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군요.

저는 비가 오는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매우 현실적인 이유로 말입니다.

기압이 낮으면 두통에 시달리는 체질이라서요.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창밖으로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깔리고 좋은 음악이 함께 하면 기쁘죠.

 

누군가 왜 사느냐고 물어오면 몇 초 동안 눈을 껌뻑이면서도

매일매일 일상에 뛰어들어 허덕이죠.

그렇다고 정말로 열심히 사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간신히 삶을 이어간다고 할까요.

패배주의에 빠져서 불평을 늘어놓고 불만 투성이의 얼굴로

귀는 이어폰으로 막아버리고 세상을 싫어하지요.

 

때로는 인생의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아서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눈물로 잠자리를 적셔버리곤 합니다.

친구들과의 유쾌한 놀이도, 그들의 격려도 혼자 돌아와 빈 공간에 남게 되면

모두 깜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우울함만 덩그라니 나를 기다리고 있죠.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매 순간,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훨씬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지독하게 아픈 기억들도 아픈 순간 바로 처음이고

영영 잊지 못할 것 같은 그 순간이 바로 마지막이라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당신도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 2003년 봄에 쓴 글이다. 그랬군.

곧 눈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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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2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정말 모든 것이 소중해지는것같아요. 애달프고 간절하고 모든 사람이 그런 맘이라면 세상은 사랑으로 충만하겠죠

이리스 2005-11-2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