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11월 12일 밤, 창춘 도착. 입김이 하얗게 서릴 뿐 눈은 아직 내리지 않는다. 지난해 빈손으로 왔을 때와 달리 트렁크가 네 개나 있는 데다 역 안이 병사들로 가득했기에 한가로이 짐꾼을 부르고 자시고 할 형편이 아니었다. 나는 번쩍이는검을 꽂은 소총이 숲속 나무처럼 죽 늘어선 일본군 사이를 뚫고 가까스로 어스레한 대합실에 들어갔다.  - P149

창에 이마를 대고 자작나무가 눈보라에 부러질 듯 비틀비틀하는 숲을 바라보는 내게 페름 군이 탱고 한 구절을 불러준다. 어찌하여 러시아인은 이토록 노래를사랑하는 걸까. 차라리 이 사람의 아내가 되어 페름에서 내려버릴까 하는 자포자기 심정에 잠시 빠졌지만, 여하튼 말이 통하지 않는 데다 60센티미터 남짓 키 차이가 나서 단념했다.  - P160

자작나무 장작을 가득 실은 삼두마차가 달려가고 눈이 물보라처럼 사방으로 흩어진다. 유리를 포갠 듯 눈길이 반짝이고 기차 소리에 나무 위 눈 덩어리가 도깨비불인 양톡 떨어진다. 정말이지 차창 너머 설경은 일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일본에 돌아가 8 전짜리 가락국수를 먹는 것도 나쁘지는않지만 달려, 달려, 기차여! 눈물을 참을 길 없네, 어이, 아직도여긴 시베리아 한복판일세. 혼잣말을 해보며 이중창문 밖을싫증도 안 내고 바라봤다. - P171

언어가 통하지 않은 탓일까, 참으로 불가사의했다. 왜냐하면 내 눈에 들어온 러시아는 일본에서 알던 러시아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일본의 무산자들이 연모하는 러시아가 이런곳이었던가! 일본의 노동자 농민은 도대체 러시아의 무엇을 동경하는 걸까? 그럼에도 러시아는, 프롤레타리아는 변함없이프롤레타리아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죄다 특권자는 역시 특권자다. 3루블짜리 기차 식당에는 군인과 인텔리풍 사람이 대다수였다. 복도에 서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중에 군인이나 인텔리는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이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 P174

300 프랑은 가구를 포함한 가격으로, 그 가구란 것이 상당히 보잘것없다. 옷장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목재 품질을 뽐내고 두 개 있는 의자는 너무 높아 어떻게 앉아도 발이그네를 타고 만다. 때때로 배꼽 빠지도록 웃기에 딱 맞는 의자랄까. 이 의자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어떠한 야심을 품지않아도 그만. 자지러지게 웃고 또 자지러지게 웃으며 죽음을 맞이할 때 제격이겠다. - P189

그녀가 조만간 에펠탑에 데려다준다길래 에펠탑에 올라가도 별로 재미있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더니 "밑에서 바람이불어 올라와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란다. 파리는 가벼운 곳이다. 그녀는 품위 없는 곳만 바라본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지 모르지만, 나는 불우하기에 품위 있는 곳과 인연이 없다. - P196

돈으로 당신의 나라에 가보는 거야." 이것이 열일곱 살의 꿈으로 내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문명이 이토록 우리 젊은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단다.
"남자 친구는 많이 있나요?"라고 묻자 "남자든 여자든 친구는많죠"라며 뽐냈다. - P214

사람에게는 아주 다양한 모습이 있나 보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일직선으로 손가락을 힘차게 달려보지만 지금의 내 마음과 닮은소리를 내주지 않는다. 우물 밑바닥으로 돌을 던지는 듯한 소리다. 가벼운, 바람 부는 소리는 이 세상에 없는 걸까? 나는 있는 힘껏 피아노를 경멸하기로 한다.  - P238

세계대전이후 대체 어디에 평화가 왔나? 각국의 인민은 녹초가 됐다.
유럽을 걸어보면 지금도 베르됭의 피비린내가 난다. 발 없는남자, 한 손 없는 남자, 한쪽 눈 없는 남자, 이런 베르됭의 유물이 무얼 하고 있냐면 대개 샌드위치맨이거나 걸인 또는 비올라켜는 광대다. 과거 인기가 높던 어느 인간의 말로, 그 모습의 사람들이 유럽 각국에서 우글거리며 배출구를 찾고 있다. - P240

삼등실도 이렇게 더운데 기계실 화부나 석탄 운반부, 요리사들은 오죽 숨 막힐까? 다행히도 우리 삼등실 손님들은 일등실 손님처럼 일일이 예의를 갖춰 식당에 갈 필요가 없다.  - P262

베르됭의 망막한 광야에 서 있는 전투 기념비를 본나는 동양의 베르됭, 만주 하늘이 떠올라 몸과 마음에 무언가스며드는 기분이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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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를 살았다고 모두 비슷한 삶을 살지 않는다. 제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식민지에서 태어난 사람이 꼭 제국인다운 삶,
식민지인다운 삶을 살지 않는다. 이 책은 여행이란 남성만이 누리던 시절, 민족과 계급이 다른 두 여성의 여행 기록이다. ‘여성‘은한일 근대기에 형성된 하나의 계급이었다. 나혜석의 젠더로서의고민, 하야시 후미코의 프롤레타리아 여성이 처한 냉엄한 현실 고민은 여행기 곳곳에서 드러난다.  - P9

극장 경영을 하려면 근본 문제 즉 조선 부녀 생활을급선무로 개량할 필요가 있다고, 실로 여자 생활에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오락 시설은 번영할 수 없다. - P26

나는 언제든지 좋은 구경 많이 한 사람과 다니는 것보다 도무지 구경 못 한 사람과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람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퍽 유쾌하다. - P27

출발과 동시에 갑판 위에서 관현악곡이 울린다.
태양빛이 흐르는 호수 위에 둥실둥실 떠서 음악 소리에 몸이싸였을 때, 아! 행복스러운 운명에 감사를 아니 드릴 수 없었고 삶에 허덕이는 고국 동포가 불쌍했다. - P44

스위스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경색이 좋지 않은 곳이 없다.
스위스 전체가 명승지이다. 그림으로 그릴 만한 곳이 무진장이었다. 스위스에 누구든지 구경을 가시거든 숙소를 정하지 말고배낭 하나 짊어지고 가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것이 스위스를 알기에 제일 상책이다. - P50

 우리 것은 무엇이든지 부끄럽지 않은 것이 없으나 작은 나라 국민 정황을 비교 안 할 수 없다.  - P51

1907년원문은 1918년 헤이그에서 개최된 만국평화회의에 출석한 이준 씨가 당회 석상에서 분에 못 이겨 돌아가신 곳이다.
이상한 고동이 생기며 그의 외로운 넋이 우리를 만나 눈물을머금은 것 같았다. 그의 산소를 물었으나 아는 이가 없어 찾지못하고 다만 경성에 계신 그의 부인과 딸에게 그림엽서를 기념으로 보냈을뿐이다. - P80

원래 프랑스는 중앙 집권 나라로 온 나라의 번화한 문명이집중된 파리를 제외하고는 국내 변변한 도시가 없다. 파리에서한 발만 내놓으면 빈약하고 살풍경하니 건전한 문명, 건전한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오직 물가가 싸고 인심이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시설이 화려해 모여드는 외국인의 향락장이다. - P87

다이요마루호 일등실 설비와 그 생활이다. 실내는 좌우 대립으로 침대가 두 개 놓여 있다. 여자승무원, 남자 승무원이있어 여자는 걸, 남자는 보이다. 목욕은 매일 아침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아침밥을 먹는다. 갑판에서 놀고있으면 차를 들고 온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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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있을 때는세심하고도 온전하게 나에게만 집중해주었기에 그가옆에 없을 때도 박탈감이나 소유욕을 느끼지 않았다.
난생처음으로 연인이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 무엇을하는지가 관심 밖의 일이 되었다. 실로 그가 어디서 무얼하건 내 알 바 아니었다. 그건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 - P267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선 일기와 책장을바라보았다. 내가 일하는 장소의 질서정연함을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엄마는 사랑이라는 신전을 숭배했지만평생 돌려받은 건 권태였어. 사랑이 준 건 죽은경품이었어. - P273

"아, 그렇구나. 그럼 그렇지." 하지만 여전히 뭔가 할말이 있는 것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내팔에 손을 얹었다.
"결혼하지 마라." 그러더니 복도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 P284

엄마와 네티는 나를 느슨하게 안고 있다. 그렇다. 그들은웃음을 띤 채 나에게 팔을 감고 있다. 창백한 빛 속에서나에게 말한다. 사랑을 해야만 해 - P298

우리는 말없이 앉아 있다. 우리는 끈끈하게 얽힌 혈육이아니다. 살면서 놓친 그 모든 것과 연기 같은 인생을 그저바라보는 두 여자다. 엄마는 젊어 보이지도 늙어 보이지도않고 그저 당신이 목도하고 있는 바, 그 혹독한 진실에깊이 침윤되어 있다. 엄마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지는 나도모른다. - P301

엄마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엄마는 여든이다.
눈은 흐려졌고 머리는 하얗게 셌다. 몸은 마르고 허약하다.
엄마는 차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더니 조곤조곤말한다. "뭐라고 하긴 지옥으로 꺼지라고 했겠지." - P301

내 생각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에게무엇을 원하는지에만 골몰하는 대신 더도 덜도 말고 딱1분이라도 그저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됐을 정도로 그 긴긴 세월을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우리 두 사람 다 감격하는 듯하다. - P311

그러다 조화를 잃어버릴 때면 사랑도 연대도 없이, 실패와박탈감에 산 채로 매장당한 기분에 빠진다. 우정은불완전하고, 고민은 나를 잠식하며, 일은 내 무능력의총체적 결과다. - P314

엄마는 애원하듯 말한다. "엄마한테는사랑밖에 없었잖아. 내가 뭘 가져봤겠니. 아무것도 없었어.
아무것도, 달리 뭘 가질 수 있었겠니? 네가 인생 얘기하는거 다 옳지 다 맞는 말이야. 너한테는 일이 있었잖아.
너만의 일이 있잖아. 너는 여행도 많이 했고, 세상에나,
여행이라니! 넌 지구 반 바퀴는 돌아봤지. 난 여행은 꿈도못 꿔봤는데! 나한테는 네 아빠 사랑밖에 없었어. 인생살면서 누릴 게 그것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그 사랑을사랑했다. 아니면 뭘 어쩔 수 있었겠니?"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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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또한 우리 사이에선그림자와 같았다. 관리인과 그의 아내도 말수가 적었다.
누구에게도 먼저 말 거는 법이 없었다. 아마도 이건 다수안에서 소수가 살아남는 방식일 것이다. 소수자는 저절로침묵하게 된다. - P18

엄마는 여기 아닌다른 세상, 진짜 세상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가끔은당신이 그 세상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열렬하고절실하게. 엄마는 집안일에 열중하다가도 갑자기 모든동작을 일제히 멈추고,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몇 분 동안싱크대를 바닥을, 스토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데그 세상이 어디 있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데? 그게 대체뭔데? - P25

엄마가 묻는다. "나한테 뭘 원하는 거냐고 말을 해." 승려가엄마에게 말한다. 엄만 그 사람 말을 듣는다. 그러더니어깨를 쫙 펴서 157센티 정도 되는 키를 최대한 키운 다음대꾸한다. "이봐요, 젊은 양반 난 유대인이고 사회주의자야. 사람이 한평생 그 두 가지 사상만 감당하기도 보거워. 무슨 말인지 알겠소?" - P49

우린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자기만의 세상에서고립된 채 살아온 사람들, 평생 서로의 생활 반경에서벗어나지 못해 닮아버린 두 여자다.
이런 순간엔 우리가모녀라는 게 마치 외계인이 전달한 메모처럼 충격적으로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엄마와 딸이 맞고, 거울처럼서로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혈연이니 효도니하는 단어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반대로가족이라는 개념,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 가족의삶이라는 것 모두 해석이 불가능한 세계처럼 느껴지기시작한다.  - P72

우리는 69번가에 도착해 골목을 돌아 헌터대학교 강당입구까지 걸어간다. 문은 열려 있다. 안에선 이삼백 명의유대인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참혹한 역사를 증언하는기념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역사의 증언은 그들을하나로 이어주는 끈과도 같다. 그들은 끊임없이 과거를되새기면서 스스로를 납득시킨다. 치유받고 공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와 인생을 어떻게든 이치에 맞게끼워 맞추면서 수긍하려고 한다.  - P73

"사람들은 각자 자기 삶을 살 권리가 있지." 엄마는나직하게 말한다. - P95

엄마의 물러섬 없는 악착스런 고통 전시에 비하면 모두지나가는 배경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 P103

 엄마는 아빠의 죽음에서회복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부엌일하던 시절에는가져본 적 없던 당신의 타고난 진지함을 발견했다.  - P118

아빠를 애도하는 일은 엄마의 직분, 엄마의 정체성,
엄마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몇 년 후에 나는 우리 모두가깊이 몸담았던 정치사상(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의여러 국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내가 만난 배관공제빵사 재봉사 들이 본인을 사상가 시인 학자로 여긴다는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과 다른사람들, 공산당원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도 당신의 과부처지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여긴 건 아닌가 생각한다.
엄마가 볼 때 당신은 남편을 잃었기에 더 차원 높은인간, 정신적으로 우월한 사람이 되었고 감정은 더욱심오해졌으며 수사는 더 풍부해졌다.  - P118

나는 엄마로 뒤덮여 있었다. 엄마는 어디에나있다. 내 위아래에 있고 내 바깥에 있고 나를 뒤집어봐도있다. 엄마의 영향력은 마치 피부조직의 막처럼 내콧구멍에, 내 눈꺼풀에, 내 입술에 들러붙어 있다. 숨을 쉴때마다 엄마를 내 안에 들였다.  - P123

"나도 모르지. 우리 딸이 똑똑하다는 것만 알지. 교육받을 자격 있다마다. 교육받을 거야. 여긴 미국이라고.
여자들이 들판에서 짝지을 수소나 기다리는 젖소가 아니라니까."  - P165

우리는 모두 생긴 대로, 자기 욕구에 따라살 뿐이다. 네티는 유혹하고 싶어했고 엄마는 고통받고싶어했다. 나는 책을 읽고 싶었다. 우리 셋 중 어느 누구도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절제하여 이상적이고 정상적인여자의 삶을 성공적으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기실 우리 셋 중 어느 누구도 그 삶을 성취하지 못했다. - P176

엄마는 당신의 악착스러운불행이 어떤 면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하이고 판단이라는사실을 읽지 못한다. 마치 한탄하며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 너로는 부족해. 너는 나한테 평안과 기쁨을 줄 수없고 이 상태를 개선해줄 수도 없어. 그래도 내가 가장사랑하는 사람이긴 해. 그러니까 너에게 주어진 의무는이해를 해야지. 내 이 모든 절망과 박탈감을 치료해주기에너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매일 깨닫고 사는 게네 운명이야." - P195

한번은 무려 한 시간 반이나 걸려서 여성 잡지에 나온레시피를 따라 최악의 캐서롤(다양한 재료를 넓은 용기에 넣고오븐에 구워 내놓는 음식을 만들었다. 그걸 둘이서 10분만에대강 먹어치웠고, 난장판이 된 부엌을 한 시간 동안 치운건 나였다. 싱크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순간을 기억한다. 앞으로 40년을 이렇게 살아야 되는건가?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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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과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연한 만남, 두 시인은 모두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오히려 너 때문이라고 비난받았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비숍은 헤어진 이후 자살한 연인, 리치는 자신의 동성애를 깨닫고 이혼을 요구하자 자살한 남편을 가진 그래서 그 각각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떠안아버린 사람들이다. 이 둘이 어느 날 함께 자동차를 타고 4-5시간 거리의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이 무슨 말을 서로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했다는 것이다. 


소설 <자두>는 바로 그 이해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족이다. 다정한 시아버지, 사랑해서 한 결혼, 그리고 다정하고 나의 결정을 존중하는 남편, 그리고 가족에 최선을 다하는 나. 그들은 정말 다정한 가족이다. 내 옆에 이런 가족이 있다면 부러워할 그런.....그런데 정말 그럴까? 각자의 내면까지 모두 다정할까?


  나는 이 글에 나오는 시아버지처럼 섬망이 오거나 또는 치매에 걸릴게 두렵다. 그것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폐를 끼칠 것도 두렵지만,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내 안에 꾹꾹 눌러두었던 나쁜 감정들, 아니 겉으로 늘 이성적인 척, 합리적인 척, 거기다 가끔은 착한 척까지 하면서 꾹꾹 눌러두었던 나의 진짜 솔직한 내면을 다 까발릴까 봐 겁난다. 그럼으로써 나라는 인간의 존엄이 무너질 것이 겁난다. 소설 속 화자의 시아버지는 섬망이 생기면서 그 내면이 비로소 드러난다. 세상에서 제일 빛나는 내 박사 아들을 열쇠 3개도 안 가져오면서 빼앗아가 버린 '도둑년' 섬망 중에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간병인이 자꾸 내 양복을 훔쳐간다고 도둑년이라고 말하는 그 본심이 자신으로 연결됨을 며느리인 화자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며느리로 좋은 아내로 살고 싶었던 화자는 때때로 들던 '지은 죄도 없이 용서를 받는 기분'의 정체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가족의 평화는 사실은 시아버지와 남편의 선의에 의해서, 그들이 속마음을 감추고 나를 봐주어서 만들어진 평화였고 행복이었음을.... 그 선의는 시아버지의 병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대립에 대한 남편의 외면을 가장한 시아버지 편들기에 의해서 깨진다. 이는 결국 한국적 가부장제의 공고한 결합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아니 화자인 나는 산산이 깨지는데 이미 우위에 있던 시아버지와 남편은 나의 깨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이해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서열 관계에서 위에 있는 이들이 여태 까지 베풀었던 시혜를 좀 거두겠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그들로서는 어리둥절할 것이다. 여태 까지 우리가 너한테 얼마나 관대했는데 너는 이 정도도 이해 못 하냐라는 생각이 들 테니까.....


  앉은 자리가 다르면 생각하는 법도 달라진다. 우위에 있고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이 있다. 당신들과 내가 평등하지 못하고 나는 항상 당신들이 보기에는 모자란 인간이고, 베품을 받아야 했던 인간으로 늘 지은 죄도 없는데 용서를 받는 그런 기분을 느껴야 했던 사람이 가지는 모멸감과 자존감의 상처들 말이다. 가부장제 자체가 잘못되었기에 그 체제에 부합하는 것은 가장 선한 사람일지라도 결국 타자를 억압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알려준다. 엘리자베스 비숍과 에이드리언 리치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들의 상처를 오직 서로에 의해서만 이해 받을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듯, 화자인 은아의 상처는 간병 도우미였던 영옥씨와의 순간에 잠시 이해받을 수 있었을 뿐이다. 


  이주혜 작가의 첫 소설인 <자두>는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없다고 생각하는 가부장제가 여전히 얼마나 여성의 삶을 옭아매고 있는지, 돌봄노동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지, 병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우리가 사랑이라 주장하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얄팍한 껍데기인지... 이 소설을 읽은 이들은 소설의 어느 부분을 가지고도 자신을 대입시켜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작가들에게 있어 첫 작품이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본다. 어떤 작가든 첫 작품은 사실 짧은 기간에 쓴게 아니라 그가 살아온  모든 시간만큼 두고 두고 곱씹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어쩌면 그의 전 생애를 건 작품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첫 작품이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게 아닐까싶은거다. 이주혜 작가의 첫 작품인 <자두>는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글에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섬세한 감정의 결을 모두 녹여낼 수 있었을까하며 감탄하게 한다. 그러나 다음으로 나온 단편집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는 하고싶은 얘기는 많은것 같지만 정작 글로 써 낼때는 내가 하고싶은 얘기가 뭐였지 혼란스러워하는 그런 모습이라면 너무 박한 평가일까?  하고싶은 이야기와 소재와의 괴리감 그리고 공감부재, 독자로서 내가 느끼는건 정말 딱 이런 감정이다.


단편 '오늘의 할 일'의 봄, 여름, 가을 자매들은 잔인했고, 그 잔인함으로 오래도록 고통스러워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전혀 그녀들을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의 부부 역시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 공감할 수가 없었고, 누구의 입장에도 공감이 되지 않았다. 자식의 위기를 무시하고 해외로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엄마도, 그런 아내를 비난하는 아이의 아빠도 -아빠에게는 당연히 그럼 아빠인 너는 뭘 했느냐고 물어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나치게 현실성이 없는 캐릭터라는 느낌이다.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도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는게 좋은 소설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단편에서는 거꾸로 그럴듯한 이야기가 그럴듯하지 않아져 버려 독자를 상심하게 만든다.


'여름감기'의 오종의 감정은 지나치게 유아적이며, 제이에게 행하는 행동은 너무 뜬금없다. 도덕적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한다면 심리적이든 상황적이든 뭔가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느낄 수가 없으니 그저 불쾌할 따름이다. 그래서 심지어 나는 내가 이 단편을 오독한 것이 아닌가? 혹시 제이는 오종이 바라보는 아내의 다른 모습은 아닐까라고까지 생각을 해봤지만 글쎄.....


작가의 실제 경험과 어느정도 맞닿아있는 듯한 단편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공감과 비공감에 걸쳐있어 이 책에서 중간쯤에(진까 책의 분량면에서도 중간쯤에 위치한다)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자의든 타의든 전업주부로 생활하는 여성 그들에게도 당연히 사회적인 자아실현의 꿈이 있고 육아와 가사 말고도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들의 모임을 "인문학, 문학, 역사, 건축 공부 모임이었고 답사, 탐방, 견학 모임이기도 했다."(115쪽)라고 일컫는 문장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필사적인 사회적 생존의 자의식을 읽는다. (그런데 직장생활 오래 한 여자들도 딱히 사회적 자아가 강한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낸다는 느낌은 어느쪽이나 마찬가지랄까?) 문제는 이 관계가 깨지는 과정이 너무도 급작스럽고 이해불가라는 것이다. 그들이 10여년이 넘도록 "우리가 우리라서, 우리 곁에 서로가 있어서, 아찔하게 좋은 시절이었다."(117쪽)라고 말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고작 본의아니게 코로나를 전파시킨 일 하나로 그렇게 깨져버릴 수 있을까? 그 일 하나로 묻어두었던 모든 섭섭함이 다 표면으로 떠올라지는걸까?  인간의 관계가 그토록 얄팍한 것인가? 내가 경험한 인간관계, 적어도 10년 이상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을 생각하면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다. 


작가의 이야기들은 이런 중반까지의 이야기를 벗어나서 표제작인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로부터 좀 달라진다. 이야기들이 이제 가능성을 품고 그럴듯함을 획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앞의 이야기들과  달리오히려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시 말하건대 문학의 힘이란 있을 수 없는 일도 그럴듯하게 가능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라고..... 서로 기다리지도 기다리게도 하지 않으며 20여년 중, 1년의 딱 며칠간의 사랑과 딱 하룻밤의 사랑이 교차하는 이 소설은 최근에 읽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다. 세상이 넓고 사람이 많고, 그리고 살아가는 날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사랑쯤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거다. 

<꽃을 그려요>를 통해서는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고 상냥한 것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어쩌면 더 무서운 무엇으로 지우듯 덮어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상처도 있음을 생각한다. <봄의 왈츠>는 딱히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부장 중심의 가족이 아닌 다른 가족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주인공 봄의 가족은 레즈비언커플과 미혼모인 엄마 - 엄마만 셋인- 가정이다. 이런 가정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찌질하고 신파적이지 않게 왈츠를 추듯 경쾌하게 그려낸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새로운 가족의 형태는 마지막 단편인 <그 시계는 밤새 한번 윙크한다>에서도 계속 모색이 이어진다. 


단편집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가족의 이야기였다. 이른바 정상가족이라는 가부장제의 환상말고 실제로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이야기들은 일종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서사로 읽혀지기도 했다. 내 곁에 있는 또는 내 곁을 스쳐가는 그 많은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번 단편집은 그런 서사들을 독자인 내게 만족스럽게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단편집 뒷편의 이야기들은 앞으로 나올 글에서는 훨씬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리라 기대를 하게 되는 그런 작품집이었다. 




에세이집의 구성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자, 그러니 당신, 다시 바늘을 집어 들길. 오늘 당신이 시작한 뜨개질이 다가올 어느 겨울밤을 위한 대책이자 선물이듯 우리가 새로이 시작할 또 다른 이야기의 뜨개질은 지금보다는 덜 외롭고 쓸쓸한 다가올 시간 속의 우리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12쪽


이렇게 작가는 우리를 이야기의 세계 - 다르게 말하면 위로의 세계로 안내한다. 맞다. 이 에세이집의 주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받게되는 위로의 이야기이다. 우리 누구든 살면서 눈물을 심어본 적이 없는 이가 있을까? 그런 우리들에게 화환처럼 무지게를 걸어줌으로써 끝내 추락하지 않고 생존자가 되기 위한 이야기(45쪽)들을 뜨개질처럼 풀어내는 그런 위로 말이다.

 오랫만의 모임에 늦은 이유로 애들 밥해주고 왔다는 말이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에게서 은근히 배어있는 무시의 느낌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상의 온갖 노동과 돌봄을 당연시 누리는 인간일수록, 그 노동과 돌봄을 무시하는 법이다. 자신이 그런 돌봄과 노동을 수행해본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큰 감사함인지를 안다. 그래서 도움의 손길은 사실상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서 올 때가 많다. 또 그러면 뭘 모르는 덜된 인간들은 타인을 향한 연민과 정의로움을 오지랖이라고 표현해버리는 것이다. 타인을 향한 연민과 오지랖의 경계는 얇아보이지만 사실상 두텁다. 진심과 거짓의 차이이니까 말이다. 


이런 일상의 이야기들은 2부에서는 다른 여성 서사로 넘어간다. 일종의 서평이기도 하고, 다른 여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평의 대상이 되는 책들은 아는 책들도 있고 처음 듣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여성작가들의 책이고, 여성들의 이야기이며 가부장제에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작가가 이야기 한 책 중 새롭게 그 이름을 알게 되어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골라뒀다.

세상에는 아직 읽어야 할 여성작가들이 너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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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3-11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섬망!!
저는 엄마의 섬망이 치매 초기 증상이라고 여겼던 적 있었어요. 엄마의 아기 같았던 낯선 모습! 아빠 다리를 꼭 붙잡고, 곁에 있으라고 매달리던 엄마! 딸은 못 알아보고..ㅜㅜ
정말 뭐라 말로 표현키 힘든 낯섬과 섭섭함이 가슴 속에 남아 있었어요. 헌데 그것이 섬망 증상이란 것을 뒤늦게 안 이후, 엄마에 대한 섭섭함이 풀어졌었죠.
미래에 다가올 섬망이나 치매 증상들은 저 또한 두렵습니다. 만약 그리된다면 남편에게 바로 요양원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네요.
남편은 바로 갖다 버린다고 하고...쩝~
끝까지 잘 살아남아야죠!!! 아무렴요~^^

처음 보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일단 마구 담아갑니다^^
참 산수유꽃과 명자꽃 사진 올려뒀습니다.
한 번 살펴보세요.
아마 지나가다 몇 번 보셨을 거에요^^

바람돌이 2023-03-11 19:24   좋아요 2 | URL
에고 어머님의 그런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어땠을지 짠해지네요. 저도 이제 정말로 부모님들이 모두 연세가 많으셔서 어떤 일도 있을 수 있다 생각하게 되는데 그게 그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닥치는건 결국 또 다를거란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제는 또 부모님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런쪽의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고요. 모두가 심각하게 몸이 안 좋아지면 요양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라는 책처럼 즐겁고 건강하게 살다가 집에서 죽는거 이것도 이루고 싶은 꿈이 되네요. ㅎㅎ

이주혜 작가의 에세이집은 뒷쪽이 서평들인데 우리가 잘 아는 책들도 많아요. 저는 제가 처음 알았는데 읽고 싶은 책들을 기록삼아 여기 이렇게 옮겨놓은거구요. 그래서 저도 다 처음보는 책들입니다. ㅎㅎ
나무님 서재에 산수유꽃이랑 명자꽃 보러 지금 날아갑니다. ^^

거리의화가 2023-03-11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기억력이 감퇴되잖아요. 저는 다른 신체적인 노화도 걱정되지만 무엇보다 뇌의 노화가 가장 두렵습니다. 내가 아는 누군가, 그리고 주변의 것들을 다 잃어버릴까봐, 무엇보다 내가 나를 잃을까봐서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매를 두려워하는 것이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걱정되는 점에서요.

이주혜의 소설, 에세이 아주 묵직한 내용을 담고있군요^^

바람돌이 2023-03-11 23:28   좋아요 1 | URL
뇌의 노화를 걱정하는건 모두가 같을거 같아요.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은 나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성과 직결되는거니까요. 하지만 원인을 모르니 또 딱히 대비할 수도 없는지라 더 두려운거 같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겁나지만 솔직히 저는 또 이기적인 인간인지라 나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걱정되어요. ㅎㅎ 이주혜 작가의 소설은 주제의식은 묵직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섬세해서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페넬로페 2023-03-12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사이는 그것이 어떤 관계라도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지 않을까도 생각되네요.
그리고 어렵기도 하고요.
요즘 저도 늙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정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엄마를 보면 여러단계를 지나는 것 같은데 그저 지금 현재만을 잘 살자라는 생각이 들 어요^^

바람돌이 2023-03-14 15:44   좋아요 1 | URL
굳이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오히려 어떨 경우에는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그 다름을 받으들이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사실 우리는 늙음 자체보다는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나 고통이 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하는거 같아요. 하지만 그걸 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페넬로페님 말씀대로 그저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희선 2023-03-13 0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 사귀어도 아주 작은 일로도 돌아서기도 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는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소설에 나온 건 코로나가 나타나고 얼마 안 됐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사이를 이어가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일은 없었군요 바람돌이 님도... 가까운 사람보다 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이해할 때도 있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3-03-14 15: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설의 배경은 코로나 초기 정말 우리 사회 전체가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던 날이에요. 저는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좀 무한신뢰를 보내는 편이라 사실 저런 경우가 생겨도 그렇게 친한 사이에 어떻게 이런 감정이 먼저 들었어요. 사실 당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려운것도 맞는거 같고요. 항상 현실이 소설보다 더 힘든듯 합니다. ^^

공쟝쟝 2023-04-04 1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좋다는 소문을 너무 많이 들었던 저는 오늘 이 글을 읽고 땡스투를 하려고 바람돌이님 페이퍼에 들어왔다가......... 홀린 듯 다 읽고 말았다. 빨리 방학와서 바람................ 돌이님의 지적이며 성찰적인 글 많이 읽고 싶어요!!!! 일단 자두를 땡투합니다!

바람돌이 2023-04-04 14:36   좋아요 0 | URL
일단 3월은 원래 정신이 없는 달이고, 이제 4월이 되었으니 정신을 좀 차리고 일상을 회복하려 합니다. 저에게 일상은 책읽고 알라딘 서재놀이 하는거..... ㅎㅎ 지적이며 성찰적인 글은 모르겠고 일단은 무조건 써야 뭐라도 얻어걸리는 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ㅎㅎ
땡투 감사하고요. 쟝쟝님도 드디어 일이 좀 끝나신건가 해서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