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간지를 일일이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조선, 경향, 대한매일이 그러했으니 아마 1월 26일자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1면 톱기사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듯 하다.
학력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은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교육사회학에서의 정설이다. 더이상 계급사회가 아닌 계층사회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부모의 계층은 세습되는 것이고 특히 학벌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계층을 더욱 공고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과외 한 번 안하고 학교 공부에 충실하기만 했는데 명문대에 수석입학을 했다는 수험생의 인터뷰 내용은 이미 잘 알려진 거짓말 중 하나이며 더이상 우골탑이니, 개천에서 용났느니 하는 말은 들을 수도 없다.
그런데 어떤 근거로 학벌을 통한 계층의 세습 문제와 평준화 제도를 연결시킨 건지, 평준화가 오히려 계층 세습을 조장시켰다는 그들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신문기사에서도 이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평준화를 무조건 유지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부자 부모를 둔 자녀들이 서울대에 더 많이 입학한다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식은 논외로 이를 평준화 철폐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언론의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에 대해 다만 뜨아해 할 뿐이다. 평준화를 실시해도 좋은 고등학교, 좋은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돈 많은 사람들은 중학교, 초등학교부터 엄청난 돈으로 선행교육을 시킬 것이 뻔하다. 그들의 논리대로 우격다짐으로 나간다면 그나마 평준화 제도 때문에 경제적 조건에 따른 학력 격차가 덜 한 결과가 그 정도에서 멈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대 연구팀과 언론사의 간부들이야 대부분 일류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출신들일테니 예전의 그 화려했던 명성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개인적인 심정이야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평범한 부모의 자녀들이 공정하게 경쟁해서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평준화를 폐지시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 이러한 연구자료를 내놓고 모든 언론을 대대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들은 과연 평범한 부모들일까. 그들은 이미 학벌을 통해 사회적 계층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학벌의 계층 세습과 평준화 제도를 한 문제로 엮어가며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