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쓴 글에서 이 책 제목때문에 캥거루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가 생기네요.
하긴 저도 제목만 봤을 때는 에미리 디킨슨의 외모에 대한 자기 비하와 관련있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다 예쁜데 왜 나만 못생겼을까? 뭐 이런....
그런데 이게 전혀 엉뚱한 예상도 아닌 것이 영화 <조용한 열정>에 보면요.
첫사랑에 빠진 에밀리 디킨슨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스스로 막 비하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아니 캥거루가 어때서? 그 귀여운 동물을 왜 못생긴걸로 대비하지? 언제부터 캥거루가 못생김의 대명사가 된거야? 이런 캥거루의 억울함을 위한 항변도..... ㅎㅎ
그런데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는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듯합니다.
일단 전문을 먼저 적을게요.
나의 일은 맴돌기랍니다 ㅡ
관습을 몰라서가 아니라
동트는 모습에 사로잡혔거나 ㅡ
석양이 나를 보고 있으면 그래요 ㅡ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예요, 선생님,
그래서 아주 괴로워요,
가르침을 받으면 그것은 사라지리라 생각했어요.
-히긴슨에게 보낸 디킨슨의 편지 중에서(히긴슨은 에밀리 디킨슨의 문학상담 역할을 했던 비평가 겸 작가 토머스 웬트워스 히긴슨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전문을 보면 캥거루는 미와 추의 대비가 아니라는게 확실해지죠.
어떻게 해석할까 좀 막막해지기도 하는데 저는 이 대목을 첫째 줄 나의 일은 맴돌기랍니다에 주목해서 읽었어요.
어디든 동틀때나 석양이 질때는 다 아름답죠.
그렇게 아름다울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용히 그 풍경을 바라만 볼때 우리의 에밀리 디킨슨은 아예 그 아름다움속으로 들어가서 동화되어버리는 듯 합니다. 어쩌면 떠오는 태양을 향해 달려갔을지도 모르겠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렀을지도 모르죠. 아름다움 속에 어떻게든 함께 녹아내리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이들의 모습과는 이질적이라고 느낀것도 같아요.
그래서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려 맴도는 자신을 겅중 겅중 뛰는 캥거루에 비유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쩌면 이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만 영화에서 본 에밀리 디킨슨의 모습과는 매치가 안되어서 혹시 이 분이 마음으로만 열심히 뛰어다닌건 아닌지 싶기도 하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