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옷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묻는다. 양재 전공했어요? 아니요. 국문과 나왔는데요. 그러면 또 묻는다. 옷 관련 회사를 다녔나요? 아니요. 전공 살려 취직했었는데요. 그럼 학원을 다닌건가요? 아니요. 그냥 책보고 만드는 건데요. 그럼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가 비슷하다. 원래 손재주가 있으셨군요! 

글쎄, 내가 원래 손재주가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내가 손재주가 전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 하며 30년 가까이 살았고, 막상 양재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잘 하리라고는(음하하하하하!!! 자화자찬이 내 삶의 모토닷!) 나 스스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손재주가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해요, 라고 말하는 당신, 당신도 양재의 달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과 블로그의 발달이 각종 취미생활의 활성화를 만들어 냈다는 건 굉장히 특이한 역설같다. 인터넷은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불러들여 현실과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로 되돌려 보내고 오프라인의 인맥과 취미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게 알라딘 서재. 서재질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다. 원래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재질을 하는 거지만, 서재질을 통해 더 많은 책을 알게되고 더 많이 읽게 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눈다. 이건 참, 특이한 역설이다.(나중에 누가 이와 관련하여 책 한권 써줬으면 좋겠다. 만약 이미 나와있다면 추천바람.)  

독서라는 취미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취미들이 블로그와 인터넷을 통해 강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핸드메이드다. 여인네 규방의 개인적인 취미가 햇살아래 드러났다. 취미는 빠르게 전파되고, 새로운 동호인들을 끌어들인다. 모든 취미는 유행처럼 번져가는 것이다. 한때 십자수가 그렇게 유행을 했던 것처럼. 요즘의 유행은 바느질같다.  

자아. 아이 옷을 만들려 마음먹은 당신,   

당신은 반드시! 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들 옷은 그냥 사입혀라. 여아선호 미안하다. 부럽나? 어쩔수 없다. 사회가 다 그런거다. -_-;;; 

재봉틀은 준비해야 한다. 가정용과 공업용이 있는데, 초보는 당연히 가정용. 모든 사설 양재전문가(?)들이 말하기를 다들 가정용을 5년 이상 쓰다가 공업용으로 바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싱거 미싱 추천. 내가 쓰는 건 싱거 7462 모델인데, 40가지 이상의 바느질 패턴이 있지만 실제로 쓰는 건 직선 박기와 지그재그(오버록 대신 사용한다), 단춧구멍 만들기 셋 밖에 없다. 모든 가전이 그렇지만 기능이 단순할수록 고장이 안난다.  

원단 구입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각종 부자재들도 인터넷 쇼핑몰이 잘 되어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점은 초보가 동대문 원단상에 뛰어가는 일이다. 가지 마라. -_- 나도 아직 원단사러는 안 가봤다. 나중에 귀국하면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딸도 적어도 하나쯤 낳았고, 재봉틀도 구매 또는 할 예정이며, 원단 및 부자재 구입처도 알아두었다. 이 셋 중 준비 안된 것이 있다면 백스페이스 누르시라. 특히, 또 한번 말하건대, 딸!!! 딸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딸은 없는데 옷은 꼭 만들고 싶다면 컴퓨터와 불을 끄고 침대부터 가시라. 물론 배우자와 함께. 음, 나는 아직 결혼을 안했지만 딸을 낳고 싶으니 미리 공부해두겠다, 라고 한다면... 음. 뭐, 괜찮을 것 같은데, 딸은 아무나 낳는게 아니라는 사실도 명심. 그대의 팔자에 딸이 없을수도 있다. 서러워도 어쩔수 없다. 인생이란 원래 공평한 게 아니다. 훗. 내 말을 무시했다간 내 아들 옷은 사다 입히고 옆집 애, 조카, 친구 딸 옷 만들어 선물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 이제 책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사실 이 페이퍼는,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양재관련 서적들의 폭탄에서 알짜를 골라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만 나 딸 가지고 있다는, 그것도 둘이나 가지고 있다는 자랑질로 치닫고 있음을 깨닫고 반성.............은 안한다!  

 

2004년에 처음 나온 책.  

아직까지도 아이옷 만들기 분야에서는 최고의 책이다. 저자 배효숙은 이 책을 포함 모두 4권의 양재 관련 책을 펴 냈는데 초보를 위해서는 가장 적합한 책이다. 배효숙 본인도 양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 오히려 비 전공자들에게 적합한 설명을 한다.   

자상한 설명과 28종의 다양하고 실용적인 옷들이 실려있다. 다른 양재관련 책과 비교해 본다면 디자인이 독보적으로 예쁘다. 전공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사이즈는 100-110-120 세가지 종류.

단점은, 실물패턴이 7종밖에 들어가 있지 않다. 요즘 나오는 양재관련 책들이 거의 대부분 실물 패턴을 수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명대로 패턴을 그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이 책은 무조건 사야한다. 이 책의 옷들을 만들다보면 기본적인 옷만들기의 테크닉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사계절의 옷이 다 들어가 있으나 여름 옷이 좀 더 많은 편. 

저자 홈페이지 : www.jom.pe.kr 

    

 

 

2002년에 나온 이 책은 현재 절판상태다.  

저자들이 운영하던 홈페이지도 현재는 사라져서 접속 불능상태.  

아주아주 기본적인 옷이 많다. 남방셔츠나 7부바지, 고무줄 치마나 반바지 끈원피스 같은. 그래서 추천. 나도 이 책을 알라딘 중고샵에서 구했다. 구할 수 있으면 한권쯤 구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4계절 옷중 여름옷에 집중되어 있다. 설명이 아주 자세하진 않아서 이 책으로 양재를 처음 시작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역시나 실물패턴은 6종밖에 없다.  

 

 

 

이 책 역시 절판상태. 2002년에 나왔다.  

이 책의 저자 성자은은 실제 경희대 의상학과를 졸업한 의상디자이너이고, 홈메이드 패션 전문회사를 설립 운영했다는데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저자 홈페이지 역시 사라지고 없다.  

이 책은 대부분 겨울옷이다. 그리고 초보를 위한 책은 아니다. 총 38종의 옷들이 있고, 역시 실물패턴은 3종밖에 없다. 혹시나, 혹시나 혹시나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난 아들만 있지만 그래도 옷 만들기는 꼭 한번 해 보련다 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이 책은 그나마 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아들옷이 좀 있다. 어느정도 옷을 좀 만들어 봤고, 원단도 다룰줄 안다, 하면 이 책의 옷을 만들어도 될듯. 만드는 과정 컷이 아예 없어서 초보는 이 책보고 옷 만들기 불가.  개인적으로 말해선, 절판도 되었는데 굳이 구하러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신생아 용품과 배냇저고리로 시작한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 하다. 옷보다는 육아용품이나 장난감 관련된 것들이 많다. 3-4세 이상의 아이를 둔 엄마라면 글쎄, 별로 유용하지는 않겠다. 수록작품들이 대부분 돌 이전의 아이를 타겟으로 했다. 장난감과 옷 모두가.

모든 수록 작품의 실물패턴이 실려있고 만들기 과정도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라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초보가 보고 따라하기 무난하다. 옷보다는 용품들이 예쁘다. 옷은 사실 디자인도 실용성도 별로. 하지만 보통 실물패턴 한장을 따로 구입할 경우 5천원에서 1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을 사는 것도 그다지 손해는 아니다.

저자 윤아영은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한다. 에코와 유기농을 강조하는데, 흠.  

 

 

 

이번에도 배효숙의 책. 

이 책은 사실 아이옷 만들기만 전문으로 하는 책은 아니다. 실제로 아이 옷은 두세벌 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것도 앞치마와 투투 정도. 물론 돌 이쪽 저쪽 아기를 위한 모자나 목욕가운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이 책은, 양재 초보가 바느질을 연습하기에 알맞다. 자잘한 소품을 하나씩 완성해가면서 양재에 자신감을 붙여가고,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을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다보면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수도. 이 책의 최대 강점은 그거다. 양재가 실용적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는 거. 사실, 이 책에 실린 작품이 실용적이라는 건 아닌데 (필통, 수건 만드는 것보다 사는 게 훨씬 싸다.) 선물로서의 양재를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이런 선물을 주고 받는다는 건 굉장한 감동을 주니까.  

모두 42작품이 실렸고, 그 중 32개가 실물패턴으로 수록되었다. 배효숙의 책답게 만들기 과정도 자세하고 꼼꼼해서 따라하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실려 있는 작품들의 디자인 센스도 대단하고. 정말이지 이 사람이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는 놀랍다.  

 

 

 

사실 이 책 때문에 이 페이퍼를 한번 쓰기는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저자 판명희는 80년대 패션 유통업계에서 디자인과 경영을 배웠다고 한다. 그런것에 비하면, 옷의 디자인이 너무 형편없다. 원래 평범한 옷이 실용적이지만, 이 책에서 건질만한 옷이라고는 표지의 저 원피스 하나가 전부. 나머지는 글쎄.  

성안당이라는 새로운 핸드메이드 관련 출판사가 등장을 한 모양인데, 음. 역시 책이라는 건 저자에 대한 믿음과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동시에 가야 하는 것 같다. 특히 이런 실용서에서는.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너무 허술하고, 과정컷도 허술하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이 책 살라구? 진짜?  

ps. 난 이 책을 출장자 편에 받았다. 진짜 얼마나 힘들게 받은건데, 내용이 이렇다니 어찌나 분하던지. 내가 이거 한국에서 걍 편하게 산 책이기만 했어도 이런 앙심 안품는다. 하여간 좀 팔린다 싶으니 죄다 그쪽에 뛰어드는 거, 이거 좀 안했으면 싶다.  

 

 

언제부턴가 리넨이 엄청나게 각광받는 소재가 되었다.  

덕분에 리넨 전문 쇼핑몰까지 등장하고, 이 책은 그 리넨 전문 쇼핑몰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세명의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을 실은 책이다. 대부분이 소품과 침구류들이고, 아이 옷은 두벌 정도만 실려있다.  

이 책은, 취향을 탄다. 리넨 특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럭저럭 괜찮은 책일수 있겠지만, 사실 실려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디자인이나 바느질쪽 보다는 리넨이라는 소재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것들이라, 특별히 양재책으로 보기는 어려울듯 싶다. 굳이 말하자면 리넨 브로슈어 정도? 사진을 공들여 잘 찍었다. 사진 보는 재미에 그냥그냥 볼만하다. 양재북이라고 하긴 2% 아쉽고, 인테리어쪽으로도 살짝 발을 걸치고 있는 느낌.  

실물 패턴 수록되어 있고, 바느질 과정 설명도 그럭저럭 무난하다.  

관련 홈페이지 : www.nesshome.com   리넨 전문 쇼핑몰이다. 들어가면 커뮤니티로도 연결된다.  

 

 

자, 양장만 만들수는 없다. 한복에도 도전해 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침선장 박광훈 선생의 책이다. 배냇저고리와 두렁치마 만들기부터 삼회장 저고리와 당의 털배자 만들기까지 할 수 있다. 장식소품 만들기도 자세히 실려있다.  

한복 옷감의 종류와 바느질법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고 옷을 만든후 보관하는 법도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도움이된다. 특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격식갖춘 복식에 대한 설명이 자세해서 우리 문화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  

실물패턴은 2가지만 실려있고, 나머지는 본뜨기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 전혀 어렵지 않다, 물론 본 뜨는 것만. -_-;;; 재봉틀로 하기는 어렵고, 손바느질로 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도전해 볼 만하다. 아직 제대로 만들어 본 건 하나도 없다. 언젠가는 꼭.  

 

 

 

구라이 무키 여사는 일본에서 유명한 핸드메이드 작가 되시겠다. 

사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양재열풍이 불기 전에 이미 일본과 유럽쪽에서는 옷을 만들어입기가 일반화 되었던 것 같다. 월간 잡지 또는 계간 잡지가 있고, 양재관련 책도 많이 나와있다. (한국에서 일본이나 유럽의 잡지를 구하려면 원단쇼핑몰에서 가능하다.)  

이 책은 이 책대로는 나쁘지 않다. 양재는 하나도 모르고, 임신은 했고, 아이 태교도 할 겸 배냇저고리는 하나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 하는 임산부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은 책. 말 그대로 아기 옷 책이라는 점을 꼭 명심할 것.  

 

 

핸드메이드는 추억이다. 추억을 담기에 핸드메이드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이 책은 특별한 옷이 있지는 않다. 사실 양재책이라고 분류를 하기는 애매하다. 양재를 하기 위한 책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 책은, 양재가, 엄마와 딸을 어떻게 이어주는지, 엄마와 딸이 핸드메이드와 바느질을 매개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흐흐흐흐흐흐 나는 딸이 둘이나 있다네, 자랑하게 된달까.  

 

 

대충, 여기까지.  

다음번엔 어른 옷 만들기로 포스팅 할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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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02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 엄마, 특히 딸을 둔 엄마들에게 아주 유용한 페이퍼겠네요.^^
나도 딸 둘이지만 너무 커버려서 이젠 손주가 태어나면 해주는게 좋을 듯.ㅋㅋ

반가워요~ 아시마님.
은근 드나들면서 인사는 처음이네요.^^

아시마 2010-08-02 15:45   좋아요 1 | URL
우와. 저 순오기님 팬이여요. 저도 한때는 마을도서관을 꿈꾸었던지라.
혹시,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라는 책 읽어보셨어요?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 관장 박영숙씨가 쓴 책인데. 순오기님 페이퍼 보면서 박영숙씨 생각을 많이했더랬지요.

특히 딸을 둔 엄마가 아니라 오직 딸을 둔 엄마에게만 유용한 페이퍼랍지요. 모녀특권.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8-02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전제 조건이 "딸 하나가 있어야 한다" 에서 그만 빵 웃어버렸다눈.

저는 뒤늦게 퀼트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중입니다.
손으로 무엇인가 만든다는게 정말 행복해여. 머리도 맑게 해주고. 맘도 편안하게 해주고.

아시마님,, 만든 옷 사진도 올려주세염!! 플리이즈~~~

아시마 2010-08-02 15:51   좋아요 1 | URL
뭔가를 손으로 만들어 낸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분명히 있죠. 그건 정말 만들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건데.
전 사미인곡적인 옷만들기를 하죠. 님 안계신 기나긴 밤, 비단천 풀어내어 금자로 겨누어서 만들죠. 솜씨와 격식을 모두 갖춘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뭔가 하나를 만들어 놓으면 뿌듯해요. 만들때 집중하면서 잡념이 사라지는 효과도 있고.
사진은, 올리고 싶은데, 이곳의 인터넷 사정이 나쁘고, 제가 사진 리사이징 하는 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어요. 저 DSLR쓰는지라 사진 한장당 사이즈는 얼마나 큰지. -_-;;; 방법만 발견하면 반드시 올리겠사와요.

옷 만들기를 하려면 딸은 반드시! 반드시! 있어야 해요. 입을 사람 없는 옷을 만들때의 허무감이란...

하지만, 음, 사실 배효숙씨는 아들만 하나라는. ㅎㅎㅎ

Joule 2010-08-02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른옷 기대하고 있을게요. 저도 요즘 바느질에 재미를 붙여서. 근데 재봉틀은 없고 일일히 손바느질로 해야 하니 시간이 좀 어마어마하게 들기는 해요. 재봉틀 사자니 집도 좁은데 들여놓고 감당할 엄두는 안 나고.

아시마 2010-08-02 15:54   좋아요 1 | URL
재봉틀이 큰 공간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정말로. 저는 결혼할 때 혼수로 장만했던 화장대위의 화장품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거기에다 재봉틀을 올려놨어요. 딱 맞아요. ㅎㅎㅎ 화장품들은 거의 없기도 하지만 어쨌든 욕실로 퇴출되었구요. 손바느질로 양재 하는 분들도 있긴 하던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어렵지 않나요?

네, 어른옷 페이퍼도 곧, ㅎㅎㅎ 소개하고 싶은 책이랑, 막 갈구고 싶은 책이 몇권씩 있거든요.

꿈꾸는섬 2010-08-02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좋은 페이페에요. 딸 아이가 좀 더 자라기전에 양재를 배워두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사실 자신은 별로 없거든요. 손재주가 없어서...하지만 상관없다는 님의 말씀을 철썩같이 믿고 한번 시작해볼까봐요. 우선 재봉틀을 사야겠네요. 재봉틀 사기전에 책부터 사야하는건가요?

아시마 2010-08-02 20:33   좋아요 1 | URL
의지가 굳으시다면, 재봉틀 먼저 사시라고 말씀드리겠지만, ㅎㅎㅎ 저 위에 배효숙씨 명품 아이옷 책 한권 사서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양재의 포인트는 사이즈에 맞는 맞춤옷을 만들기 위한 패턴을 그리는 거라고 하던데, 이 방법으로는 사실 내 사이즈에 맞는 패턴 그리는 건 배울수가 없어요. 이미 만들어진 패턴으로 재봉을 하는 것만 배우는 거죠. 그래도 그게 어딘가 하고 감사해하면서 해요.

옷 만들기를 시작하면 각종 양재 관련 블로그들을 뒤지며, 그 블로그 주인장들이 만들어서 파는 실물패턴을 장당 5천원에서 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하게 되는데요, 감히 딱 잘라 말씀드리건대, 살만한 실물패턴을 만들어 파는 사람은 배효숙씨 밖에 없고, 그나마도 초보일때는 책에 있는 옷들을 만들어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씀도 덧붙여 드려요. ^^

하세요, 하세요, 하세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그런데, 따님이 몇살이세요?

꿈꾸는섬 2010-08-03 00:06   좋아요 1 | URL
ㅎㅎ4살이에요. 만 세돌이 되었지요. 진작 시작할걸 싶은 마음이 드네요. 도전해보고 싶어요.^^ 우선 책부터 구입해봐야겠어요.

gomgom 2010-08-02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하, 전 바느질도 못하고, 아들만 있어요. ㅋㅋㅋ 정말 부럽네요. 딸도 부럽고, 바느질솜씨도 그렇고^^

아시마 2010-08-02 20:36   좋아요 1 | URL
바느질은 사실, 솜씨라고 할 것이 못되구요,
곰곰님은 제가 없는 아들이 있군요. ㅎㅎㅎㅎㅎㅎ
















부... 부러우면 지는 거닷!

pjy 2010-08-03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재 가진 딸 없고, 조만간 생길리도 없는 노처녀인데다가, 설마 나같은 성질 드러운 딸 낳을까봐 무섭지만^^
이거 참, 땡기는 페이퍼군요ㅋ

아시마 2010-08-07 13: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기대하시라, 다음 페이퍼는 어른옷 만들기!!!

pjy님 반갑습니다.(이건 블랑카님식 인사. ^^)

우리 '노'는 빼고 말하자구요. 처녀이시군요. ㅎㅎ 결혼을 후회하진 않지만 처녀이신 분들이 부럽기는 합니다. 지금 읽고 있는 황인숙의 <인숙만필>에서 그런 시기를 "우리들 노처녀들은 사랑 없이, 결핍감 없이 살아간다. 아련히, 유포리아라는 것에 향수와 궁금함을 갖고." 라고 표현하던데, 저는 그런게 좋아요. 뭔가를 궁금해하고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게. 사실 결혼해보면 그놈의 유포리아라는 게 있기는한데, 음. ㅎㅎㅎ
그 향수와 궁금함을 지켜드리기 위해 그만 말할랍니다.

처녀시절을 즐기세요!!!!!!

라로 2010-08-04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행이 딸이 하나 있고 아들은 둘이나 됩니다.
게을러서 하나있는 딸 옷을 한번도 만들어준적이 없어요.
다른것도 안해요,,,,그나마 퀼트로 가방하나 만들어 준듯,,
그거 떨어질때까지 들고 다니더라는,,^^;;;
만드신 옷들 사진좀 올려주세요~~.^^

아시마 2010-08-07 13:58   좋아요 1 | URL
오, 정말 다행이세요. 딸이 있다니!!! ㅎㅎㅎㅎㅎㅎㅎㅎ

사진은 준비중, 언제나 늘 준비중. 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퀼트는 손바느질이니까, 아마, 옷 만들기보다 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요? 사실 애들 원피스 같은 건 한나절이면 뚝딱 완성되거든요. 본뜨기부터 재단, 재봉질까지 모두다요.

그리고, 옷 만드는 커뮤니티 가보면, 다들 하는 이야긴데,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가면 대부분 엄마가 만들어주는 옷을 거부한대요. ㅠ.ㅠ (아 이거 진짜 영업비밀인데. 흑흑.) 떨어질 때까지 들고다니는 그 시기가 좋은 것 같아요. 막 애써 만들어줬는데 싫어! 이러면 내 자식이고 뭐고 내다 버리고 싶어질지도.

BurdaLove 2010-08-24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실은 재봉책하나 사려고 들어왔다가 로그인하고 글남겨요...
뭐랄까 재봉에 대한 사랑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페이퍼네요... 저도 배효숙씨책 좋아해요.^^
저는 아직 아이가 없고, 손재수도 엄청 없지만 꼼꼼한 거 하나 믿고 재봉을 시작했다가 완전 빠져버렸지요.... 몇 달 한게 고작인데 그래도 참 좋네요. 제대로 만들어낸 건 몇개 안되지만... 제 옷을 만드니까 아무래도 하나 하는것도 엄청 시간이 걸려요. 게다가 헐렁한 옷 싫어하고 몸에 꼭 맞는 타이트 스커트 같은 거나 만드니 진도 안 나가죠. ㅋㅋ
하여간.... 전 좀 배우다 보니 아무래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복식학원에 다닐까도 생각 중인데 문제는 곧 임신을 하려고 생각 중이거든요... 여자아이 둘 낳는게 목표인데(완벽하죠?^^), 아이들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재봉틀 만질 시간이 생길까요? 전 나이도 좀 있어서 둘 낳으려면 빨리빨리 놔야하는데 (ㅋㅋ) 그러면 최소한 3-4년은 정신없을테고 지금 이걸 배우는 게 정말 잘하는일일까? 차라리 그럴 시간에 돈을 벌어서 사입는게 더 낫지 않나? 오만 생각이 다들어요. 이런...밤이라 그런지 괜히 주절주절 말만 많네요... 어른 옷 만들기에 관한 페이퍼 기대합니다! 팬되었어요!^^

zwo 2010-09-02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배효숙씨 책 중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 지 요래조래 살피다 인터파크에 올려진 님 글 추천누르고 여기까지 쫒아와보니 세상 참 읽을꺼리가 너무 많아 한국책 주문하기 더럭 겂나는 제게 샛별이 되주시는군요. 히히히 여기는 베를린이고 오늘 제대로 추워 담요덮고 밤새는 중이고 책에 관한 너무 재밌는 글들과 귀여운 두 따님의 이야기를 참으로 감질나게 읽고 있습니다. 고맙구요.
그런데 역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미혼이기에 성인을 위한 옷만들기 책도 좀 평해주시길 바랍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꾸벅 ^^

오랑구 2010-09-10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래전부터 재봉질에 관심이있었지만 재봉틀 살돈이 없어서 한동안 제껴두었다가... 딸아이 생기고 우연히 블로그에서 본 손수만든 여아 원피스가 넘 이뻐서 갑자기 다시 관심이 생겨 여기저기기웃거리다가 님글을 보게되었네요..글재밌게 읽었어요ㅋㅋ 근데 재봉가르치는 학원안다녀도 재봉틀로 옷만드는법 습득가능한가요? 사실은 학원다니고 싶어도 아기가 아직어려서 시간이 안나거든요. 평일엔 직장가고, 아기 잠잘때 겨우 나는 시간에 한번 만들어보려고 하는데...괜히 재통틀사는데 돈만 낭비하게 되는건아닌지 고민중입니다..조언부탁해도 될까요? ^^

레드쥬디 2010-10-22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친절하신 조언 감사합니다. 책을 좀 사볼까 생각중인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글구 전 딸은 있는데 이제 다 커버려서 어릴 때 그냥 제 마음대로 만들어 입히기는 했었는데 어느 틈에 이제 엄마표는 거절하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되버렸어요.... 그래서 요즘 조금 우울하네요....

로시맘 2010-11-08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 막 옷 만들기에 발딛은 초보입니다.
검색하다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
국문학도답게(?) 참 잘 쓰셨네요 ^^
저도 두 딸을 가진 딸기맘인데,
님의 글을 읽고 갑자기 어깨에 힘이 막 들어가네요 ㅋ
역시 양재 배우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강주혜 2020-10-06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임신하고 배냇이랑 턱받이 겨우 만들어봤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취향에 잘맞아서 책을 더 찾다가 글을 봤어요 ㅎㅎ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몇권 더 사고 싶네요!!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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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눈을 의심했다. 기사가 아니라 소설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사실을 다룬 기사였다. 
p. 417
 
   

 

아니, 김용철씨, 지금 누가 할 소리를 누가 하고 계신거요... 헐.  

이 책은 너무 황당해서 도무지 사실 같지가 않다. 만약 이 책이 소설로 분류되어 나왔다면 완전 쓰레기 3류라고 종이 재활용통에 던져버림이 마땅하다. 인물은 하나같이 비현실적이며, 사건은 어디 도색 잡지에나 나올법한 1%의 진실에 99%의 부풀림이 더해진 과장기사 같고, 그 진행 추이는 돈 꼴리오네 스럽다. 피가 튀지 않는다는 사실만 다르고. 물론, 실행의지가 없기는 했으나 살해에 관한 논의가 나오기는 한다.(마리오 푸조 님하, 미안.) 

더욱 뒷골 땡기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싸구려 3류 도색잡지 기획기사 같은 이 이야기가 100%의 진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김훈 선생이 여러번 말씀하셨던 바, 팩트만을 전달하는 기사는 있을 수 없듯, 이 책 역시 팩트에 대한 김용철의 판단과 취사선택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이 책에서 가장 '깨는'부분은 2부 10장의 '이건희 일가, 그들만의 세상'과 11장 '황제 경영의 그림자' 였다. 이 장에서 그려지는 이건희와 홍라희의 모습은, 코메디에 등장하는 인물과 거의 흡사하다. 이건 뭐, 과대망상증을 가진 정신병 환자(특히 그 증세를 과장되게 표현해 등장시킨)를 주인공으로 한 코메디적 부조리극의 일종같다. 아니, 정말 미친건 아닐텐데 그런 행태를 보이는 건 미쳤다는 소린지 안미쳤다는 소린지 헷갈린다. 재벌그룹 총수라는 양반이 7년간 단 두번 회사에 출근했다는 기록은 이건 뭐, 어쩌자는 거지? 싶고, 100만원짜리 옷을 만들어서 누가 사입어요? 라고 말했다는 이건희의 차녀 이서현의 발언은 얜 무뇌아일까, 무뇌아인 척 해서 사람들을 웃기려는 걸까, 싶고, 결정적으로, 3명의 통신 담당관을 두고 전 세계의 TV프로그램을 하루종일 시청하신다는 이건희의 이야기는. 음. 육아전문가들에게 데려가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 TV 시청을 너무 오래하면 비디오 증후군에 걸릴수 있습니다. 라고. 가르쳐 줘야 하는데. 아하... 그의 정신병적 행태는 TV 시청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긴걸까? 그럼 진짜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 환자라는 이야긴데?  

인도네시아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teman(친구)라는 말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한번만 만나도, 무조건 그 사람이랑 나랑 친구다, 라고 말한다. 이 나라 사람들 발은 또 얼마나 넓은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갖 관공서에 친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도움(bantu)이 필요하면 요청하면 된단다. 그럼 다 해 준다고 한다. 그러하다 보니, 진짜 친구는 또다시 teman yang terdekat (가까운 친구)라고 표현한다. 이 나라 사람들의 인맥에 대한 집착과 과시는 정말 상상이상이다. 참 신기한 나라일세, 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그 이유를 풀어줬다. 

   
  평범한 이들까지 '마당발'을 동경하게 된 한 원인은 허술한 사회인전망이다. 개인의 삶에 위기가 닥쳤을 때,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었거나, 병이 생겼을 때 누구나 차별 없이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문화가 생겨날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인맥관리에 지나친 힘을 쏟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사회복지가 취약한 나라일수록, 마당발을 동경하는 문화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p. 412-413
 
   

 

그런데, 이런 친구는 그냥 반뚜해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친구라면, 당연히 해줄만한 일도, 이들은 태연하게 돈을 받는다. 이들의 "도와줄게" 라는 말은 내 도움을 돈 주고 사라, 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마당발의 인맥은 우정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어느쪽에서든 아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권력이 없는 서민의 경우에 안면을 터 놓은 경찰이 있다면 당연히 도움을 받게 될테니 그들과의 인맥에 집착을 하는 것이고, 경찰의 경우에는 인맥이 많으면 많을수록 잠재적 고객층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니까 새로운 사람과 뜨만 뜨만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처음에 그 돈은 그저 '급행료'라는 이름이었다. 일 처리를 좀 더 빨리 해 준다거나 약간의 서류 미비를 눈감아주는 대가였다. 그러다 그 급행료는 이제 변질되어 그 돈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해주지 않는 수준으로 이르렀다. 세관은 웃돈을 얹어주지 않으면 이삿짐을 통관시켜주지 않고, 주거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동네 통반장은 돈을 받지 않으면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심지어 우체부는 우편물을 주지 않기도 한다.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하려면 자세한 상납목록을 만든 장부를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다. 그 상납 장부에 들어가는 사람은 위로는 관련 관청의 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담당 경찰서의 경찰관들과 그 상부, 동네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 어깨들, 심지어 종교 지도자들까지도 상납의 대상이 된다. 상납은 한달에 한번씩 돈을 줘야하는 대상부터 6개월, 1년에 한번씩 쥐어줘야 하는 대상들로 분류되고, 한번에 주는 돈도 지위마다 다 다르다. 뇌물공여에 죄책감이 없기 때문에 서로간 자기가 받은 뇌물을 공개하는 것도 예사여서 세심하게 조절해줘야 한다. 이것은 인도네시아의 관행이어서, 주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러하다보니 나라 전체가 썩어들어간다. 수돗물의 수질은 최악이고, 도로는 10년째 전혀 확충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10분 거리가 차가 막히면 2시간이 보통이다. 도무지 대책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로는 비만 내리면 잠긴다. 주거환경은 끔찍하고 빈부격차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교육은 말할 것도 없으며 사회 복지는 없다. 그냥, 간단하게, 없다. 모든 재원은 그 뇌물로 다 들어가는 것이다. 회사는 설립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생필품은 해외에서 수입된다.   

   
 

생필품의 블랙홀이라는 거지. 생각해봐. 그곳에선 하루 다섯 번 시간 맞춰 기도를 하러 가야 하는데, 제조업이란 가능하지가 않아. 
유선전화 시대를 건너뛰고 사막 한가운데서도 휴대폰이 터져. 

정미경, <아프리카의 별>, 문학동네, 2010, p.187

 
   

  

이 상황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생필품의 블랙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나라는 얼마전 지진이 일어났던 칠레였다. 남미의 칠레에 지진이 일어나고, 곧이어 사회는 통제불능에 빠졌다. 세계 각국과의 FTA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했던 칠레는 지진으로 항만과 공항이 마비되고 도로 운송이 중지되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슈퍼마켓이 약탈당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각 나라의 내수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그걸 보며 생각했다. 대기업의 횡포에도 꿋꿋히 살아남아 제품을 만들어내는 쿠쿠가 참 고맙고, 해피콜도 고맙고, 온갖 잡다구리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각종 중소기업들이 다아 고마웠다.

돈을 기반으로 한 인맥 정치는 나라를 이렇게 완벽하게 망쳐놓는다. 정부가 개판이 되면 국민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파지는지는 살아봐야 실감이 난다. 삼성이 하고 있는 짓이 이것이다. 그리고 김용철이 걱정하는 것도 그것이다. 유전무죄를 실감한 사람들, 그놈의 우정이 아닌 돈을 뿌린 것으로 만들어 진 인맥의 힘을 우리는 두눈으로 확인했다. 그러고 나면 너도 나도 돈을 뿌려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뿌리고 싶어도 못뿌리는 사람들은 둘째치고, 뿌릴 수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여기저기 줄을 대서 돈을 뿌리게 될 것이고, 마침내는, 우편물 하나도 웃돈 없이는 받지 못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군사정권의 그 각종 리베이트를 어떻게 뚫고 여기까지 온 우린데.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다 못해, 깔깔깔깔 웃었다. 이건 뭐,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하도 말이 안되니까, 도무지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참, 우습기만 해서, 읽는 내내 깔깔 웃었다.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우스운 건, 이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삼성 제품군은 그게 무엇이 되었건 모두 최고급으로 취급된다는 거. 특히 TV를 비롯한 가전 부문과 핸드폰은 삼성이 석권해 버렸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게 LG고. 에혀. 에혀.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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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마 2010-07-3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s. 이 책은 충무공과 내가 둘 다 읽은 몇 안되는 책 중의 한권이다. 중무공의 반응은 대략 나와 비슷했다. 야~ 코메디다!!!

마녀고양이 2010-07-3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보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지요... ㅠㅠ
예전에 소설은 소설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현실로 일어날 법한 일이다 라고 생각을 바꿨답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그져.

아시마 2010-08-07 14:0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근데 이건 너무 유치해서, 상상을 할수도 없는 일들이었다는 게 그저 기가막힐 뿐이죠.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고차원적인 존재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는.

삼성 전자 들어갔다고 모가지(여기서는 꼭 목이 아닌 모가지, 라고 해 줘야 함.)에 힘주고 돌아다니던 친구놈이 생각났어요. 에혀.

blanca 2010-07-3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이 책이 제 남편이랑 같이 읽은 거의 유일한 책이었어요. 이건희가 거울을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대목. 자기들은 냉장 푸아그라 먹고 손님들은 냉동 준다는 대목 등. 진짜 소설도 이런 웃긴 소설이 없더라구요. 그게 현실이니 그리고 그런 기업이 우리 경제의 생명줄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다들 맹신하고 있으니 너무 슬프죠. 사실 저도 은연중 삼성은 대단하다,는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니까요. 아시마님, 그래서 저는 삼성 제품 불매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요 ㅋㅋㅋ 되도록이면 사지 않으려고 해요. 비겁한 타협 정도겠지만요.

생필품. 안그래도 남미에 있는 친구가 공산품 구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더라구요. 치약, 생리대 이런 것들 가격이 엄청나다면서요. 부패가 용인되는 사회는 성장도 결국 정체하게 된다는 걸 다들 좀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아시마 2010-08-07 14:16   좋아요 0 | URL
생필품이요. 여기 식모들이 가장 많이 훔쳐(?)가는 품목중에 하나가, 뇨냐(마님 정도의 의미예요. 기혼 여성에 대한 존칭이라는데, 보통 일본이나 한국인 유부녀들에게 통칭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 한국에서 공수해 온 생리대라죠. 현지인들이 쓰는 것과 비교가 안되는 품질이라고 그러더라구요.
더 웃긴건, 이 나라는 펄프 생산국가라는 거. -_-
기저귀도 비슷해요. 우리 작은 놈 아직 기저귀를 안떼서 여기서 사서 쓰는데 하기스가 하기스가 아니예요. 현지 생산 하기스는 오줌 한번 싸면 완전 뭉쳐서, 이건... 뭐. -_-;;; 한국선 하기스 쓰다가 여기와서는 군 쓰는데요, 제가 쓰는 군 기저귀는 일본 생산품을 수입해다 파는 거라... ㅎㅎㅎ 한국서 쓰는 가격과 거의 맞먹거나 더 비싸요. 근데 도무지, 현지생산품을 쓸수가 없어요.

그러니 악순환인거죠. 현지 생산 공장이 있기는 한데, 품질이 떨어지니 판매가 되지 않고, 이익이 떨어지니 품질 향상에 돈을 쓸 수도 없고... 뭐 그런 일들의 악순환.

저 대학 1학년때, 삼성이 대대적으로 이미지 재고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나요. 막 대학가를 돌면서 설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죠. 몇몇 대기업 이름이 나열되고, 이미지가 가장 좋은 기업은 어디입니까, 운운운. 그때 저도 온통 삼성을 나열했었더랬죠. 같이 했던 동기들도 대부분. 흠. 그러고 보니 그시기는 삼성 이미지 재창조의 거의 마지막 시점이기도 했던 모양이네요.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했던 걸 보면. 대국민 사기극이 따로 없죠. 에혀.

2010-08-26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프리카의 별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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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느 글에선가 평론가 김윤식은 작가들을 두고 "들린 영혼"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여기서의 '들린'이란 '신들린'이라는 말을 할 때의 그 들린이다. 무언가에 들린 영혼이 작가가 된다고. 

책을 읽는 내내 그 말이 떠올랐다. 무언가에 들린 사람들이 자신을 들리게 만든 것을 따라 떠돌고 있는. 그건 마치 모래 같았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가벼운 바람에도 이리저리 휩쓸려 날아다니며 주변의 누구와도 융화하지 못했다. 모래는 천만의 모래가 함께 모여있어도 하나하나가 여전히 고독하다.  

고독. 

고독이라고 써 놓고보니 정미경의 소설을 이 단어보다 더 잘 요약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고독한 사람들에게 사막보다 더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모래는 사람과 사람의 포옹을 막아선다. 내 살갗에 묻은 모래는 그 위로 누군가와의 접촉이 생겨날 때 도저히 못견딜 무언가가 된다. 사막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손조차 잡아주지 못한다.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그 사막에, 증오와 복수에 들린 승, 아름다움에 들린 로랑, 사막에 들린 탕헤르 여자 등등이 모여든다. 그들은 모두 이방인이다. 무엇이 그들을 '아무것도 없는(사하라)'로 불러들였을까. 처음엔 각각의 이유로 사막에 왔던 그들은 결국 사막 그 자체에 들린다.  

   
  두고 온 곳으로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큰 사람들은 혀뿌리에 감기는 모래를 묵묵히 삼킬 수 있다. 극한의 황량함에 조응하는 폐허를 가슴에 감추고 있는 사람만이 그 지독한 사막 자체를 견뎌낼 수 있다. 눈을 뜨고 있되 아득히 먼 곳에 시선이 못 박혀버린 자들만이 눈알을 파고드는 모래를 견딜 수 있다. 어떤 불로도 태워지지 않는 응어리를 병든 췌장처럼 달고 와서는 그걸 태워야 살 수 있다고 그걸 태워버릴 수 있다면 지옥불이라도 견뎌보겠다는 이들만이 진짜 사막까지 들어간다.
(p. 104)
 
   

 

폐허와 응어리를 가진 사람. 세상의 끝에 혼자 서 보았던 사람, 그 사람들이 흔히 정미경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한 인물은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에서의 중호를 시작으로 이상문학상 수상작이었던 단편 <밤이여 나뉘어라>의 P와 단편 <무화과 나무 아래>의 주인공 남자 킴을 거쳐 이 소설의 인물들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철저하게 정미경류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지나치게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그런 단점을 넘어서는 것이 정미경의 문장이다.  

정미경의 문장은 잘 벼른 칼날위에 어룽어룽 피어나는 쇠무지개 같은 느낌이다. 지독하게 아름답고, 철저하게 단련되어 군더더기라고는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그 자체로 완결된 문장이다. 정미경 또한 문장에 들렸다 싶다. 한권 한권의 소설이 발표될 때마다 문장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매번 최고다!라고 외쳤는데 다음 소설은 더 나아진다는 게 정말 최고다. 인물이 반복되고 주제가 반복되어도 정미경의 소설이 늘 새로운 것은 그 형식과 문장이 날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발단 전개 위기를 거쳐 절정에서 끝이 나 버린다. 뻥, 하고 터지는 빅뱅을 마지막으로. 소설의 중심 사건은 해결은 커녕 종결조차 되지 않고, 인물들의 미래는 모래 폭풍 속에 들어간 듯 위험천만한 오리무중 상태로. 나는 이렇게 불친절한 소설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절정이 그대로 결말인 것에 동의한다. 고독에는 언제나 허무라는 감정이 따라오게 마련이므로. 

정미경은 언제나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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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07-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미경은 언제나 최고다.

저는 아시마님이 좋아라하는 작가들을 따라가보고 있어요. 물론 그 시작은 접신 박완서였구요. 지금은'조선희'작가를 젤 앞줄에, 다음은 정 떨어지게 완벽한 문장을 구사한다는 '정미경'이 되겠군요.
아~나는 언제 이렇게 나이들어 버렸지. 이 즐거운 사람들을 언제다 맛 보나.

아시마 2010-07-31 16:08   좋아요 0 | URL
정미경하고 조선희는 비슷한 문장을 구사해요. 정미경이 약간 더 감각적이라는 점이 차이겠지만. 조선희는 그야말로 언론계에서 훈련받은 언어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읽어보면 어떤 느낌인지 실감이 나실듯.

제가 에파타님에게 어떤 작가를 데려다 줄 수 있었다면, 그 또한 영광이어요. ^^

stillyours 2010-08-0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자마자 찾아 읽었는데, 여직 아무 것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시마 님 리뷰를 보며 답답함을 해소합니다.
추천도 꾹- 누르고 가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아시마 2010-08-11 12:07   좋아요 0 | URL
달님의 리뷰도 보고 싶어요. 여러방향으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소설이라고 생각되요. 그런 소설이 좋은 소설이겠지요.

정미경 작품이 그런 것 같아요. 참 많은 말들이 생각나는데 정말, 리뷰어조차 압도해버리는 문장이라는. 이런 문장을 읽고나면 내 문장이 너무 허접쓰레기 같아 쓸수가 없어요.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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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꾸준히 변주되어 등장하는 이미지는 바로 살해당하는 신(또는 왕)이다. 모든 신은 궁극적으로 살해당함으로써 그 신성과 강함을 유지해나간다.  

   
  인간신은 그 능력이 쇠약해지는 징후가 보이는 즉시 살해되어야 하며, 그의 영혼은 사체의 부패로 심각한 손상을 입기 전에 원기 왕성한 후계자에게 이전되어야 한다.
(.......중략.........)
인간신을 살해함으로써 숭배자들은 인간신의 영혼이 빠져나갈 때 확실하게 붙잡아서 적당한 후계자에게 옮겨줄 수 있고, 인간신의 자연적인 힘이 줄어들기 전에 그를 죽임으로써 인간신의 쇠퇴와 더불어 세상이 쇠퇴하는 것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처럼 인간신을 살해하면 그의 영혼이 아직 절정기에 있을 때 원기왕성한 후계자에게 이전할 수 있으므로 모든 목적이 충족되고 모든 위험이 비껴가는 것이다. 
프레이저, 《황금가지》, 한겨레신문사, 2003, 2권 2장 신성한 왕의 살해, p. 296-297 
 
   

은교를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시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갈망이 없는 사람이 시를 쓸 수 있는가, 사랑은 평범한 사람조차 시인으로 바꾸어놓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늙어 사랑의 힘을 잃어버린(것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과연 시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시의 왕이었던 이적요, 늙어버린 그는 여전히 시의 왕일 수 있는가. 그를 죽여 젊고 강대한 새로운 왕을 세워야 하는 것인가. 

이 책은 결국, 노인의 갈망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로 집약된다. 노인의 갈망을 인정할 것인가, 추한 것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  

70을 한해 앞둔 이적요는 젊은 서지우가 은교를 차지했다는 사실보다, 서지우가 자신의 갈망을 사랑을 사랑과 갈망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치매 수준의 노추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한다. 그에게는 아직 갈망을 느끼고 사랑을 느낄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부정당하고, 그것이 그를 살인으로 이끄는 것이다.  

   
 

"눈만 감으면 송장인데, 무슨 짓요? 미쳤어요? 자기 얼굴을 좀 보라구, 씨팔.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거울도 안봐?"
p. 207 

 
   

은교를 향한 그의 순정은 이렇게 철저하게 유린당한다.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갈망 그 자체가 죄가 된다는 사실을 그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결국 그가 분노한 것은 서지우에 대해서였을까 그의 늙음 그 자체에 대해서였을까. 

   
  은교를 만나면서 나는 보다 젊어지고 싶었다. 그게 죄인가. 그 애를 통해 아직도 생피처럼 더운 나의 욕망을 확인했을 뿐, 나는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나의 은닉된 욕망에게 형벌을 선고할 수 있는 자는 그러므로 나뿐이다. 나는 육십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다른 누가 나의 뺨을 후려칠 권리는 없다. 서지우는 더욱 그렇다.
p. 281 
 
   

이 소설의 중심 등장인물은 셋이다. 이적요와 서지우와 한은교. 제목도 은교다. 그렇다 은교가 없다. 이 소설의 은교는 은교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은교여도 은주여도 혜교여도 상관이 없었다는 말이다. 은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사건과 감정의 객체일 뿐. 서지우 역시 일종의 피드백으로서만 존재한다. 이 소설은 온전히 이적요 혼자의 내면을 위해서 흘러가고, 그의 사랑을 온당화 시키는데 온 힘을 다한다. 누가 그랬던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그 자체가 자신이 정당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은교를 물상화 시켜버리는, 은교의 감정에 대해서는 깡그리 무시해 버리고,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만 보려하는 이적요의 시선에서 나는 그의 한계를 본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었다. 그애가 싫다면서 한사코 밀어내는데도 불구하고, 그애의 사타구니를 벌리고, 뱀과 같이 혀를 낼름거리면서, 그 안에 머리를 밀어넣는 서지우까지도 보아야 했을 때, 내가 어떻게 "그애가 싫다면서 한사코 밀어내는 데도 불구하고"라고 쓰지 않고 그 장면을 견뎌낼 수 있었겠는가. 그애가 '비명을 내지르며' 진저리를 쳤다. 그애는 '당연히'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애가 '끔찍하게 고통받고'있다고 분명히 보고 느꼈다.
p. 360 
 
   

그러므로 그의 갈망은 정당화 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강간범이 그 여자도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이건 화간이예요, 라고 주장하는 것과 진배없지 않은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을 때, 사랑은 폭력이 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실패다. 노인의 갈망을 갈망으로서 설명하는데 실패했다. 결국은 다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돌아서고 마는 것이다. 노인 그 스스로에 의해. 그러므로 노인은 살해당해 마땅한 것이다, 로까지.  

박범신은 풍만한 언어를 가졌다. 박완서와 같은 풍요로운 언어가 아니다. 내게있어 박범신은 공지영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둘 다 풍만한 언어를 가졌고, 둘다 언어에 독특하고 빼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둘다 일정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다. 박범신과 공지영의 문학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 언제나 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난 박범신의 소설과 공지영의 소설을 다 좋아하는데도 항상 읽고나면 뭔가 이건 아니야, 싶을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순간이다. 자신이 만들어 낸 인물을 인물로서 살아있게 하지 못하고, 속이 텅 빈 객체로 만들어 버린다.  

소설 전체에 등장하고, 심지어 제목까지 획득한 은교가 도무지 내면을 가진 한 인물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물론 그것을 노리고서 굳이 17세 아이를 등장시킨거라면 할 말은 없지만.  

도대체, 은교 열풍은 왜 불었을까. 알쏭달쏭.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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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7-2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는 들어본적 있고 아직 못본 책인데, 아시마님의 리뷰를 보니 주인공도 소설도 뭔가 묘~한 기분이 드네요.^^;
그런데 은교가 17세였단 말입니까; 나이차 많다는 건 알았는데 70세와 17세,여주가 너무 어린거 아닌가...

아시마 2010-07-28 18:09   좋아요 0 | URL
글쎄요. 남자들이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은 성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어떤 상대의 눈 속 번득임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거든요. 제가 만약에 은교라면요, 69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면, 성별이 거세된 그저 한 사람으로 봤을 것 같거든요. 당연히 상대도 나를 성별이 거세된 한 사람으로 볼 거라고 믿었을 거구요. 이건 늙음이라는 걸 노추로 인식한다는 것과는 달라요. 그냥 성에 있어서 편안해 지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불쾌했어요. 정말로요. 사실 따지고보면 대놓고 원조교제를 하는 건 30대 후반의 서지우인데도, 오히려 성관계를 하는 서지우가 더 낫다 그럴 정도로요.

루체오페르 2010-07-28 19:59   좋아요 0 | URL
헛...서지우도 30대 후반, 그는 은교와 성관계까지 했군요.
사랑하는 사이인가 했더니 대놓고 원조교제라니 그것도 아닌것 같고...
음...은교라는 여주가 가장 궁금한 (문제)캐릭터네요. 대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길래 이런 모습일까.

아시마 2010-07-28 19:32   좋아요 0 | URL
이 소설의 문제점을 바로 짚으셨어요. 문제는 은교예요. 아무런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_-;;;

다락방 2010-07-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은교 열풍이 왜 불었는지 모르겠어요. 문장은 아름답고 책장도 빨리 넘어가지만 뭔가 찜찜함을 떨쳐낼 수가 없더라구요. 그것이 어쩌면 17세 은교에게, 아시마님이 지적하셨든 '도무지 내면을 가진 한 인물로 느껴지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읽고나서 그렇게 기분 좋은 소설은 아니었어요.

아시마 2010-07-28 18:01   좋아요 0 | URL
아직은 젊은 여자 사람으로서, 수긍할 수 없는 소설이예요. 말하자면 늙은 남자 사람의 로망을 완성시키고 있는 소설이랄까요. 은교는 늙은 남자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손녀 같고 어린 여자친구 같았으며 아주 가끔은 누나나 엄마 같은' 그런 여자로 묘사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적요가 혼자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건데, 상대가 되는 여자 사람의 감정은 깡그리 무시가 되는거죠. 관계라는게 상호간에 맺히는 건데요. 흠, 뭐랄까, 막판에 은교가 할아버지는 불쌍하고 서지우보다 더 젊고 운운 하는 것조차, 이적요의 바람일 뿐이라는 이야기죠.

황석영 <심청>에서 나오는, 매매춘여성에 대한 환상 같은 것도 여전히 등장해서 사람혀를 차게 만들죠. 매매춘여성에 대한 환상 말예요, 그러니까, "불쌍해, 남자들" 이라며 젖을 물려주는 그런 여자에 대한 환상, 실제로 그러는 여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매매춘을 하는 남자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 같아요. 사랑으로 몸을 주는 건 아닐테니 남자에 대한 범 인류적 동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성을 주는 여성상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믿어야 매매춘을하는 자신이 좀 덜 비참해질 것 같아 그러나. 그런 것들이 되게 불편해요, 저는.

blanca 2010-07-2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시마님...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은교라는 인물이 지나치게 실제적이지 못하다는 느낌. 어떤 갈망의 대상으로 인위적으로 설정된 느낌. 그래서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그러니까 계속 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어디서 왓는데 아시마님의 리뷰를 읽으며 깨닫고 갑니다.

그런데 아시마님! 오늘 지금 확인해 보니 박완서샘의 신간이 나왔어요, 소설은 아니지만 너무 기쁘네요!!

아시마 2010-07-29 22:28   좋아요 0 | URL
오늘 정미경 아프리카의 별 읽으면서 느꼈어요. 남성 작가와 여성작가의 차이인지도 모르겠지만, 정미경은 2차 성징이 막 시작된 사춘기 여자애를 정말 살아있는 인물로 잘 그려내고 있거든요. 보라를 보면서 은교가 얼마나 텅비어있는 허상인가를 뼈저리게 느꼈다는.

박완서 샘 신간! 저도 봤어요.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요. 박완서 샘은 산문도 소설만큼이나 좋아요. 블랑카님 나중에요,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문학동네에서 나온 박완서 샘의 단편전집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산문집들도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보시구요. 그러면, 박완서도 자라고 있구나 라고 느껴지실 거예요. 사람이 제대로 나이 먹는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기도 하고, 생각이 폭과 깊이가 달라지는 게 확확 보여요. 물론 소설적 성취도도 점점 높아지구요. 박완서 샘도 처음부터 달인 박완서는 아니었더라구요... ^^ 물론 아무리 그래도 기본은 하지만요.

이제... 장편을 기대하긴 힘들겠죠? 예전에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추천사에서 그런 말씀 하셨더라구요. 쓰고 싶었는데 힘이 딸리는 것 같아 포기했던 소재인데 써 줘서 고맙다고요.

짧은 꽁트도 참 좋은데 말이죠, 동화도 좋고. 아. 정말... 요절했건 천수를 누렸건 간에, 예술가들의 그 많은 재주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2010-07-29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9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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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작품이 있다. 대부분은 그 작가의 데뷔작이나 문학상 수상작이 한 독자에게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해 주는 작품이 된다.  

나와 한강을 만나게 해 준 건 <그대의 차가운 손>이라는 장편이었고, 김영하와 나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과격한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김연수와 나는 <여행할 권리>가 첫 만남이었으며 신경숙과 나는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였다. 그 작품 이전에도 신경숙의 작품은 몇개 읽고 있었지만,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기점으로 나는 신경숙을 콜렉션하기 시작했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읽을 때, 나는 종로구 평창동에 살고 있었고, 그 작품을 쓸 무렵 작가 신경숙은 종로구 구기동에 살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은 직후 나는 미란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달렸던 세검정 삼거리를 출발하여, 자하문을 지나 광화문을 지나 세종문화회관을 마주 보게 되는 그 길까지 걸어가 세종문화회관 벽면의 비천상을 사진으로 찍어온 일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 신경숙이 아마, 나와 같은 경로로 그 길을 여러번 걸었으리라 짐작했다. (신경숙은 구기동에서 10여년을 살다 평창동으로 이사했다.) 

   
 

"밤에 잠이 안 올 때면 소설책을 읽곤 하지. 그러다가 파트릭 모디아노며 무라카미 하루키 등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의 소설을 읽으면 말이지, 파리나 도쿄가 가고 싶어져. 그들은 진짜로 파리나 도쿄를 사랑하는 것 같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걸어다니는 거리를 나도 걷고 싶어질 만큼 그렇게 애틋하게 쓰거든."
"우리나라 작가들은 어떤데요?"
"글쎄...... 우리나라 작가들은 서울을 그닥 좋아하는 것 같지 않더군...... 떠나야 할 곳, 사람이 정붙이고 살기에는 좀 살벌한 공간으로 묘사되는 것 같아."
"그럼 할 수 없네. 작가가 되어서 직접 써봐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서울을 사랑하게 되도록." 

신경숙,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문학과 지성사, 1999, p. 65 

 
   

작가 신경숙은 아마도 본인이 직접 쓰기로 결정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러한 결심은 아마도 그녀가 서울예전을 다닐때에 이미 했던 결심같다.  

   
  일 년 만에 이 도시로 다시 돌아오면서 나는 이 도시를 알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 이 도시 구석구석을 내 발로 걸어다녀야겠다고.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문학동네, 2010, p.48 
 
   

신경숙의 그러한 시도는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시작되어 바이올렛(문학동네, 2001)에서 절정을 이루다가 사실 2008년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부암동과 쌍문동을 묘사해 내며 적절한 균형감각을 찾으며 안정기에 접어든다. 물론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서울의 묘사는 다음 로드뷰 못지않게 정확했지만 《바이올렛》에서의 서울 도시 묘사가 실험소설이라해도 좋을만큼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바짝 다가가 있었다면(그래서 묘사와 서사가 따로 노는 경향이 약간은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에서부터는 좀더 소설적인 애틋함, 신경숙이 바랐던 그것을 성취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나는 신경숙을 통해 내가 늘 알던 그 길을 새로이 발견하게 되었고, 원래도 사랑하던 곳이었지만 더 많이 더 애틋하게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서울이라는 도시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자, 어때 말해봐, 광화문과, 세종 문화회관과 시청과 프라자 호텔 앞에서의 너의 스무살은 어땠니. 라고.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모임이 있고, 그 요리 레시피 북까지 나왔다는데, 신경숙의 소설에 등장하는 서울거리 걸어보기, 그런 모임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소설독법이 되지 않을까. 김훈과 남한산성 가보기 이런 것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이제는 잊혀지는 그곳들을 윤이와 미루와 명서의 궤적을 따라 때로는 낙수장의 안내를 받아.  

박완서의 《도시의 흉년》이나 《엄마의 말뚝》에서 "처녑같이 구불구불하고 구질구질한 달동네"를 묘사해 내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그 일반화 될 수 있는 묘사력에서 박완서가 일종의 일가를 이루었다면 신경숙은 박완서와는 다른 의미로, 개별화 된 묘사력에서 일정 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다. 나는 그 점을 높이 산다.  

파트릭 모디아노가 묘사하는 파리의 뒷골목과 하루키가 묘사하는 도쿄의 거리, 그리고 신경숙이 묘사하는 서울, 강북의 구 도심 오래된 거리들. 신경숙이 있어서, 서울에겐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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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7-25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평창동...부암동....아, 이런 동네 너무 좋아요. 저는 강북에 이사와서 침만 흘리고 있어요. 언젠가는...이라면서.

참, 책이 왔군요!!! 안그래도 여기 많이 등장하는 지명들, 걷기.. 저도 꼭 한 번 이런 길을 이렇게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길치라 길에 대한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서 길에 대한 얘기를 읽으면 참 부러워요.

파트릭 모디아노 어때요? 궁금한 작가인데 아직 못 접해봐서요.

먼 곳에서 리뷰 읽으며 아시마님 근황을 아니 참 좋아요....

아시마 2010-07-26 00:59   좋아요 0 | URL
평창동 부암동 구기동 성북동 북악스카이웨이 꼭 가보셔야 해요! 얼마나 좋은데요. 강북 어디로 이사오셨어요?(아, 오셨어요, 라니. ㅠ.ㅠ)
특히 봄날 벚꽃필때, 여기는 산중이라 윤중로보다 며칠 늦게 피거든요, 그때 화창한 오후시간에 북악스카이웨이 드라이브하면, 이길 따라 무릉도원이 저만치 있겠구나 싶을때가 있죠. 봄이내 아롱아롱 피어오른 꼬불탕한 길 따라 오르면.

에혀. 나 결혼 왜 했을까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파트릭 모디아노, 저는 흠. 아주 좋지는 않았어요. 어쩌면 블랑카님하고는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지금 정미경을 읽을까 박범신을 읽을까 겨누는 중이예요. ㅎㅎㅎ

2010-07-25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절로 2010-07-2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문 김연수씨와 신경숙씨는 제게는 뭐랄까, '우물'같아서(제가 곧잘 빠져 헤어나오질 못해요) 접근경보를 내려놓았지요.

그런데, 어,나,벨이 자꾸 춘향이 그네타듯 왔다리갔다리하네요.
아시마님까지 이러하니..빠지더라도 함 봐봐요?

마녀고양이 2010-07-26 15:50   좋아요 0 | URL
헉, 에파타 님이 첨이예요.
나랑 똑같은 접근 경계 경보를 내린 분은..... 아아, 절대공감.

난 이상하게 신경숙 님 힘들어요. 문체도 힘들구,,
김연수 님은 더 힘들어요. 질식할거 같아서.

아시마 2010-07-27 00:20   좋아요 0 | URL
흠... 엄마를 부탁해 만은 못해요. 그래도 신경숙이니 평균은 했는데요. 거의 다시쓰다시피 했다고 하는데도 연재소설 특유의 단점이 여전히 남아있어요. 이야기가 좀 산만하게 흐르는 거죠. 주인공 윤의 시점으로 전체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중간에 명서의 일기장 같은 노트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다른 관점, 또는 윤이 알지 못했던 일들에 관한 설명을 시도하는데... 이게 약간. 좀. 막 산만하다 따로논다 이건 아닌데요, 한번쯤 더 개작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가 남죠.

이런 형태가 매력적이기는 한데요, 아주 잘 쓰지 않으면 뭔가 좀. 싶어져요.

마녀고양이 2010-07-27 11:42   좋아요 0 | URL
잘 쓰는 것에 대한 문제보다는,,,
찐득함이랄까.... 읽고 나면 떨쳐지지 않는 어떤 것.
안 그래도 맘이 심란한데, 더 심란한 그런 것.
저는 신경숙 님이 그래여.

김연수님은........ ㅠㅠ 진짜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