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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존 라이언 지음, 이상훈 옮김 / 그물코 / 2002년 5월
평점 :
나의 잘못된 습관 한 가지를 바꾸는 일이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는 데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아니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발짝 더 생각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만약 우리가 일상에서 단 몇 가지 점만 달리 행동할 수 있게 되면, 대체에너지나 새로운 환경기술 개발을 위해 막대한 기술과 비용을 투자하는데 그리 힘쓰지 않아도 되고,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지속가능한 개발'이니 뭐니 하며 머리를 맞대고 회의할 일도 없어진다는데, 그걸 안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90년대 초반 일상생활 속의 환경실천을 알리는 목소리들도 이제 점점 희미해져가고 요즘의 '환경'이란 이슈는 나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사회운동적이거나 이론적인, 거대한 담론으로만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질문 앞에는 어떠한 대답도 손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할 때 이 책은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들을 잘 알려주기 때문에 참으로 반갑고 고맙다.
환경과 관계된 7가지 아이콘들은 언뜻 황당하거나 소박하게 보이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친근한 소재들을 통해 환경문제의 이슈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혜안은 놀랍다. 자전거와 천장선풍기는 대기오염과 에너지 문제를, 콘돔은 인구 문제를, 타이국수는 식량 문제를, 공공도서관은 자원재활용을, 빨랫줄은 에너지 문제를, 무당벌레는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을 이들 아이콘 너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어느 것 하나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생태계 전반의 문제이다.
저자가 북미 문화권을 들어 설명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아직 그만큼 잘 살지 못해서 그들 나라 정도로 죄를 지으며 살지는 않는다고 느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잘 살게 되더라도 그래서는 안되겠고 지금부터도 고칠게 참 많다. 책을 읽는 내내 아쉽게 생각했던 것은 이런 류의 책이 우리 문화권에 맞게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점이다. 타이국수를 먹으라는 이야기나 지하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천장선풍기를 틀라는 설명을 마냥 듣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이 책에 이렇게 감동하더라도 삶는 기능이 가장 마음에 드는 드럼 세탁기를 사용 안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알라딘을 통해 책도 꾸준히 살 것이다. 하지만 베란다에 고스란히 모셔두고 있는 자전거의 먼지를 털고 앞으로 종종 타고 나닐 계획이다. 마트에서는 좀 비싸더라도 유기농산물을 집을 것이고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에 사려는 계획을 미뤄두었던 에어콘 역시 평생 없이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