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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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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읽었다. 올리브를 둘러싼 크로스비 마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일이 한 방울의 기름을 짜내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의 삶 하나 녹록치 않다. 매일매일이 평화롭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그 삶에서 날선 분노와 날것의 수치심을 맛보아야 한다해도 모두 지나쳐가는 여정이다. 그 길이 또한, 뒤돌아본다고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모두 그런 길을 살고 있다. 이 길 위에 있는 퉁명하고 불친절한 올리브라는 어머니이자 아내, 그리고 한 여자.

그녀의 삶에 무한한 응원을 보낼 수만은 없다.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불친절한 부모는 정말이지 자식에겐 지옥을 맛보게 한다. 그러나 그녀가 했던 많은 실수들을 그녀가 기억하고 이겨내기를, 그래서 계속 삶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기를. 나도 언젠간 그 나이가 될 테니까. 그런 할머니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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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뒤 풍경
케이트 앳킨슨 지음, 이정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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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직시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 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의 부모, 부모의 부모, 그들의 형제를 알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계도를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손으로 짚으며 가지를 뻗어간다는 게 드라마를 보듯 흥미진진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나는 가족 이야기가 대부분은 지긋지긋하고, 내가 `어딘가에 속해있는 누구`라는 존재 규정 자체가 지리멸렬 하다. 
이 이야기도 그렇다. 4대에 걸친 다양한 인물들은 거의 비극적으로 죽거나 가정을 버리거나 아이를 버린다. 거대한 역사적 물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일상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독하게 불친절하고 매사에 부정적이며 늘 사춘기 아이들처럼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자녀를 사랑하며 부모를 측은하게 생각한다. 그 오만잡다한 감정들이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그러므로 <박물관의 `뒤` 풍경> 이라는 제목은 매우 적절하다. 현재의 삶에 존재하는 사소한 소품들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개 방식도 매우 매력적이다. 현재에 주석처럼 달린 과거.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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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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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월을 함께 한 책이다. 두개의 달이 떠 있는 세계. 리틀 피플이 어디에서나 나타나 무엇이나 할 수있는 세계. 세계의 끝이라 상정되었던 <1984> 에 대한 하루키식의 대답이다. 빅 브라더는 리틀 피플로 바뀌었고 역사 서술을 바꾸는 세상은 소설로 현실을 재구성하는 세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당신이 세상의 끝이라 말했던 그 날을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 당신이 예언했던 세계의 모습은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 나의 의지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달이 두 개인 세상 속에 들어와 버린 것처럼. 
그러나 우린 다르다. 내 배 속에 생긴 이 작은 것은 분명 나의 의지였다. 그것이 리틀 피플이라 해도 나는 이 작은 것을 지킬 것이다. 내 의지로. 내 사랑으로. 
설혹 이 달이 하나뿐인 세상이 또다른 세계라 해도 좋다. 이 곳이 어디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이 사람 뿐.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변하지 않는 하루키의 알멩이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잔뜩 만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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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69 2016-08-03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글에 공감을 합니다.
 
못생긴 여자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 지음, 윤병언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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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못생긴 여자의 이야기. 진짜 말그대로 지독히도 못생긴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동시대의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못생긴 여자. `못생긴` 이라는 수식어가 사뭇 낯설고 부적절해 보여서 한참을 적응하지 못했다. 지금 읽는 책은 뭐야 라는 남편의 물음에도 `못생긴 여자`의 이야기야. 정말 제목 그대로 못생긴 여자, 라고 이상하지 않냐는 듯이 대답했다. 나는 무언가 비유적인 표현일 거라고 여기고 책을 골랐던 모양이다. 이렇게 모든 여자들이 예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못생긴 여자라니. 너무 현실감이 없어 보였다.
보는 사람들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못생긴 여자아이였다. 털도 많고 게다가 냄새까지 나는.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조용히 지내고, 누구에게도 불평하지 않으며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숨소리마저 내지 않으려고. 그녀 주변의 불행한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 때문일 거라고 여기며 자란 가슴아픈 여자아이. 
그 아이에게 뭔가 인생역전 같은 일이 짠 하고 벌어질 거라고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진 않았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길 기대했다거나, 성형수술로 눈부신 미인이 된다거나. 뭐, 그런걸 믿기엔 나도 충분히 나이가 들었지. 그래서 이 책의 결말들이 안심이 된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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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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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장편소설이 아니었구나. 하나의 이야기라고 믿고 읽어서 몇번을 다시 읽고, 몇번을 다시 되새겼다. 죽은 사람이 살아난 거야? 아들이 죽은 거야, 아버지가 죽은 거야? 따위의 기본적인 내용 파악까지 엉켜버렸는데도 불구하고, 흡사 소설의 한 대목같던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 나면 무언가 납득되고 무언가 정리된다.
자신을 남기고 자살한 아버지,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닐까 하는 무서운 의문들이 열세살 소년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냈다. 피가 흐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 위에 또다시 상처를 새기고야 마는 고통의 시절을 살았던 작가는 이제 이 상처를 소설로 치유하고자 한다. 그 치유의 길이 메마르고 적막하며 처절했던 수콴섬의 모습으로 되살아나 작가를 이리저리 밀치고 아버지를 이리저리 몰아댄다.
작가의 이 끔찍한 상념들은 분명 구원의 과정이었으리라. 누군가에게 구원이란 이토록 혹독하고 참담한 과정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길을 힘내서 걸어갈 누군가와 두손에 땀이 흥건하도록 그를 응원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문학의 존재이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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