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2일 저녁, 알라딘에 거주 중이나 마주친 적 없는 모님께서 중복리뷰어들을 '박쥐'라 비난하는 페이퍼를 올리셨다. 그의 페이퍼 캡쳐에는 열렬 리뷰어 '정군'님의 리뷰들과 필명이 찍혀있었고, 정군님을 대표로 한 기타 알라딘 박쥐들에게 '중복리뷰' 나 올리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그만두라는 식의 거친 조언이 씌여있었다. (참조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38878)

  그런데 이 글을 읽고 드는 의문은, 아니 왜, 이게 왜 문제가 되는건데. 정말 중복리뷰는 비양심적인 행위이고, 결코 해서는 안되는 짓(?)일까. 한번 생각해보자. 알라딘의 수많은 '박쥐'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분의 페이퍼에는 '정군님'이 표적이 되었으나 같은 박쥐로서 나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므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씁니다. 일단 그 수많은 박쥐들 중 한 마리인 저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놓고 밝히자면 알라딘을 메인으로 하여 예스24에서 다른 필명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예전에 교보에 좀 올리다가 여긴 활동 중지 상태입니다. 고로 현재 리뷰를 쓰는 족족 중복리뷰를 올리는 인터넷 서점은 알라딘과 예스24 두 곳. 그리고 나머지는 블로그와 미니홈피가 되겠습니다.

  나는 왜 중복리뷰를 쓰는가?

  첫째, 상금이 목적은 아니라는 것. 인터넷 서평가 활동을 하면서 - 많이 쓰고 여기저기 좀 얼굴 좀 들이밀다 보니 서평가 라는 칭호가 알아서 자연히 붙은 듯 한데 이거야 뭐 리뷰어들을 지칭하는 용어라 생각하고 - 이주의 리뷰로 상금을 탄게 알라딘에 두번, 예스24에 한번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세 번 당첨됐다면 많은건지 적은건지 모르겠지만, 상금을 받는 것이 기분 좋고 주면 넙죽 받지만, 내가 상금을 목적으로 양다리 걸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둘째, 알라딘의 땡스투가 목적도 아니라는 것. 땡스투 나는 이주의 땡스투에 한번도 들어간 적이 없고, 내가 땡스투 받는건 많아야 하루에 한두개인데, 그나마도 비싼 책은 별로 없고, 싸구려인지라 50-100원 정도다. 그래 한달 해봐야 아무리 아무리 많아도 5천원도 안될 거 같은데, 이걸 목적으로 내가 이 뻘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 없다. 이 뻘짓을 해서라도 그나마 책 값을 벌고픈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나름대로 꽤 충실하게 리뷰를 쓰고 있는 정군님을 비롯한 수많은 알라디너들이 아니라, 매주 이주의 서재달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머머님을 지칭해야 옳을 것이다. 한줄내지는 다섯줄 정도의 리뷰를 최단기간내에 수천건 올리셔서 서재순위 20위권 안에 드신 그 분을 겨냥해야 옳을 것이다.

  셋째, 소통이 목적이다. 알라딘에 둥지를 튼 이후 이곳에 글을 조금씩 올리다보니 나를 즐찾하는 분들도 꽤 많아졌고, 내가 즐찾하는 분들도 그에 버금가거나 더 많다. 함께 '책'이란 키워드를 놓고 같은 취미생활을 하고,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알라딘 말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다른 곳도 기웃기웃해봤지만 알라딘 만큼 사람들이 각자 충실한 글쓰기를 하는 곳도 없고, 서로의 글을 읽고 반응을 해주는 곳도 없으며, 책을 떠나 이만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집단도 없다. 깊이와 넓이, 예의와 존중 면에서 타 블로그와 카페는 비교가 안된다. 그러니 이곳에 정을 붙일 수 밖에. 때로 '알라딘 문화'를 비판하는 이들 중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지나치게 칭찬일색이라는 분도 있지만,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공간보다야 낫지 않은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때로 그 칭찬이 자만심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충분히 스스로 제어하고 다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집단이라 생각한다.

  내가 알라딘 아닌 예스24에 둥지를 튼 것은, '소통'이라는 비슷한 이유에서다. 솔직히 처음에는 상금이 탐나기도 했지만, 각 인터넷 서점이 타 사이트에 동일 리뷰를 올린 것에 대해서는 상금을 주지 않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못받는다는 건 알고 있다.  알라딘은 알라딘대로 또 예스24는 예스24의 색깔이 있다. 개인적으로 예스24보다는 알라딘 마을이 더 마음에 들지만. 책과 글로 많은 이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건 더 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인터넷을 끄고 내 일상으로 돌아와보면, 인터넷을 켜고 알라딘이나 예스24에 접속해 있는 동안에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주변인들이 거의 없다. 그들에게 나는 별종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알라딘과 예스24에서 나는 별종이 아니다.

  책과 글로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을 찾아나서기 위해서 리뷰를 중복해서 올리는게 무어 그리 잘못인가. 리뷰는 단순히 책을 읽고 남긴 감상이나 비평이 아니다. 내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들이다. 나의 과거의 모습이자, 과거의 생각이고, 과거의 나이다. 성실한 오늘의 글쓰기는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게 한다. 결국 나에게 있어 책을 보는 것, 그리고 글을 남기는 것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내 리뷰는 그다지 애써 공들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기록하는 수준일 뿐이다. 기록에 기록을 더해가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꾀하고 좀 더 나은 글쓰기를 해보겠다는 욕심도 가져본다. 그것이 내가 리뷰를 쓰는 목적이자 의미이고, 타인과의 교류는 그들에 비추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더불어 예상치 못한 만남도 만들어준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수록 더 많은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솔직히 알라딘에 둥지를 튼 이후 내가 많이 발전한 것을 느낀다. 그것은 나 자신의 노력도 있겠지만, 여기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부분이 매우 크다.

   결국 나에겐 리뷰란 리뷰를 넘어선 나를 만들어가는 글쓰기의 일종이며, 스스로의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 나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들, 나보다 내공이 센 분들과의 교류를 희망한다.  중복리뷰를 통해 그들과 만나는 것이 그리 문제가 되는건가. 그리 잘못된 것이던가. 알라딘에 거주하고 있는 한 마리의 '박쥐'로서 한 마디 해보았다.

 2007.1.13 아침 첨언

 만일, 동일리뷰로 상금을 받게 되는 이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각 인터넷 서점이 재차 확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상금을 받은 리뷰어의 잘못은 아니다. 고로 소통을 위해 중복리뷰를 올리는 나같은 이들은 상금을 주건 안주건 관심없다. 소통을 위해 블로그를 활용하고 리뷰란은 채우지 말라는 의견이 있는데, 리뷰란을 활용하는 이유는, 소통을 넘어서서 누군가 내 글을 보고 가벼운 공감, 지지, 딴지를 해주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은 이 혹은 같은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가  먼저 들르는 곳은 리뷰란이며 해당 블로거의 블로그가 아니다. 타인의 의견을 읽고 듣고 피드백하여 자기발전을 이루려는 목적, 그리고 타인과 공감을 얻고픈 목적, 못 쓴 글이지만 타인에게 내 글을 보고여주고픈 목적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블로그 게시판보다는 리뷰란을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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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1-13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의 글에 빚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마디-힘내세요!

암리타 2007-01-1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이 공유하는 공간을 넓혀주는 것인데 범죄처럼 몰린다면 정말~~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접근해야될 듯 보이네요

반딧불,, 2007-01-1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튀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구만요. 참나.

물만두 2007-01-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우리 박쥐들 굴하지 말고 빠샤!!!

키노 2007-01-1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죄는 무슨 범죄인지^^ 쿨럭!!! 법규정에도 없는 걸 가지고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문제더군요. 그분의 글자체가 명예훼손 감이던데^^ 역시 아직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자세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글구 블로그의 글들을 스크랩해가는게 일상다반사인 요즘 자신의 글을 여기저기 올렸다고 해서 그러면 되는지^^ 불량리뷰어가 문제지..2줄짜리 리뷰나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책이나 음반에 대한 글들..기타 등등
리뷰를 보고 책을 사는 건 소비자의 판단의 몫이고 그 중에 판단 대상으로 리뷰가 있는건데. 그 리뷰가 전부 칭찬일색일리도 없고 말입니다.
이번 정부도 그렇지만 국민들을 너무 무식한 것으로 취급하는게 가장 안 좋은 행태라고 봅니다.(견해가 다를수 있지만^^)
이제 우리 국민들도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데 말입니다
물론 소비자들도 마찬가지고요^^ ...
갑자기 읽어본 글들이라 정리가 안되네^^

연우주 2007-01-13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나타난 저도 아프락시스님 말에 적극 공감, 동의합니다.

이잘코군 2007-01-1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주님 / 정말 오랫만입니다. 굉장히 오래된거 같은데... 잘 지내셨나요?

paviana 2007-01-1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힘내세요. 이렇게 말하면 금방 빠가 되는거 같은데 그래도 빠 하지요모.^^
 



  포스터 사진의 압박. 영화 포스터는 선보임으로써 대중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한 것인데, 왜 별로 영화보고 싶지 않게 만들었을까. 매주 CJ에서 보내는 영화 관련 설문조사를 하다보면 개봉예정작에 대한 포스터를 평가하는 문항이 있는데 그중 이런 질문이 있다.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드십니까?" 만약 그  설문에 <트루라이즈>가 올라왔다면, 별로 인상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표정을 끌리지도 않고, 문구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지도 않는다고 평가해주고 싶다. 엔지야 엔지.

  트루라이즈. 굳이 번역하자면 우리말로 진실된 거짓말, 의역하자면 '선의의 거짓말'로 볼 수 있을까. 영화 제목은 참 좋은데, 영화는 별로 이에 대해서 뭔가 메세지를 주려고 하진 않는 듯 하다. 흔해빠진 액션영화와 다를 바 없다. 그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작품인데, 난 이 감독의  색깔을 잘 모르겠다. <타이타닉>에서부터 <터미네이터2>와 <람보2>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넘나든다. 유일하게 내게 보이는 공통점은 액션이 화려하다는 것, 스펙터클함 정도.

  컴퓨터 회사의 평범한 세일즈맨 해리 태스커 그리고 테러범과 맞서 몸을 날리는 해리 태스커, 둘 중 진짜 해리는 누구일까.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했을 때, 영화 제목이 의도한 것은, 전자를 거짓된 모습으로 후자를 진실된 모습으로 보고서, 해리가 아내와 가족들에게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바른 해석이겠다. 하지만 전자도 해리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봐야지 않을까. 적어도 아내와 딸에게 비쳐진 일에 치여 바쁘지만 적어도 집에 있는 동안은 자상한 남편과 아빠였으니 말야. 그가 아내와 딸을 속인 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두 가지 모습 모두 해리의 모습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거짓말 이야기가 나았으니 말인데, 우리 첫째 큰 아버지는 큰 어머니와 이혼한지 꽤 세월이 흘렀다. 10년까지는 안된 것 같고 5년은 넘은 것 같고. 이혼한 이후에 공식석상에서 한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우리 친척들은 공식석상이란 것이 없어진지 오래됐으니깐. 큰 아버지는 큰 어머니와 결혼할 때 학력을 속였더랬다. 내 부실한 기억력을 검색해볼 때, 큰 어머니는 고졸이였고, 큰 아버지는 초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마도 큰 아버지께서 고졸로 속이셨나보다. 그걸 어떻게 그 많은 세월동안 모르고 살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무슨 서류를 떼다가 들통나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더랬다. 초졸인 것이 꽤심했는지, 아니면 자신을 속이고 몇십년을 살아온 것이 꽤심했는지 모르지만, 우얏든 '거짓말'로 인해 이혼까지 가게 된 것이다. 물론 이혼을 결정하는덴 다른 원인도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는 문제부터해서.

  살다가 거짓말을 안할 수는 없고. 정말 한번도 안한 사람이 있다면 절을 하고 싶다. -_- 사람이 어떻게 살면서 거짓말 한 번 안해. 거짓말의 의도와 정도가 거짓말의 상대방에게 가하는 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 의도와 종류에 따라서 나쁜 거짓말과 좋은 거짓말을 좌우에 놓고 그 사이에 나의 거짓말을 점찍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은, 당장 상대방에게 "속았다"라는 충격은 주더라도, 그것이 종국에 상대방에게 큰 상처나 아픔을 안겨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거짓말을 지칭할터다. 해리가 아내와 결혼할 때부터 속였든 아니면 중간에 직장을 변경하면서 속였든 간에 속인 사실은 그녀에게 충격이었겠지만, 결국 '국가를 위해서였다' 라고 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난 그 '국가를 위해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난 이 배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함과 싫어함을 좌우에 놓는다면 중간에 깔린 스펙트럼에서 싫어함으로 8정도까지 이동한 배우다. 그가 정치를 한다는 것도, 그가 주지사가 되었다는 것도, 그가 미국의 공화당이라는 것 때문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취향 문제. 정치성을 떠나서 보더라도 저 우락부락한 근육질하며, 각잡힌 얼굴과 몸매는 영 정이 안가올시다. 당신은 딱 터미네이터로 사는게 제일 어울리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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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미네이터 3를 찍을 땐 나온 배 때문에 코르셋을 착용하고 찍었다고 하더군요.^^
코르셋 착용한 터미네이터가 "I'll be back"을 외쳤다는 소리죠...ㅋㅋ

짱꿀라 2007-01-1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스님이 영화 평을 하는 것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감솨해요. 행복하세요.

marine 2007-01-1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학교 보충수업 빼 먹고 극장 가서 봤던 생각이 나네요
그 때 얼마나 재밌게 봤던지...

이잘코군 2007-01-1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아 저 근육질 몸매의 터미네이터가 배가 나왔단 말여요? 아 나이는 못 속이는건가.
산타님 / ^^ 아 제가 감사합니다.
블루마린님 / 님의 나이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

2007-01-12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7-01-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밌게 읽었어요
실은 저는 아놀드를 무쟈게 좋아했답니다. 트루라이즈는 다섯번 정도 본 것 같아요 ^^
그런데 터미네이터의 아놀드는 그 몸매 너무 부담스러워서 별로인데 영화가 좋아서 좋고요, '유치원에 간 사나이' '주니어' 이런 거 되게 좋아했었어요

이잘코군 2007-01-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딸기님 저도 다른 영화들도 봤는데, 왠지 어색하면서 잘 어울리죠. <유치원에 간 사나이> 같은 경우. ^^
 



* 스포일러 경고

  잔인함의 극치를 달린다. 왠만한 공포영화에서 벌어지는 손잘리고, 팔잘리고, 이런 장면들 별로 꿈쩍 안하고 보는 나도 와 이 영화 정말 리얼하더라. 이렇게까지 잔인한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었나.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심의는 어떻게 통과했지 싶을 정도로.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임산부, 심약자, 노약자는 절대 봐서는 안되는 영화. 아무리 나 강심장이야 라고 자신해도 이 영화만큼은 봐서는 안된다. 밥먹다가 이 영화를 봤다면 정말 밥 못 먹을뻔 했다. 밥 다 먹고 봤으니 다행이지.

  Wax 는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단 한차례 토익시험을 치루기 위해 한달 공부한 것 빼고는 영어공부라고는 안한 나도 알고 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왁스칠한다고 할 때 쓰는 재료가 되는 하얀 왁스, 또 하나는 밀랍인형. 이 영화에서의 의미는 밀랍인형이다. 하지만 밀랍인형을 만들기 위해 칠하는 것이 왁스라면 두 가지를 다 의미한다고 봐도 상관없지 싶다. 실제로 이 세트장의 마지막 녹아내리는 장면을 위해서 20여톤의 왁스가 쳐발라졌다고 하니 정말 '왁스로 만든 집'이다.

  풋볼 경기에 참가하려고 함께 떠난 6명의 남녀들은, 가는 길에 근처 숲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로 한다. 공포영화의 첫째 조건 성립. 뭔가 길을 떠났는데 날이 어둑해져 야외에 머문다. 각자 텐트를 치고, 커플은 커플끼리, 안커플은 안커플끼리 들어가 텐트에서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안커플끼리는 뭐하느라 재밌는지 알 바 없고, 커플끼리는 안에서 둘만 하는 짓이야 뻔하지. 나란히 누워서 뽀뽀도 하고 키스도 하고 만지고 물고 빨고. -_- 너무 노골적으로 말했나.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의문의 트럭이 다가왔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떠나려는데 차가 고장났다. 마침 지나가는 마을주민이 있어 그에게 물어 주유소에 가면 있다는 정보를 얻어내고, 그들은 흩어지기로 한다. 둘은 부품을 가지러, 나머지는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에 사거리에서 만나기로. 공포영화의 두번째 조건 성립. 주인공들은 모두 흩어진다.  

  그런데 주유소 직원은 만났는데 뭔가 마을이 이상하다. 자기집에 들어와 부품을 가져가라는데, 집안에 온통 온갖 죽은 동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과 의료기구, 밀랍인형으로 가득하다. 이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렇다. 결국 일은 벌어지고, 들어간 놈 하나는 의료기구에 묶여 산채로 밀랍인형이 되었다. 나오기로 한 남자친구가 안나오니 불안해진 여자친구,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약속시간이 되었고, 약속된 장소에 가보니 아무도 없다. 모든 일행들은 서서히 문제의 마을로 모이게 되고, 과연 살아남은 자는 몇이나 될꼬.

  정말 잔인한 것은, 대놓고 손가락을 자르고, 목을 자르는 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살인자들에 의해서가 아닌 친구들에 의해서 산채로 밀랍인형이 된 녀석들의 피부가 벗겨지는 것이다. 살려준답시고 피부를 벗겨내려다가 턱이 떨어지고, 볼따구 사라지고, 뇌도  사라지고, 눈은 꿈뻑거리지, 눈물은 흐르지, 아 정말 이렇게 잔인할 수가. 거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산 채로 밀랍인형이 되었다는 것. 몸속엔 여전히 뇌와 심장과 간과 위와 모든 내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1953년의 동일제목의 영화를 원작삼아 만든 <하우스 오브 왁스>는 공포영화의 상징  <13일의 금요일>을 따르고 있다. 야영지에서 젊은 남녀가 함께 노닐고,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퍼지고, 스르르 어둠이 밀려오며, 누군가 기습을 당한다. 연인들은 평소와 다름 없는 애정행각을 펼치고, 사랑을 나누는 동안 친구들은 하나 둘 희생되어간다. 뭐 이런거. 게다가 <13일의 금요일>과 더욱 유사한 것은, 은근 야하다는거. 그러나 <13일의 금요일>의 반도 못따라간 영화란 생각이다. '따라하기'를 해봤지만 재미도, 야함도 이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만 더 잔인해졌을 뿐.

  어릴적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게다. 학원에서, 아니 유치원 때였나, 어쨌든, 선생님들이 애들을 모아놓고 한여름에 공포영화를 보여준답시고 <13일의 금요일>을 빌려와서 틀어줬다. 근데 18세 이상 관람가를 안보고 가지고 왔는지 그냥 무심코 틀었는데 보다보니깐 야한 장면들이 스르륵 스르륵. 어린 꼬마였지만 난 은근 아래도리가 움찔했다. -_- 아 정말 야했어. 다시 보고 싶네. 그때 보다가 야한 장면이 많이나와 선생님들이 끊었기 때문에 호기심에 보고팠지만 내 나이에 빌릴 수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몇년 뒤에 집에서 혼자 봤던 기억이 있다. 

  <하우스 오브 왁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가슴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고, 긴장도 최고치를 달리게 한다. 한번 그 잔인함을 맛보기 시작하면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찾는 잔인한 장면 못지 않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사람들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커지면서 영화도 이에 부응해 가는 듯 하다. 공포영화는 더 잔인하게, 액션영화는 더 스펙터클하고 빠르게 현란하게, 멜로영화는 좀 더 농도깊고 아슬하게. <하우스 오브 왁스>는 2005년 최악의 영화 중 한편으로 뽑히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될만큼 재밌다(?). 잔인성과 은근한 유혹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본 관객들을 보상해줄 수 있는 영화. 한편 사람들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커지고 있으나, 포르노 영화의 경우 다 벗어서 보여줄 것이 없으니 사람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만족시키는가 하면, 일상에서는 금기시된 상황설정을 탄탄한 스토리를 짜 기존의 포르노에서 탈피해 일반 진한 멜로영화에 다가서려는 경향을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나야 즐겨 보는게 아니니 잘 몰라)  



* 이쯤은 되어야 패리스 힐튼 답다고 하지.


  미국 골든래즈베리재단 주최하는 래지상은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제작된 작품중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배우를 선정하는 상으로 이 영화의 네 명의 남녀 주인공 중 한명이었던 '미국의 공주' 패리스 힐튼이 2005년 최악의 여주조연상을 수상했다. 값싼 과일인 ‘래즈베리’는 야유를 뜻한다지. 돈많은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매일 파티를 벌이고 즐기며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거야 이제 큰 기사거리도 안되고, 그녀가 최근 가수 준비를 하고있다거나, 국내 무슨 CF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거나, 영화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쯤이 기사거리가 되겠지. 영화 <하우스 오브 왁스>에 패리스 힐튼은 첫 데뷔를 했고, 최악의 여주조연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뤘다. 디비디로 제작된 <하우스 오브 왁스>에는 출연진들의 코멘터리가 있다고 하는데, 패리스  힐튼이 자신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며 다른 출연진들과 음담패설을 주고 받으며 깔깔거리는 대목이 있다고. 이래저래 참 재밌는 여자야.

  <하우스 오브 왁스>에서는 텐트속에서 섹시도발 모드로 흑인남자친구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오며 영화를 보는 남자들의 아랫도리를 자극하지를 않나. 완전 옷벗는 포즈하며, 안에 입은 속옷하며, 넌 그 자체가 섹시야. 참, 미국의 어느 햄버거 광고에서도 그녀가 정차된 차에 비누칠을 하며 세차를 하고 카메라를 향해 that's hot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렇게 야할 수가 없다고. 광고가 나가 뒤 4시간 동안 서버가 다운됐다고 한다. 말이 세차지 그녀의 온몸으로 차를 닦아주는거였다고. -_- 아 나도 찾아볼까. 이래저래 욕도 먹고 사건사고도 많이 터뜨리지만 변하지 않는건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이걸 즐기고 있다는 것.

  패리스 힐튼은 이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야말로 조연급 연기자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에서 그녀가 화려한 조명과 플래쉬 아래에 있다는 것에 비해서는 그녀에게 너무나 소홀한 대접이 아닌가. 영화를 통해 패리스 힐튼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생각만큼 카메라에 자주 머물지는 않으니 기대는 접고, 그녀를 보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그녀의 노출에 관한 기사와 사진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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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1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리스힐튼이 아주 상징적으로 죽어주는 영화라고 하더군요...^^
타린티노의 "호스텔"에 비하면......^^

이잘코군 2007-01-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이 영화에서 패리스힐튼은 안보여요. 저도 나중에 알았어요. 그녀가 패리스 힐튼이라는거. 하하. 그녀가 이렇게 묻힐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남들은 일상에서 묻히는데. 타린티노의 <호스텔>에도 나왔나요? 그건 안봤는데.

Mephistopheles 2007-01-1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출연했다는게 아니라...영화의 잔인성에 비하자면 호스텔이 수위가
높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잘코군 2007-01-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 보고싶네요.

비로그인 2007-01-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함보다 무서움을 선호하는 저는, 가장 무서운 영화는 `블레어 위치', 무섭고도 재미있었던 영화는 `디 아더스'였어요. 특히 블레어 위치는 사람이 상상하는 만큼 무서운 영화인지라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상상력만큼 영화를 보게 되는 유동성을 선사한다고나 할까요.

2007-01-1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잘코군 2007-01-1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저도 잔인함보다는 무서움이 좋아요. 아 근데 저건 좋던데요. 아마도 잔인에 야함이 더해져서 그런건지도. 잔인만 있다면 볼 사람이 별로 없을거에요. 블레어 위치는 전 아직 못봤어요. ^^ 디 아더스는 봤지만. 공포영화는 머니머니해도 님말씀대로 관객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게 최고죠.
속삭이신님 / 그런가요? -_- 영화가 야해서.

mind0735 2007-02-0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재미있었어요. 원작도 보고 싶어서 찾았는데.. 결국 못 봤군요. 저 강심장인데, 요 영화 쬐끔 무서웠어요. ^^;; 그런데 미국 호러는 야한 장면 나온 후에는 꼭 죽더군요.

이잘코군 2007-02-0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 영화 저도 좀 무서웠어요. -_- 잔인해. 근데 전기톱살인이나 나는 네가 ... 시리즈식의 잔인함과는 또 다르더군요. 야한장면과 호러가 결합된 최고의 영화는 머니머니해도 <13일의 금요일>이죠. 또 보고 싶네.
 



  2002년 개봉한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후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본 슈프리머시>는 전편과 스토리가 연이어 진행된다는 것 말고는 그다지 달라진 점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굳이 전편인 <본 아이덴티티>를 보지 않아도 <본 슈프리머시> 자체만으로 한편의 독립된 영화라고 봐도 좋다.

  <본 아이덴티티>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지중해 한 가운데서 어부들에 의해 구출된 한 남자, 자신이 누구인지 왜 그곳에 있는지 모른다. 도대체 왜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고, 나는 누구란 말인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자, 자신을 찾아가는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는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되물어진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제이슨 본은 의문의 사람들로부터 쫓기게 된다. 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몽으로 시달리고, 낮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시달린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닫기도 전에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으니 일단 튀는 수 밖에 없다. 나를 쫓는 자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이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선 일단 나를 쫓는 이들로부터 단서를 찾아내 그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퍼즐의 조각들이 하나 둘 꿰어맞춰지다보면 결국 내 원래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지만, 그것은 그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만큼의 심각한 철학적 물음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저 단지 화려한 액션영화에 적절한 음모설를 배경삼아 스토리를 풀어가기 위한 질문일 뿐이다. 뭔가 있어보이려고 한 거 같은데, 별 거 없다.



  1970년생인 멧 데이먼은 전편인 <본 아이덴티티>에 출연한 뒤 속편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채 2년도 못가 속편계획이 잡히자 곧바로 제인슨 본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 건질 것이 있다면 영화의 스토리와 액션신이 아닌, 멧 데이먼 연기와 액션신이다. 그는 그다지 잘 생긴 것 같지 않은 얼굴로 - 영화배우는 잘 생겼다는 편견을 버려! - 헐리우드에서 꽤나 성공한 배우 중 하나이다. 전적도 화려한지라 하버드대 영문학과를 중퇴하고 - 미국도 최고학벌이 있으면 어쨌든 주목을 받나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군 하지만 서울대 간판을 가진 김태희와 달리 무명생활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학벌에 대한 의식 차이는 있다고 볼수도 있고 - 연기를 위해 무명생활을 시작했다. 어릴적 부터 어머니 친구의 아들이었던 영화배우 벤 애플렉과 아는 사이였고, 두 사람 모두 연기에 뛰어들면서 무명생활 속에서 함께 영화 <굿 윌 헌팅>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그리고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두 사람이 연기를 했고, 그들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후의 인생살이야 말하지 않아도 뻔히 보이지.

  굿 윌 헌팅, 레인메이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리플리, 파인딩 포레스트, 오션스 일레븐,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오션스 트웰브, 그림형제, 시리아나, 디파티드 등의 흥행이든 작품성이든 꽤 성공적인 영화들에 얼굴을 드러냈고, 올해 오션스 썰틴 과 본 얼리메이텀에 출연 예정이다. 오션스 일레븐의 3편과 본 아이덴티티의 3편이라고 보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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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1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1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7-01-1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저는 이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나름 보다보면 자아와 기억 관련해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 저는 영화 개봉했을 때 봤어요.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865579

이잘코군 2007-01-1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첫번째님 / 음. 무섭진 않고 그냥 액션영화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듯. 그의 출연작 중, 내가 본 것 중에서, 레인메이커, 파인팅 포레스트, 시리아나 추천.
속삭이신 둘째님 / -_- 잘생겼다면 할 말 없고. 근데 그닥...
기인님 / ^^ 님이 써놓은게 있으시군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전 영화가 추격,액션씬에 묻혀서 그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스토리를 풀기 위한 소재 정도로만 보였어요.

Mephistopheles 2007-01-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리처드 챔버레인 이라는 배우가 출연한 TV판도 재미있었어요..^^

이잘코군 2007-01-1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은 아는 것도 많으셔. ^^ 이 영화의 티비판도 있단 말이죠? 근데 전 영화가 썩 끌리진 않았기 때문에.
 



  1989년. 그때 나는 고작 열 살이었다.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촌스러운 포스터는 유치하기보다 되려 정겹다. 영화는 안봤어도 지금 애들도 '백투더퓨쳐2'라는 영화 제목은 다 안다. 나도 이 영화 오늘 처음 봤지만 워낙 유명한 영화였고, 애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던 '제목'이었기에 마치 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의 기억력이 어디까지를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부실한 기억력에 의존해 검색해본다면 이 영화 안봤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적에 애들은 그렇게 놀았다. 입에 가래를 잔뜩 머금고 친구 얼굴을 향해 빽.투더.퓨쳐.투우우우. 투우 하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 머물던 그 가래가 뿜어져나온다. 아 더러워. 나는 이런 놀이 별로 취미없었지만(정말이다) 내 친구들은 서로에게 침을 팍팍 튀기며 이러고 놀았다. 그 어떤 영화제목보다도 백투더퓨쳐투는 다섯 음절안에 가장 가래를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단어였다. 퉤퉤.

  더러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백투더퓨쳐투>는 타임머신에 의한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다. 전편에서 마티 맥플라이를 열연한 마이클 폭스는 2편에서는 마티 맥플라이와 그의 아들 마티 주너어 역까지 소화해낸다.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니 따로 분장을 하지 않아도 아버지와 아들을 모두 연기할 수 있다. 미래에 마티 주니어가 사고를 치고 감옥에 들어가고, 또 그의 딸도 사고를 치고 감옥에 가고, 연쇄작용으로 결국 마티 맥플라이의 집안이 아예 쑥대밭이 되어버린다는걸 알아버린 마티는 브라운 박사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사고가 일어나는 그날로 뛰어넘어간다. 그러나 미래의 늙은 비프가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몰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뒤바꿨으니 이를 어쩌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역사는 둘로 나뉘어졌다. 원래 존재했던 시간의 띠와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 뒤바꿔버려 생겨난 같은 시간대의 또다른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마티와 브라운 박사는 물론 고쳐진 그날로 돌아가 다시 역사를 돌려놓는다.

  타임머신이 정말 발명돼 나의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리고 내 미래를 지금의 내가 원하는대로 바꿔놓을 수 있다면 어떨까. 만일 그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미래로 바꿔놓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영화 속에서 비프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돌려놓았을 때 바뀐 것은 비프의 미래만이 아니요, 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단 한 사람의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의 '사소한 조작'으로 인해 10년, 20년 후의 미래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한다. 겨우, 고작, 스포츠연감 하나를 건냈을 뿐인데. 그러니 이것이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조작해 미래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나의 사소한 조작은 나의 미래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니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에 아무리 사소한 '조작'을 가한다 할지라도 그들이 원하는 삶은 이뤄지지 않는다.

  어릴적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나의 부실한 기억력에 의존해볼 때 그런 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있지 않았을까.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판사가 되고 싶어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요, 이런 장래희망은 정말 '아무나'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미래가 아닌가. 타임머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어릴 때 한번쯤 생각 해본 그 공상을 다시 한번 해본다.

  타임머신이 정말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나만이 사용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어? 음. 아마도 영화 속의 마티처럼 한 20년 뒤쯤의 나의 미래로 건너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고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과거로 돌아와 고쳐놓겠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이 어긋났다면 이 또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와 그녀와의 사랑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고쳐놓을 것이고, 지금의 내가 과거를 돌아봤을 때 후회되는, 아쉬운, 고치고 싶은, 나의 과거를 돌려볼 수 있겠지. 학창시절 들입다 공부만 해단 사람들은 날라리처럼 놀아보고도 싶을 것이고, 거꾸로 학창시절 맨날 먹고 자고 싸고 자고 사고치고 먹고 자고 싸고 자고 사고치고 했던 사람들은 아 그때 좀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며 모범생인 자신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지. 그치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상. '정말 타임머신이 있다면'하고 공상하는 시간에, 정말 타임머신을 만들 기술을 발명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편이 좀 더 현실적일터다.

   시간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고, 시간의 띠는 여전히 지속되어 나아가고 있다.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 사소한 변화를 줌으로써 미래를 바꿀 수가 있다면, 지금 내 모습에 변화를 줌으로써 나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미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다해도 2007년 1월 10일 오후 열시 이십오분의 나는 나에게 사소한 변화를 줄 수 있으니까. 지금 나에게 가하는 변화가 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너무나 도덕교과서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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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1-1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작 3살이였죠...^^; 백투더 퓨처... 어릴때 정말 재미있게 봤었던 것 같은데... 지금 봐도 재미있더군요.

2007-01-1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잘코군 2007-01-1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늘사초님 / 하핫. 뭐 저랑 별로 차이 안나시는군요! (정말?) 지금보면 유치하지만 당시엔 굉장히 뛰어난 영상을 선보인 영화였어요. 아이디어도 그렇고. 전 당시엔 1편만 보고 2,3편은 못본거 같은데.
속삭이신님 / ㅎㅎㅎ 맞아. 겁쟁이라고 하면 일이 꼬여요. 화나서. 3편 예고까지 봤는데 서부로 가서 박사님 만나고 또 거기서 한바탕 총싸움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