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게 표가 생겨 보게 된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봤던 예술마당에서 공연 중이었다.
관객이 참여하는 열린결말이라는 정보만 갖고 보러 갔다.
어쩐지 어수선하고 애드립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그런 연극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신없이 웃다가도 정신 바짝 차리고 범인 찾기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연극이 끝났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이 좋았고,
그때 그때 시기 적절한 대사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애드립도 훌륭했다.
CSI를 너무 많이 본 관객들 탓일까? 너도나도 형사가 따로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예라한 관찰력의 소유자가 많은 것일까싶게.
증인 역할의 관객들 사이에서도 은근한 경쟁심리가 발동해 서로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보려 애쓰게만드니
<쉬어 매드니스>의 관객 참여 전략은 200% 성공한 셈이다.
인터미션에도 배우들은 쉬지 않고 계속 무대에서 연기한다. 그 때 관객들도 단서를 함께 찾는다.
형사에게 취재 협조를 위해 도움을 줄수도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극을 구성한 연출자가 궁금했다. 찾아보니 한국예술종합학교 1기 변정주씨다.
아래는 그에 대한 무비위크 이유진 기자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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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정주| 실천을 위한 무대의 목소리
작년에도 바빴지만 올 한 해 굉장히 바쁘다고 들었다.
<마이 스케어리 걸> 최종 대본 수정 때문에 이틀 감금당했다.(웃음) 지금 <쉬어 매드니스>를 하고 있고, 여름에 <날 보러 와요>가 확정됐고. 5월엔 <한국사람들>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올린다. 2006년에 올렸던 작품인데, 그때 프랑스의 대표 극작가 미셸 비나메르가 보고 좋게 평가해서 프랑스까지 가게 됐다. 그리고 극단 작품까지 하게 되면 한 여섯 작품 정도? 소모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계속 경계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기로 알고 있다. 원래부터 연출을 꿈꿨던 건가.
아니다. 원래 체대생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좀 다쳐서. 막연히 예술을 하고 싶었다. 수능 안 봐도 된다고 하길래 친구 따라 시험 보러 갔는데 친구는 떨어지고 내가 된 거지. 식상한 레퍼토리지만 진짜 그렇다.(웃음) 사실 나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말이지. 근데 시·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축구랑 연극이랑 비슷하다. 실제로 연출하는 데 축구가 도움이 많이 된다.
지금 공연 중인 <쉬어 매드니스>는 관객에 의해 결말이 바뀌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배우의 역량이 중요한 작품이다.
열린 결말이고 배우들의 즉흥성이 요구되는 작품이긴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짜여 있는 거지. 사실 즉흥적 애드리브가 공연을 망칠 수도 있다. 대본대로 다잡는 게 내 일이다.
결국 연극은 배우의 것이 아닌가 싶다. 연출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한 거다. 연극은 배우가 만드는 거다. 근데 또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배우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연출이 생각한 세계 안에서 만드는 거니까. 작품을 할 때마다 늘 그걸 염두에 둔다.
그렇다면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나?
작품마다 다르지. 예를 들어 <쉬어 매드니스>에서 중요한 건 진실성이 아니라 사실성이다. 모든 세트와 소품, 배우들의 연기, 상황 이런 걸 사실에 가깝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난 언어도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말과 노래가 다르다고 생각지 않는다. 외국 작품의 경우 한국말로 옮겨지면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는데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김광림 작가와 극단 우투리를 같이 이끌어가고 있다.
작품을 올릴 때 관객의 기호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하고픈 쓴 소리를 하기 때문에 참 좋다. 나처럼 어린애가 그런 얘기를 하면 잘 모른다고 치기 어리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김광림 선생님이 든든하게 버티고 계시니 고맙고 좋다.(웃음) <선녀는 왜>라는 작품은 이명박 후보 떨어뜨리는 게 목표였는데 그렇게 안 됐다. 연극의 힘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 시점에서 하고 싶은 연극은 뭔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거. 생각을 토론할 수 있는 관객들이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런 소수의 관객이 소중하다.
그 외의 관객들에 대한 욕심은 없나.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천천히, 조금씩,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걸 위해서 무언가를 억지로 하거나 하진 않을 거다. 그건 거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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