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3박4일로 강화도와 파주를 가기로 했는데 옆지기가 광릉수목원을 꼭 가보고 싶단다.
광릉 수목원은 나에겐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추억이......

아주 오래전이다.
지금의 옆지기 - 그 때는 애인이었지-가 군대 가 있을때....
안그래도 남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으면서,
또 멀기는 어찌나 먼곳에 갔는지...
이 따뜻한 남쪽 땅 부산에서 강원도 화천인가 뭔가 하는 곳이었다.
부대 이름도 웃기지! - 이기자 부대란다. 참내....

애인의 의무로써 면회를 한 번은 가줘야 할터인데.....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그래도 군대간 애인 뭐 좋다고 충성서러웠던 난
어느 겨울 맘씨 착한 여자 친구를(그 친구도 나의 애인이랑 절친한 사이였으니 다행이지) 꼬드겨서
그 머나먼 땅으로 면회를 갔다.
무지하게 추운 겨울에....

겨울이었지만 한푼이라도 아껴야 했던 우리는 여관비가 무서워 밤기차를 탔었다.
서울역에 떨어진게 새벽 4시30분
기차에서 내리 잤더니 춥고 배고프고.....
다행히 서울에서 학교다니던 애인의 고등학교 친구 S가 마중을 나와줬다.
잠이 덜깨 아주 부스스한 얼굴로....
그의 안내로 청량리인가에서 새벽밥을 먹고 그래도 차시간이 되려면 멀었는데 어떡하나 햇더니...

광릉수목원 좋다고 거길 가잔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할수 없지 뭐....
버스를 타고 갔던 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난다.
어쨌든 그 새벽에 수목원에 도착은 했다.
근데.....

아직 문을 안열었다.  그때가 7시도 안되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이런 곳이 9시는 넘어야 문을 여는게 당연한데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넉살좋고 무대포기질이 강한 S는
아주 당연한 듯이 담을 넘잔다.
뭐 담장이 아주 나즈막한게 넘으라고 유혹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 모두 약간은 무모했던 나이 아닌가?
그냥 담장을 넘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수목원!!! 그 수목원 전체가 우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남쪽에서 보는 나무들과는 다르게 그 쭉쭉 뻗은 침엽수림이 경이롭기도 하였다.
하지만 좋았던 건 아주 잠시.....

그 허허 벌판에서 매서운 산바람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으려니
처음에는 손발이 시리로 다음에는 이빨이 떨리고 그 다음에는 온 몸이 얼어붙는듯.....
내 생애 가장 추운날을 맞이하였다.
온실에 가면 따뜻할거라는 S의 말에 온실을 여기 저기 찾아봤으나
모두 잠겼다. ㅠ.ㅠ

아! 이대로 얼어죽는구나!!!
한발짝도 떼기 싫어지던 그 순간에
드디어 사람 발견!
무단으로 들어온 주제에 사람을 발견하면 무서워해야지 반갑다니...
아주 어리둥절하게 우리를 쳐다보는 그 분을 향해
S가 그 특유의 넉살과 아부로 결국 우리는 온실 한켠을 차지하고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의 꾀죄죄한 몰골이 불쌍해 보였겠지.....
그래도 거기서 몸을 녹이고 시간을 보낸다음 우리는 차를 타러 수목원을 나왔다.
그때쯤은 아침 해도 뜨고 해서 추위는 좀 견딜만해졌으나 이놈의 버스가 도대체가 안오는거다.

결국 지나가는 자동차를 히치해서 겨우겨우 강원도까지.....

애인을 만나 잘 놀았다.
하지만 너무 아쉽게도 우리 모두 아주 가난했던 관계로
아주 허름한 여관방 하나 빌려서 4명이서 한 방에 자야했다.
아! 불쌍한 가난한 청춘이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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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15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즐거운 추억같아요. 전 아직 광릉 수목원 못 가봐서 아쉬워요

야클 2006-08-1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럼 아주 가난하지 않았더라면......

두 방에서? ^^ =3=3=3=3

바람돌이 2006-08-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가봤다지만 저는 정말 추웠던 기억밖에 없어요. ^^
야클님/역사에 만약이란 없다구요. 흥!! ^^;;

클리오 2006-08-1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잇. 바람돌이님의 알콩달콩 연애시절... 막 상상이 될라고 그래요!! ^^

세실 2006-08-1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가슴 아픈(?) 추억이군요. 아 옛날이여~~ 그래두 그때가 좋았죠?

바람돌이 2006-08-1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상상만 하세요. ^^ 예찬이는 잘 크죠. 잠은 이제 좀 자는지.....
세실님/가슴 아플거까지야..... 전 지금도 좋은데요. ^^;;
새벽별님/님밖에 없어요. 아무도 추천을 안해줘서 슬펐다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