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balmas님의 "사회화와 노동 265호-룰라, 한국에 오다"
로쟈님과 가을산님이 댓글들을 몇 개 달아주셨군요.
그런데 로쟈님 이야기에는 동의하기 힘든 점들이 몇 가지가 있군요.
우선 <이런 텅빈(게다가 게으른) 구호들>이라고 하셨는데, 그건 좀 지나친 말인 것
같습니다.
첫째, 이 글은 국내의 사회운동에 관한 게 아니라 브라질의 정세에 관한 것이죠.
룰라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성격에 관해 나름대로의 분석과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룰라의 정책은 브라질 대중들의 삶을 악화시키고 사회운동 역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게 요지인 듯합니다. 그리고 룰라의 교훈은 노무현에게서도 유사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죠. 그런데 국내 사회운동 단체가 브라질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자세한 내막도 모르는 브라질의 사회운동에 관해 이런저런 식의 훈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요컨대 대상이 대상인 만큼 운동의 방향이라든가
목표를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말입니다.
둘째, 이런 브라질의 정세에 대한 분석에서 로쟈님은 게으르다고 말한 운동의 원칙을
상기시키는 건 제가 볼 때는 적절한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도 룰라에 대해 잘 모르는
(저같은) 사람도 여럿 있을 텐데 룰라의 정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것은 사회운동의
근본 원칙("자신의 해방은 스스로의 투쟁과 운동으로 쟁취해야 하고 자신의 해방이
다른 사람의 해방과 맞닿을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운동의
이념과 원칙을 ")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건 브라질의 사태를 인식하는 데
충분하지는 못해도 얼마간 도움이 되는 것 아닙니까?
사실 원칙이야 늘 공허한 것이긴 하지만, 그런 공허함이 원칙의 생명력을 이루는 것
아닌가요? 때로는 현재의 사태의 성격을 진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원칙을 상기해보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다만 저로선 어떤 입장을 갖더라도 말에 책임을 지는 것, 다시 말해서 말에 제값의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때문에 내용없는 말들을 자기 알리바이로
반복하느니 뭔가를 보여주거나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라는 로쟈님의
말씀도 좀 이해하기 어렵군요. 제가 보기에 이번 사회화와 노동은 충분히 무게가 있는
말이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왜 로쟈님은 이 글에 내용이 없다고
말씀하시는지 저로서는 그게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룰라의 방한을 맞아서 그의 방한이
갖는 의미에 관해 이렇게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는 글을 다른 데서 더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사회화와 노동은 상당히 시의적절한 분석과 지적, 일종의 성명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 사회화와 노동이 자기가 주제로 택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책임 있고 무게 있는 발언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로쟈님이 왜 이 글을
"자기 알리바이"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제가 알리바이라는 말의 뜻을 잘 몰라서
그런 건가요?
로쟈님은 "'운동'이란 건 현실의 실제적인 변혁/변화에 복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하고 계신데, 사회화와 노동을 내는 분들도 아마 이 말에는 다들 공감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사회화와 노동(다른 경우들도 대개 마찬가지지만)은
이런 원칙에, 충분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왜 이런 중요한 때에 하필 룰라를 이야기하느냐는 말씀인지, 아니면 룰라의 교훈으로부터
좀더 구체적인 운동의 목표를 도출해야 한다는 말씀인지, 그것도 아니면 룰라에 대한 비판이
설득력이 없다는 말씀인지, 저로서는 하여튼 잘 납득이 가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