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친정어머니가 병원입원을 하셨습니다.

자주 체하고 소화가 안된다 하시더니 갑자기 너무 안좋아지시는 바람에 놀라서 근처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던지요.

대학병원에서는 담낭염이라는데 몸 전체가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이것저것 검사를 많이 해야 했고, 그래도 걱정했던 간은 괜찮아서 담낭염 치료만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10일동안 입원하셨고, 어제 퇴원하셔서 회복중이세요.

아직 기운은 여전히 없으시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나이가 되어도 엄마없는 나를 상상하기가 힘이 듭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든 딸인가봐요. ㅠ.ㅠ

 

엄마가 병원에 계신 동안은 거의 아무것도 못드시고, 움직임이 불편하신데다 계속 시술과 검사가 이어진지라  24시간 누군가가 옆에 붙어 있어야 해서 내내 병원에 있었습니다.

가끔 여동생이 한번씩 교대를 해주고요.

이전에 여러번 병원에 있어봤지만 코로나시대인 지금은 병원 풍경이 많이 바뀌었더군요.

 

일단 간병인 1명만 병실 출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교대는 가능한데 가끔 교대해주러 온 여동생과는 병원 로비에서 만나서 보호자 패찰을 인계하고 바이바이 했다죠.

 

경기도 사는 남동생이 하루 내려왔었는데, 너도 아들이니까 하룻밤 정도는 어머니 옆에 있어라했어요.

그런데 아뿔싸!

여기 병원은 서울 경기도 주민 출입금지랍니다.

불가피할 경우 코로나검사를 받아야 출입가능!

늦게 이걸 알아서 부랴 부랴 동생한테 연락했더니 동생이 하루 전에 코로나 검사 받고 음성 판정 결과 받고 왔어요.

어쨌든 무사히 병원에 와서 하룻밤 엄마 간병하고 돌아갔습니다.

이곳 병원에서는 대놓고 서울 경기도 주민들을 차별합니다. ㅎㅎ

 

병실에 간병인이 1명밖에 없고, 병문안이 금지되니 사실 간병하는 입장에서는 많이 편했습니다.

그 전에 병원 간병할 때는 내 손님, 다른 환자 손님 항상 병원이 어수선하고 시끄러웠는데요.

지금은 아주 조용해서 엄마가 주무시는 동안에는(뭐 하루에 3분의 2 이상을 주무셨습니다. 기운이 없어서....) 책을 읽는게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좀 가벼운 책들을 가져가 꾸준히 읽었더랬어요.

다만 9시만 되면 병실 불을 다 꺼버려서 혼자 불 켜놓고 책읽기가 민망해지더라는.....

그리고 새벽 5시 반만 되면 간병인들이 모두 일어나 떠드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났습니다.

그건 좀 적응이 힘들었어요.

 

제가 예전에 병원에 입원했던게 출산했을 때인데요.

그  때 진짜 남편에게 분개했었습니다.

3일 휴가 받아서 내 옆에 있어준다더니 이건 뭐 문병 온 사람 접대한다고 정신없더만요.

정작 필요할 때는 문병 온사람 밥 사준다고 나가서는 소식이 없는 것입니다.

애 낳자마자 이혼할 뻔 했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문병은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게 아니더라구요.

아 그것도 입원한 이유나 사람 성격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요.

 

또 하나 여러 사람이 드나들지 않으니 각종 음식물 테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병원 다인실에 있다보면 문병오는 사람들이 들고오는 각종 음식물들을 여기저기 나눠줍니다.

그러면 받기만 하기엔 미안해서 너도 나도 나눌 음식물들을 가져오지요.

그간의 저의 병원 간병기를 보면 제일 고민인게 항상 아 오늘은 또 뭘 사가서 나눠줘야 하나였습니다.

이게 어른들 간병을 하다보면 어른들의 체면치레이기도 해요.

우리 자식들이 이렇게 나를 생각한다는걸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거랄까?

그래서 결과는 모두의 자리에 쌓여있는 음식물 더미들입니다.

사실 병원에 있는 분들이 움직임이 적다 보니까 먹는 양도 많지 않은데 자꾸 뭔가를 주니 쌓일 수 밖에요.

그거 다 나중에 음식물 쓰레기로 변화합니다.

음식물 테러가 없는 병실은 훨씬 깔끔하고 쾌적했습니다.

병실 전체에 돌릴 음식 생각 안하고 엄마가 드실 것만 조금씩 사서 먹으니 쓸데없이 남는 음식도 없구요.

 

이제 집에 돌아오고, 마음의 안정도 찾아 이렇게 글도 쓰지만 책상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니 한숨이 나오네요.

말은 안했지만 올해 결심한게 읽은 책은 리뷰든 페이퍼든 꼭 쓰자였는데....

지금 읽은 책 7권이 쌓여 있습니다.

그냥 페이퍼 하나로 퉁쳐야겠습니다.

원래 새해 결심은 좀 노력해보자는 의미지 무조건 해야 하는건 아니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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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23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겠어요.. 저도 엄마가 갑자기 아팠을때 겪었던 일이라 구구절절 와 닿았어요.
엄마들 간병은 다 딸이더라구요.
음식,문병..하 ㅋㅋ안정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바람돌이 2021-01-23 00:49   좋아요 2 | URL
그쵸. 엄마들 간병은 딸이죠. 게다가 시어머님 간병도 며느리예요.
전 남편한테 이젠 셀프효도 하랬어요. 앞으로 혹시 어른들 아프시면 각자 부모 각자가 책임지고 남은 사람은 돕는걸로 하자고요. 전 복이 많아서 양가 어른들이 모두 다 계시거든요. 앞으로 조금씩 아프시고 할텐데 나 혼자서 그걸 어떻게 다 감당하겠냐고 하니까 수긍은 하더라구요. ㅎㅎ
걱정하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은빛 2021-01-23 0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어머님께서 갑자기 입원하셨다니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겠어요.
그래도 일찍 퇴원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 코로나 시대에는 병원에 오래 있으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글 읽으니 저도 작년에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었던 날들이 떠오르네요. 제가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아예 간병인이 한 명도 병원에 머물수 없었어요. 환자는 무조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도움으로만 지내야 했어요. 저는 입원 초기에 아예 몸을 움직이지 못해서 누군가 갖다주지 않으면 물 한모금조차 마실 수 없었어요.

암튼 바람돌이님과 어머님 그리고 다른 가족들 모두 고생이 많으셨어요.

바람돌이 2021-01-23 00:51   좋아요 2 | URL
감은빛님 입원얘기는 지난번에 페이퍼로 봣었는데 간병인이 1명도 없었다니 더 어려우셨을듯하네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기본적으로 간병인원은 아니라서 살뜰한 보살핌은 기대하기 힘들었을텐데 진짜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지 짐작도 하기 어려워요.
고생많으셧어요. 남은 평생 액땜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요.
걱정하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 2021-01-23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우선 어머님 쾌유를 바라며 이글을 씁니다. 간에 이상이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치료는 잘 맞췄지만 앞으로 통원치료가 걱정됩니다 코로나 검사에 어머니 곁에서 간병 하시느라 심적으로 많이 지치셨을것 같네요 저도 병원에 갈때마다 두려움보다 번거롭고 여러 절차들 미리 알려주지 않아서 답답할때가 많았어요 심정 이해가 가네요. 착한 딸 바람돌이님이 계시니 어머니 건강 금새 회복할겁니다 간이 정상이고 식이요법으로 치료 되더군요 고생많이 하셨어요

바람돌이 2021-01-23 00:53   좋아요 2 | URL
저희 어머니가 예전에 간 절제술을 한 번 했기 때문에 사실 더 걱정이 많았어요. 이번에는 간에 이상이 있으면 간이식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그런데 연세가 많으셔서 수술을 견뎌낼지도 모르겠다고 하는 바람에 초반에는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이제 퇴원하시고 조금씩이지만 식사도 하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yche 2021-01-23 0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편찮으셔서 얼마나 걱정되고 속상하셨을까요. 그래도 퇴원하시고 회복중이시라니 정말 다행이에요. 바람돌이님 수고 많으셨고 어머님께서 금새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바람돌이 2021-01-23 11:2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프시케님

막시무스 2021-01-23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겠어요!ㅠ 모친께서 언능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바람돌이 2021-01-23 11:2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페크pek0501 2021-01-23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밌는 글이라니... 세 군데에서 빵 ~터졌어요. 한 군데만 알려 드리면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났습니다)라는 부분.
거듭났다는 표현이 재밌어서요...

어머님을 간호하는 글에 웃어서 죄송합니다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읽었어요. 제가 친정어머니를 보살피는 담당자?라서요. 저밖에 할 형제가 없답니다. 어제도 반찬 만들어 갖다 드렸고(가까이 사세요.) 3년전쯤엔 병원에 두 달 입원하셔서 완전
돌아가시는 줄 알고 쫄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얼마나 우울했던지...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좋은 점도 있군요. 조용하고 깨끗한 병실이요.

바람돌이 2021-01-23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머지 2군데는 어디일까요? ㅎㅎ 그래도 엄마가 무사히 퇴원하셔서 이런 글도 쓰는거지요 뭐... 페크님도 힘내세요. 저는 그래도 여동생이 가까이 살아서 서로 돕고 살아 좀 낫답니다. 멀리 있는 형제는 돈 낼때 외에는 별 쓸모가 없더라구요. ㅎㅎ

라로 2021-01-2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고생 몸고생이 많으셨군요!! 저는 바람돌이님이 안 보이셔서 사실 학교 일이 너무 많으신가 그랬어요. 어머니가 이 코로나 시대에 (한국 병원이라 코로나 환자 별로 없나요?) 병원에 가셔서 무사히 퇴원하신 것이 정말 다행이다,,그러면서 글을 읽었어요. 여기라면 입원하면서 치료 받고 하다가 코로나 걸릴지도;;;ㅠㅠ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바람돌이님 곁에 계시면 좋겠어요. 엄마가 돌아가신지 7년이나 된 딸이라 그런지 이 나이에도 엄마가 매일 그립네요. ^^;; 고아 같은 느낌;;;

바람돌이 2021-01-26 23:24   좋아요 0 | URL
한국 병원에도 코로나 환자는 많지만 따로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반병원은 병원 출입 통제가 굉장히 엄격하구요. 지금은 엄마가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는게 눈에 보입니다. 어찌나 맘이 놓이는지....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엄마가 없다는 건 똑같이 고아가 되는 느낌이겠죠? 언젠가 닥칠일이지만 그저 조금만 천천히 왔으면 싶어요. 라로님도 그러셧겠죠?

hnine 2021-01-2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데 제 가슴이 다 쿵쾅거렸네요. 소화 안되면 대부분 위나 장에 이상이 있나 생각하고 스스로 처방해서 소화제만 계속 복용하는수가 있다더군요. 병원으로 모시고 가길 얼마나 다행인지요. 간호해드리느라 바람돌이님도 애 많이 쓰셨고요. 코로나 시대 입원실 시스템도 많이 바뀌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잘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입원실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들락거릴일도 아니고 그래서 환자에게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퇴원하셨어도 당분간 여러가지로 간호가 필요할텐데 아무쪼록 무사히 잘 회복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1-01-26 23:26   좋아요 0 | URL
위로 감사합니다. 지금은 조금씩 회복하고 계십니다. 다행이죠. ^^ 코로나가 바꾸는 일상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이 사태가 지나고 나면 많은 모습들이 바뀔 것 같은데 좋은 것도 있을테고 안 그런것도 있겠죠. 사실 그 모습들이 기대된다기 보다는 불안한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병원의 모습은 조금 바뀌는게 맞을 것 같아요.

mini74 2021-01-2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바람돌이님 맘고생에 힘드시겠어요. 전 애기 낳은 다음 날이 보름이었는데, 엄마가 보름 음식을 찬합 삼단에 가득 싸오신거예요. 멀건 죽 먹는 산모앞에서 엄마랑 남편이 오도독 부럼 깨물어 먹으며 하하호호 하는데 눈에 레이저 나올 뻔 했습니다. ㅎㅎ 어머님 건강하게 퇴원하시길 기원합니다 ~

바람돌이 2021-01-26 23:28   좋아요 1 | URL
아 부럼 깨물어 먹는 그 모습에 남편 입을 확 깨물어버리고 싶은 마음일걸 같은데요. 저라면.... 엄마도 얄미울듯... 그나마 친정엄마이기에 그 정도지 시어머니라면 얄미움이 더 증폭될듯... 지금 자기 아들만 챙기나 싶어서 말입니다. ㅎㅎ 친정어머니는 또 딸 뒷바라지 하는 사위가 안스럽다고 부랴부랴 싸오셨을텐데 말입니다. 사람의 맘이란게 참 옹졸해질때가 많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얄미운건 얄민운거지 말입니다. ^^

syo 2021-01-2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9년 하반기에는 코로나 시대 직전의 병원 풍경에 대해서 쓸 일이 많았었는데,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엄청 많이 바뀌었네요.
정말, 아프신 분도 아프셨던 분도 그 옆에 있었던 분도, 모두에게 건강이 최고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람돌이 2021-01-26 23:29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syo님 어머님도 병원에 계신걸로 알고 있는데 모쪼록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새해에 건강은 기본으로 장착하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