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책이 나왔을 때 서점에서 대강 훑어봤었다. 그리고 덮었다. 그 책에 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건 초호화 캐스팅 때문이었고, 약속 시간 사이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였다.
새로울 것 없는 로맨틱 무비 한 편, 이라고 짤막하게 감상평을 남겨도 될 일인데, 무심하게 넘기기에는 켕기는 부분이 좀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홀랑 넘어가서 간이랑 쓸개를 다 내놓고 춤춰댔던 나로서는 지지의 행동이 어찌나 익숙하던지.
남자고 여자고 간에 상처 받는 걸 원하는 쪽은 없다. 자기애가 도를 지나쳐서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러느라 놓쳐버린 인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한 모든 그럴싸한 이유들은 그저 자기 방어를 위한 구실일 뿐이다. 문자메시지, 블로그, 메신저.. 이런 손쉬운 연락망 때문에 상처 받을 길은 더 많아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더 자기 방어에 신경을 쓴다. 반해놓고도 반하지 않은 척, 자신에게 반하지 않은 상대를 두고도 사실은 반했을 거라고 끝까지 우기기.
모든 법칙에 예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핑계로 영화는 따뜻한 결말로 마무리 된다. 그래, 그렇게라도 희망이란걸 갖게 해준다는데에 불만은 없다. 반하지 않았던 상대를 반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시종일관 눈이 즐거운 스타들 총 출연에 해피엔딩이라니 로맨틱 무비의 소임을 다한 것.
눈치없이 실수를 한 꼴이 된 지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알렉스를 향해 던진 통쾌하고도 절절한 대사에 영화의 주제가 담겨 있다. 해서, 이 영화의 핵심은 이런것 아닐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자, 끝까지 장 맛을 못보리라.'
자, 이제 장 담그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