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네 설맞이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
우지영 글,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 설은 항상 설레임이었다.
늘 그런건 아니었지만 예쁜 설빔이 생길때도 있고 맛난 음식들이 즐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세뱃돈의 그 기쁨이란....
용돈이란걸 제대로 받을 수도 없던 시절이고 또 군것질거리도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라 설의 그 풍성함이 정말 좋았던 거겠지.

하지만 어른이 되고 특히나 결혼을 해서 맞는 설은 설레기는 커녕 며칠전부터 스트레스나 엄청 쌓이는 애물단지처럼 돼버렸다.
왜 그럴까?
뭐 그건 당연히 일이 너무나 많아서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새롭게 깨닫게 되는건 단순히 일이 많아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이의 설맞이라는 이 예쁜 그림책을 보면 설을 맞는 가족들의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집안의 여자들은 설 한참 전부터 온 가족이 입을 설빔을 짓고
장을 보고, 음식을 한다.
요기까지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그럼 남자들은 뭘할까?
아버지랑 오빠들은 뒷산에 덫을 놓아 꿩을 잡는다.(꿩으로 떡국의 국물을 낼게다.)
그리고 장이 서면 아버지는 어머니와 같이 대목장을 봐온다.
아버지와 오빠가 떡메를 치고,할아버지는 손자의 방패연을 만들어주고, 음식을 할때도 청소를 할때도 모두들 같이 하고 있다.
물론 누가 더 일을 많이 하느냐고 하면 여자들이 좀 더 많은건 사실인것같다.
하지만 설이 명절이 즐거울 수 있는건 이렇게 남녀 모든 가족이 같이 그 설을 준비하는데 있을게다.
같이 일을 하며 같이 새로운 날을 맞는 것. 이게 설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산업화 이후 이런 공동체의 행사로서의 설의 의미는 어느덧 퇴색해버렸다.
도시에서의 설은 더 이상 가족공동의 행사가 아니고 남자들은 안방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거나 tv를 보고 아니면 고스톱으로 즐겁기도 하다.
여자들은 부엌에서 그들이 먹을 음식을 뼈골빠지게 해내야 하고.....
어쩌면 이렇게 한쪽으로만 몰려버린 노동이 설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린건 아닌지....
노동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될때 그것은 그 일의 양과 상관없이 그야말로 고역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면서 가족 모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같이 짚어보며 읽으주면 더 좋을 것 같은 그림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설에는 이렇게 모두 같이 열심히 설 준비를 해서 새해를 맞는거야라고 얘기해줬다.

이번 설에 시댁에 가면 우리 딸이 "큰아빠 작은아빠는 왜 아무것도 안해요? 설은 같이 준비하는건데?"라고 질문을 던져주면 얼마나 좋을까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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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8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곰 2008-11-1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책읽는곰 출판사입니다. 바람돌이 님도 우리 출판사의 첫 작품 <연이네 설맞이>을 읽으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우리문화 온고지신 시리즈는 책읽는곰 출판사의 야심작으로 앞으로 여러 가지 주제로 펴낼 계획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즐찾 추가합니다^^

바람돌이 2008-11-17 22:41   좋아요 0 | URL
아 이게 첫작품이었나요? 그건 몰랐네요. 죄송...
우리집 아이들이 좋아해요. 뒤에 나온 더도 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도 저희집 애들이 재밌게 봤는데 이렇게 좋은 책 많이 만들어주세요. ^^
 

그림 그려본건 아무리 생각해도 고등학교때가 마지막이였지싶다.
그런데 5일간 받은 연수 프로그램중의 하나가 불화그리기였다.
연수 이수증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그 긴시간 안 그리고 있으면 할일이 없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따라그린 불화를 어쨌든 완성했다.
밑그림 베끼기(절대 그리기가 아니다)부터 완성까지 무려 8시간 걸렸다.
그래서 기념 사진 하나....



왼쪽의 세상 다 산듯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관음보살은 내꺼
옆에 얼굴없는 달걀귀신이 된 부처님은 옆지기 작품이다. (옆지기는 마지막 눈코입을 그려넣는 즐거움을 예린이와 해아에게 주기 위해서라고 극구 고집했다)
사진을 크게 안찍은 이유는 자세히 보면 안되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ㅎㅎ

불화를 그리는 방법과 과정을 몸으로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랍시고 이 과정을 연수에 넣었다는데 정말 몸으로 확실히 알았다.
완전 노가다가 따로 없다는걸....
앞으로 그림그리는 사람을 존경하기로 했다. ㅠ.ㅠ

불화그리는 순서 -
1. 밑그림을 화선지에 가는 붓으로 그린다.
2. 나무판에 그림을 고정시키고 그위에 화선지 한장을 더 붙이고 그다음에 약간 젖은 상태의 천을 붙여 고정시킨다.(이 과정을 배접이라고 한다.) - 완전히 마를때까지 둬야한다.
3.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우리는 기본 색은 선생님이 만들어주셨고 그걸 약간씩 섞어서 색을 만들어야 했는데 원하는 색깔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나올수 있는 색의 종류가 너무 뻔하더만.... 원래 저 연꽃도 분홍색으로 하고 싶었으나 흰색없이 분홍색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ㅠ.ㅠ)
4. 그리고 색칠
5. 그림에 먹지를 놓고 초안을 올려놓아 주름등을 채색된 그림위에 표시해준다.
6. 그리고 검은색 먹으로 주름과 각종 윤곽선들을 표시해주면 완성 (나의 경우 초안을 아이들 색칠용으로 줘버렸고 또 귀찮기도 해서 주름은 내맘대로 그냥 그려넣음) ㅠ.ㅠ

이 과정은 모두 방바닥에 그림을 펴놓고 엎드려서 해야 하는 관계로 불화 작업은 관절염에 아주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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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26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부터 예술가로 불러드리겠습니다.. 아티스트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08-01-26 03:43   좋아요 0 | URL
캄사합니다!!! ^^ 역시 메피님이 최고야요!!! ^^;;

bookJourney 2008-01-26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 불화를 그리시다니, 대단해요 !!

바람돌이 2008-01-27 00:16   좋아요 0 | URL
시키는 대로 따라하면 돼요. 다만 못그리는 그림 따라그려야 하는 심적부담이 워낙에 크긴 하지만요. ㅎㅎ

순오기 2008-01-26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화를 그렇게 그리는거군요. 고생해서 완성된 님의 불화작품이라 추천 한방! ^^

바람돌이 2008-01-27 00:16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나머지 두분은 누구실려나? ㅎㅎ

라주미힌 2008-01-26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이 원판 인줄 알았음.. 오오...

바람돌이 2008-01-27 00:16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님은 역시 어떻게 하면 기분을 좋게 해주는지를 아셔요. 즉 고수라는 말씀! ㅎㅎ

BRINY 2008-01-2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보충수업시간에 문화사 하고 있는데, 불상에 대한 애들 질문 내지 교과서에 실린 불상 사진에 대한 애들 코멘트가 너무 웃겨요. 애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받은 건 관촉사 미륵입상이랍니다. 애들 왈, 얼큰이 부처님이라네요.

바람돌이 2008-01-27 00:18   좋아요 0 | URL
관촉사 석불의 폭발적인 반응은 전국 공통일 것 같군요. ㅎㅎ
7차에서는 중학교에서 문화사가 몽땅 빠지는 바람에 저런거 보면서 키득거리는 재미가 많이 없어졌어요. ㅠ.ㅠ 재미없어진거죠. ㅎㅎ

이매지 2008-01-2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떤 작품과 불화가 있었다는 줄;;;
눈코입을 그리면 불화 속에서 걸어나와 움직일 지도 몰라요 ㅎㅎ


바람돌이 2008-01-27 00:19   좋아요 0 | URL
제가 작품과 불화가 있을 일이 뭐있겠어요. ㅎㅎ
걸어나와서 움직이면 바로 사진찍어서 올립죠... ^^

세실 2008-01-2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요염해 보이는건 왜일까요? 호호홍. 관음보살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3=3=3

바람돌이 2008-01-27 00:19   좋아요 0 | URL
저게 자세가 좀 요염하죠? 원래 관음보살님이 요염해요. ㅎㅎ

글샘 2008-01-2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음보살님이 해아 닮았는데요. ^^

바람돌이 2008-01-27 00:20   좋아요 0 | URL
해아는 저렇게 심드렁한 표정 지을줄 몰라요. 항상 의욕충만인걸요. 아니면 울거나.... ^^

무스탕 2008-01-2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보살님은 세상을 달관하신것 같아요..
나중에 해아랑 예린이가 그림을 완성시키면 그것도 보여주세요 ^^

바람돌이 2008-01-27 00:24   좋아요 0 | URL
달관이라기보다는 심드렁이예요. 아 귀찮아 하는.... 딱 저때의 제 기분입니다. ㅎㅎ 예린이와 해아는 별로 관심없어해요. ㅎㅎ

조선인 2008-01-2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바람돌이 2008-01-27 00:24   좋아요 0 | URL
에에에~~~ 그 다음말은요? ㅎㅎ

마노아 2008-01-2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불심이 마구 솟을 것 같아요. 대단대단! 멋져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08-01-27 00:25   좋아요 0 | URL
불심하고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저거 그릴때 불심 하나도 안들어갔으니까요. 어찌나 힘든지 중간에 달아날 수만 있었다면 확 달아났을거라구요.ㅎㅎ

BRINY 2008-01-27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도 평소에는 문화사까지 진도 못나가요. 주당 2시간으로 중학생때보다 훨씬 두꺼운 책을 어떻게 하란건지...그러면서 수능에는 문제 출제한다지요!! 이번엔 지리 선생님이 아프신 바람에 제가 대타로 보충하다보니 문화사 하게 되었네요.

바람돌이 2008-01-27 22:21   좋아요 0 | URL
시간을 늘리는게 아니라 내용을 좀 줄여줘야 하는데 그건 정말 안돼죠? 다음에 개편되는 교과서는 중고등학교의 내용분담이 좀 되는 것 같은데 결과는 어쩔지 모르겠어요.

아영엄마 2008-01-2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이랑 옆지기님은 정말 잘 그리신 것 같은데요. - 저도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존경해요. 그림을 너무 못 그리는지라..-.- 그림 배우고 싶어요!!

바람돌이 2008-01-28 01:50   좋아요 0 | URL
역시 그림을 작게 흐리게 찍은 보람이... 저거 제대로 보면 진짜 엉망이거든요. ㅎㅎ 그리고 형상은 원래 본이 있는걸 그대로 베끼는거기 때문에 그림실력하고는 전혀 상관없습니다요. ㅎㅎ

혜덕화 2008-01-2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님의 서재를 찬찬히 둘러 봤습니다. 늘 잠시 들어왔다 나가니 다른 이의 서재를 들여다 볼 시간이 없더군요.
책도 많이 읽으시고, 연수도 받으시고, 게다가 불화 작품까지 만드셨다니.
님의 부지런함에 놀라는 중입니다.
저도 그 연수 받고 싶었는데, 뭉기적거리다 놓쳤답니다.
다음엔 저도 꼭 신청해서 받아보고 싶군요.
남은 방학 잘 보내세요.^^

바람돌이 2008-01-28 23:46   좋아요 0 | URL
집에서 계속 뒹굴거리고 있다가 유일하게 딱 5일 나간걸요. 불화도 그 시간에 그려야 하니 그린거고.... 부지런하고는 전혀 거리가 멉니다. 저는 오히려 수련에 열심이신 혜덕화님이 더 부지런해보이는걸요. ㅎㅎ
이곳 연수는 불화는 다시 할지 모르겠어요. 내년에는 불교건축 - 탑으로 강좌가 예정되어 있더라구요. 혜덕화님도 남은 방학 잘 보내세요.

아사히 2008-02-05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웃긴다.
그래도 제법 그럴듯. 오랫도록 가보로 간직함이.

바람돌이 2008-02-05 23:44   좋아요 0 | URL
가보는 무슨.... 기념사진 찍었으니 버려야지.. 짐인데 ㅎㅎ
근데 중국여행은 많이 힘들었나보다. 지금은 좀 괜찮냐?
 
러시아 미술사 - 위대한 유토피아의 꿈
이진숙 지음 / 민음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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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러시아 미술전 구경을 간 적이 있었다.
난 당연히 서구적인 역사화 뭐 이런게 중심일줄 알았는데 온 미술관의 벽이 이콘으로 도배돼 있었다. 당시에는 이콘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별로 없었고, 당연히 그것이 러시아 민중들에 가지는 의미도 알리가 없었다. 나 또한 기독교 신자가 아니니 특별한 관심이 갈리도 없고 다들 비슷비슷해보이는 무수한 기독교적 상징들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그 무수한 이콘들이 말해주듯 러시아 미술의 시작은 이콘들이다.
이콘은 미술로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경배의 대상에서 출발한다.
예전에는 러시아의 집집마다 이콘을 두고 예배의 대상으로 삼았다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비켜가서는 안될 것이 되겠지....
이 책에 나오는 이콘의 분위기들은 익숙한 서구의 종교화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맨처음 나오는 도판 <블라디미르의 성모>를 보는 순간 어찌나 마음이 아리던지...
대부분 서유럽지역의 성모 그림들은 풍만한 어머니상, 슬픔을 나타낼때조차도 우아한 귀족부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이 그림에서는 어머니로서의 지극한 슬픔이 너무 절절하게 배여나와 한숨을 쉬게 한다. 자식의 미래가 가시밭길임을 예감한 어머니의 눈동자는 지극한 슬픔외에 무엇이겠는가? 러시아인들은 항상 시끄럽고 격렬하다는데 <블라디미르의 성모>를 비롯한 이콘화의 그림들은 참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삶의 역동성보다는 삶에 대한 연민으로 충만한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천사들의 모습들이다. 아 이렇게 위로받았구나.....
때때로 종교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아 하면서도 이런 표정의 그림들을 보면 불완전한 인간의 삶에서 종교가 주는 위로는 결국 영원히 없어지지는 않겠구나싶기도 하다.

표트르대제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러시아의 서구화, 근대화의 물결은 러시아를 두 진영으로 나눈다. 서구화냐? 슬라브러시아주의의 고수냐? 미술 역시 예외일수 없어 이 두 진영은 팽팽히 대립한다. 하지만 언제나 말이다. 남의 것을 그대로 베낀것이 끝까지 살아남는 경우는 없다. 그나마 다행스런 법칙이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구근대화의 물결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
러시아 미술 역시 서구미술의 사조들과 기법들이 들어오고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러시아의 넓은 대지가 그렇듯 어느 사조도 러시아를 온전히 자기것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러시아는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되 언제나 자기의 방식대로 그것들을 해석하고 적용한다.
러시아의 위대한 미술은 언제나 삶과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서구의 인상주의는 빛을 순수한 회화적인 문제로만 바라봄으로써 그들의 미술에서 역사와 인간과 삶을 배제시켜버렸다. 하지만 러시아의 화가들은 자연 외광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인상파의 빛을 그림속에 끌어들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추구해야 할 진리를 잊지 않는다.
바로 '인간'과 '삶'의 문제를.....

러시아 미술작품을 보는 일은 멋진 문학작품을 보는 것만큼 즐겁다.
아니 러시아 미술 자체가 문학작품이라고 할까?
그림속에 담긴 풍부한 이야기들은 서구보다는 오히려 우리와 닮아있는 그들의 삶의 얘기를 전한다.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또 때로는 담담하게....
서구의 르네상스가 인간의 재발견이라고 하지만 그 인간은 현실의 인간이 아니었다.
신에 필적하기 위해 이상화된 인간의 모습은 늘 생경한 느낌을 준다. 아름답다고 감탄을 하지만 그속에서 동일시의 감동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러시아의 미술은 인간의 삶의 기쁨과 눈물과 분노와 희망이 모두 담겨있다.
그러므로 감동적이다.

뱀꼬리 1 - 이주헌씨의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미술>을 재밌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권한다.
이주헌씨의 책이 미술관소장작품들만을 중심으로 해서 러시아 미술의 역사적 흐름의 파악에 아쉬운점이 많았었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을 확실하게 메꾸고 있다. 독자를 러시아 미술의 세계로 이끄는 저자의 안내 솜씨 또한 앞의 책과 비교하여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뱀꼬리 2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러시아 국민문학의 아버지 푸쉬킨은 아주 오래 살았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3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는다. 그것도 자신의 아내와 염문을 뿌린 자와 결투하다가.... 이 서구인의 결투문화가 참 웃기다 생각했었는데 푸쉬킨의 아내의 초상이 책속에 있다. 아 이렇게 예쁜 여자라면 결투하다 죽은것도 이해간다. 얼마나 예쁜지는 책을 볼 것. ㅎㅎ

뱀꼬리 3 - 갑자기 러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들이 늘었나? 일리아 레핀에 대한 책이 나왔다. <일리야 레핀 - 천개의 얼굴, 천개의 영혼> 레핀은 전부터도 관심이 많이 가고 좋아하던 화가였는데 보고싶어 죽겠네... 이번 달 책 너무 많이 샀는데 참....(책값도 무지 비싸더만... 아 레핀이 누구냐고 하면 아래 그림<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을 그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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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2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꼬리에서 구미가 확! 당깁니다. 게다가 레핀의 책까지! 2008년의 결심은 책 그만사자인데 이게 너무 힘들어요ㅜ.ㅜ

바람돌이 2008-01-26 02:26   좋아요 0 | URL
책 그만사자는 결심은 저는 매달 합니다. 카드명세서 받을때마다.... ㅎㅎ 뭐 레핀의 책은 전 조만간 지르지 싶습니다. ㅎㅎ

bookJourney 2008-01-2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꽂을 자리도 없다는 구박을 받고 있어서 ... 이 책들은 찜해두었다가 도서관에 들어온 다음에 읽어야겠네요 ^^

바람돌이 2008-01-26 02:27   좋아요 0 | URL
저는 도판이 많은 책은 일단 구입용으로 점찍고 있는지라 샀어요. 저희집은 새로 책장을 들여서 아직은 꽂을데가 많다고 자랑질을.... ^^

글샘 2008-01-2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콘이 아이콘이죠?(정말 몰라서 묻는 것임)
아, 이 책 빨리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고 싶습니다.

바람돌이 2008-01-26 02:28   좋아요 0 | URL
아이콘이 이콘에서 유래된거 맞아요. 보고싶은 책마다 바로 바로 사주는 도서관이 있어서 좋으시겠습니다. 게다가 글샘님 외에는 별로 빌려갈 사람도 없을테니 더더욱 말입니다. 우리동네 도서관은 사주긴 사주는데 좀 오래 걸리고 또 보고자하면 빌려가서 없을 경우도 많아서리.... ^^

점순이 2008-01-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 보충 마지막 날 놀러 갈테니, 집에 꼭 붙어있으라구!!^^

바람돌이 2008-01-26 02:29   좋아요 0 | URL
뭐가 좋은데? 요즘 온 식구가 병원나들이라 미치겠다. ㅠ.ㅠ
화요일에는 집에 꼭 붙어있지뭐... ㅎㅎ
 

오라는 눈은 죽으라고 안오고(올해 눈 한번도 못봤다 ㅠ.ㅠ) 비만 추적 추적...
아침마다 아이는 엄마 오늘은 몇도야?라고 묻는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만큼 추워야 눈이 온댔더니 그러는 것.
아이의 바램도 부질없이 이건 무슨 장마철도 아닌데 빨래가 안말라 방안에 들여놔야 한다.
지금도 널린 빨래를 마주보며 앉았다.

그냥 갑자기 기분도 꿀꿀한데 어제 혜경님 서재에서 미장원 얘기를 듣다보니 갑자기 옛날에 미장원에서 봤던 아주 나를 웃겨줬던 남자가 떠올랐다.
아주 오래전이었으니까 그니까 10년은 훨씬 넘은 것 같고 하여튼 그때만 해도 미장원에서 머리 자르는 남자를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때는 아니었었다.
그날 여동생과 내가 같이 큰 맘먹고 파마를 하러 동네 미장원에 같이 갔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20대의 남녀가 미장원 문을 열고 들어왔던 것.
근데 이 둘의 분위기가 그 당시 생각에도 참 안어울렸었다.
남자는 온갖 멋을 부릴대로 다 부려서 왠 날라리? 할정도로  날티가 났었고, 그에 비해 여자는 참 수더분해 보이는 약간은 촌스러워보이는 분위기라고 할까?

어쨌든 들어오자 마자 이 남자
미장원 주인 아줌마에게 아주 반갑게 인사하며
"아 내가 몇달 다른 지역에 가 있다 와서예. 그동안 좀 못왔어예. 그동안 잘 지내셨지예?"하면서 끊임없이 재잘재잘 친분을 과시.
본론은 "아 얘가 오늘 우리집에 인사갈건데 좀 예쁘게 잘해주이소~~"였던 것.
어울려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여자친구를 처음 자기 집에 인사시키러 가는 길이었던가보다.
근데 그 여자친구를 자기 동네까지 데리고 와서 아는 미장원에 손끌고 머리해주러 온 남자란 정말 그때는 내 주변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인간형이었기에 그때부터 나의 온 신경은 이 남자가 어떻게 하는가를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신기한 인간이 정도??? ㅎㅎ)

별로 손님도 없어 미용사언니가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하자 그 남자
그 옆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여기는 어떻게 저기는 어떻게 하며 미용사 언니의 가위질에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더만.....
그렇게 해서 손질이 거의 끝나간다 싶자 드디어 애인의 옆을 벗어난 그 남자.
이제는 거울을 보며 열심히 자기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아!!! 자신의 머리를 다듬는 그 손길도 어찌나 능숙하고 세심하던지...
미용실 드라이기도 마음대로 빼서 머리에 드라이러를 넣고 드디어 마무리
옆 선반에 놓여있던 통을 열어 크림을 잔뜩 발라 자기 머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터진 미용사 언니의 비명!!

.

 

.

.

"어 ! 그거 가구 왁슨데..... "

-----------------------------------------------

머리 감고 가라는 미용실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그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황망히 미용실을 떠났다.
그들은 나중에 결혼했을까?
그러고 보니 그녀의 목소리는 그 남자의 목소리에 가려 한번도 못들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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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01-23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녁에 세탁기 돌려놓고 빨래 널어야 되는데 잊어먹었어요. 감사해요.
빨랑 널고 자야겠네여.ㅎㅎ

바람돌이 2008-01-24 00:13   좋아요 0 | URL
빨랑 주무셧나요? 저는 오늘 빨래 널었습니다. ㅎㅎ

순오기 2008-01-23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왁스를 머리에 바르는 유행, 그 남자가 시작한 것 아닐까요? ^^

바람돌이 2008-01-24 00:14   좋아요 0 | URL
요즘 머리에 바르는 왁스가 거기서??? ㅎㅎ

조선인 2008-01-23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해서 나름 행복하게 살았길 바랍니다. ㅋㄷㅋㄷ

바람돌이 2008-01-24 00:14   좋아요 0 | URL
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막상 생각나니 둘이 너무 안어울렸다는 느낌도 드는 걸요. ㅠ.ㅠ

무스탕 2008-01-2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고 있을거에요 ^0^

바람돌이 2008-01-24 00:15   좋아요 0 | URL
그랬든 아니면 둘이 새로운 인연을 찾았든 뭐 지금이야 다 추억이겠죠? ㅎㅎ

마노아 2008-01-2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팔려서 서둘러 갔나봐요. 으하하핫!

바람돌이 2008-01-24 00:16   좋아요 0 | URL
제가 미장원을 자주 안가니 그 남자가 그 미장원엘 다시 왔는지 안왔는지를 모르겠어요. ㅎㅎ

프레이야 2008-01-2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왁스 스타일링의 원조군요. 가구왁스래~
근데 정말 결혼했을까? 안 어울려 보이는 커플이 오히려 잘 살기도 하더군요.^^

바람돌이 2008-01-26 02:30   좋아요 0 | URL
전 안어울린다 싶은 커플들 보통 깨지던데요. ^^
좋으시겠어요. 딸들과 함께 여행이라니.... 내일 아니지 오늘 아침이네요. 즐겁게 잘 다녀오세요. ^^

2008-01-24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약산 김원봉 역사 인물 찾기 18
이원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약산 김원봉이라는 인물에 대한 최초의 나의 놀라움에 대한 기억은?
그가 22살의 나이에 의열단을 창단하고 의백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 때 나의 관심은 의열단도 그 뒤의 조선의용군도 아닌 바로 그의 저 나이였다.
내가 이 사실을 알았을때가 30이 넘어서였으니 22살이라는 나이에 독립운동 단체를 만들고 그 대장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인간이란게 상상이 안가서였던 것 같다. 사실 22살은 행동대원에 딱 걸맞는 나이가 아닌가 말이다.
그 순간 내 나이 22살은 뭐였지 싶은 그런 기분.....

가끔 평전이나 전기문 같은걸 보면서 불편할때가 자주 있다.
어떤 인물에 대한 영웅적 해석을 만날때인데
가령 그의  존재만으로 좌중을 압도하거나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는 투의 뭐 그런것 말이다.
존재만으로 그런 카리스마를 가지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어떤 천재든 그런 능력이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면 그에 합당한 능력들 - 달변일수도 있고 과감한 행동력일 수도 있고 깊은 사유에서 나온 것일수도 있고 - 을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고 평전이라면 의당 그것을 추적해내는 것이 임무일 것이다.
그런데 김원봉 평전에서는 자료의 부족때문인지 아니면 저자의 필력부족때문인지 -나는 후자가 크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영웅화 이전의 인간 김원봉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이상화와 영웅화에 치우쳐 오히려 김원봉이라는 거목을 표현해내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것이다.

그럼에도 약산 김원봉은 내게 영웅이다.
앞에서 말한 22살의 나이에 의열단을 창단했다는 것.
하지만 여기서 그에 대한 평가가 멈추어서는 안된다.
만약에 그가 의열단으로 그의 독립운동사를 끝냈다면 그는 그저 그런 테러리스트에 머물렀을 뿐일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의 테러조직 의열단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젊은 시절의 혈기와 사상의 부재에서 나왔을 의열단이라는 조직을 그는 스스로 해체할 줄 알았다.
그리고 조선의용군이라는 군대를 조직하고 그 군대로 하여금 중국과 연합하여 일본과 싸우고 그리고 조선의 독립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았던 사람이 그이다. 어쩌면 자신이 키우다시피한 군대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도 그는 개의치 않았던 것은 그 군대가 해방을 앞둔 조선 국내로 진공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명확히 알고있었던 것이 아닐까?

내게 김원봉이 영웅이 되었던 처음은 그의 젊은 나이의 업적이었지만
진정으로 그가 나의 영웅인 것은 조선의 독립이란 대의 앞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을 군대를 내어놓았던데 있다.
1940년 조선의용대는 조선으로의 진격작전과 조선민중과의 보다 많은 결합을 위해 조선과 보다 가까운 화북지역으로의 이동을 단행한다. 이 때 김원봉은 우익과 좌익세력이 모두 결합하는 독립운동진영의 조직을 위해 남경에 남는다. 이 기간에도 한동안은 김원봉은 조선의용대의 지휘권을 잃지않는다. 하지만 화북으로 이동해간 조선의용대는 곧 임정에서 이탈을 선언하고 조선의용군으로 개편하며 좌익쪽으로 기운다. 이 순간이 김원봉에게는 자신이 만든 군대에 대한 지휘권을 잃은 순간이다. 그가 만약 조금이라도 권력욕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때 그는 화북으로 갔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는 여전히 조선의용군의 대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리고 평생의 자신의 신념이었던 통일된 독립운동진영의 결성을 위해 그 꼬장꼬장한 임정파들까지도 결합해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을 거듭한다.
이 부분은 김원봉이라는 인물에 대해 양면에서의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분명히 사상이나 이념에 명확하고 투철한  인물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의 사상은 어찌보면 두리뭉실하다.
철저한 민족주의자라는 면에서는 우파에 가깝고, 그가 원하던 해방된 조국의 모습에 대해서는 좌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사상을 명확하게 가져서라기보다는 그저 그가 생각하던 정의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이 신념화된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그런 자신의 신념을 위해 한 번도 곁눈을 팔지않고 자신의 군대에 대한 지휘권을 주장하며 독선을 부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별로 한 것도 없는 임시정부가 주구낭창 임정의 대표성을 운운한것에 비교하면 고결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드물지만 가끔은 이런 인간도 있다.
그래서 이런 인간들은 정치에서는 반드시 실패한다.
그게 정치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해방공간에서 그의 신념은 어디에서도 받아지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 힘들고 어려운 독립운동의 삶속에서도 쥐꼬리만한 권력조차도 탐하던 인간들이 해방공간에서야 어떠했으랴?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들이 승리하고, 당위가 현실이 되얼질 수 있는 시대가 되어야만이 김원봉이라는 거목이 바르게 대접받고 바르게 자리매김되어질텐데.... 그런 정치가 존재라도 하는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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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1-22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살요???!!!! 아, 정말 그 나이때 뭐했지. 지금은 뭐했지. 하는 생각 뿐입니다.

바람돌이 2008-01-22 23:29   좋아요 0 | URL
시대가 그래서 그런가? 옛날 사람들은 평균적으로도 지금 우리보다 훨씬 빨리 어른이 되었던 것 같아요. 갈수록 인간이 진화하는게 아니라 퇴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왜 요즘 애들은 더 정신연령이 어려지는듯한 느낌 안받으세요?

BRINY 2008-01-2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 정신연령이 어려지는 듯한 느낌요? 왜 안받겠습니까? 해마다 점점 어려지는 느낌입니다.

바람돌이 2008-01-24 00:16   좋아요 0 | URL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