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녀석은 왜 이다지도 편집증적이고, 파괴적이 된 걸까.
왜 그렇게 모든 것에 이름을 붙여야만 하고,
모든 일에 전투적이 된 걸까.
마음이 아프다.
책 표지 만큼이나 먹먹하고 깜깜하다.

이제 5분의 1 읽었는데, 계속 읽다 보면 맘이 개운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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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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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이라는 제목이 처음부터 좋았다. 반짝거리는 하얀 표지에 줄줄이 걷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을 보니 더욱 좋았다. 환상적인 것은 겉표지를 벗겨내면 나오는 은색 속표지. 피크닉은 반짝거리는 은색 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런 막무가내의 호감은 모두 온다 리쿠 라는 작가 때문이었다. 온다 리쿠의 글, 아직 한편도 읽어 보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맹목적인 신뢰 때문에 무지 궁금했었다. 미스터리 작가의 성장소설이라.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붕 떠오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정말 그랬다. 술에 살짝 취한 듯한 몽롱한 기분이었다. 책을 읽으며 다카코와 도오루의 ‘야간 보행’을 따라가는 내내 나는 미열로 들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걷는 것이 고3의 밤이기 때문이리라.

일면 평온해 보이는 변두리 학교의 야간 보행제는 까만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무수한 고민과 오고가는 눈빛으로 가득 차 있다. 차들도 사라지고 불빛도 사라진 밤이 오면, 함께 나눈 마음과 숨겨두었던 열망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그 어떤 극적인 사건들보다 더 마음을 사로잡고, 그 어떤 드라마틱한 이야기보다 더 간절하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그 둘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또한 나의 장래는 어떠할지, 허공을 떠다니는 먼지처럼 뭐하나 명확한 건 없다. 그래도 그 부유하는 마음들을 붙잡으려 노력하는 밤. 걷고 걷고 또 걷다 보면 언젠가는 그 마음들의 끝이 뚜렷해 질 거라는 믿음. 이것은 졸업을 앞둔 고3의 마지막 통과의례인 셈이다.  
다카코는 도오루가 자신을 경멸하고 있다고 믿어 왔고, 도오루 역시 다카코는 틀림없이 자신을 미워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이 둘을 지켜보는 많은 친구들은 그들이 서로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추측했다. 숨기고 싶던 사연도 있고, 파헤치고 싶은 진실도 있고, 모른 척 덮어주고 있는 비밀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까만 밤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고3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는 그들이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잘 알고 있다. 어서 이 지긋지긋한 고3이 끝나기만을 바라면서도,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지나가 버리는 것이 너무나 아까운 듯, 아이들은 오늘도 반짝거리며 웃고 있다. 책상에 엎드려 편하지도 않을 잠을 자고 한숨쉬고 속상해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만큼이나 현재에 대한 애착과 상념도 크다. 수능 달력을 따라 한 장씩 뜯겨지는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모두 야간 보행제 같다.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 것. 어둠에 묻어갈 이야기들을 나누며 함께 걷는 밤. 이것은 밤의 피크닉이다.



 

 

 

 

 

 

《밤의 피크닉》을 읽으며 생각난 그림.
베트남 화가  Nuong Van-Dinh Tran의 작품
[After Last March Snow Storm](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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