 겁내지 말고, 도망치지 말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