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둘째 딸의 대학 수시 전형 첫 실기시험을 치렀다.
수시를 6군데 다 꽉꽉 채워넣었으니 한달 반에 걸친 실기시험의 시작이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데 석양이 예쁘게 물들며 손톱같은 초승달이 예쁘게도 떠 있다.
차안에서 급하게 찍었더니 사진은 영 아니지만 정말로 예쁜 하늘과 달이었는데..... ㅠ.ㅠ
집에 돌아와서 늦은 저녁으로 집앞 삼겹살집에 갔다.
2차 백신 맞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큰 딸도 불러 같이 갔는데,
멀쩡하던 딸이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엄마 숨이 막혀서 도저히 못있겠어. 나 그냥 집에 갈게"란다.
백신 맞고 약간의 근육통 이외에는 아무렇지도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휴유증이 이런식으로도 나타나는구나....
그래도 고기는 먹어야지.
큰 딸에게는 그럼 나중에 엄마가 누룽지 끓여줄게 하고 집에 보내고는 남은 3명이서 열심히 고기를 먹고 된장찌개까지 잘 먹고 돌아왔는데 큰 딸은 딱히 배가 고프지 않다며 누룽지도 나중에 먹겠다며 요즘 핫한 오징어게임을 열심히 보고 있다.
나는 추석연휴에 다 봤던거라 보던 책 남은 부분을 마저 보며 뒹굴뒹굴....
갑자기 큰 딸이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더니 본죽과 마카롱을 들고 왔다.
"엉??? 그건 뭐야???"
"남친이가 나 아프다고 가지고 왔어."
하하하~~~
큰 딸에게 남친이 생긴지는 한 반년쯤 되었는데 뭐 별생각은 없었다.
원래 저렇게 연애 몇번 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정도?
그런데 오늘 여친이 아프다는 말을 하자마자 냉큼 죽사서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호감도 1,000% 상승이다.
장래 사윗감으로 승격이다. ㅎㅎ
덕분에 연애시절 저런 살뜰함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남편이가 다시 나한테 욕을 얻어먹고.....
며칠 전
너튜브를 통해 아침이슬 50주년 기념공연을 봤다.
아침이슬 50주년 기념 헌정콘서트 [김민기 트리뷰트] - YouTube
쟁쟁한 가수들이 나와 김민기씨의 노래를 부르는데 공연 너무 좋다 이러면서 보고 있는데,
중간에 손석희씨의 뉴스룸에 나와서 했던 인터뷰 모습이 나온다.(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진짜 김민기씨 인터뷰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는걸 처음 깨달았다.)
아 근데 정말 충격적인건
그토록 유명하고, 음반도 여러장 낸 이 분이 인터뷰하는 내내 떨고 계시는거다.
김민기씨가 살아온 행적과 그분의 그 내성적인 성격이 너무도 대비되어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사람의 강함은 결코 목소리의 크기에 있지 않다는걸 다시 느끼게 된다.
앞에 나서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저렇게 자신의 신념대로 우직하게 살아낼 수 있구나.
인터뷰 풀영상을 찾아보면서 눈도 잘 맞추지 못하고 손도 떨리는 그 모습이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김민기 선생의 깊이를 보여주는듯해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공연과 인터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