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잔인함의 극치를 달린다. 왠만한 공포영화에서 벌어지는 손잘리고, 팔잘리고, 이런 장면들 별로 꿈쩍 안하고 보는 나도 와 이 영화 정말 리얼하더라. 이렇게까지 잔인한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었나.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심의는 어떻게 통과했지 싶을 정도로.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임산부, 심약자, 노약자는 절대 봐서는 안되는 영화. 아무리 나 강심장이야 라고 자신해도 이 영화만큼은 봐서는 안된다. 밥먹다가 이 영화를 봤다면 정말 밥 못 먹을뻔 했다. 밥 다 먹고 봤으니 다행이지.

  Wax 는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단 한차례 토익시험을 치루기 위해 한달 공부한 것 빼고는 영어공부라고는 안한 나도 알고 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왁스칠한다고 할 때 쓰는 재료가 되는 하얀 왁스, 또 하나는 밀랍인형. 이 영화에서의 의미는 밀랍인형이다. 하지만 밀랍인형을 만들기 위해 칠하는 것이 왁스라면 두 가지를 다 의미한다고 봐도 상관없지 싶다. 실제로 이 세트장의 마지막 녹아내리는 장면을 위해서 20여톤의 왁스가 쳐발라졌다고 하니 정말 '왁스로 만든 집'이다.

  풋볼 경기에 참가하려고 함께 떠난 6명의 남녀들은, 가는 길에 근처 숲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로 한다. 공포영화의 첫째 조건 성립. 뭔가 길을 떠났는데 날이 어둑해져 야외에 머문다. 각자 텐트를 치고, 커플은 커플끼리, 안커플은 안커플끼리 들어가 텐트에서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안커플끼리는 뭐하느라 재밌는지 알 바 없고, 커플끼리는 안에서 둘만 하는 짓이야 뻔하지. 나란히 누워서 뽀뽀도 하고 키스도 하고 만지고 물고 빨고. -_- 너무 노골적으로 말했나.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의문의 트럭이 다가왔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떠나려는데 차가 고장났다. 마침 지나가는 마을주민이 있어 그에게 물어 주유소에 가면 있다는 정보를 얻어내고, 그들은 흩어지기로 한다. 둘은 부품을 가지러, 나머지는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에 사거리에서 만나기로. 공포영화의 두번째 조건 성립. 주인공들은 모두 흩어진다.  

  그런데 주유소 직원은 만났는데 뭔가 마을이 이상하다. 자기집에 들어와 부품을 가져가라는데, 집안에 온통 온갖 죽은 동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과 의료기구, 밀랍인형으로 가득하다. 이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렇다. 결국 일은 벌어지고, 들어간 놈 하나는 의료기구에 묶여 산채로 밀랍인형이 되었다. 나오기로 한 남자친구가 안나오니 불안해진 여자친구,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약속시간이 되었고, 약속된 장소에 가보니 아무도 없다. 모든 일행들은 서서히 문제의 마을로 모이게 되고, 과연 살아남은 자는 몇이나 될꼬.

  정말 잔인한 것은, 대놓고 손가락을 자르고, 목을 자르는 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살인자들에 의해서가 아닌 친구들에 의해서 산채로 밀랍인형이 된 녀석들의 피부가 벗겨지는 것이다. 살려준답시고 피부를 벗겨내려다가 턱이 떨어지고, 볼따구 사라지고, 뇌도  사라지고, 눈은 꿈뻑거리지, 눈물은 흐르지, 아 정말 이렇게 잔인할 수가. 거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산 채로 밀랍인형이 되었다는 것. 몸속엔 여전히 뇌와 심장과 간과 위와 모든 내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1953년의 동일제목의 영화를 원작삼아 만든 <하우스 오브 왁스>는 공포영화의 상징  <13일의 금요일>을 따르고 있다. 야영지에서 젊은 남녀가 함께 노닐고,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퍼지고, 스르르 어둠이 밀려오며, 누군가 기습을 당한다. 연인들은 평소와 다름 없는 애정행각을 펼치고, 사랑을 나누는 동안 친구들은 하나 둘 희생되어간다. 뭐 이런거. 게다가 <13일의 금요일>과 더욱 유사한 것은, 은근 야하다는거. 그러나 <13일의 금요일>의 반도 못따라간 영화란 생각이다. '따라하기'를 해봤지만 재미도, 야함도 이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만 더 잔인해졌을 뿐.

  어릴적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게다. 학원에서, 아니 유치원 때였나, 어쨌든, 선생님들이 애들을 모아놓고 한여름에 공포영화를 보여준답시고 <13일의 금요일>을 빌려와서 틀어줬다. 근데 18세 이상 관람가를 안보고 가지고 왔는지 그냥 무심코 틀었는데 보다보니깐 야한 장면들이 스르륵 스르륵. 어린 꼬마였지만 난 은근 아래도리가 움찔했다. -_- 아 정말 야했어. 다시 보고 싶네. 그때 보다가 야한 장면이 많이나와 선생님들이 끊었기 때문에 호기심에 보고팠지만 내 나이에 빌릴 수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몇년 뒤에 집에서 혼자 봤던 기억이 있다. 

  <하우스 오브 왁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가슴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고, 긴장도 최고치를 달리게 한다. 한번 그 잔인함을 맛보기 시작하면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찾는 잔인한 장면 못지 않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사람들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커지면서 영화도 이에 부응해 가는 듯 하다. 공포영화는 더 잔인하게, 액션영화는 더 스펙터클하고 빠르게 현란하게, 멜로영화는 좀 더 농도깊고 아슬하게. <하우스 오브 왁스>는 2005년 최악의 영화 중 한편으로 뽑히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될만큼 재밌다(?). 잔인성과 은근한 유혹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본 관객들을 보상해줄 수 있는 영화. 한편 사람들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커지고 있으나, 포르노 영화의 경우 다 벗어서 보여줄 것이 없으니 사람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만족시키는가 하면, 일상에서는 금기시된 상황설정을 탄탄한 스토리를 짜 기존의 포르노에서 탈피해 일반 진한 멜로영화에 다가서려는 경향을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나야 즐겨 보는게 아니니 잘 몰라)  



* 이쯤은 되어야 패리스 힐튼 답다고 하지.


  미국 골든래즈베리재단 주최하는 래지상은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제작된 작품중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배우를 선정하는 상으로 이 영화의 네 명의 남녀 주인공 중 한명이었던 '미국의 공주' 패리스 힐튼이 2005년 최악의 여주조연상을 수상했다. 값싼 과일인 ‘래즈베리’는 야유를 뜻한다지. 돈많은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매일 파티를 벌이고 즐기며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거야 이제 큰 기사거리도 안되고, 그녀가 최근 가수 준비를 하고있다거나, 국내 무슨 CF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거나, 영화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쯤이 기사거리가 되겠지. 영화 <하우스 오브 왁스>에 패리스 힐튼은 첫 데뷔를 했고, 최악의 여주조연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뤘다. 디비디로 제작된 <하우스 오브 왁스>에는 출연진들의 코멘터리가 있다고 하는데, 패리스  힐튼이 자신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며 다른 출연진들과 음담패설을 주고 받으며 깔깔거리는 대목이 있다고. 이래저래 참 재밌는 여자야.

  <하우스 오브 왁스>에서는 텐트속에서 섹시도발 모드로 흑인남자친구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오며 영화를 보는 남자들의 아랫도리를 자극하지를 않나. 완전 옷벗는 포즈하며, 안에 입은 속옷하며, 넌 그 자체가 섹시야. 참, 미국의 어느 햄버거 광고에서도 그녀가 정차된 차에 비누칠을 하며 세차를 하고 카메라를 향해 that's hot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렇게 야할 수가 없다고. 광고가 나가 뒤 4시간 동안 서버가 다운됐다고 한다. 말이 세차지 그녀의 온몸으로 차를 닦아주는거였다고. -_- 아 나도 찾아볼까. 이래저래 욕도 먹고 사건사고도 많이 터뜨리지만 변하지 않는건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이걸 즐기고 있다는 것.

  패리스 힐튼은 이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야말로 조연급 연기자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에서 그녀가 화려한 조명과 플래쉬 아래에 있다는 것에 비해서는 그녀에게 너무나 소홀한 대접이 아닌가. 영화를 통해 패리스 힐튼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생각만큼 카메라에 자주 머물지는 않으니 기대는 접고, 그녀를 보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그녀의 노출에 관한 기사와 사진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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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1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리스힐튼이 아주 상징적으로 죽어주는 영화라고 하더군요...^^
타린티노의 "호스텔"에 비하면......^^

마늘빵 2007-01-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이 영화에서 패리스힐튼은 안보여요. 저도 나중에 알았어요. 그녀가 패리스 힐튼이라는거. 하하. 그녀가 이렇게 묻힐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남들은 일상에서 묻히는데. 타린티노의 <호스텔>에도 나왔나요? 그건 안봤는데.

Mephistopheles 2007-01-1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출연했다는게 아니라...영화의 잔인성에 비하자면 호스텔이 수위가
높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마늘빵 2007-01-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 보고싶네요.

비로그인 2007-01-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함보다 무서움을 선호하는 저는, 가장 무서운 영화는 `블레어 위치', 무섭고도 재미있었던 영화는 `디 아더스'였어요. 특히 블레어 위치는 사람이 상상하는 만큼 무서운 영화인지라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상상력만큼 영화를 보게 되는 유동성을 선사한다고나 할까요.

2007-01-1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1-1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저도 잔인함보다는 무서움이 좋아요. 아 근데 저건 좋던데요. 아마도 잔인에 야함이 더해져서 그런건지도. 잔인만 있다면 볼 사람이 별로 없을거에요. 블레어 위치는 전 아직 못봤어요. ^^ 디 아더스는 봤지만. 공포영화는 머니머니해도 님말씀대로 관객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게 최고죠.
속삭이신님 / 그런가요? -_- 영화가 야해서.

mind0735 2007-02-0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재미있었어요. 원작도 보고 싶어서 찾았는데.. 결국 못 봤군요. 저 강심장인데, 요 영화 쬐끔 무서웠어요. ^^;; 그런데 미국 호러는 야한 장면 나온 후에는 꼭 죽더군요.

마늘빵 2007-02-0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 영화 저도 좀 무서웠어요. -_- 잔인해. 근데 전기톱살인이나 나는 네가 ... 시리즈식의 잔인함과는 또 다르더군요. 야한장면과 호러가 결합된 최고의 영화는 머니머니해도 <13일의 금요일>이죠. 또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