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고양이 순살탱 - 내가 선택한 가족
김주란 지음 / 야옹서가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려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수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밀크맨은 1970년대 아일랜드 분쟁의 핵심 공간인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 모를 도시에서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남아야 하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공동묘지가 일상적 장소로 불리는 이곳에서 분쟁은 우리저들이든 진영에 상관없이 삶에 내재 되어 있다. 화자의 두 오빠는 국가 반대자들이었고 언니 하나는 저쪽 편사람과 결혼해서 동네를 떠난 탓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폭탄 테러, 차량 납치는 일상의 일부이고, 무장조직은 동네 사람들의 뜰에 무기를 무단으로 파묻어 보관하며, 구역 입구에는 화염병이 있고, 하룻밤 사이에 군인들이 동네 개들의 씨를 말려버린 이 도시는 위험한 곳이 분명하다. 가족들은 불신을 키우고 이웃들은 루머와 공포에 사로잡혀있다. 불신과 증오, 위험에 대한 공포는 억압과 복종, 차별과 침묵을 낳는다.

 

화자는 칼날 위에 선 시대, 원시적인 시대, 모두가 모두를 의심하는 시대로 당시를 회상한다. 답답함, 긴장과 불안을 전달하는 형용 표현들, 19세기 영국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수다스럽고 장황한 말씨와 북아일랜드 노동계급의 구어가 불협화음처럼 뒤섞인 화자 가운데언니의 언어는 공포 자체 대신 공포의 경험 서사를 효과적으로 재현한다.

 

그러나 익살스러운 모습과 행동으로 안도감과 희망을 언뜻 내비치는 주변 인물들의 등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들을 통해 충성과 소속감은 전쟁의 바탕이자 자양분이 될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행동임을 깨닫게 되는 우리는 종족 분쟁의 덧없음을 생각하게 된다. 운동보다는 요리가 더 좋은 셰프”, 볼룸댄스에 인생을 걸고 우리를 떠난 국제적인 커플”, 뜰에서 반대자들이 으레 마구 묻곤 했던 무기를 파내는 진짜 밀크맨이 보여주는 상도를 벗어난삶에서 가운데언니는 안도감과 평화를 찾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아일랜드 분쟁을 주제로 하는 역사소설이 아니다. 특정 공간과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작가가 어느 영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작품은 그처럼 극도의 억압적 상황에 있으면서 폭력을 표준으로 간주하는 폐쇄적 전체주의 사회의 보편적 경험에 대한 소설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매진.세상으로 만든 노래
신현준 / 새길아카데미 / 1993년 12월
평점 :
품절


'음악이 죽은 날 The day, the music died'이란 표현을 조사로 들었던 대중음악가는 지금까지 두 사람 뿐이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50년대 로큰롤 스타 버디 홀리와 광적인 팬의 총에 쓰러진 존 레넌. 그 가운데에서 사후에도 끊임없는 평가와 재해석의 대상이 되는 쪽을 굳이 말한다면 많은 쪽이 레넌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레넌은 그가 몸 담았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는 이유로써. 이른바 록의 르네상스라 말하는 1960년대에서 레넌이란 이름이 자리잡는 비중은, 적어도 비틀즈를 생각한다면 별 다섯 개급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러브, 러브 미 두'를 외치던 틴에이지 스타에서, '세이 유 원트 어 레볼루션'을 읊조리는 '아티스트'로의 전이는 그 시대를 고스란히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는 증거 그 자체였기도.
이렇게 내면의 스펙트럼이 넓었던 사람의 삶을 글로써 드러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레넌 가라사대...' 식의 맹목적 숭배이냐, 빌보드나 롤링 스톤 같은 외국 자료 해석으로 일관하는, 연대표식 나열이냐 하는 극과 극의 글쓰기가 나오기 십상이니. 이런 글에 쉽게 질려버릴 독자들은 늘 절충적인 대안을 바라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나아가 왜 레넌의 삶은 그러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글쓰기에 녹여본다면?

신현준의 레넌 평전, <이매진, 세상으로 만든 노래>는 이러한 의문을 출발점으로 레넌의 삶을 해석하고 있다. 당시 영국 청년 집단의 한 유형으로서 답답하고 비루하기까지 한 노동 계급의 삶을 록 음악으로 송두리째 바꿔보려는 스타 지망생 존의 모습에 대한 지은이의 식견은 책이 나왔던 93년 당시로서는 상당히 새로운 것이기도 했다. '대중음악의 사회학적 해석'이라는 딱딱한 말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말이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에 이르는 동안 레넌을 '팝 스타이면서도 팝 스타덤과 싸운 존재'로 규정하며 '자신이 서있는 곳에 대해 극한적으로 사고하고 끊임없이 싸웠다는' 이유로 '혁명가' 레넌의 삶을 위대하다 평가하는 이 책에서, 평전이 흔히 드러내는 자의적 해석의 기미를 좀처럼 엿보기 어렵다는 느낌은 비단 나만의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페인 내전.
왕정 붕괴와 이어진 좌파 인민 전선 공화 정부의 집권,카톨릭 교회와 우익 지배 계급의 지원 아래 일어난 프랑코의 반란, 공화 정부가 믿었던 소비에트의 방관과 교묘한 반대파 제거 공작, 그에 대조적이었던 나치 독일의 프랑코 지원, 스페인 내전을 <양심의 전쟁>이라 부르며 공화 정부 편에 합류했던 수많은 국제 의용군들의 이상 등이 뒤범벅된 그 전쟁은 낭만이나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조지 오웰은 이 작품에서 증언한다.

"스페인 내전을 증언하는 가장 솔직하고 정확한 작품."이란 문학평론가 라이오널 트릴링의 말은 오웰의 자전적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정확한'호평이리라.

저널리스트로서 종군 기자가 되러 왔다 당시 스페인 사회 분위기의 엄숙함에 이끌려 좌파 통일 노동당 소속으로 내전에 참가한 오웰은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며, 정파 간의 정치적 암투와 스페인 내외 언론의 허위 보도에 분노한다.

결국 오웰은 6개월간의 참전을 통해 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이 이상을 무너뜨리는 사회 구조를 새롭게 바라보며, 정치적 혼란기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작가가 견해의 균형과 책임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큐멘터리 형태의 이 소설에서 풀었던 것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이러한 현실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깊은 잠에 빠져있는 영국의 모습은 진리의 타락이 초래하는 치명적 위험을 예고하는 것이 아닐지.

반소비에트는 곧 반공이자 자유민주주의로 해석되던 우리의 어두운 시절, 반소비에트 사회주의자 조지 오웰이 반공 투사로 애독되던 한때의 씁쓸한 기억 역시 오웰이 말하고자 했던 진리의 타락에서 되살아 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사족: 내가 확인했던 이 작품의 한국어 번역본은 모두 3가지였다. 그런데, 그 중 정영목의 번역이 가장 낯설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통 엄마의 특목고 성공기
이희자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이 나라 실용서 범람의 이데올로기를 주도하는 김영사. 식민지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을 한숨짓게 하던 하버드 입성기에 이어 이번에는 초,중학생에게까지 코리언 드림을 전파한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들의 부모들까지도 포함되겠다. 우리 애도 붙었다. SKY LIFE.

비린내 나는 날 것의 욕망은 언제나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