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 김원봉 역사 인물 찾기 18
이원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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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 김원봉이라는 인물에 대한 최초의 나의 놀라움에 대한 기억은?
그가 22살의 나이에 의열단을 창단하고 의백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 때 나의 관심은 의열단도 그 뒤의 조선의용군도 아닌 바로 그의 저 나이였다.
내가 이 사실을 알았을때가 30이 넘어서였으니 22살이라는 나이에 독립운동 단체를 만들고 그 대장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인간이란게 상상이 안가서였던 것 같다. 사실 22살은 행동대원에 딱 걸맞는 나이가 아닌가 말이다.
그 순간 내 나이 22살은 뭐였지 싶은 그런 기분.....

가끔 평전이나 전기문 같은걸 보면서 불편할때가 자주 있다.
어떤 인물에 대한 영웅적 해석을 만날때인데
가령 그의  존재만으로 좌중을 압도하거나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는 투의 뭐 그런것 말이다.
존재만으로 그런 카리스마를 가지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어떤 천재든 그런 능력이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면 그에 합당한 능력들 - 달변일수도 있고 과감한 행동력일 수도 있고 깊은 사유에서 나온 것일수도 있고 - 을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고 평전이라면 의당 그것을 추적해내는 것이 임무일 것이다.
그런데 김원봉 평전에서는 자료의 부족때문인지 아니면 저자의 필력부족때문인지 -나는 후자가 크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영웅화 이전의 인간 김원봉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이상화와 영웅화에 치우쳐 오히려 김원봉이라는 거목을 표현해내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것이다.

그럼에도 약산 김원봉은 내게 영웅이다.
앞에서 말한 22살의 나이에 의열단을 창단했다는 것.
하지만 여기서 그에 대한 평가가 멈추어서는 안된다.
만약에 그가 의열단으로 그의 독립운동사를 끝냈다면 그는 그저 그런 테러리스트에 머물렀을 뿐일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의 테러조직 의열단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젊은 시절의 혈기와 사상의 부재에서 나왔을 의열단이라는 조직을 그는 스스로 해체할 줄 알았다.
그리고 조선의용군이라는 군대를 조직하고 그 군대로 하여금 중국과 연합하여 일본과 싸우고 그리고 조선의 독립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았던 사람이 그이다. 어쩌면 자신이 키우다시피한 군대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도 그는 개의치 않았던 것은 그 군대가 해방을 앞둔 조선 국내로 진공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명확히 알고있었던 것이 아닐까?

내게 김원봉이 영웅이 되었던 처음은 그의 젊은 나이의 업적이었지만
진정으로 그가 나의 영웅인 것은 조선의 독립이란 대의 앞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을 군대를 내어놓았던데 있다.
1940년 조선의용대는 조선으로의 진격작전과 조선민중과의 보다 많은 결합을 위해 조선과 보다 가까운 화북지역으로의 이동을 단행한다. 이 때 김원봉은 우익과 좌익세력이 모두 결합하는 독립운동진영의 조직을 위해 남경에 남는다. 이 기간에도 한동안은 김원봉은 조선의용대의 지휘권을 잃지않는다. 하지만 화북으로 이동해간 조선의용대는 곧 임정에서 이탈을 선언하고 조선의용군으로 개편하며 좌익쪽으로 기운다. 이 순간이 김원봉에게는 자신이 만든 군대에 대한 지휘권을 잃은 순간이다. 그가 만약 조금이라도 권력욕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때 그는 화북으로 갔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는 여전히 조선의용군의 대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리고 평생의 자신의 신념이었던 통일된 독립운동진영의 결성을 위해 그 꼬장꼬장한 임정파들까지도 결합해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을 거듭한다.
이 부분은 김원봉이라는 인물에 대해 양면에서의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분명히 사상이나 이념에 명확하고 투철한  인물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의 사상은 어찌보면 두리뭉실하다.
철저한 민족주의자라는 면에서는 우파에 가깝고, 그가 원하던 해방된 조국의 모습에 대해서는 좌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사상을 명확하게 가져서라기보다는 그저 그가 생각하던 정의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이 신념화된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그런 자신의 신념을 위해 한 번도 곁눈을 팔지않고 자신의 군대에 대한 지휘권을 주장하며 독선을 부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별로 한 것도 없는 임시정부가 주구낭창 임정의 대표성을 운운한것에 비교하면 고결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드물지만 가끔은 이런 인간도 있다.
그래서 이런 인간들은 정치에서는 반드시 실패한다.
그게 정치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해방공간에서 그의 신념은 어디에서도 받아지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 힘들고 어려운 독립운동의 삶속에서도 쥐꼬리만한 권력조차도 탐하던 인간들이 해방공간에서야 어떠했으랴?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들이 승리하고, 당위가 현실이 되얼질 수 있는 시대가 되어야만이 김원봉이라는 거목이 바르게 대접받고 바르게 자리매김되어질텐데.... 그런 정치가 존재라도 하는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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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1-22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살요???!!!! 아, 정말 그 나이때 뭐했지. 지금은 뭐했지. 하는 생각 뿐입니다.

바람돌이 2008-01-22 23:29   좋아요 0 | URL
시대가 그래서 그런가? 옛날 사람들은 평균적으로도 지금 우리보다 훨씬 빨리 어른이 되었던 것 같아요. 갈수록 인간이 진화하는게 아니라 퇴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왜 요즘 애들은 더 정신연령이 어려지는듯한 느낌 안받으세요?

BRINY 2008-01-2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 정신연령이 어려지는 듯한 느낌요? 왜 안받겠습니까? 해마다 점점 어려지는 느낌입니다.

바람돌이 2008-01-24 00:16   좋아요 0 | URL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