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개봉한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후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본 슈프리머시>는 전편과 스토리가 연이어 진행된다는 것 말고는 그다지 달라진 점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굳이 전편인 <본 아이덴티티>를 보지 않아도 <본 슈프리머시> 자체만으로 한편의 독립된 영화라고 봐도 좋다.
<본 아이덴티티>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지중해 한 가운데서 어부들에 의해 구출된 한 남자, 자신이 누구인지 왜 그곳에 있는지 모른다. 도대체 왜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고, 나는 누구란 말인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자, 자신을 찾아가는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는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되물어진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제이슨 본은 의문의 사람들로부터 쫓기게 된다. 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몽으로 시달리고, 낮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시달린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닫기도 전에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으니 일단 튀는 수 밖에 없다. 나를 쫓는 자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이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선 일단 나를 쫓는 이들로부터 단서를 찾아내 그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퍼즐의 조각들이 하나 둘 꿰어맞춰지다보면 결국 내 원래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지만, 그것은 그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만큼의 심각한 철학적 물음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저 단지 화려한 액션영화에 적절한 음모설를 배경삼아 스토리를 풀어가기 위한 질문일 뿐이다. 뭔가 있어보이려고 한 거 같은데, 별 거 없다.
1970년생인 멧 데이먼은 전편인 <본 아이덴티티>에 출연한 뒤 속편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채 2년도 못가 속편계획이 잡히자 곧바로 제인슨 본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 건질 것이 있다면 영화의 스토리와 액션신이 아닌, 멧 데이먼 연기와 액션신이다. 그는 그다지 잘 생긴 것 같지 않은 얼굴로 - 영화배우는 잘 생겼다는 편견을 버려! - 헐리우드에서 꽤나 성공한 배우 중 하나이다. 전적도 화려한지라 하버드대 영문학과를 중퇴하고 - 미국도 최고학벌이 있으면 어쨌든 주목을 받나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군 하지만 서울대 간판을 가진 김태희와 달리 무명생활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학벌에 대한 의식 차이는 있다고 볼수도 있고 - 연기를 위해 무명생활을 시작했다. 어릴적 부터 어머니 친구의 아들이었던 영화배우 벤 애플렉과 아는 사이였고, 두 사람 모두 연기에 뛰어들면서 무명생활 속에서 함께 영화 <굿 윌 헌팅>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그리고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두 사람이 연기를 했고, 그들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후의 인생살이야 말하지 않아도 뻔히 보이지.
굿 윌 헌팅, 레인메이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리플리, 파인딩 포레스트, 오션스 일레븐,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오션스 트웰브, 그림형제, 시리아나, 디파티드 등의 흥행이든 작품성이든 꽤 성공적인 영화들에 얼굴을 드러냈고, 올해 오션스 썰틴 과 본 얼리메이텀에 출연 예정이다. 오션스 일레븐의 3편과 본 아이덴티티의 3편이라고 보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