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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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 대한 몇몇 주변인들의 극찬으로 요시모토 바나나 전작주의자가 되겠노라 마음먹으며 지금까지 출간된 그녀의 몇몇 소설들을 한꺼번에 사들였던 적이 있다. 불과 두 달 전쯤의 일이었던가. 책에 대한 욕심은 많아가지고 이것저것 또 신작도서들을 주워담다보니 그녀의 책들이 자꾸만 뒤로 밀리고 밀리고 하여 결국 몇권 읽지 못했다. 지금껏 읽은 그녀의 책은 <불륜과 남미>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드 보일드 하드럭> 그리고 이번에 읽은 <도마뱀> 까지 네 권. 아직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암리타> <허니문> <티티새> <하얀 강 밤배> 이렇게 6권이 남아있다. 지금까지는 굿.

  그녀의 소설은 사소한 일상에 대해 포근히 감싸주는 무언가가 있다. 지치고 상처받고 아프고 쓰라리고 넋이 나간 그 순간에, 누군가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는, 나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줬음 하고 바랄 즈음에, 살며시 나의 상처를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포근히 안아준다. 지금까지 읽은 네 권의 책 모두 그러했고, 아직 읽지 않은 여섯권의 책도 그와 비슷한 구도와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녀의 소설들이 다 그렇듯 <도마뱀> 역시 몇 편의 짧은 소설들이 묶여져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신혼부부' '도마뱀' '나선' '김치꿈' '피와 물' '오카와바타 기담' 이라는 여섯편의 짧은 소설들. 이 소설들은 모두 1990년에서 93년 사이에 그녀가 각각 다른 매체를 통해 발표한 소설들로 비슷한 소재와 메세지를 담고 있어 한권으로 묶여졌다.

  지치고 지루하고 상처받은 일상 속에 내던져진 개인에 대한 치유와 보듬음. 모두 다 다른 소재와 줄거리를 담고 있지만 여섯편의 소설은 배다른 형제의 관계를 맺고 있다. 각각의 소설은 모두 쓰러질 듯한 상처받은 개인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해 결국 그들이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고 다시 삶의 희망을 갖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녀의 소설은 마치 상처받은 영혼에 대한 치유의 주술과 같다. 영혼을 달래준다. 그리고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다시 일어설수있도록.

  때로는 비정상적이게 보이는, 우리와 달라 보이는 개인을 설정해놓기도 하지만, 결국 소설 속 주인공과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지루한 일상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남자도, 동성애와 그룹섹스에 자신의 몸을 내던져 육체를 탐닉한 그녀도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상처받은 영혼이다. 종류는 다를지언정 누구나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때로는 그 상처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설 속의 그들과 우리를 '다르다'고 규정지어버리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다르지 않다. 그들도 우리도 상처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기를 원하고 다시 궤도위에 올라서기를 희망한다.

  그녀는 사건을 터뜨리고 줄거리를 진행시키기보다 정지된 화면 속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소설을 진행시킨다.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는 추상화를 보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고 한 장 두 장 그림을 넘긴다. 끝까지 그림이 다 넘어가고 나면  나는 한층 나아진 나의 편안한 마음과 안식을 얻는다.

  그녀의 소설은 중독성이 강하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며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준다. 그래서 자꾸 찾게 된다. 처음의 상처는 치유됐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는 또다른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할지 기대된다.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을 선택해볼까. 이야기를 모른 채 남아있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

   한 마디  :  아직 안읽은 많은 책들 중에 <도마뱀>을 선택한 것은 최근 봤던 영화 <도마뱀>과 혹시 연관이 있을까 해서였다. 아니었다. 내용이 달랐다. 영화 속의 그 내용은 그녀의 소설 <도마뱀>과는 달랐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 속에서 같음을 발견했다. 영화 <도마뱀>도, 소설 <도마뱀>도, 한 상처받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혹시 소설 속 내용을 영화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고 봤고 그 기대를 저버리긴 했지만 영화와 소설 속에서 나름대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 더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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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0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봐야지.

이잘코군 2006-05-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kleinsusun 2006-05-07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바나나의 전작주의자 아프락사스님!^^
예전에 <도마뱀> 읽었었는데 생각이 안나네요. 5~6년 전에 읽었는데.....
바나나 소설은 NP 빼고 다 좋은거 같아요. NP....저한텐 거부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어요.

이잘코군 2006-05-0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는 아직 안샀는데 수선님이 그러시니깐 더 궁금해지는데요? 있는거 다 보고 그것두 사야겠어요.

구름의무게 2006-05-0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나나 전작주의자지요. 여지껏 나온 책은 죄다 보았고, 흐뭇해 하고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 4년전쯤에 읽어서 내용이 가물가물. 그저 요시모토 바나나는 좋다!라는 기억밖에는 없어서, 언제고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구름의무게 2006-05-0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np도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 ^^

이잘코군 2006-05-0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의 무게님 다 보셨군요! 꽤 많은데. 바나나 작품. 천천히 하나하나 음미해야지요. 너무 한꺼번에 이 사람 것만 읽으면 질려버릴거 같아서 섞어 읽는 중이에요.

mong 2006-05-1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 리뷰 축하 드립니다 ^^

이잘코군 2006-05-1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몽님 제가 당선된거에요? 적립금이 들어왔는데 이주의 마이리뷰엔 이름이 없는데요? 어딜 보고 말씀하신건가요?

이매지 2006-05-1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메인에 있구만요^^ 축하드려요 ^^

울보 2006-05-1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잘코군 2006-05-1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 감사합니다. 정말 일년만에 된거 같아요. 마태님 말씀따라 일년에 한번만 주는건가.

오우아 2006-05-1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매번 읽어본다고 다짐 했는데 이번 기회에 꼭 읽어보고 싶네요. 축하드려요^^

플레져 2006-05-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프락사스님, 굿 리뷰여요. 축하드립니다. 추천 꾹!

이잘코군 2006-05-1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들 감사합니다. 명예의 전당에 아직 안나와있는데 어떻게들 알고 오시네요?

구름의무게 2006-05-1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주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 메인화면에 떴어요.호호~

이잘코군 2006-05-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의 무게님 감사합니다. 얼껼에 당선이 됐네요. 일년에 한번 있는 행사인가 봅니다. ^^

비로그인 2006-05-1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인에서 아프락사스님 별명보고 바~로 들어왔어요^^ 추카드려욤~!

비로그인 2006-05-1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제야 봤네요. 추천 한방 날리면서.당분간은 책값 걱정 없겠어요.

로쟈 2006-05-15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익은 이름이 떠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전작주의자'로서의 본전은 뽑으시나 봅니다.^^

이잘코군 2006-05-1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로쟈님. 그러게말여요. 이건 기대하지 않은 리뷰였는데. 첫번째 것도, 두번째 것도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당선의 기쁨을 주시는군요. ^^

Kitty 2006-05-1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서재의 달인 넘 섭섭해하지 마시어요~~ ^^
이주의 리뷰는 열 배의 기쁨! ^___^

stella.K 2006-05-1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비로그인 2006-05-1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인터라겐 2006-05-1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축하 드립니다....당근 추천 날립니다..

nada 2006-05-1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으시겠다.. 축하드립니당~

이잘코군 2006-05-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키티님, 스텔라님, 나를 찾아서님, 인터라겐님, 양배추님. ^^ 아핫. 금새 추천수가 13이나. 감사해요~

2006-06-23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잘코군 2006-06-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김점선도 리스트에는 올라와있으나 지금 밀린게 너무 많아 저는 나중에 돌아볼 듯 합니다. ^^ 김점선 화가의 팬이시군요!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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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기다려. 지금 어느 나라 말을 사용하고 있는거지?"
알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느 나라 말도 아니야. 당신과 나에게만 통하는 말로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모든 사람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지. 사실은 그런거야. 당신과 그 어떤 사람, 당신과 부인, 당신과 전에 함께 있던 여자, 당신과 아버지, 당신과 친구, 그런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단 한 종류의 말이"
<신혼부부> 中 -13쪽

"이렇게 전차를 타고 계속 많은 것들을 보고 있어. 끝이 없는 직선처럼 언제부턴가 계속 이러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를 거야. 그들은 전차라는 것을 아침에 정기권을 보이고 개찰구를 빠져나가 밤에 원래의 역에 돌아오기 위한 안정된 상자라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아?"
여자는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불안정해지고 말아."
나는 말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모든 건 마음의 문제지. 만일 인생을 전차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돌아가야 할 집과 계속해야 할 일들을 전차라는 기능과 뒤섞지 않으면, 여기에 탄 사람들 거의 모두가 가방 속의 지갑에 들어 있는 돈만으로도 지금 곧 아주 먼 곳으로 갈 수도 있어."
<신혼부부> 中 -15쪽

"몸을 써서 밖을 향해 계속 표현하는 것보다도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갈증은 해소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 지금까지 나는 격렬하게 움직여서 간신히 자신을 지탱해 왔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생각했지."
<도마뱀> 中-33-34쪽

"또 만나줘요"
라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만지고 싶어서, 미칠 정도로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어서. 그녀의 손을 만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지요. 신이여.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손을 잡았다. 자연스럽든 부자연스럽든 상관없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이 났다. 사실은 그랬다. 그럭저럭 서로 마음이 있는 두 사람이 있어 별 생각 없이 약속을 하고 밤이 되어 먹고 마시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오늘쯤 해도 된다고 서로가 암묵의 타협을 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만지고 싶어서, 키스를 하고 싶고 껴안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서 일방적으로든 아니든 눈물이 날 정도로 하고 싶어서, 지금 곧, 그 사람하고만, 그 사람이 아니면 싫다, 바로 그런 것이 사랑이었다. 생각이 났다.
"그래 또 만나"
<도마뱀> 中-34-35쪽

내 사랑은 네 사랑과 조금 달라.
예를 들면 네가 눈을 감았을 때 바로 그 순간에 우주의 중심이 너에게 집중하지.
그러면 네 모습은 한 없이 작아지고 뒤에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지. 너를 중심으로 해서, 그것은 엄청난 가속으로 점점 퍼져가지. 내 과거의 모든 것,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 내가 쓴 모든 글,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모든 경치, 별자리, 아련히 푸른 지구가 보이는 암흑의 우주 공간까지.
대단해 대단해 하고 나는 내심 미칠 듯이 기뻐하고, 그리고 네가 눈을 뜬 순간 그것은 전부 사라져버리지. 다시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하고 나는 생각하지.
둘의 생각은 이처럼 전혀 다르지만 우리는 태고의 남녀야. 아담과 이브의 연정 모델이지. 사랑하는 사이인 남녀 중의 모든 여자에게는 그와 비슷한 종류의 여러가지 버릇이, 모든 남자에게는 응시의 순간이 있어. 상대방을 서로 따라하며 영원히 이어지는 나선이지.
DNA처럼, 이 대우주처럼.
그때 신기하게 그녀가 내 쪽을 보고 웃으며, 대답이라도 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아 정말로 아름다웠어. 난 정말 평생 잊지 않을 거야"
<나선> 中-67-68쪽

아마도 심한 질투란 거의 모든 경우에 본인과 상대방과의 관계성이 아니라 단순히 에너지가 약하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리라.
<김치꿈> 中-85-86쪽

"아, 본래 이런 게 장례식이란 거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생전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모든 걸 잊고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애도하고 애석해하며 진심으로 슬퍼하고 명복을 빌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태어나서 꿋꿋이 살아가다가 죽어가는 인생이라는 것이 너무 멋있어 보인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죽은 사람도 그 사람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도 모두가 용서를 받은 상태다.
<오카와바타 기담> 中-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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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 2006-05-0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여태 안 읽었다는...^^; 읽어야하는데 다른 것들에 자꾸만 밀리고 밀려서 방학때나 읽어야겠내요.

이잘코군 2006-05-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렇게 밀리고 밀리다가 요번에 영화 <도마뱀> 때문에 생각나서 집어들었어요. 혹시 같은 내용인가 해서. 아니더라구요. ^^
 
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4월
절판


시루떡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공들여 만든 것으로 집마다 그 맛이 다 다르다. 하지만 공장에서 다량으로 생산된 스팸 통조림 맛은 백이든 천이든 그 맛이 똑같다. 무엇보다도 시루떡은 잔칫날처럼 어쩌다가 만들어먹는 별식인데 비해서 스팸은 값싸고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여 미군 부대에서 매일 같이 먹는 대표적 군용 식품이다. 그래서 시루떡을 보면 "왠 떡이냐?"하고 놀라지만 스팸을 본 병사들은 "어제도 스팸! 오늘도 스팸! 내일도 스팸! 다음주도 스팸!"이라고 투덜댄다고 한다.

...중략...

그러므로 스팸이란 말은 벽에 부딪힌 오늘의 정보사회의 실상이 어떤 것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같은 것만 되풀이해서 먹으면 금세 식상해진다. 그리고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 배가 고프면 음식 맛을 더 잘 느끼지만 반대로 배가 부르면 산해진미라도 그 맛을 알 수가 없다. 스팸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정보포식'상태와 그러한 정황 속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디지털의 '정보현실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36-37쪽

숟가락은 주로 국문을 떠먹는 것으로 음에 속하는 것이고, 젓가락은 양에 속하는 것으로 고체형 마른 식품을 집는데 사용된다. 건식에 편중되어 있는 서양의 식기가 접시 위주로 되어 있는데 비해 습식 문화의 한국 식기는 종기 뚝배기 사발 등 움푹 팬 것들이 많다. 그러니까 같은 동북 아시아권 가운데서도 '음양 조화'의 문화를 가장 철저하게 생활화한 것이 바로 한국 문화라고 할 수 있다. -62쪽

"정보가 샌다" "정보를 흘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물과 같은 액체로 생각한 것이다. 물꼬를 자기 논에다 대던 농경시대적 개념이다. 그러나 "정보를 캔다" "정보를 묻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무슨 석탄이나 노다지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산업시대인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정보가 환하다" "정보에 어둡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는 액체도 고체도 아닌 빛이다. 만화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전구를 그려놓듯 에디슨 시대의 유물인 것이다.
"정보를 맡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추적할 때 짐승이 지나간 채취를 통해 추적하던 원시적 감각의 산물이다. 정보는 이렇게 수렵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잠재의시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지식 정보의 새로운 기술을 옛 패러다임으로 읽고 있다는 증거다.
정보기술을 새 패러다임으로 비유하자면 그것은 액체도 고체도 아닌 '공기'라고 말할 수 있다. 공유는 해도 독점할 수 없는 것이 공기이며 지식이다. 사용을 해도 없어지지 않고 순환하는 것 또한 공기의 속성이며 정보의 특성이다. 그러므로 '가치'는 있어도 '가격'은 없는 것이 공기이며 지식정보다. -130-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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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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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뽐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바로 미루어 볼 때,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31쪽

콜린스 씨는 똑똑한 사람도, 함께 있기에 즐거운 사람도 분명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지루했고, 그녀에 대한 그의 애정도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남편을 갖게 될 것이었다. 남자나 혼인 관계 그 자체를 중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은 언제나 그녀의 목표였다.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재산이 없는 아가씨에겐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 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177쪽

"얘. 리지. 그런 기분에 빠져들지마. 그럼 네가 불행해져. 사람마다 상황과 성격이 다르다는걸 충분히 고려해야지. 콜린스 씨의 사회적 지위와 샬럿의 신중하고 무던한 성격을 생각해봐. 샬럿네가 대가족이라는 것, 재산으로 보자면 그만하면 훌륭한 결합이라는 것도 생각해야겠고. 그리고 샬럿이 우리 사촌한테 애정이나 존경심 같은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고 믿어보려고 해봐. 모두를 위해서 말이야."-194-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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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문어다리다. 여기저기 다리를 걸쳐놓고 다양한 활동을 하길 즐긴다. 분야가 어디가 됐건간에 마찬가지로. 대학 학부시절 음악에 몰입하면서 밴드생활을 할 때도 한 개만 하지 않고 여러 곳에 적을 두었다. 학교에서는 민중가요 노래패, 또 단대노래패협의회 드러머로, 학교 밖에선 홍대 앞 클럽에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主로 삼고, 간간히 프로젝트 밴드에 참여를 하며 결성과 해체를 반복했다. 누가 나에게 땜빵 해달라면 나의 실력을 믿고 제안을 해준데 대한 고마움으로 기꺼이 가서 북을 두드리다 왔다. 동시에 인터넷 동아일보와 한겨레 신문에서 인터넷 기자로 활동하며 '브릿팝 밴드 나들이' 등을 연재하기도 했다.

나의 관심사가 영화와 철학, 책으로 옮겨간 뒤에는, 또 여러 곳에 적을 두며 싸돌아댕기고 있다. 그저 나의 기억을 의심하며 내가 보고 들은  경험들을 글로 기록해놓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활동이 여기까지 오게 하였다. 영화 감상을 기록하고, 독서 감상을 기록하고, 관련된 블로그를 만들고, 활동을 하고, 거기서 또 알게 된 다른 곳에, 또 다른 곳에. 점점 활동 영역이 넓어만 간다. 깊이는 정체된 채.

과거에 적을 두었던 곳으로 대표적인 곳을 몇 가지 뽑자면,

대학교 노래패 협의회 드러머 (1998-2001)
언더그라운드 모던락 밴드 EL (2000-2001)
(이전에 몇군데 있었지만 이 때가 드러머로 활동했던 밴드들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시절이었다)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인터넷 기자(2001)
(중앙일보에도 잠깐 적을 두기도 했다)

현재 적을 두고 있는 곳으로,

엔키노 위클리 영화 패널 (2006.3-)
위즈덤 하우스 출판사 서평단 (2006.3-)
영화사 (주)싸이더스 모니터요원(2005.2-)
네이버 '오늘의 책' 칼럼니스트 (2006.4-)
밴드 헤로인 D 드러머 (2005.2-)

 괜히 뭐 번지르르 하게 하는 것 같지만 하는 것도 없다. 실속없이 이름만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는 즐겁다. 내가 끊임없이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데에서 존재 의미를 찾는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얼마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에게 있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것은 숨을 쉬기 위한 활동이라고. 정말 그렇다. 이것들을 못하게 하면 난 죽을지도 모른다. 나의 생존을 위해 - 생계가 아닌 - 필요한 필수요소들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하는 모든 일련의 활동들은. 앞으로도 기회만 있으면 남아있는 나의 다리를 다른 곳에 걸칠 것이다. 문어다리가 몇 개더라? 여튼 남아있는 다리가 다 어딘가에 걸치고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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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4-2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어다리는 8개니까 아직 3개 더 뻗을 수 있으십니다 ! ㅋ

이잘코군 2006-04-2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 그렇군요. 8개였군요. 오징어 다리는 몇개죠? 갑자기 막 궁금해지는데요.

비로그인 2006-04-2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쿤요. 난 이것저것 못하는 스타일이라 부럽군요 ㅎ

이매지 2006-04-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징어는 10개요 ㅋㅋ(이런거만 왜 잘 알고 있는건지 -_-;;;;)

이잘코군 2006-04-2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매지님 왜캐 잘 아세요? 제가 모르는게 이상한건가요? ㅋㅋ 난 헷갈리던데 맨날.

비로그인 2006-04-3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살짝 충격. 오징어 다리 몇 갠지 궁금하다는 거 농담인줄 알았어요 ^^;

이잘코군 2006-04-3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내가 이상한건가.

BRINY 2006-04-3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어다리라고 하니까, 요즘 애들이 즐겨 사먹는 말린 문어다리가 생각났어요. 그걸 자르다가 손을 베기까지 하면서도, 교실에 냄새 다 풍기면서도 애들이 먹어대는 문어다리.

책방마니아 2006-07-12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지금 다시 읽어 보았다. 아는 여자 후배랑 인디 밴드 이야기하다 보니까 ...

이잘코군 2006-07-1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지금은 어디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