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줄거리 및 원작 줄거리 있음 

거꾸로 사는 남자가 있다.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 아기가 되어 세상을 떠난다. 그 남자만 그렇다. 그 남자를 둘러싼 다른 모든 사람들은 거꾸로 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늙어가고 세상을 떠날 때 홀로 젊어지고 어려진다. 첫눈에 반했던 소녀는 아가씨가 되었다가 마흔을 넘어서는 중년이 되고 할머니가 되어간다. 너무도 당연하게 시간이 흐른다.  

오로지 그만 다르게 변한다. 시간의 돌연변이인 그는 불행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 함께 있을 수 없고, 그 사람과의 사이에 낳은 자식도 부모로서 돌봐 줄 수 없다. 그래서 떠난다. 홀로. 떠난 그는 삶의 기억을 치매 환자의 기억력 수준으로 남기고 몸은 아기가 되어 마지막을 향해 작아져 간다. 한없이 작아져 사랑하는 여인의 늙어 주글주글한 주름진 손과 가느다란 팔에 안겨 새근새근 영원히 잠이 든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고 해도 사랑을 갈라놓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는 그렇게 한 편의 러브 판타지를 펼쳐 놓는다. 원작의 그는 쉰살이 넘은 아내의 모습에 질려하고 억지로 웃는다. 그는 젊은 청년이므로. 그리고 손자와 함께 유치원을 다니다 유모의 기억을 안고 마지막 숨을 거둔다.  

기막히게 감동적이고 완벽한데, 아기가 되어 사랑하는 여인의 품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벤자민 버튼과 할머니가 된 그녀는 그렇게 행복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그 마음이 원작을 들춰보고 나서야 편해진다. 이 편이 훨씬 사실적이구나. 그리고 그 간극은 이렇게도 멀구나, 확인하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다. 

판타지는 판타지, 그래서 시간을 거슬러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할 자신이 없는 나는 더 우울해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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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2-1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스님, 저도 영화부터 봤어요. 후반으로 가면서 세월의 흐름(거꾸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이전보다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원작소설은 조만간 읽을듯.^^

이리스 2009-02-17 18:54   좋아요 0 | URL
아이가 되어 잠들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또 현실과 같기도 한 듯 합니다.
육체의 변화만 다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