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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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어떤 사람이든 말하는 주요 내용은 자기 자신의 것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더 거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정작 그런 사소한 실수에 타인은 관심도 없는데 세상 모두가 자신을 주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기야 사물을 들여다 본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있지 않고야 있기 어려운 것이니 무리도 아니다. 이처럼 사람의 주요 관심사가 자기 자신이니 그런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관심을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의 과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역사가거나 철학자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전의 기록과 근원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자신이 어떤 내일을 만나게 될 지 궁금해 하게 되는 것이다. 정작 자신이 살게 되는 것은 언제나 오늘일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SF소설에서는 수많은 미래를 만나게 되지만 우울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람에게서 결코 떨어져 나갈 수 없는 욕망이 음울한 미래를 불러들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소설 '음양사'에서도 사람은 결코 부처가 될 수 없다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만나지 못할 내일에 대한 불안과 호기심을 안고 사람은 살아간다.

이 책 '유, 로봇'에서는 수많은 미래가 평행우주처럼 공존하고 있다. '미래관리부'에서는 정체불명의 메시지로 인해서 속수무책으로 전환되고 있는 세상을, '다섯 번째 감각'에서는 청각이 사라져버린 통제 사회를,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과 'U, Robot'에서는 인간과 로봇이 살아가는 세상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특징적인 것은 10개의 단편 중이 보여주는 지구는 결코 지금 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관리부'에서는 인류는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무리에 휘둘려 본래의 모습을 잃어간다. 환경적으로 살기 좋겠지만 자유의지가 없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또한 '잘 가거라 내 아들 엄마는 널 사랑했단다'의 경우 인류는 파멸상태에 도달했고 마지막 생존자는 우주선 안에 갇혀 있다.

심지어 '파라다이스'에서는 지구는 이미 괴멸 상태로 유적지 같은 느낌이고 주 생활지는 달로 바뀌어 있다. 그런 상태에서도 탐욕은 사라지지 않아서 불안정한 기후를 보이는 기후로 탐사선을 보낸다. 지구를 되찾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물자가 필요해서 지구를 뒤지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부자들이 미술품을 찾고 싶어 한다. 반면 '다섯 번째 감각'에서 지구는 건재하지만 인류는 예전 같지가 않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오감 중 청각을 잃어버렸다. 육감을 길러도 모자랄 판에 청각을 잃어버린 인류와 그것을 통제하는 사회가 회색빛으로 그려진다.

기술이 진보하지만 회색빛으로 얼룩진 미래사회라는 느낌이 강했다. 흔히 미래를 꿈꿀 때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생각하기 마련인데 로봇과 공존하지 못하는 사회부터 로봇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가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U, Robot', 인간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로봇을 사서 움직이려고 하는 외로운 사회를 보여주는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처럼 기술도 인간의 마음을 치유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기술이 진보하고 로봇이 있는 공간이어서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나마 온건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핸드폰 매뉴얼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읽어내는 조카의 이야기 '매뉴얼'과 외계문명과 소통하게 된 '박시은 특급'이었다. 특히 '박시은 특급'의 경우 엉뚱한 면이 많아서 웃음이 나오는 단편이었다. 약소한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 청년이 외계에서 온 메시지를 받는다. 그것이 진짜 외계에서 온 메시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가 다니던 연구소가 엄청나게 불어나게 되는데 정작 그는 지하 1층 보일러실 옆방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 입사하게 된 다른 사원들이 원래 일하던 사람들을 미친 사람 취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자신을 비웃는 녀석 때문에 한 가지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

예전에 자신이 본 드라마의 실제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이 분명 본 것이 맞는데도 회사 동료는 그런 드라마는 없다면서 착각 속에서 지어낸 것이 아니냐고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도 점차 그렇게 생각하니 짜증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저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정도가 아니라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여배우에 집착하는 정신이 이상한 녀석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박시은이 나온 '멋지게 세이 굿바이'라는 드라마가 실존했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럴수록 일은 꼬여가고 비웃음만 사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그런 그에게 일대 기회가 생기고 그는 놀라운 선택을 한다.

사람은 핑크빛 미래를 꿈꾼다. 그 사람이 가진 조건과는 관계없이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온통 잿빛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의 표지 역시 핑크빛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그림 자체는 회색이다. 사람에게 결코 내일은 오지 않지만 사람은 언제나 내일을 그리니 오늘과 내일에는 공백의 시간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 공백이 시간을 써서 자신이 바라던 오늘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몫이다. 10개의 단편 속의 주인공은 각각 선택을 한다. 선택도 결과도 자신이 받게 되는 것이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 지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미래가 핑크빛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외로움을 달래려 로봇을 주문하는 사람의 무리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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