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책이 나왔을 때 서점에서 대강 훑어봤었다. 그리고 덮었다. 그 책에 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건 초호화 캐스팅 때문이었고, 약속 시간 사이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였다. 

새로울 것 없는 로맨틱 무비 한 편, 이라고 짤막하게 감상평을 남겨도 될 일인데, 무심하게 넘기기에는 켕기는 부분이 좀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홀랑 넘어가서 간이랑 쓸개를 다 내놓고 춤춰댔던 나로서는 지지의 행동이 어찌나 익숙하던지. 

남자고 여자고 간에 상처 받는 걸 원하는 쪽은 없다. 자기애가 도를 지나쳐서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러느라 놓쳐버린 인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한 모든 그럴싸한 이유들은 그저 자기 방어를 위한 구실일 뿐이다. 문자메시지, 블로그, 메신저.. 이런 손쉬운 연락망 때문에 상처 받을 길은 더 많아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더 자기 방어에 신경을 쓴다. 반해놓고도 반하지 않은 척, 자신에게 반하지 않은 상대를 두고도 사실은 반했을 거라고 끝까지 우기기. 

모든 법칙에 예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핑계로 영화는 따뜻한 결말로 마무리 된다. 그래, 그렇게라도 희망이란걸 갖게 해준다는데에 불만은 없다. 반하지 않았던 상대를 반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시종일관 눈이 즐거운 스타들 총 출연에 해피엔딩이라니 로맨틱 무비의 소임을 다한 것.   

눈치없이 실수를 한 꼴이 된 지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알렉스를 향해 던진 통쾌하고도 절절한 대사에 영화의 주제가 담겨 있다. 해서, 이 영화의 핵심은 이런것 아닐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자, 끝까지 장 맛을 못보리라.'

자, 이제 장 담그러 가야겠다.


댓글(4)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당신도 공감했는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
    from 라디오키즈@LifeLog 2009-02-19 13:19 
    오랜만에 팀원들이 몰려가 본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며 여자들이 모르는 남자들의 속내를 끄집어 내겠다고 시원스레 포부를 밝히고 시작한 영화는 정말 남자들의 속내에 접근했는지 까지는 확언해주기 어렵지만 다분히 공감가는 주제와 이야기들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이끌어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가 다시 한번 실력을 발휘했다지만 섹스 앤 더 시티를 제대로 챙..
 
 
다락방 2009-02-1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리스님.
저는 이 책이 그저 그런책인줄로만 알았다가 완전 반했더랬어요. 정말 지독하게 재미있는 책이었죠. 계속 낄낄대고 밑줄 박박 그어가며 읽었어요. 지금도 책장 어딘가에 있을거예요.

도대체 그 책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저도 볼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이리스 2009-02-15 23:57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저는 아무래도 그 내용이 우리나라 정서랑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가 반감되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다락방님이 밑줄 벅벅 그어놓은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프레이야 2009-02-17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요샌 봐야겠다싶은 영화가 왜 이리 많대요.ㅎㅎ

이리스 2009-02-17 23:25   좋아요 0 | URL
봐야겠다 싶은 영화와 책은 언제나 거의 산더미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