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까지 하면서 MRI다 조직검사다 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한대로 다발성 근염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병이군요.

자가면역질환 그러니까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세포들인지 뭔지가 공격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공격하는 병입니다.

이게 관절을 공격하면 류마티스고

운동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면 그 무서운 루게릭병,

저처럼 근육을 공격해서 해체하면 다발성 근염이라는군요.

그 외에도 공격부위는 정말 많더라구요.

어쨌든 듣도 보도 못한 이 병은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예방 불가, 완치 역시 어려움.

그래서 면역 억제제와 스테로이드제로 증상을 완화하고 억제하는 치료를 계속하는 정도입니다.

결국 이 약을 먹어도 증세는 완화되겟지만 어느정도까지 치료가 될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이고요.

그나마 자가 면역질환 중에서는 어느정도 치료가 되는 사람들이 좀 많은 편인 것 같기는 합니다. 



하여튼 병명을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는데

의사 선생님 왈  이 약의 부작용 중에서 몸이 많이 붓고, 살이 찐다. 다이어트도 신경 좀 쓰야 할거다라고....

네? 다이어트라굽쇼? 제가 28살에 빡세게 한달간 다이어트 해서 8킬로 줄였다가, 한달 뒤에 요요 현상으로 10킬로 찐 사람입니다. 그 이후로 다이어트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고, 오로지 3끼 맛난거 챙겨먹는 낙으로 사는 사람인데 다이어트라뇨? 말도 안되죠?는 속으로 궁시렁 거린거고 의사샘 앞에서는 그냥 네 라고만.....ㅠ.ㅠ


저 선생님 술은 먹으면 안되겠죠?

절대 안됩니다.

아 네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네네 당연히 그럴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가 아닌데 술 때문에 얘기했겟어요?

(아주 애처로운 표정으로) 그럼 혹시 커피는 마셔도 될까요? 

(의사샘 한심한 표정으로) 아 그건 됩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ㅋㅋ 

그래도 인생의 낙 중에 하나는 건졌다.


그리고 또 의사샘 폭탄 하나 - 이 병이 암과 연관된느 경우가 많으므로 암검사를 아주 자주 해줘야 한단다.

그리고는 다음주 각 과의 초음파 검사를 줄줄이 연결....

그래 내가 무슨 힘이 있겟냐 하라면 다 해야지.....ㅠ.ㅠ


의사샘 면담을 우울하게 끝내고 나와서 간호사샘 얘길 듣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말.

이 병은 희귀병이라서 병원진료비와 약제비 90%가 국가지원이 되어요. 10%만 환자부담입니다.

이런 우리나라 좋은나라일세. 

감사합니다. ^^


병이 생긴건 어쩔 수 없고, 내 친구 말대로 세상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몸한테 한번 잘해줘보자라고 결심에 결심을 하며

영양소 잘 챙겨가며 하루 3끼 시간 맞춰 꼬박꼬박 먹어주고,

하루 8시간을 꼬박 자주고

아침에 1시간, 저녁에 1시간 열심히 걸어주고,

그러고 나면 시간이 엄청 남을 거 같은데 의외로 책 읽을 시간은 얼마 안난다.


최근까지 날이 갈수록 집안일이 너무 하기 싫고 밥하는 것도 너무 하기 싫어서 오히려 주말에 배달 음식 시켜먹는 일도 많고 해서 나는 내가 집안 살림을 점점 너무 너무 싫어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너무나도 내 몸을 혹사하여 내가 정말 피곤했구나를 절감한다.

잘먹고 잘자서 컨디션 좋은 요즘은 배달음식 시킨 적이 없네.

열심히 밥해먹고, 집안의 어질러진 곳들도 매일 조금씩 구역 정해서 피곤하지 않게 한 구역씩만 - 예를 들면 냉장고도 한꺼번에 청소하지 않고 오늘은 첫째 둘째칸만 뭐 이런식으로 집을 정리하는 것도 재밋다.

집은 늘 깨끗하고 냉장고에는 다음 끼니를 준비할 재료가 항상 차 있고, 아 난 살림꾼이었어 이러면서 

전업주부가 난 체질인가봐. 이 참에 직장 때려치워하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고....ㅠㅠ

어쨌든 8월 중순까지 난 휴가이니 그때까지 이 페이스대로 잘 살아보자.




요즘 산책길에 일부 코스에는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다. 

그 코스모스의 싹들이 나더니 매일 매일 쑥쑥 자란다.

매일 아침 코스에는 이 녀석들을 보는 것이 산책길의 또 하나의 낙이 되고 있다.



우리 집에서 이 느티나무까지 걸어서 돌아가면 딱 1시간 산책이 완성된다.

감은빛님 말씀대로 천천히 걷다가 빨리 걷다가 잠시 뛰다가(아 정말 뛰는건 1분을 못뛴다. 다리 힘도 없고, 숨도 가쁘고.... 이놈의 저질 체력이라니....) 속도 조절해가면서 열심히 걸으면 눈 앞에 이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나타나는거다. 

잠시 서서 스트레칭을 해주고 이제 방향을 바꿔 다시 집으로....

아직은 이 느티나무는 시골 마을 가면 있는 당산나무 수준은 안되는 애기 느티나무지만 아마도 시간이 지날 수록 나보다 훨씬 오래 이 자리에 살아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 줄테다.





저녁 산책은 해질무렵 남편과 손잡고 나가는데 이 저녁 풍경을 보는 게 또 다른 낙이다.

산책을 시작하는 방향이 딱 서쪽을 보고 걷는지라 해지는 무렵의 노을과 구름들이 만들어내는 그날 그날의 다양한 하늘 표정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마주잡은 남편의 손이 더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일테다.


어쨌든 아픈건 아픈거고, 덕분에 삶의 새로운 즐거움들을 알아가는 중이다.

산다는게 쉬운건 아니지만 또한 무조건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흔한 말이 위로가 되는 날들이기도 하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또한 좋은 날들이다.

그들의 걱정과 위로와 농담으로 웃을때면 그래도 내가 살아온 날들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걸 확인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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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6-11 2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급한 중병이 아니라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몸과 마음을 잘 돌보셔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바람돌이 2022-06-13 22:46   좋아요 2 | URL
네 당장 어디가 아파서 괴로운 것이 아니고 일단 일상생활은 가능하니까 그것도 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몸에게 잘해줘서 건강해지도록 노력할게요. 위로와 걱정 감사합니다.

희선 2022-06-12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병원진료비 약값이 많이 들지 않아 다행입니다 앞으로 바람돌이 님이 몸을 잘 돌보시고 즐겁게 지내시면 나아지겠지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다 낫지 않는다 해도 좋아질 거예요 걷기 하시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겠지요 남편분과 손 잡고 나가신다니 그 시간 기다려지시겠네요 걸으면서 꽃씨를 뿌리는 사람 있다면 어떨까 한 적 있는데 바람돌이 님이 그걸 하셨군요 나중에 꽃도 잘 피겠지요

바람돌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2-06-13 22:47   좋아요 2 | URL
이 병은 낫는 다기보다는 관리하는 병이라는 느낌이네요. 어쨌든 위로 감사합니다. ^^
그리고 코스코스 꽃씨는 제가 뿌린게 아니고 공원관리자들이 뿌린거고, 저는 지나가면서 저게 잘 자라나 구경만 하는 입장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2-06-12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위급한 병이 아니셔서 다행이네요. 근데 술 금지라니 ㅜㅜ
맞습니다. 아픈건 아픈거고 그 중에서 행복을 찾는건 우리의 임무인거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6-13 22:48   좋아요 2 | URL
술 금지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지금도 딱 맥주 한 캔 하고 잤으면 하고 있어요.
아껴먹는다고 집에 꿍쳐놓은 와인 두병은 어쩐단말입니까? ㅠ.ㅠ

coolcat329 2022-06-12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힘내세요. 그래도 담담히 받아들이시면서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을 알아가신다니 용기와 희망을 주는 글입니다. 바람돌이님 몸 잘 돌보시고 나으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2-06-13 22:49   좋아요 1 | URL
힘 많이 내고 있어요. 그냥 받아들이고 이 한계속에서 또 나름대로 즐겁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어쩌겠어요. 그래도 움직일 수 있는것만도 고맙게 생각해야지요. 위로 감사합니다. ^^

모나리자 2022-06-12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얘기인가요? 깜놀했습니다.. 정말 건강이 제일입니다. 정말 나 자신에게 잘 해줘야 합니다. 전 요즘 책보다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건강을 위해 회이팅~ 바람돌이 님.^^

바람돌이 2022-06-13 22:50   좋아요 2 | URL
맞아요 건강이 제일이에요. 아프고 나니 이 말이 진짜 절절하게 와닿네요. 그런의미에서 모나리자님은 진짜 훌륭하신 분. 우리 운동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가자구요. ^^

stella.K 2022-06-12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면 몸이 젤 먼저.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무리하지 말라고.
몸의 소리를 듣고 살아야죠.
모쪼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병없이 살면 좋을텐데 그게. 참 안되네요.
그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살 달래며 살면 또 잘 살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힘내십시오. 응원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6-13 22:52   좋아요 3 | URL
지금은 병가 내고 집에서 쉬면서 아침 저녁으로 걷기 운동하고 중간에 살살 집안일 좀 하고 일찍 자고 하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정말 하나도 없네요. 몸보다 맘이 너무 편해서 참.....
남편한테 나 이거 체질인거 같으니 빨리 로또를 사오라고 계속 노래 부르고 있습니다. 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2-06-12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른 꼭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2-06-13 22:52   좋아요 1 | URL
넵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나아지겠죠. ^^

책읽는나무 2022-06-13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라로님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잘 들으며 살라고 말씀 하셨어요.
그 말을 바람돌이님께도 전해 드리고 싶었는데, 음~ 계획 잘 세우시고 실천도 잘 하고 계시군요.
더군다나 남편 분과 손도 잡고 걸으시고^^
마음이 평화로우면 곧 몸도 예전으로 돌아오실 껍니다.
우리 얼굴 볼 때까지 꼭 건강 되찾기!!!
약속해요.
약속 지키시면 제가 밥을 사드릴게요^^

바람돌이 2022-06-13 22:54   좋아요 2 | URL
나무님 밥을 얻어먹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네요. ㅎㅎ 그럼 밥보다 맛난 커피와 후식은 제가 삽지요. ㅎㅎ 마음은 진짜 너무 평화로워서 아 내가 진짜 이런적이 잇었나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직장을 쉰거 아이 낳을 때 빼고는 처음이네요. 그래서 이렇게 좋은가봅니다. ㅎㅎ 심지어 병가는 월급도 다 나와요. ^^

mini74 2022-06-13 1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느티나무 넘 멋집니다. 더 건강해지실거예요. 막 근육생기고 이러시는거 아니에요 ㅎㅎ 저도 다양한 질병을 안고사는데 아프면 막 짜증나더라고요. 쉬엄쉬엄 좋은 거 많이 드시고 더 건강해지시길 !!
까삐까삐룸룸 !!

바람돌이 2022-06-13 22:56   좋아요 1 | URL
느티나무 진짜 멋지죠. 근데 느티나무의 멋진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멋져진다는거.
저 느티나무 매일 보면서 아 좋다 좋다 하면 제 몸도 막막 좋아지지 않겠어요. ^^ mini74님도 아프지 마시고 건강관리 잘하셔서 우리 오래 오래 같이 책읽어요. ^^

페넬로페 2022-06-13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가면역질환이 아무 이유없이 전조도 별로없이 어느날 한순간 자기를 공격한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정확한 병명이 나왔으니 그에 맞춰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 잘 챙기시면 될 것 같아요.
넘 걱정마시고 얼른 건강 회복하시고
휴가 잘 보내시길 바래요^^

바람돌이 2022-06-13 22:57   좋아요 2 | URL
저는 이런 병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심지어 아프지도 않았어요. ㅎㅎ
천천히 관리한다 생각하고 살려구요. 어쨌든 덕분에 생긴 3개월의 휴가가 이제 2개월정도만 남아 또 살짝 슬퍼지려는데 그래도 남은 휴가가 더 많아 또 으쓱합니다. ㅎㅎ 노는게 좋은건 정말 어쩔수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