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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은 논술이 아니다 - 탁석산의 글쓰기 3 ㅣ 탁석산의 글쓰기 3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철학자 탁석산의 글짓기 시리즈 5권 중 3권이다. 앞선 두 권을 통해서는 논술이라는 글쓰기가 어떤 것이고, 좋은 논증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큼직하고 개괄적인 부분들을 살펴봤다면, 드디어 3권에서는 실전연습에 들어간다. 당장 논술 공부가 급한 수험생이고, 시리즈 5권을 모두 읽을 시간이 없다면, 3권만 읽어도 무방할 듯 싶다. 하지만 제대로된 글쓰기 훈련을 위해서라면 - 애초에 탁석산 선생이 의도했듯이 - 1권부터 차근차근 짚어가며 글쓰기에 대한 개념부터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름대로 잘쓴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글쓰기를 즐기는 나 조차도 그의 첫 관문에서 빵점을 받고 시작했다.
앞선 두 권을 통해 글이란게 뭔지 파악을 했다면, 3권부터는 실전이다. 글쓰기는 인격수양을 위해서 하는 거다?! 라는 이상적이고 대단한 명제를 깨어부수고 글쓰기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다며 그 목적을 위해 글쓰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탁석산. 그는 기존의 글에 대한 모든 상식을 다 깨어부수고 처음부터 시작하게 만든다.
대학논술시험에 대한 우리네 상식적인 대처방안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봐라. 개뿔. 그런거 필요 없단다. 논술시험준비를 위해서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고,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읽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고, 카뮈를 알고, 카프카를 알고, 헤르만 헷세,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알아가는 모든 과정들, 다 필요없다. 그게 뭐냐. 무슨 대한민국 대학 논술시험 따위를 준비하는데 그런 거창한 것들이 필요하느냐. 우리 대학논술이 무슨 프랑스 바깔로레야인줄 아느냐?! 개뿔 아무것도 볼 거 없다는 저자의 발언. 논술의 질문이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수험생이 대답하기는 더 힘들어지고, 우리네처럼 지문이 여러개 나오고 지문이 길어질수록 수험생은 더 쉽게 쓸 수가 있다고 말한다. 왜냐면 주어진 지문 안에서만 해결하면 되니깐. 굳이 저런 거창한 대문호들, 철학자들의 작품을 읽고 파악해둘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건 그냥 그럴듯해보이려는 것일 뿐.
읽고 파악하고, 비판하고, 쓴다. 그게 전부 다다. 어찌보면 그동안 우리가 논술을 가르치고 배워오면서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정말 저 안에 다 들어있다. 괜히 어려운 지문이 나왔다고 겁먹을 필요도 없고 벌벌떨지 말자. 이미 답을 다 지문안에 줬는데 뭘 떨고 앉아있는가 그대여.
탁석산은 3권을 통해서 기존의 대학논술 기출문제 몇가지를 들어가며 분석하고, 실제로 문제에 대한 답을 써보며 그 방법을 세밀하게 지도해주고 있다. 이보다 더 친절할 순 없다?! 책 속의 현민이와 멘토가 나누는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우리네 논술시험이 껌으로 보인다. 아그작 아그작. 별거 아니네?!
심지어 저자는 집중력있게 논술시험을 치루기 위해서는 쪼꼬렛이나 바나나와 같은 당분을 섭취하라는 조언까지도 한 장을 따로 할애해서 해주고 있다. 글쎄 별 필요없는 책 페이지 수 채우기 위한 수작(?) 같아 보이지만 그것도 탁석산에겐 귀엽게 허용된다. 이후 또 다른 장에서 그 자신이 직접 들어놓은 시험준비를 위한질문들은 매우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이루어져있지만 쉽게 볼 만한 주제는 결코 아니다. 짤막하게 자신이 들어놓은 질문 몇가지를 골라내어 대답까지 해주고 있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또 기왕에 책을 읽을거라면 지금 읽고 있는 고전작품들이 아니라 지금의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논쟁적인 작품들을 읽을 것을 권유한다. 이건 나도 동의하는 바 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또 격렬하게 싸움이 일어날 수 있는 작품일수록 독자의 사유는 넓고 깊어진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고,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
아직 '근간'이라 표기 되어 있는 그의 나머지 4,5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