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간의 경기도 여행을 끝내고 어젯밤 늦게 돌아왔습니다.

날도 덥고, 좀 무리하게 욕심내서 돌아다녔더니 전 오늘 몸살로 완전히 뻗었습니다.

열도나고 온 몸이 쑤시고 목도 붓고 하여튼 아침에 눈을 떠도 일어날 수가 없더군요.

저는 오히려 아이들이 몸살을 할까봐 걱정이었는데 이녀석들은 정말 천하무적입니다.

오늘도 팔팔합니다.

엄마가 아프다 하니 그래도 좀 봐주네요.

저희들끼리 놀아줍니다.

집안은 엉망진창이고, 아이들은 밥도 안 먹이고 있는 주전부리만  대충 먹이고....

잠시 출근하고 왔던 옆지기가 돌아와서 집안을 둘러보더니 기가 찬듯하더군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파서 꼼짝도 못하겠는데....

결국 옆지기가 설사하는 해아 병원데려갔다오고, 갔다오는길에 제 약도 사왔군요.

전 그거 먹고 다시 자고....

한숨자고 일어나니 셋이서 청소를 다해놨습니다. 고마울따름.....

청소할 때 예린이가 파주헤이리의 딸기가 좋아에서 받았던 이름표를 아빠랑 해아에게 달아주더랍니다.

딸기가 좋아 청소공장이라나?

청소하는 사람은 이름표 달고해야 한대요. 엄마는 아프니가 빼고.....

옆지기는 둘이 놀이방의 청소해야 비디오 보여준다는 협박으로 아이들 청소를 시켰는데....

내내 하는둥 마는둥 하더라네요.

그래도 한동안은 비디오 볼거라고 이리저리 건드리고 청소하는 시늉을 하더니

드디어 아빠에게 와서

이름표를  아빠에게 다 주더래요.

"아빠 그냥 비디오 내일 볼래"

결국 아빠 혼자 청소를..... ㅠ.ㅠ

저녁도 대충 시켜먹고 널어져 있습니다.

좀 괜찮아 지는 듯하니 한 번 더 약먹고 내일은 힘내서 아이들 밥도 챙겨주고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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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4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유증이 상당하다고 하네요. 잘 관리하세요~!!!

프레이야 2006-08-2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어떡해요.. ㅜㅜ 요즘 감기몸살로 고생하시는 분 많은데요. 하루이틀 푹 쉬세요^^

치유 2006-08-2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가 좋아 청소공장 직원들 꾀가 멀쩡하군요..그 직원들..ㅋㅋ
얼른 몸 추스리시길 바람니다..
아예 핑계삼아 며칠 푹 쉬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픈것은 정말 싫어서...

Mephistopheles 2006-08-2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옆지기님은 결국 자기꾀에 자기가 넘어가 버리셨군요...하하하하

바람돌이 2006-08-26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어제 저녁에 병원갔다오고 나서 지금은 괜찮아요. ^^
배혜경님/푹쉬었어요. 여름에 감기몸살이라니... ㅠ.ㅠ
새벽별님/뭐 청소는 옆지기가 다했는걸요. 덕분에 쉬었어요.
배꽃님/그 직원들 오늘도 어지르기만 하고 청소안하고 결국 비디오 보던데요. 제가 아파서 못놀아주니까 냅다 비디오만 틀어줬다는.... ^^
메피스토님/아무래도 옆지기가 저보다 아이들에게 약해요. 그러다보니.... ^^
 

지금 자기는 그런 시간이고 심심한데 남들 하는건 다 따라해야지....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19문 19답

1. 아이디와 아이디의 의미는?
▷ 바람돌이.  소원을 들어주는 만화 주인공이긴 한데 왜 이걸로 정했는지는 기억이 안남. -결국 진짜 아무생각없이 정했다는 결론밖엔....

2. 자신에 대한 20자평.
▷ 부화뇌동형 (이런거만 보면 따라한다.)

3. 나이와 하는 일?
▷ 내 나이가 겁나는 나이, 직장다니기, 살림하기, 애 보기 -한국의 전형적인 슈퍼우먼형이나 잘하는 건 없음

4. "내 인생의 책"(다섯 권 이내)
▷ 전태일 평전
     이영희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
    신동엽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5. 좋아하는 작가와 그 이유(다섯 명 이내)
▷ 이주헌 - 그의 미술을 보는 관점과 쉬운 글이 좋다.
     고미숙 - 그녀의 정신없는 문체, 유머감각
     한홍구 : 한국 현대사를 그만큼 쉽게 속쉬원하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제프리 디버 : 한 번 잡으면 끝을 보기 전에는 잠도 못잔다.
     오쿠다 히데오 : 요즘 주목하고 있는 작가 - 하여튼 생각나는대로....

6. 즐겨 읽는 장르나 분야는?
▷ 잡식성이라 안 읽는 분야를 말하는게 나을 듯.
    경영, 처세술, 세상 미담류, 기술과학쪽빼고는 안가린다.

7. 무인도나 교도소에 가게 된다면 꼭 가져가고 싶은 책 세 권
▷ 무인도는 안가져간다.(할일이 너무 많을거다. 집도 지어야 하고 먹을 것도 마련해야 하고.....)
    교도소는 영어사전이나 가져갈까?(일단 다보는데 몇년은 걸릴거고, 보다가 잠이 잘오니 쓸데없는 생각으로 뒤척이는 일 없을 것이며, 베개로 이용하기에도 딱이다.)

8. 요즘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는 분야는?
▷ 여전히 잡식성이다. 이것 저것 그 때 그때 관심가는대로....

9. 기억 나는, 제일 처음 감동 받은 책은?
▷ 고등학교 때 읽은 <회색노트> -나도 가출하고 싶었다.

10.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 언제나 세상과 우리집 아그들.

11. 책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는?
▷ 신간정보를 주로 챙기고 관심분야나 좋하하는 저자인 경우 그냥 선택한다.

12. 책을 주로 어떻게 읽으시나요? (시간, 장소 등)
▷ 주로 누워서.....

13. 원하는 책을 구하는 루트는? (빌린다, 산다, 훔친다...)
▷ 대부분 산다. 소설류는 도서관에서 빌리는 편.

14. 현재 가지고 있는 책의 양과 주종을 이루는 분야는?
▷ 한 1000-1500 사이쯤 될 것 같은데 거의 역사와 문화분야다.

15. '개인서고 소장사'가 있으면 간단하게 얘기해주세요.
▷ 고등학교때 할리퀸 로맨스를 미친듯이 사모았는데 그걸 엄마 몰래 숨겨두느라 죽는줄 알았다. 결국 나중에 새로 개업하는 만화방에 헐값으로 넘겼다.

16. 주변에서 책을 읽고 토론할만한 사람이 있나요?
▷ 옆지기. 그외 가끔 만나는 친구들

17. 책을 읽는 이유는?
▷ 즐겁다.

18. 책 이외에 다른 문화생활(영화, 음악, 기타 등등)은 어떤 것을 즐기시나요?
▷ 영화, 미술전시회, 고스톱, 훌라 등등.....

19. 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 내 죽기전까지는 나와다오. 그 다음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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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8-18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책 많으시네요!! ^^ 부럽다.

urblue 2006-08-1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리퀸 로맨스요? 오오~ ^^

치유 2006-08-1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역시 다르네요,달라요..오오..

해리포터7 2006-08-1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역시 제 예상이 맞았군요..그 만화에 나오는 바람돌이요..저 아즉도 그 노래 잘 부르거든요..울남푠이 그노래 젤루 싫어해요..신혼때 아침마다 그노래 불러서 남푠 깨웠더니.ㅋㅋㅋ

2006-08-18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8-1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뭐 저의 경우 저혼자 사모은 게 아니고 옆지기랑 둘이서 모은거니.... 알라딘에는 진짜 고수들이 수두룩하잖아요. ^^
블루님/왜 님도 모으셨수? ^^
배꽃님/뭐가 다른지는 잘.... ㅎㅎㅎ
해리포터7님/깨울때 그 노래만 불렀다면 싫어할만하겠군요. ㅎㅎ
속삭인님/고마워요. 고쳤어요. ㅎㅎㅎ 회색노트 아는 사람이 잘 없던데.... 반가워요. ^^

Koni 2006-08-1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죽기 전까지는 나와다오. 그 다음은 모르겠다.'라니, 정말 쿨하세요. 사실 저도 그런 마음이에요.^^

바람돌이 2006-08-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도? ㅎㅎㅎ
 
 전출처 : 바람구두 >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미만의 국민들은 보시오!

우석훈 선생의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2006, 녹색평론)을 읽다가 요근자에 읽은 어떤 FTA관련 서적들에 비해 확실히 알기 쉽게 FTA를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다가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있어 함께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일일이 타이핑을 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부분적으로 본래 책의 원고와 틀린 부분은 내가 교정을 본(교열이 아니라) 부분이거나 아니면 타이핑 하다가 오타가 난 부분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부부합산으로 연소득 6,000만원 이하를" 벌어들이고 있는 사람들은 노무현호 아니 현재 흐름대로라면 '대한민국호'에 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현재의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부부합산으로 연소득 6,000만원 이하를 벌어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의 '노무현호'를 타고 미래로 갈 이유는 없다. 만약 '고향' 혹은 '우리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어서 이 특수한 상품 혹은 서비스를 소비하는데 매우 특별한 만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재'를 찾는 것이 절실한 순간이다. 어차피 학교에서도 이제는 '우리말'이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인데, 우리 말을 사용하는 편리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높다. <21쪽>

그리고 "7장. 그럼 도대체 정부가 아는 건 뭐야"라는 부분을 한참 신나서 읽고 났더니 몹시 슬픈 이야기였다. 원고 내용 중 밑줄 치고, 굵은 글씨 부분은 별도로 내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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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럼 도대체 정부가 아는 건 뭐야?

한미 FTA의 결과, 무역수지는 손해인데, 서비스업도 별로 밝아보이지 않고, 미국 시장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럼 대체 정부가 아는 게 뭔가? 보통의 경우라면 정부가 모르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이 한 얘기를 빈틈없이 뒤집어보면 정부가 뭘 제대로 아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정부가 도대체 지금 무엇을 알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저렇게 용감하게 “최단 시일 내에 성공적 협상을 하겠다”며 질주하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을까? 한번 정부가 알고 있는 걸 찾아보기로 하자.

가. 농업은 망한다
어쨌든 노무현 정부는 농업이 망한다는 정도는 아는 것 같다. 이건 새로운 미국과의 통상 관계 때문이 아니라 농업은 그만둔다는 정책 기조로 지난 3년간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이다. 졸저 <아픈 아이들의 세대>에 노무현 정부의 농업 정책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분석한 적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이 정도로 농업의 얘기를 접기로 하자. 현재 국민의 8% 정도인 농민이 4%대로 줄어들지, 아니면 정부의 목표대로 1%대로 내려앉을지가 문제일 뿐이다.

나. 월마트한테는 안 당한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국내 유통업계에서 철수하게 된 것이 금년(2006년) 초이다. 정부는 대형유통시장에서 한미FTA로 경쟁조건을 바꾸더라도 국내 업체에게 승산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계속 죽어나갈 것이다. 월마트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하여간 정부는 “월마트한테 안 당한다”는 정도는 안다.

다. 한국영화 안 본다고 죽는 거 아니다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서 국내 영화산업은 일단 현재의 절반 정도로 축소될 것이다. 국내영화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로 유지가 되어야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스크린쿼터 146일 규모에서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생겨서 몇 개의 경쟁력 있는 한국영화가 나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데, 이 규모가 73일이 되면 기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반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 미치지 못하는 그만그만한 영화가 나오게 되는 것이 현대 영화시장의 특징이다. 이것까지는 정부가 몰랐던 거다. 정부가 아는 것은 다만 “한국 영화 안 본다고 안 죽는다”는 점이다.
멕시코의 일류 감독들이 지금 CF감독으로 연명하면서 3~4년간 돈을 모아서 겨우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 한 편 만드는 상황을 보면서도, 정부는 미국에 일단 스크린쿼터를 내주고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

라. 병원 안 간다고 다 죽는 건 아니다
보건경제학 쪽에서 조금 더 자세한 분석이 나오려면 6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숫자를 정확하게 내기는 어렵지만 아마 국민의 30%에서 40%정도는 한미FTA 이후 5년이 지나면 의료비와 보험비가 비싸져서 병원에 가기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계산하기 어려운 것은 얼마나 되는 국민들이 병원에 갈 수 없을지 여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건 소득분배의 재구성 모델이 나와야 숫자가 정확히 나온다.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시나리오 형태로 추정할 수는 있는데, 단지 국민들이 “얼마나 가난해질지를 몰라서” 계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정부에서는 한 가지를 알고 있다. 병원에 안 간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물론 그렇기는 하다. 돈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것이 서럽기는 해도, 아프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다. 약초요법과 전통의학 등 ‘대체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도 있다.

마. 공무원들한테는 별일 안 생긴다
사실 정부라는 것은 공무원들의 총합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의 운명은 사실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FTA는 민간부문과 민영화되는 공공부문까지 영향을 크게 미칠 뿐, 공무원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 국민들이 겪게 될 평균적인 변화와는 다른 미미한 변화만이 생길 뿐이다. 만약 공무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지금 같은 방식으로 한미FTA 추진이 가능했을까? 확실히 정부는 공무원들에게는 별일 안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 내에서 저항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도 말이다.
물론 지금 정부가 조심스럽게 준비 중인 ‘행정민영화’ 프로그램이 진짜로 강도 높게 추진된다면, 원칙론적인 ‘희망’과는 달리 공무원 세계도 격랑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바. 국민들은 농민 편 안 들어준다
정부도 인정하는 것과 같이 사실 한미FTA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사람들은 농민들이다. 꼭 한미FTA에서 특별한 규정이 생기거나 쌀시장이 추가로 개방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상 쌀시장은 이미 다자관계인 WTO에서 개괄적인 틀로 결정된 상태다. FTA라는 틀에서 쌀시장을 다룰 이유가 별로 없다.
전략적으로는 미국이 약간 요구하는 척 하다가 양보할 것이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래도 쌀시장을 지켰고, 그 대가로 다른 분야에서 좀 희생을 했다는 선전을 할 것이다. 정부가 양자관계에서 다룰 필요가 없고 다루지도 않는 ‘쌀시장’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걸 보면서 이건 거의 ‘야바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한미FTA가 농민들에게 치명적인 것은 협상이 진행된다는 이유만으로 몇 년 후에 시행될 ‘농업죽이기’ 정책이 훨씬 빨리 진행될 것은 물론, 추곡수매가 사라진 다음 실질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던 보조금 정책 등을 ‘없던 얘기’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농민들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확실하다. 한미FTA를 통해서 농민이 손해보고 그 대신 서비스업은 좋아질 것이라고 정부가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해진 미장원 주인들조차 농업이 망하고 어려워진 만큼 그 이익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농민들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대다수 국민들이 절대로 농민들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히 안다.

사. 한나라당은 꼼짝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는 적어도 한미FTA에서만큼은 한나라당이 꼼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FTA가 실제로 어떠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어떤 부문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분석할 수 있는 실무전문가가 없다. 따라서 정부에 곤란한 질문을 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도 아는 것이 별로 없는데, 한나라당이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구조상 불가능하다. 상당수 한나라당 당원들은 일단 ‘자유무역’이란 말이 들어가면 무조건 찬성하는 경향이 있다.

아. 국민들은 벤츠를 좋아해
한국정부는 자동차 부문의 협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은 모양새다. 미국정부도 한국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에 꽤나 공을 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자동차 조금 더 팔자고 3,000cc 이상의 대형자동차에게나 적용될 제도들을 없애고,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없애고, 심지어는 수도권 대기관리대책까지 없애라고 하는 미국의 요구는 내정간섭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기본적인 환경정책의 틀 정도는 지킬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게 진짜 협상의 핵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부문의 변화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어차피 타는 수입자동차, 독일제를 타나 미제를 타나 국민경제에는 별가시적 변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연소득 6,000만원 미만의 국민들에게는 어차피 해당사항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민들이 미국자동차를 타지 않는 이유가 다른 복잡한 이유가 아니라 벤츠와 BMW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아직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독일제 자동차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나 보다.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캐딜락을 타고 싶다는 미국인들처럼 한국인들도 자신의 첫 번째 외제 승용차는 벤츠이기를 바란다. 물론 한국정부는 이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자. 국민들은 식품 안전에 관심이 없다
정부가 아는 또 한 가지 사실 중에서 가장 슬픈 일은 한국 국민이 식품안전에 사실상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사고가 터지면 벌떼처럼 떠들지만, 길어야 일주일이다. 광우병 의혹이 있는 미국산 축산물도 문제지만, 한미FTA로 정말 곤란하게 되는 것은 유기농산물의 기반이 무너지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식품공급시스템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붕괴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한국 국민들은 이런 근본적인 식품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무엇보다도 OECD 국가 중에서는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인식수준이 가장 낮은 국민이라는 점을 정부는 잘 알고 있다. WTO협상에서도 다른 선진국이 전부 만들어 넣은 학교급식 재료조달에 관한 예외규정을 하나도 만들지 않은 게 한국이다. 정말 한국정부는 다른 건 몰라도 국민들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차. 그래봐야 이민 갈 용기가 있는 국민은 별로 없다
다음 장의 결론을 미리 당겨서 말하자면,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FTA체제 속에서 ‘개인으로서의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민직접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국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이러한 경우에 유일한 의사표시 방법은 많은 국민들이 이민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래봐야 이민 갈 정도로 용기 있는 국민이 별로 없다는 사실까지도 잘 알고 있다. 이미 붕괴된 교육시스템에 불만이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조기 유학을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뭔가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공부 못하는 애들 유학 보내봐야 인생만 망가진다”는 ‘조기유학 위험론’으로 협박을 일삼던 정부다. 가끔 소주 마시며 대통령을 씹어대긴 하지만, 사실 국민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기다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점을 노무현 정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쉽게 정리해보면, 정부는 한미FTA와 관련해서 정부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은 거의 모른다. 그런데 국민들과의 협상에서 이기는 방법은 너무 잘 안다. 진화적 게임이론으로 상황을 설명하자면 ‘노무현 시스템’은 외국이 아니라 국민들을 상대하는 감각기관이 기이하게 발달․진화한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정부’라고 뭉뚱그려 표현하지 말고 대체 어떤 시스템을 가진 정부인지 좀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문 126~133>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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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는 장봉군 화백의 만평이 실려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자동차를 끌고 과속질주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앞길에는 미국과의 FTA협상으로 국민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른 멕시코가 있다.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협상 한 번 잘못했다고 나라 망하는 거 아니다."

아마도 우석훈 선생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협상 한 번 잘못했다고 나라 망하는 거 아니다. 대신에 이민도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이 나라에서 이대로 살기도 어려운 국민들만 망하는 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FTA를 막을 길은 국민직접행동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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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느티나무 > ‘교육의 얼굴을 한 시장’ 원하는가?

  학교 위에 국가가, 국가 위에 시장이 있으니 학교는 국가정책보다 시장의 이윤 여부에 따라 춤추는 꼭두각시에 불과해진다. 교사도 학생도 학교도 상시 구조조정의 거센 물살에 휩쓸리는 마당에 ‘지속가능한 교육’이 발붙일 여지가 어디 있는가.

  교육부가 교사 성과급을 굳이 차등해서 지급하겠다는 건 긴 서사의 서장이다. 그 끝은 ‘교육의 소멸’이다. 왜 그런가?

  교사의 성과를 계량화하기 위해 현재는 수업시수, 담임, 보직, 수상경력 등이 나열돼 있지만 이는 ‘미끼’일 따름이다. 곧 시행된다는 교사평가는 교장, 교감, 동료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하도록 돼 있는데 이 역시 문제가 많아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차피 교사에 대한 ‘평가’로 성과급을 ‘차등’해야겠다면 저항이 덜한 숫자로 기준을 삼을 수밖에 없다. 가장 분명한 숫자는 학생들의 학업성적이다. 즉 이 모든 혼란은 결국 ‘학교별 학생성적 평균’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이후는 뻔한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미 학교를 시장화한 미국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부임하자마자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을 시행했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쉼없이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목표한 학업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교는 교장·교사 해임, 학생들이 사립학교로 옮길 수 있도록 학비지급(바우처 제도), 자율경영의 차터스쿨 전환, 아예 사기업이 학교를 맡는 위탁경영 등 ‘시장화 구조조정’을 겪게 된다. 해당 학교는 망하고 교사는 학교를 떠난다. 낙오학생방지법이 시행된 후인 2003년, 5년차 교사의 46%가 학교를 떠났다. ‘퇴출’이라기보다 ‘이직’에 가깝다. 교직은 ‘더 나은 연봉’을 잡기까지의 비정규직, 혹은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추락한다. 그래도 시장주의자 눈에는 46%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니 성공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건 다음이다. 학생들 학업성취를 측정하기 위해 객관적인 평가 기관이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이런 걸 민간에 맡긴다. 낙오학생방지법 때문에 미국 각 주는 6년 계약에 19억달러(객관식 유형)에서 많게는 53억달러(에세이나 자유주제 글쓰기)의 돈을 써야 한다.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초국적 거대기업들이 이 ‘엄청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학력평가업체를 차렸다. ‘하코트 교육평가’, ‘시티비(CTB) 맥그로 힐’, ‘리버사이드 출판사’ 등 3~5개 업체가 학력평가시험 시장의 메이저들이다. 흥미로운 건 이 중 맥그로 힐이 부시 대통령 가족과 3대에 걸친 친분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2002월 1월 〈네이션〉 보도). 그렇다면 이는 ‘시장→로비→정책’으로 이어지는 시장국가 미국의 전형적 모습이기도 한 셈이다. 가히 ‘교육의 얼굴을 한 시장’이라 할 만하다.

  이쯤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협상에서 웬디 커틀러 미국 쪽 대표가 “교육평가 시스템에 관심이 있다”고 한 말이 새삼 생생하게 들리지 않는가? 국경의 문턱을 없애면 이들 평가업체가 물밀듯 몰려들 것이다. 학교 위에 국가가, 국가 위에 시장이 있으니 학교는 국가정책보다 시장의 이윤 여부에 따라 춤추는 꼭두각시에 불과해진다. 기업들이 학생과 교사와 학교 평가의 전권을 가지고 우리 교육을 쥐락펴락하게 되는 것이다. 교사도 학생도 학교도 상시 구조조정의 거센 물살에 휩쓸리는 마당에 ‘지속가능한 교육’이 발붙일 여지가 어디 있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은 자연스레 소멸한다. 이것이 ‘교사 성과급 차등지급’으로 비롯되는 서사의 종막이다. 우리가 이런 세상을 원하고 있는가?

  경쟁, 효율, 평가, 구조조정으로 순환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시스템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것은 약인 동시에 독인 파르마콘(pharmakon)이며 ‘비시장 시스템’인 학교에서는 단연코 독으로 작용한다. 학교는 무엇인가? 경쟁하는 곳인가, 협력하는 곳인가. 계층분리하는 곳인가, 계층화합하는 곳인가. 완벽하게 승리하는 곳인가, 실패를 통해 성숙하는 곳인가. 먼저 이런 기본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 경쟁력이라 본다. 행동하기 전에 생각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이석범 /소설가·서울 신원중 교사

 

한겨레신문, 2006년 8월 10일, [왜냐면]에서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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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3박4일로 강화도와 파주를 가기로 했는데 옆지기가 광릉수목원을 꼭 가보고 싶단다.
광릉 수목원은 나에겐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추억이......

아주 오래전이다.
지금의 옆지기 - 그 때는 애인이었지-가 군대 가 있을때....
안그래도 남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으면서,
또 멀기는 어찌나 먼곳에 갔는지...
이 따뜻한 남쪽 땅 부산에서 강원도 화천인가 뭔가 하는 곳이었다.
부대 이름도 웃기지! - 이기자 부대란다. 참내....

애인의 의무로써 면회를 한 번은 가줘야 할터인데.....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그래도 군대간 애인 뭐 좋다고 충성서러웠던 난
어느 겨울 맘씨 착한 여자 친구를(그 친구도 나의 애인이랑 절친한 사이였으니 다행이지) 꼬드겨서
그 머나먼 땅으로 면회를 갔다.
무지하게 추운 겨울에....

겨울이었지만 한푼이라도 아껴야 했던 우리는 여관비가 무서워 밤기차를 탔었다.
서울역에 떨어진게 새벽 4시30분
기차에서 내리 잤더니 춥고 배고프고.....
다행히 서울에서 학교다니던 애인의 고등학교 친구 S가 마중을 나와줬다.
잠이 덜깨 아주 부스스한 얼굴로....
그의 안내로 청량리인가에서 새벽밥을 먹고 그래도 차시간이 되려면 멀었는데 어떡하나 햇더니...

광릉수목원 좋다고 거길 가잔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할수 없지 뭐....
버스를 타고 갔던 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난다.
어쨌든 그 새벽에 수목원에 도착은 했다.
근데.....

아직 문을 안열었다.  그때가 7시도 안되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이런 곳이 9시는 넘어야 문을 여는게 당연한데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넉살좋고 무대포기질이 강한 S는
아주 당연한 듯이 담을 넘잔다.
뭐 담장이 아주 나즈막한게 넘으라고 유혹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 모두 약간은 무모했던 나이 아닌가?
그냥 담장을 넘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수목원!!! 그 수목원 전체가 우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남쪽에서 보는 나무들과는 다르게 그 쭉쭉 뻗은 침엽수림이 경이롭기도 하였다.
하지만 좋았던 건 아주 잠시.....

그 허허 벌판에서 매서운 산바람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으려니
처음에는 손발이 시리로 다음에는 이빨이 떨리고 그 다음에는 온 몸이 얼어붙는듯.....
내 생애 가장 추운날을 맞이하였다.
온실에 가면 따뜻할거라는 S의 말에 온실을 여기 저기 찾아봤으나
모두 잠겼다. ㅠ.ㅠ

아! 이대로 얼어죽는구나!!!
한발짝도 떼기 싫어지던 그 순간에
드디어 사람 발견!
무단으로 들어온 주제에 사람을 발견하면 무서워해야지 반갑다니...
아주 어리둥절하게 우리를 쳐다보는 그 분을 향해
S가 그 특유의 넉살과 아부로 결국 우리는 온실 한켠을 차지하고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의 꾀죄죄한 몰골이 불쌍해 보였겠지.....
그래도 거기서 몸을 녹이고 시간을 보낸다음 우리는 차를 타러 수목원을 나왔다.
그때쯤은 아침 해도 뜨고 해서 추위는 좀 견딜만해졌으나 이놈의 버스가 도대체가 안오는거다.

결국 지나가는 자동차를 히치해서 겨우겨우 강원도까지.....

애인을 만나 잘 놀았다.
하지만 너무 아쉽게도 우리 모두 아주 가난했던 관계로
아주 허름한 여관방 하나 빌려서 4명이서 한 방에 자야했다.
아! 불쌍한 가난한 청춘이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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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15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즐거운 추억같아요. 전 아직 광릉 수목원 못 가봐서 아쉬워요

야클 2006-08-1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럼 아주 가난하지 않았더라면......

두 방에서? ^^ =3=3=3=3

바람돌이 2006-08-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가봤다지만 저는 정말 추웠던 기억밖에 없어요. ^^
야클님/역사에 만약이란 없다구요. 흥!! ^^;;

클리오 2006-08-1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잇. 바람돌이님의 알콩달콩 연애시절... 막 상상이 될라고 그래요!! ^^

세실 2006-08-1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가슴 아픈(?) 추억이군요. 아 옛날이여~~ 그래두 그때가 좋았죠?

바람돌이 2006-08-1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상상만 하세요. ^^ 예찬이는 잘 크죠. 잠은 이제 좀 자는지.....
세실님/가슴 아플거까지야..... 전 지금도 좋은데요. ^^;;
새벽별님/님밖에 없어요. 아무도 추천을 안해줘서 슬펐다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