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요리책>을 리뷰해주세요.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어떤 물건을 숨기려면 어디에 두면 좋을까. 흔히 엄중히 닫힌 금고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나무는 숲 사이에 숨겨두는 것이 가장 찾기 어려운 법이다. 사람을 가장 찾기 어려울 때는 사람 사이에 숨어 있을 때인 것이다. 그 사람이 2미터가 넘는 장신의 거구가 아닌 이상 말이다. 그렇다면 책은 어떨까. 모든 사람이 그 책에 세상을 뒤집을 비밀이 숨어 있다고 혈안이 되어서 찾는 책의 경우에 말이다.

이 책 '비밀의 요리책'에서는 한 권의 책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그 책을 원한다. 어떤 이는 그 책에 불로불사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하고 어떤 이는 그 책에 은밀한 복음이 숨어 있어 기존의 가톨릭 체계를 뒤집을 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많은 사람들은 그런 허무맹랑한 소문을 담은 책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눈 먼 권력자들이 걸어 놓은 포상금 때문에 그 책을 가지고 싶어 했다.

때는 15세기, 장소는 베네치아였다. 음모가 판치는 땅이었고 언제나 그렇듯 빈부의 격차는 거대하게 벌어져 있었다. 거리에는 비밀경찰이며 살인자 집단인 카파 네라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십인 평의회가 지시하는 누구든 죽일 사람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인 소년은 부모에게 버림 받고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부랑아인 루치아노는 같은 처지의 마르코와 함께 굶주리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다 할 태세였다. 소년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버려졌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노점상에서 먹을 것을 훔쳐야 할 처지였던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조금만 나이가 많았거나 교육을 받았다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들은 너무 어렸고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루치아노는 언제나 그렇듯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석류를 훔친다. 그런 그를 붙잡은 이가 있었다. 소년은 겁에 질리지만 그를 붙잡은 남자는 그를 때리지도 고발하지도 않았고 어디론가 데려간다. 남자는 총독의 요리사였고 도둑이었던 루치아노를 수습생으로 고용한다. 물론 수습생의 신분인터라 일은 고된 것이었고 돈도 받을 수 없었지만 만약 승진해서 야채 요리사가 된다면 돈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세 끼와 잠자리가 제공되니 더 이상 굶을 필요도 노숙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루치아노는 뜻하지 않은 행운에 머리가 다 멍해졌다. 친구인 마르코는 그의 행운을 시기했지만 루치아노가 먹을 것을 주었기 때문인지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허나 루치아노가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거기에 원래 주방의 말단으로 있던 술주정뱅이 주세페는 루치아노의 출현을 불쾌해한다. 그래서 그를 은밀히 괴롭히기도 하는데 루치아노는 꾹 참아낸다. 그 믿을 수 없는 행운을 놓치면 예전처럼 쓰레기통을 뒤져야 할 참이었기 때문이다.

루치아노를 주방으로 불러들이고 깨끗한 옷과 잠자리를 제공해 준 페레로 주방장은 예사로운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일단 결코 루치아노를 업신여기거나 때리지 않았다. 그리고 주방으로 그를 만나러 수많은 학자들이나 인쇄업자, 제지업자가 방문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은 페레로 주방장이 거장이라고 할 만한 요리솜씨를 유지하기 위해 요리책을 모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페레로 주방장은 루치아노를 관대하게 대한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를 일요일에 불러 같이 예배를 보고 점심식사를 대접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페레로 주방장의 부인이 불쾌해 했는데도 그 모임은 한 동안 계속되었다. 루치아노는 페레로 주방장을 스승으로 하여 요리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와의 유대관계는 점차 두터워지지만 마르코로 인해서 불화가 싹트고 그와 함께 페레로 주방장을 휘감고 있는 비밀이 얽히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변해간다.

한 권의 책에서 모든 실마리가 등장하고 주인공인 소년이 거리의 부랑아에서 요리사로 성장해가는 터라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더구나 요리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어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포도 한 송이에 대한 묘사부터 페레로 주방장이 만들어낸 요리는 거의 마법과도 같아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어디까지나 사자고기를 요리한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 모든 비밀이 풀려 나가고 이야기가 끝에 도달했을 때의 감탄은 읽을 때보다 더 큰 것이었다. 모든 조각이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페이지가 꽤 긴데도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분야의 책보다 팩션은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이 책은 매혹적이었다. 이런 팩션이라면 언제라도 환영하고 싶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거리의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과 비밀, 매혹적 요리를 잘 버무린 책이란 점이 가장 강점이에요. 읽기에 따라서는 성장소설로도 팩션으로도 일반 소설로도 읽을 수 있구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15세기의 음모와 모략이 판치는 분위기를 맛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역사서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을
책과 관련된 팩션은 <살인의 방정식>이 떠오르네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요리를 만드는 것이나 맛집 프로를 좋아하는 사람, 요리에 대한 묘사를 보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구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로사, 저 애는 석류를 훔쳤어. 아무 생각도 없이 곰팡내 나는 빵을 입에 우겨넣지 않았다고. 석류는 힘들게 껍질을 벗겨서 한 알 한 알 먹어야 하는 과일이야. 시간이 걸리지. 석류를 먹으려면 정성을 쏟아야 해" (P78, 페레로 주방장이 거리의 아이 루치아노를 제자로 선택한 이유)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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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못 된 세자들 표정있는 역사 9
함규진 지음 / 김영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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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은 평생 많은 역할들을 수행하면서 살아간다. 보통 그 역할들은 어린 시절보다 나이 든 이후에 많으며 한 역할이 끝나야 다른 역할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태어난 순간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형제이고 자라면서 학생이나 직업인, 누군가의 배우자 같은 역할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은 수많은 역할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그 역할들이 서로 부딪힐 때 그것을 역할 갈등이라고 부른다.

개인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역할들은 각각의 가치를 부여받고 있기 때문에 종종 부딪히고 그것은 문제가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단지 조금 더 피곤해질 뿐이다. 그런 상황이 조선 시대 세자에 한해서는 통용되지 않았다. 그들은 한 사람의 아들이기에 앞서 권력의 제2인자였고 권력을 얻지 못한다면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려웠다. 그 모든 일들은 왕에게 권력이 집중된 구조에 의한 것이었다. 간신을 다룬 어떤 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간신도 충신도 왕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나온 것뿐이며 전부 희생자라는 것이다. 권력의 정점에 선 왕도 그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왕의 후계자로 지정된 세자도 왕에게 집중된 권력구조의 희생양일 것이다. 이기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절박한 게임에 휘말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권력이 집중된 상황이니 무더기처럼 많은 민초보다 그들은 혜택을 받는 입장이었다. 후에 청에 끌려간 소현세자가 탄식을 하는 말을 들어보면 예전에 먹었던 진수성찬을 그리워하는 것이 드러난다. 권력의 최상층이 아니고서야 그런 음식을 감히 맛보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리에 있지만 실상은 쓸쓸할 수밖에 없던 세자들의 이야기는 분명 흥미로운 것이었다. 이 책 '왕이 못 된 세자들'에서는 조선시대의 세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반에 왕의 아들이기에 앞서 권력의 제2인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고 그로 인해서 왕의 의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구조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비운의 세자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세자제도는 왕의 아들 중에 왕이 될 만한 자질을 가진 자를 후계자로 선택하는 제도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막내아들이 되어도 큰 문제가 없겠다 싶지만 호랑이 같이 버티고 있는 장자를 제외하고 젖먹이 아이에게 세자 지위를 준다면 그 아들에게 사형선고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어지간히 눈 밖에 난 아들이 아니고서야 장자가 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세자제도의 초기부터 이미 문제가 드러난다. 제일 처음 세자가 된 의안대군 이방석은 형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것이니 후에 그 치부가 덮어지기는 했으나 이방원이 배다른 동생을 죽인 것은 지워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태조 이성계는 건국에 가장 공이 있는 아들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세자로 세움으로써 불화의 씨앗을 공공연히 퍼뜨린 셈이었다. 그 결과는 조선시대 최초 세자의 죽음으로 돌아왔고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던 세자제도는 마지막 세자조차 왕이 되지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권력은 십년을 못 간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자는 대부분 권력을 탐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바라던 권력을 잡았을 때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곧은 이상 따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조선시대 세자제도는 그런 왕에게 위협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들로만 본다면 그 아이가 귀여울 것이다. 또한 자신이 죽은 이후에 분란이 일어나지 않고 아들이 자신의 뒤를 잘 이어 나라를 다스리길 바랄 것이다. 허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죽은 다음이지 자신이 버젓이 살아 있는 동안에 세자에게 자신의 권력이 나눠지는 것을 달가워할 왕은 없다. 그런 왕이었다면 이미 폐위되었거나 권력의 정점에 서는 자리 자체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세자는 태어나서 왕이 되도록 고된 공부를 해왔고 아버지이기 이전에 권력의 제1인자의 역할로 눈을 빛내는 왕의 눈치를 보려니 미칠 노릇이었다. 세종처럼 학문에 관심이 있는 세자라면 괜찮겠지만 무인 기질이 있는 세자는 더한 시련을 맞았다. 양녕대군은 아버지로서의 이방원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태종 이방원에게는 눈의 가시였던 것이다. 무인 기질을 누르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 데다가 왕인 자신이 꾸짖으니 대드는 아들을 가만히 바라볼 태종이 아니었던 것이다.

권력을 탐하는 입장에 선 부자관계는 평탄할 수 없었다. 세자의 경우 권력을 잡지 못하면 죽음을 맞을 확률이 크니 권력을 추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왕과 부딪히니 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책에서는 이처럼 조선시대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부왕과 다툼에 의해 내쳐진 세자부터 시대의 소용돌이 휘말린 세자, 병으로 요절한 세자들까지 말이다. 누구나 고민은 가지고 있는 법이다. 허나 태생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세자들의 고민은 역사 속에 묻혀 갔고 그들은 속절없이 죽어갔다. 승자의 역사가 아니라 그늘 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세자들의 입장에서 다룬 조선역사라는 점이 특색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권력의 그늘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권력이 집중된 사회구조 안에서는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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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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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어떤 사람이든 말하는 주요 내용은 자기 자신의 것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더 거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정작 그런 사소한 실수에 타인은 관심도 없는데 세상 모두가 자신을 주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기야 사물을 들여다 본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있지 않고야 있기 어려운 것이니 무리도 아니다. 이처럼 사람의 주요 관심사가 자기 자신이니 그런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관심을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의 과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역사가거나 철학자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전의 기록과 근원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자신이 어떤 내일을 만나게 될 지 궁금해 하게 되는 것이다. 정작 자신이 살게 되는 것은 언제나 오늘일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SF소설에서는 수많은 미래를 만나게 되지만 우울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람에게서 결코 떨어져 나갈 수 없는 욕망이 음울한 미래를 불러들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소설 '음양사'에서도 사람은 결코 부처가 될 수 없다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만나지 못할 내일에 대한 불안과 호기심을 안고 사람은 살아간다.

이 책 '유, 로봇'에서는 수많은 미래가 평행우주처럼 공존하고 있다. '미래관리부'에서는 정체불명의 메시지로 인해서 속수무책으로 전환되고 있는 세상을, '다섯 번째 감각'에서는 청각이 사라져버린 통제 사회를,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과 'U, Robot'에서는 인간과 로봇이 살아가는 세상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특징적인 것은 10개의 단편 중이 보여주는 지구는 결코 지금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관리부'에서는 인류는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무리에 휘둘려 본래의 모습을 잃어간다. 환경적으로 살기 좋겠지만 자유의지가 없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또한 '잘 가거라 내 아들 엄마는 널 사랑했단다'의 경우 인류는 파멸상태에 도달했고 마지막 생존자는 우주선 안에 갇혀 있다.

심지어 '파라다이스'에서는 지구는 이미 괴멸 상태로 유적지 같은 느낌이고 주 생활지는 달로 바뀌어 있다. 그런 상태에서도 탐욕은 사라지지 않아서 불안정한 기후를 보이는 기후로 탐사선을 보낸다. 지구를 되찾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물자가 필요해서 지구를 뒤지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부자들이 미술품을 찾고 싶어 한다. 반면 '다섯 번째 감각'에서 지구는 건재하지만 인류는 예전 같지가 않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오감 중 청각을 잃어버렸다. 육감을 길러도 모자랄 판에 청각을 잃어버린 인류와 그것을 통제하는 사회가 회색빛으로 그려진다.

기술이 진보하지만 회색빛으로 얼룩진 미래사회라는 느낌이 강했다. 흔히 미래를 꿈꿀 때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생각하기 마련인데 로봇과 공존하지 못하는 사회부터 로봇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가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U, Robot', 인간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로봇을 사서 움직이려고 하는 외로운 사회를 보여주는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처럼 기술도 인간의 마음을 치유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기술이 진보하고 로봇이 있는 공간이어서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나마 온건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핸드폰 매뉴얼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읽어내는 조카의 이야기 '매뉴얼'과 외계문명과 소통하게 된 '박시은 특급'이었다. 특히 '박시은 특급'의 경우 엉뚱한 면이 많아서 웃음이 나오는 단편이었다. 약소한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 청년이 외계에서 온 메시지를 받는다. 그것이 진짜 외계에서 온 메시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가 다니던 연구소가 엄청나게 불어나게 되는데 정작 그는 지하 1층 보일러실 옆방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 입사하게 된 다른 사원들이 원래 일하던 사람들을 미친 사람 취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자신을 비웃는 녀석 때문에 한 가지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

예전에 자신이 본 드라마의 실제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이 분명 본 것이 맞는데도 회사 동료는 그런 드라마는 없다면서 착각 속에서 지어낸 것이 아니냐고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도 점차 그렇게 생각하니 짜증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저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정도가 아니라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여배우에 집착하는 정신이 이상한 녀석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박시은이 나온 '멋지게 세이 굿바이'라는 드라마가 실존했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럴수록 일은 꼬여가고 비웃음만 사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그런 그에게 일대 기회가 생기고 그는 놀라운 선택을 한다.

사람은 핑크빛 미래를 꿈꾼다. 그 사람이 가진 조건과는 관계없이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온통 잿빛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의 표지 역시 핑크빛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그림 자체는 회색이다. 사람에게 결코 내일은 오지 않지만 사람은 언제나 내일을 그리니 오늘과 내일에는 공백의 시간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 공백이 시간을 써서 자신이 바라던 오늘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몫이다. 10개의 단편 속의 주인공은 각각 선택을 한다. 선택도 결과도 자신이 받게 되는 것이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 지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미래가 핑크빛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외로움을 달래려 로봇을 주문하는 사람의 무리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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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스피카
아키타 요시노부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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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파괴적인 감정도 없다. 사랑은 많은 것을 파괴한다. 사랑한다는 명목하에 다른 사람을 바꾸려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서 자신도 변화한다. 그렇기에 짝사랑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자신은 변하고 있는데 상대는 변하지 않으니 그 모든 파괴가 자신에게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는 사랑만큼 순수하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말도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랑은 상대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되고 왜곡된다는 것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여기 인공위성 소년을 만나고 사랑하게 된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카나, 인공위성 소년의 이름은 카나스피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공위성 소년의 카나스피카라는 명칭은 인공위성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지 개체 식별용 이름은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존재가 자기뿐이라고 하니 딱히 틀린 것 같지도 않았다. 이야기는 아주 작은 확률로 하늘을 올려다 본 소녀에 대한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소녀를 묘사하는 말이 조금 묘하다. 그 소녀 본인이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했나본데 그는 중학생이라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기능제한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남녀 간의 관계를 다룬 책에서 남자와 여자를 다른 별 사람이라고 비유하기는 했지만 이 책 '카나스피카'에서야 말로 소년과 소녀는 전혀 다른 존재다. 한 명은 지구인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중학생 소녀 카나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외계생명체가 만들고 쏘아 올린 인공위성 카나스피카다. 우연히 운석을 맞고 카나가 사는 동네로 떨어진 카나스피카의 원래 모습은 둥글둥글하다. 소년의 모습으로 변한 것은 떨어진 이후였으니 카나스피카의 진짜 정체는 알 수 없는 기계인 셈이다. 대화를 나누는 카나는 그 모습에 미혹돼서 가끔 잊게 되지만 말이다.

카나는 그리 특별한 소녀는 아니었다. 물론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어디까지나 남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한가롭게 집으로 돌아가던 카나는 길을 돌아가기 귀찮아서 아파트 담의 구멍을 통해 주차장 쪽으로 들어선다. 그 곳에는 가끔 보게 되던 고양이가 있었다. 카나가 만날 때마다 먹을 것을 주었는지 고양이는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허나 주머니에 딱히 먹을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카나는 미안해져서 고양이를 쓰다듬어나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무언가를 보고 도망쳐버린다. 그 때였다. 카나가 4만7064분의 1의 확률로 하늘을 본 것은 말이다.

어느 순간 주저앉아 있던 카나는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다. 주차장의 차 위로 정체불명의 구체가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차는 심지어 녹아내려 있었다. 멍하니 구체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것이 점차 미묘한 형태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카나의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로 변한 것이다. 순간 카나는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곧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영화에 흔히 나오는 패턴대로 결코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고만 목격자가 살해당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럴 때 평범에 가까운 카나가 취할 행동은 단 하나뿐이었다. 집으로 내달리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자신과 엄마의 안전을 확인한 카나는 창밖으로 주차장의 상황을 확인한다. 여전히 주차장에 주차된 차는 박살이 나 있었지만 수상한 소년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꿈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이제 카나는 다른 문제를 발견한다. 자신의 가방을 두고 온 것이다. 하지만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해서 도망쳐 온 마당에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카나의 집으로 누군가 찾아온다. 카나의 엄마는 사정을 모른 채 문을 열어주는데 카나의 가방을 가지고 왔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굉장히 수상한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말이다. 심지어 시청 우주인 대책실 소속이라고 했다.

이때부터 아이와 어른의 공백의 시기에 있던 카나의 일상에 일대 바람이 분다. 알 수 없는 인공위성 소년을 돕기도 하고 거리를 두었던 반 친구들과 거리를 조금 좁히기도 한다. 또한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수상한 검은 양복을 피해 도망치게도 되는 것이다. 카나는 카나스피카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변화해간다.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위험에도 휘말린다. 어쩌겠는가. 그 과정의 중심에 있는 사랑은 파괴적은 감정인 것을.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카나는 예전의 카나가 아니다. 키는 자라지 않았지만 조금 커졌고 마음의 그릇도 넓어진다. '마술사 오펜'으로 유명한 판타지 소설 작가 아키타 요시노부가 쓴 성장소설이라니 의외인 면이 많았다. 판타지 소설 작가가 성장소설을 쓴다는 점도 그렇지만 인공위성 소년을 만나 성장해가는 소녀의 이야기라니 생소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맑은 구름 아래서 흘러가고 그런 환상적인 면이 꽤 마음에 들었다. 영화 '맨 인 블랙'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 양복의 등장에서는 쓴 웃음을 짓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디로 흐를 지 알 수 없었던 성장소설 '카나스피카', 저런 인공위성 소년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미 공백기를 넘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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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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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 한창 주목을 끌게 되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저처럼 힘찬 동작으로 물살을 가르는데도 정작 달리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었다. 인간탄환이라고 불리는 육상선수조차 평범한 동물보다 빠르기 힘들다. 빠른 것만 생각한다면 인간의 몸은 동물을 이기지도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자동차나 비행기보다 빠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빠른 사람에게 잠깐의 감탄은 던져도 감동하지도 관심을 갖지도 못했다. 어른이 될 수록 달린다는 행위에서 멀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힘껏 단거리를 달려도 발 빠른 아이를 따라 잡지 못했고 심장이 아프도록 달리는 행위에도 관심이 없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이 된 지금에 와서도 정신은 정신없이 달릴지언정 육체적 달리기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두 권의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읽고 나니 문득 달려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어나갈 수록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잊었던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게 되었다.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독특한 청춘소설이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만화, 게임, 드라마, 영화를 통해 일본을 꽤 익숙하게 생각했는데도 처음 들어본 말에 머리가 갸웃해졌다. 하코네 역전경주는 일본에서 신년에 하는 장거리 경기라고 한다. 참가자는 대학 육상선수들이며 참가에는 기록도 필요하다. 거기에 참가횟수의 제한도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20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며 열 사람이 달린다고 한다. 장거리 계주인 셈이다. 그런데 심지어 이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산을 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치면 엄청난 고난을 휘감고 있는 경기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경기는 신년에 생중계되고 관심도 꽤 높다고 했다.

이야기의 주요인물인 가케루는 기요세라는 기묘한 인물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하코네 역전경주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둘이 만나게 된 것은 배고픈 가케루가 편의점에서 빵을 훔쳤기 때문이었다. 마침 목욕탕에서 나온 기요세는 자신을 지나쳐 달리는 청년을 멍하니 바라본다. 달리는 모습이 그를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기요세는 자전거를 타고 청년을 쫓아간다. 가케루는 가케루대로 지친 상태였다. 폭력 사태를 일으켜서 육상부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는 달리는 것 말고는 잘하는 것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달리는 일은 그에게 호흡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도망치듯 들어오게 된 대학까지는 좋았지만 이곳에 온 첫날 마작으로 가지고 있던 돈을 다 날렸고 노숙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 와중에도 훈련을 그만두지는 못했는데 익숙하게 달리다보니 배가 고파졌고 그래서 빵을 낚아채 도망쳤던 것이다. 이래서야 짐승이나 마찬가지라고 자신을 한탄하던 와중에 누군가 쫓아오는 기척을 느꼈다. 그런데 상대의 태도가 이상해서 잠시 페이스를 늦추자니 낯모를 청년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달리는 걸 좋아하냐고 말이다. 가케루가 놀라서 멈추자 기요세는 갑자기 달리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그를 다시 달리게 한다.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호흡을 가다듬자 기요세는 가케루에게 다시 말을 건다. 그리고 사정을 듣더니 파격적인 가격의 아파트 지쿠세이소를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어쩌다보니 가케루는 그에게 이끌려 가고 낡아서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지쿠세이소에서 살게 된다.

기요세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도와주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노숙과 배고픔에 지쳐 일단 따라갔던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의외로 자유로웠고 점차 지쿠세이소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간다. 가케루가 지쿠세이소에 익숙해지자 기요세는 지쿠세이소의 주민을 모아놓고 공개선언을 한다. 지쿠세이소의 주민 10명과 함께 하코네 역전경주에 출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육상선수 출신이지만 지금은 그만둔 애연가 니코짱, 운동이라고는 모르는 만화수집가 왕자, 축구를 한 적이 있을 뿐인 쌍둥이, 퀴즈를 좋아하는 소심남 킹, 이공계 유학생 무사, 산골소년 신동, 검도 경험만 있는 유키까지 전원이 반대한다.

하코네 역전경주는 신년에 텔레비전으로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던 일동이었던 것이다. '한 명만 더'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 지쿠세이소가 가득 차길 기요세가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대책 없는 말을 내뱉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케루도 초심자를 모아서 하코네 역전경주에 나가겠다고 하는 기요세의 말에 아연해진다. 그런 이유로 자신을 끌어 들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기요세에게서 자신이 바랐던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이다.

모두는 육상에 지식이 있는 가케루가 기요세를 말려주길 바랐지만 지쿠세이소의 실질적 지배자인 기요세를 막는 것은 무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쿠세이소의 주민 중에서 기요세의 덕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지쿠세이소가 값싼 방세를 자랑하기도 했고 분위기도 자유로워 그 곳을 떠나기 싫다는 생각도 컸지만 매일 아침과 저녁을 해주는 기요세의 말을 거부하는 것은 어려웠다. 결국 지쿠세이소의 주민들은 기요세의 강권에 밀려 훈련에 나선다. 초심자 8명과 달리고 싶었지만 달리지 못하게 되었던 기요세, 달리는 것만이 전부인 가케루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야기 자체는 딱히 누가 주인공이랄 것 없이 전개되지만 실질적 주인공은 가케루와 기요세였다. 오직 달리는 것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줄 몰랐던 불안정한 가케루는 기요세를 만나 점차 변해간다. 반면 달리는 삶 밖에 몰랐지만 달리지 못하게 되었던 기요세는 자신의 상처를 딛고 일어섰기에 가케루를 지탱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기요세는 가케루에게서 자신의 꿈을 본다. 달리는 것 밖에 모르는 가케루와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는 서로를 지탱하고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지쿠세이소의 주민들도 그 바람에 휩쓸린다.

불안정한 주인공이 점차 성장해나가고 불가능할 줄 알았던 도전을 하게 된다는 전개 자체는 도식적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갈 수록, 지쿠세이소의 주민들이 온 힘을 다해 달릴수록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손과 발이 땀으로 흥건해지고 흥분으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계속 달린다. 이야기가 끝에 도달할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결말이 궁금해서 좀 더 빨리 읽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덕분에 두 권 합해서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4시간 만에 읽어 내렸다. 그리고 다 읽은 이후에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어린 시절 이후 잊고 있었던 달리는 즐거움을 되새기게 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빠른 것이 아니라 '강인함'을 품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오랜 만에 심장을 뒤흔드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달린다는 단순한 행위가 이토록 아름답고 강인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기뻤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은 그 덤인 셈이었다. 책을 덮은 지금은 다시 어린 시절처럼 달려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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