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브로콜리 너마저의 2집이 나왔다.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어도 예상했던 만큼은 되는 앨범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잔인한 4월'이 빠진 거. 4월 되면 한번 틀어볼까 했는데, 좀 당겨야겠다.
촉촉하고 명민해 보이던 여자 보컬 계피의 목소리가 빠진 게 가장 큰 변화라서,
예전에 '앵콜요청금지'를 처음 듣던 순간,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하고 귓가에 바람을 훅 불어주는 듯한 노래는 없다.
하지만 덕원의 세련되지 않고 솔직한 목소리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므로,
그 목소리에 맞는 곡들은 여전히 좋다.
덕원의 보컬곡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으로 기타가 강해졌고, 이 부분에서 이 음반은 호오가 갈릴 듯 보인다.
음악의 색깔은 여전하다.
용기는 있지만 두렵고, 의지는 있지만 미숙하며, 순수하지만 세련되지는 않은.
아직은 풋풋한 청춘이지만 새로운 세계로 떠밀리고 있는 불안한 청춘들.
나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언제나 90년대 과방의 정서를 떠올리곤 하는데,
생활의 먼지가 아직 내려앉지 않은 치기어렸던 공간.
치열하게 살고 싶었지만, 또 얼마나 허무하고 허무했는지.
그래도 함께 과방일지를 뒤적이던 친구가 있고,
시시껄렁한 고민들로 진지했던 싸구려 술들과 담배 연기, 같은 거.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망설임과 두근거림, 그리고 두려움까지.
그런걸 음반 가득 노래해주는 밴드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