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만나고 탐색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탐색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연속된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어느날 그 혹은 그녀와 어느덧 잠자리를 함께 하는 사이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잠자리의 유무와 상관없이, 그 혹은 그녀가 내 마음 안에 자리잡는 것이 사랑이려니.

  여자들은 말한다. "왜 남자들은 한결같이 지가 좋아서 만나고선 먼저 차버리는거야?" "응 옛날에 목장에 한 마리의 숫소와 구십구마리의 암소가 있었는데, 이 숫소는 구십구마리의 암소들과 한번씩 돌아가면서 잠자리를 하고는 거뜰떠도 보지 않는거야. 그래서 어떻겠어? 목장 주인은 옆 목장의 숫소와 자기네 숫소를 맞바꾸기로 한거야. 그럼 새로 온 숫소는 다시 또 구십구마리의 암소와 잠자리를 하지 않겠어?" 소위 이것이 암소이론이렸다. 암소이론에 따르면, 남자는 결코 한 여자에 만족하지 못하며, 구애를 통해 사랑을 획득한 남자는 그녀와의 달콤한 시간을 보낸 뒤 걷어차버린다. 어디까지나 암소이론에 따르면. 어떻게 사람을 소에 비교할 수가 있지, 라는 인간은 근원적으로 동물과 다르다는 생각은 여기서 그만. 인간이 동물인건 맞잖아. 인정해야지.




음무우~ 음무우~  얘(↑) 암소

  방송국 토크쇼 섭외담당 제인 굿웰은 새로 온 방송국 PD 레이에게 반해버렸고, 둘은 금새 만지고 물고 빨고 하는 사이로 변했지만, 레이는 곧 헤어진 여자친구에게로 돌아가고, 제인은 차였다. 둘이 함께 전망 좋은 집으로 이사간다고 살고 있는 집 방뺐는데. 남자친구한테 차이고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불행한 일은 홀로 오지 않는다지. 그러나 구원자는 나타나는 법. 방송국의 바람둥이 PD 에디는 자기네 집에 방이 비었고, 여기로 이사오라는 제안을 한다. 날 차버린 남자친구 앞에서 다른 남자의 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에 '승락'버튼을 누르는 쾌감이라니. 레이에게 차인 제인은 이제 자신이 남자들에게 차인 이유를 스스로 합리화시키기 시작한다. 암소이론으로.



* 제인(애슐리 쥬드)과 레이(그렉 키니어).
  두 사람이 있다. 신문만 보고 있는 남자와 그런 그를 향해 웃음지으며 사랑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여자.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하는 과정이야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사람들은 언제나 겪는 과정이거니와, 때로는 그것이 결혼이라는 안정된(?) 사회적 제도 속으로 들어가 둘만의 영원한 사랑을 '법' 아래 약속하기도 하고, 때로는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날 차버린 그 혹은 그녀로 인해 폐인생활을 하기도, 그놈시끼는 못된 놈이라고, 뭐 그런 못된 년이 있냐고 오랫동안 연락끊었던 친구녀석들을 불러내어 술마시며 주정하기도 한다. 끝까지 홀로임을 자처하지 않는 이야 누구나 동일한 과정을 거치지만, 누구나 다 영원한 사랑으로 골인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영원한 사랑이란 것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사랑의 시소게임에서 위로 붕 떠버린, 상대방으로부터 버림받은 자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자기합리화할 거리를 찾는다. 아 쟤는 어차피 나랑 성격이 너무 안맞았어, 쟤는 돈도 없었는데 뭐, 어차피 우리는 헤어질거였어, 라고 상대방을 꼬투리 잡아 이별의 통보는 '먼저'와 '나중'의 차이였을 뿐 결과는 같았을 거라 믿는 이와, 나같이 잘해준 여자가 어딨다고, 나같이 이쁘고 성실하고 자기만 사랑하는 여자가 어딨다고 나를 차버릴 수가 있어, 어떻게 지가 감히, 라고 자기자신의 모습에서 '사랑의 구조적 결함'을 찾지 않고, 상대방에게로 떠넘기는 이도 있는 법. 이별을 받아들이는 유형도 가지가지. 자기자신을 깎아내리며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오로지 내 잘못이라고 스스로에게 이별의 원인을 부담짓는 것도 바보같은 짓이지만, 자기자신에겐 문제가 전혀 없고 오로지 저 미친놈 때문이라며 저 못된놈 때문이라며 상대방에게 이별의 원인을 돌려막는 짓도 바보같은 짓이다. 전자와 후자 중 한 가지를 택해야만 한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지만.



* 야해. 끈나시에 끈팬티 바람으로 있는 제인(에슐리 쥬드)과 팬티 바람으로 있는 에디(휴 잭맨). 그 차림으로 있는데 뭔 일 안나는 니들이 더 이상해. -_-

  영화 속의 제인은 이별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이별의 원인을 레이에게 뒤짚어씌운다. 저놈시끼가 못된 놈이라서 나를 꼬드겨놓고는 단물 쪽쪽 빨아먹고 이제 지겨워져서 버린거지 그런거지, 라고. 65세의 마리 찰스 박사로 가장하여 암소이론 이란 칼럼으로 각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왜 숫컷들은 죄다 그 모냥이야. 암컷들을 사랑한다 할 땐 언제고 그냥 내다버리고는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나다니.

  부정하지 않겠다. 나의 과거를 반성합니다. -_- 나의 연애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던(솔직히 짧지) 것으로, 한참 좋은 시간 보내며 그녀로부터 사랑을 받던 그 시기에,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했던 나를 반성합니다. 제인의 암소이론에 따르면, 나는 새로운 암컷을 찾아 떠난 못된 숫컷일 뿐, 어떤 말도 이별의 이유에 대해 대답해주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영화는 암소이론을 정당화시키기 보다는 암소이론은 그저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상처받은 한 여자의 자기합리화를 위한 것으로 결론나니, 그렇담 나는 비난의 화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건가?

   제인은 다른 남자에게 사랑에 빠졌을 때나, 그에게서 버림받았을 때나, 자신의 곁에서 묵묵히 조언을 하고 아껴주던 바람둥이 에디에게 사랑을 느낀다. 사랑에 상처입은 한 여자를 보듬어줄 수 있는건 곁에서 위로해주던 또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날 때 그가 그 자리에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 그렇다면. 영화의 또다른 결론은, 아픔을 겪고 있는 여자가 잘 넘어온다? -_-v 남자의 꼬시기 전략의 대상은 갓 이별을 통보받고 울고 있는 여자. 어쩜 바람둥이 에디는 그것을 너무 잘 안 것이 아닐까.'바람둥이'자격이 있다면, 전략적으로 그러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을지도.

  사랑이 불현듯 다가오듯 헤어짐도 불현듯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사랑의 달콤한 첫키스는 반갑지만 갑자기 다가온 이별의 첫키스는 반갑지 않다. 하지만 사랑이 오듯 이별도 온다. 사랑이 온다고 이별도 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된 원인에도, 그가 나를 사랑하게 된 원인엔도, 내가 그에게 이별을 선고한 이유에도, 그가 나에게 이별을 선고한 이유에도, '누구탓'은 없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탓'은 있다. '똑같이 똑같게'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똑같이 양쪽모두에' 존재한다. 사랑이 이별로 둔갑한 순간 그에게나 나에게나 헤어짐의 모든 것을 전가할 필요 없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혹은 그와 나에게 이별의 원인이 있을지니. 사랑에 '두 사람'이란 조건이 필요하듯 이별에도 '두 사람'이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 더.



* 애슐리 쥬드. 날씬하고 몸매 이쁘고 입술이 매력적인 이 여자. 그룹 U2의 보노보노가 '피플'지를 통해 에이즈 퇴치 운동 ;RED'에 가입하도록 요청하여 청년에이즈 퇴치 운동 본부에 속해 니카라구아 온두라스 과테말라에서 활동중이라 한다. RED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과 함께 만든 브랜드로 여기에서 올리는 수익을 에이즈 퇴치 기금으로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지칭한다. 얼굴과 몸매 만큼이나 이쁜 짓 하네.

p.s.

근데 한 직장 한 부서내에서 여기저기 붙어먹는건 너무했다. -_- 팀원도 네명인가 다섯명 밖에 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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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2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슐리 쥬드의 경우 분명 매력적인 배우임에는 틀림없으나.....
왜이리 나오는 영화마다 영 꽝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속에 책 2007-01-2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슐리 주드 참 좋아해요..사실, 이 영화외에는 그닥 큰 인상을 준 영화가 없긴 하지만. 아무튼, 조오기 위에서 애슐리랑 휴랑 저 차림에도 아무 일이 안 일어나긴요..벌써 눈빛이며, 마음속이며 저기서 게임 다 끝났더만요..ㅎㅎ

마늘빵 2007-01-2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그러게요. 나온 영화들은 죄다 꽝이죠. -_-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이 없는건지, 안들어오는건지.
데이드리머님 / ㅎㅎ 먼일이 일어나긴했죠. 근데 너무 오랫동안 암일도 안일어났잖아요. 같이 살면서. ㅋㅋㅋ

비로그인 2007-01-22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오브 비홀더, 외에는 잘 찍었다 싶은 영화가 없었지만, 아이 오브 비홀더는 애슐리 주드 없이는 안될 영화였죠.

마늘빵 2007-01-22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쥬드님 그 영화는 아직 못봤어요. 근데 쥬드님과 애슐리 쥬드의 '쥬드'는 같은 쥬드인가요? -_-
 



* 스포일러 경고 (아래글 18禁)

  영화배우 김민정을 좋아하고, <스캔들>이후 야한사극(?)이고, 음란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주는 제목으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지만 뒤늦게 접했다. 극장개봉 당시 이 영화를 봤던 지인들의 평가에 따르면 그다지 재미도 없고 음란하지도 않다고 하는데 역시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그 말이 맞다. '음란서생'이란 제목과 저 야릇한 포스터는 역동적인 줄거리와 장면 전환, 현란하고 화려한 야한 색감을 자랑할 것만 같지만 제목 잘 짓고 포스터 잘 만들고 캐스팅 잘 했다고 해서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공맹의 도를 읊어대는 사대부 집안의 명문장가 윤서는 권력과 당파싸움에 관심이 없고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으려 하지만 누군가의 모함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을 맡게 되었다. 사건조사차 들른 저자거리의 유기전에서 생전 처음 보는 난잡한 책을 접하게 되고, "음경이 여성의 축축한 음부를 파고들어갔다"라는 대목에서 움찔한다. 공맹을 읊는 사대부로서 어찌 이런 음란한 글귀를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에이잇. 하지만 그날 밤부터 그의 작업은 시작됐다. '추월색'이라는 그럴듯한 필명까지 만들어가며 야설을 쓰기 시작한다. 추월색의 음란소설은 장안의  화제거리가 되었고, 하지만 1인자가 되고픈 욕심에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삽화를 넣기로 마음먹고는 그림 좀 그린다 싶은 의금부의 광헌을 꼬셔 '글 윤서, 그림 광헌'의 작품을 탄생시킨다. 아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며 세밀한 장면묘사와 탄탄한 스토리, 게다가 마치 튀어나올 것만 같은 저 음탕한 그림들하며. 책은 당연히 화제를 몰고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둘만 아는 비밀이 있었으니, 윤서는 왕의 여인 정빈과 몰래 내통해 뜨거운 정사를 치루며 그리기 어려운 체위를 몰래 문틈으로 광헌에게 보여준다. 사실감있는 그림은 이로부터 탄생했다.

 


* 김민정. 어쩜 이렇게 이쁠 수가. 그녀의 외모와 말투는 차가움과 도도함이 함께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여린 상처받은 마음을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나. 야설에 관하여

   배경은 조선 시대이지만 이야기는 오늘날과 다를 바 없다. 어제 한국일보에도 소개되었지만 신춘문예에 당선된 어느 시인은 당선되기 전에 먹고 살기 위하여 야설을 썼다고 한다(나는 문단의 누군가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어서 그 시인이 누군지 알고 있지만 밝히지 않겠다). 머리를 쥐어짜내 밤새 야설을 써서 원고를 보내면 사무실에 있는 에로배우겸 여직원이 그랬다고 한다. "넌 이거 보고 꼴리냐" 그래 야설은 꼴려야 제맛이다. 그런데 안 꼴리니 야설이라 할 수 없지. 온갖 음란한 단어와 상황을 설정해도 야설의 첫번째 조건은 '꼴려야 한다' 이다.

  소싯적 인터넷이란 것도 없었으니 음란물을 접할 기회가 지금보다 축소되었던 그때,  직접 비디오대여점에서 야한 비디오도 못빌리고, 야한 잡지도 살 수 없는 나로서는 가끔 보게 되는 스포츠 신문의 야한 여배우의 사진이나 피씨통신을 통해 야설을 보는 것이 기껏 내가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경로였다. 꼬레 또 학교에서는 얌전한 모범생이었던 나는 몇몇 노는 친구들끼리 모여 음란물을 보는 무리에 끼어들기도 어려웠다. 이미지가 있지 내가 어찌 감히. 그러니 혼자서 야설 다운 받아 읽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야설은 사진보다 자극적이었다. 아 그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와 다양한 스토리는 나를 음란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이동시켰고, 이러면 안돼 공부해야지, 이러면 안돼, 하면서도 하루 건너 또 보고 하루 건너 또 보고, 질린다 싶으면 다른 거 또 다운받고. 이랬더랬다. -_-

  <음란서생>은 야설작가에 관한 영화다. 아무리 천한 문학(?)으로 취급된다고 하지만, 엄연히 야설도 문학이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보다 야설을 쓰고 읽는 것이 금기시되었던지라 쓰는 이나 베포하는 이나 읽는 이나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필명을 사용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꼴리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잘나가는 야설에 대해서는 팬층도 생긴다는 점에서 지금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는 책을 보고 감동 받은 독자들은 책 뒤에 나름의 감상문 격인 서평도 썼다지. 적어도 영화에서는. 모든 면에서 밖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지 지금 우리가 하는 행위들과 다를 바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감동받은 이들이 서평을 쓰고 인기작가에 대해서는 대량주문이 들어오는 시스템.

  요즘은 인터넷에 아마추어 작가들이 각자 필명을 가지고서 활약하고 있는데, 이들도 이쪽 분야에서는 나름 팬을 확보하고 있다. 조선시대 저잣거리의 무대가 인터넷 안으로 숨어들어왔을 뿐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허나 인터넷 야설 중에서는 아직까지 삽화가 들어간 야설은 보지 못했다. 책으로 만들어진 야설은 내가 지하세계에 어두운 관계로 아직까지 보지 못했으니 삽화가 들어간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고, 적어도 어쩌다 가끔 봤던 인터넷 야설에는 삽화가 들어있는 건 없었다. 만일 누군가 새롭게 시도한다면 인기작가 반열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해볼까? 근데 필력이 없어서 영...

  둘. 음란물에 관하여

  다양한 방식의 음란물이 나온다고 하나,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음란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읽는 것과 보는 것, 다시 말하면 글과 그림이다. 전자는 야설을 의미하고 후자는 사진, 그림, 동영상을 의미한다.  야설로 분류되지 않는 일반대중소설 중에서도 야한 장면을 묘사한 부분을 읽을 때면 가끔 '머리'가 아닌 '아래'에서 명령을 내리는대로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대개 읽는 방식은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선호하는 걸로 알고 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머리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자신을 야설의 여주인공에 감정이입시키기 쉽고, 남자들은 자극이 시각으로 먼저 들어오는지라 그림이나 사진, 동영상에 흥분하기 쉽다. 읽고 보는 것 모두 눈으로 하는 활동이기는 하나, 전자가 상상력이 주가 되고, 눈은 그저 받아들이는 경로가 되는 반면, 후자는 상상력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자극적인 체위나 이쁜 가슴, 목선, 잘록한 허리가 주가 된다. 고로 대개 야설을 찾는 사람들은 남자가 아닌 여자가 주가 된다. 여자들은 상황에, 남자들은 시각의 자극에 흥분하는 듯 하다. 그러나 요새는 여자들도 시각에 길들여지는 듯 하다. 야설보다 멋있는 근육질의 축구선수들의 누드달력이나 잘생긴 꽃미남들의 상체 노출 사진 같은 걸 찾는 이들이 느는 걸로 봐서는. 

  솔직히 야한 것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서로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다들 컴퓨터 안에는 몇 개의 동영상과 사진, 혹은 야설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 컴퓨터 안에 없다면 아마도 즐겨찾기에 주소가 저장되어있거나 그도 아니라면 들킬까봐 혹시나 누군가가 실수로 들어갈지도 모르니깐 머리 속에 저장하고 있거나 하지 않을까. 어떤 방식으로든.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아주 가끔(정말?) P2P를 통해 다운받아 보고 지우거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거나 한다. 왜 혹시 동생이 컴터하다 발견할까봐 (경험상 미디어플레이어 띄우면 제목이 뜨기 때문에 엉뚱한 제목으로 바꿔주면 좋다). 혹은 야한 사이트 찾아다니며 가끔 볼 때도 있다. 유명연예인 노출 동영상이나 누드 사진, 섹스비디오 돌려보는건 문제있지만, 일반 음란물 가끔 보는거야 굳이 숨길 필요 있나. 나 야한거 좋아하고, 가끔 본다. -_- 그래서 뭐. 솔직해져봐.

 셋. 영화에 관하여

  영화 <스캔들>을 만든 감독의 작품이지만 전작보다 카메라 이동이 느리고 러닝타임이 길어졌으며, 야함의 정도도 낮아졌고, 스토리 또한 긴장도가 덜하다. 전반적으로 <스캔들>보다 훨씬 못하며 음란하고 재밌어야 할 영화가 지루하고 슬퍼졌다. 김민정이 아니었다면 140분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에이 노출도 하다 말면 어떡해. 제대로 보여줘야지. -_- 기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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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1-1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야, 스캔들은 제대로 스캔들이었지요, 배용준 허벅지. 털썩
음란하지 않은 음란서생.은 재미없었어용-

마늘빵 2007-01-1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스캔들>은 남자나 여자나 다 야했는데. 음란서생은 제목만 야해요. ^^
배용준 허벅지 ㅋㅋㅋ

... 2007-01-1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캔들 보고 음란서생을 보면 확실히 재미없을 것 같아요.
스캔들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음란서생은 거기에 묻히는 듯...



마늘빵 2007-01-17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너무 스캔들 따라하기 구도로 갔다가 모든 면에서 실패해버렸죠. 한석규는 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캐스팅도 좀 문제 있었고.

비로그인 2007-01-17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금에 야한 이야기만큼 언제나, 늘, 변함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없지요.
야설, 야한 이야기, 소설들이 공식적이며 밝은 곳에서
지금보다 활성화되기를 기원합니다.
야한 소설에도 고전이 있지요.
아나이스 닌이라든가. 에리카 종이라든가..
훌륭한 소설들입니다. 젊은시절에 겁나 좋아하며 열독했지요.
야설은 사람들의 행복에 명백히 기여하므로 장려해야합니다. 하하


마늘빵 2007-01-1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사님 저는 야한 소설은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기껏해야 <혼자 뜨는 달>인가 하는거, 이렇게 추천해주시니 한번 일독해야겠군요. ^^
 



  포스터 사진의 압박. 영화 포스터는 선보임으로써 대중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한 것인데, 왜 별로 영화보고 싶지 않게 만들었을까. 매주 CJ에서 보내는 영화 관련 설문조사를 하다보면 개봉예정작에 대한 포스터를 평가하는 문항이 있는데 그중 이런 질문이 있다.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드십니까?" 만약 그  설문에 <트루라이즈>가 올라왔다면, 별로 인상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표정을 끌리지도 않고, 문구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지도 않는다고 평가해주고 싶다. 엔지야 엔지.

  트루라이즈. 굳이 번역하자면 우리말로 진실된 거짓말, 의역하자면 '선의의 거짓말'로 볼 수 있을까. 영화 제목은 참 좋은데, 영화는 별로 이에 대해서 뭔가 메세지를 주려고 하진 않는 듯 하다. 흔해빠진 액션영화와 다를 바 없다. 그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작품인데, 난 이 감독의  색깔을 잘 모르겠다. <타이타닉>에서부터 <터미네이터2>와 <람보2>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넘나든다. 유일하게 내게 보이는 공통점은 액션이 화려하다는 것, 스펙터클함 정도.

  컴퓨터 회사의 평범한 세일즈맨 해리 태스커 그리고 테러범과 맞서 몸을 날리는 해리 태스커, 둘 중 진짜 해리는 누구일까.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했을 때, 영화 제목이 의도한 것은, 전자를 거짓된 모습으로 후자를 진실된 모습으로 보고서, 해리가 아내와 가족들에게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바른 해석이겠다. 하지만 전자도 해리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봐야지 않을까. 적어도 아내와 딸에게 비쳐진 일에 치여 바쁘지만 적어도 집에 있는 동안은 자상한 남편과 아빠였으니 말야. 그가 아내와 딸을 속인 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두 가지 모습 모두 해리의 모습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거짓말 이야기가 나았으니 말인데, 우리 첫째 큰 아버지는 큰 어머니와 이혼한지 꽤 세월이 흘렀다. 10년까지는 안된 것 같고 5년은 넘은 것 같고. 이혼한 이후에 공식석상에서 한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우리 친척들은 공식석상이란 것이 없어진지 오래됐으니깐. 큰 아버지는 큰 어머니와 결혼할 때 학력을 속였더랬다. 내 부실한 기억력을 검색해볼 때, 큰 어머니는 고졸이였고, 큰 아버지는 초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마도 큰 아버지께서 고졸로 속이셨나보다. 그걸 어떻게 그 많은 세월동안 모르고 살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무슨 서류를 떼다가 들통나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더랬다. 초졸인 것이 꽤심했는지, 아니면 자신을 속이고 몇십년을 살아온 것이 꽤심했는지 모르지만, 우얏든 '거짓말'로 인해 이혼까지 가게 된 것이다. 물론 이혼을 결정하는덴 다른 원인도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는 문제부터해서.

  살다가 거짓말을 안할 수는 없고. 정말 한번도 안한 사람이 있다면 절을 하고 싶다. -_- 사람이 어떻게 살면서 거짓말 한 번 안해. 거짓말의 의도와 정도가 거짓말의 상대방에게 가하는 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 의도와 종류에 따라서 나쁜 거짓말과 좋은 거짓말을 좌우에 놓고 그 사이에 나의 거짓말을 점찍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은, 당장 상대방에게 "속았다"라는 충격은 주더라도, 그것이 종국에 상대방에게 큰 상처나 아픔을 안겨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거짓말을 지칭할터다. 해리가 아내와 결혼할 때부터 속였든 아니면 중간에 직장을 변경하면서 속였든 간에 속인 사실은 그녀에게 충격이었겠지만, 결국 '국가를 위해서였다' 라고 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난 그 '국가를 위해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난 이 배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함과 싫어함을 좌우에 놓는다면 중간에 깔린 스펙트럼에서 싫어함으로 8정도까지 이동한 배우다. 그가 정치를 한다는 것도, 그가 주지사가 되었다는 것도, 그가 미국의 공화당이라는 것 때문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취향 문제. 정치성을 떠나서 보더라도 저 우락부락한 근육질하며, 각잡힌 얼굴과 몸매는 영 정이 안가올시다. 당신은 딱 터미네이터로 사는게 제일 어울리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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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미네이터 3를 찍을 땐 나온 배 때문에 코르셋을 착용하고 찍었다고 하더군요.^^
코르셋 착용한 터미네이터가 "I'll be back"을 외쳤다는 소리죠...ㅋㅋ

짱꿀라 2007-01-1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스님이 영화 평을 하는 것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감솨해요. 행복하세요.

marine 2007-01-1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학교 보충수업 빼 먹고 극장 가서 봤던 생각이 나네요
그 때 얼마나 재밌게 봤던지...

마늘빵 2007-01-1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아 저 근육질 몸매의 터미네이터가 배가 나왔단 말여요? 아 나이는 못 속이는건가.
산타님 / ^^ 아 제가 감사합니다.
블루마린님 / 님의 나이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

2007-01-12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7-01-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밌게 읽었어요
실은 저는 아놀드를 무쟈게 좋아했답니다. 트루라이즈는 다섯번 정도 본 것 같아요 ^^
그런데 터미네이터의 아놀드는 그 몸매 너무 부담스러워서 별로인데 영화가 좋아서 좋고요, '유치원에 간 사나이' '주니어' 이런 거 되게 좋아했었어요

마늘빵 2007-01-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딸기님 저도 다른 영화들도 봤는데, 왠지 어색하면서 잘 어울리죠. <유치원에 간 사나이> 같은 경우. ^^
 



* 스포일러 경고

  잔인함의 극치를 달린다. 왠만한 공포영화에서 벌어지는 손잘리고, 팔잘리고, 이런 장면들 별로 꿈쩍 안하고 보는 나도 와 이 영화 정말 리얼하더라. 이렇게까지 잔인한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었나.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심의는 어떻게 통과했지 싶을 정도로.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임산부, 심약자, 노약자는 절대 봐서는 안되는 영화. 아무리 나 강심장이야 라고 자신해도 이 영화만큼은 봐서는 안된다. 밥먹다가 이 영화를 봤다면 정말 밥 못 먹을뻔 했다. 밥 다 먹고 봤으니 다행이지.

  Wax 는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단 한차례 토익시험을 치루기 위해 한달 공부한 것 빼고는 영어공부라고는 안한 나도 알고 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왁스칠한다고 할 때 쓰는 재료가 되는 하얀 왁스, 또 하나는 밀랍인형. 이 영화에서의 의미는 밀랍인형이다. 하지만 밀랍인형을 만들기 위해 칠하는 것이 왁스라면 두 가지를 다 의미한다고 봐도 상관없지 싶다. 실제로 이 세트장의 마지막 녹아내리는 장면을 위해서 20여톤의 왁스가 쳐발라졌다고 하니 정말 '왁스로 만든 집'이다.

  풋볼 경기에 참가하려고 함께 떠난 6명의 남녀들은, 가는 길에 근처 숲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로 한다. 공포영화의 첫째 조건 성립. 뭔가 길을 떠났는데 날이 어둑해져 야외에 머문다. 각자 텐트를 치고, 커플은 커플끼리, 안커플은 안커플끼리 들어가 텐트에서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안커플끼리는 뭐하느라 재밌는지 알 바 없고, 커플끼리는 안에서 둘만 하는 짓이야 뻔하지. 나란히 누워서 뽀뽀도 하고 키스도 하고 만지고 물고 빨고. -_- 너무 노골적으로 말했나.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의문의 트럭이 다가왔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떠나려는데 차가 고장났다. 마침 지나가는 마을주민이 있어 그에게 물어 주유소에 가면 있다는 정보를 얻어내고, 그들은 흩어지기로 한다. 둘은 부품을 가지러, 나머지는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에 사거리에서 만나기로. 공포영화의 두번째 조건 성립. 주인공들은 모두 흩어진다.  

  그런데 주유소 직원은 만났는데 뭔가 마을이 이상하다. 자기집에 들어와 부품을 가져가라는데, 집안에 온통 온갖 죽은 동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과 의료기구, 밀랍인형으로 가득하다. 이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렇다. 결국 일은 벌어지고, 들어간 놈 하나는 의료기구에 묶여 산채로 밀랍인형이 되었다. 나오기로 한 남자친구가 안나오니 불안해진 여자친구,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약속시간이 되었고, 약속된 장소에 가보니 아무도 없다. 모든 일행들은 서서히 문제의 마을로 모이게 되고, 과연 살아남은 자는 몇이나 될꼬.

  정말 잔인한 것은, 대놓고 손가락을 자르고, 목을 자르는 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살인자들에 의해서가 아닌 친구들에 의해서 산채로 밀랍인형이 된 녀석들의 피부가 벗겨지는 것이다. 살려준답시고 피부를 벗겨내려다가 턱이 떨어지고, 볼따구 사라지고, 뇌도  사라지고, 눈은 꿈뻑거리지, 눈물은 흐르지, 아 정말 이렇게 잔인할 수가. 거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산 채로 밀랍인형이 되었다는 것. 몸속엔 여전히 뇌와 심장과 간과 위와 모든 내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1953년의 동일제목의 영화를 원작삼아 만든 <하우스 오브 왁스>는 공포영화의 상징  <13일의 금요일>을 따르고 있다. 야영지에서 젊은 남녀가 함께 노닐고,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퍼지고, 스르르 어둠이 밀려오며, 누군가 기습을 당한다. 연인들은 평소와 다름 없는 애정행각을 펼치고, 사랑을 나누는 동안 친구들은 하나 둘 희생되어간다. 뭐 이런거. 게다가 <13일의 금요일>과 더욱 유사한 것은, 은근 야하다는거. 그러나 <13일의 금요일>의 반도 못따라간 영화란 생각이다. '따라하기'를 해봤지만 재미도, 야함도 이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만 더 잔인해졌을 뿐.

  어릴적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게다. 학원에서, 아니 유치원 때였나, 어쨌든, 선생님들이 애들을 모아놓고 한여름에 공포영화를 보여준답시고 <13일의 금요일>을 빌려와서 틀어줬다. 근데 18세 이상 관람가를 안보고 가지고 왔는지 그냥 무심코 틀었는데 보다보니깐 야한 장면들이 스르륵 스르륵. 어린 꼬마였지만 난 은근 아래도리가 움찔했다. -_- 아 정말 야했어. 다시 보고 싶네. 그때 보다가 야한 장면이 많이나와 선생님들이 끊었기 때문에 호기심에 보고팠지만 내 나이에 빌릴 수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몇년 뒤에 집에서 혼자 봤던 기억이 있다. 

  <하우스 오브 왁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가슴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고, 긴장도 최고치를 달리게 한다. 한번 그 잔인함을 맛보기 시작하면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찾는 잔인한 장면 못지 않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사람들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커지면서 영화도 이에 부응해 가는 듯 하다. 공포영화는 더 잔인하게, 액션영화는 더 스펙터클하고 빠르게 현란하게, 멜로영화는 좀 더 농도깊고 아슬하게. <하우스 오브 왁스>는 2005년 최악의 영화 중 한편으로 뽑히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될만큼 재밌다(?). 잔인성과 은근한 유혹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본 관객들을 보상해줄 수 있는 영화. 한편 사람들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커지고 있으나, 포르노 영화의 경우 다 벗어서 보여줄 것이 없으니 사람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만족시키는가 하면, 일상에서는 금기시된 상황설정을 탄탄한 스토리를 짜 기존의 포르노에서 탈피해 일반 진한 멜로영화에 다가서려는 경향을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나야 즐겨 보는게 아니니 잘 몰라)  



* 이쯤은 되어야 패리스 힐튼 답다고 하지.


  미국 골든래즈베리재단 주최하는 래지상은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제작된 작품중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배우를 선정하는 상으로 이 영화의 네 명의 남녀 주인공 중 한명이었던 '미국의 공주' 패리스 힐튼이 2005년 최악의 여주조연상을 수상했다. 값싼 과일인 ‘래즈베리’는 야유를 뜻한다지. 돈많은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매일 파티를 벌이고 즐기며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거야 이제 큰 기사거리도 안되고, 그녀가 최근 가수 준비를 하고있다거나, 국내 무슨 CF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거나, 영화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쯤이 기사거리가 되겠지. 영화 <하우스 오브 왁스>에 패리스 힐튼은 첫 데뷔를 했고, 최악의 여주조연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뤘다. 디비디로 제작된 <하우스 오브 왁스>에는 출연진들의 코멘터리가 있다고 하는데, 패리스  힐튼이 자신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며 다른 출연진들과 음담패설을 주고 받으며 깔깔거리는 대목이 있다고. 이래저래 참 재밌는 여자야.

  <하우스 오브 왁스>에서는 텐트속에서 섹시도발 모드로 흑인남자친구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오며 영화를 보는 남자들의 아랫도리를 자극하지를 않나. 완전 옷벗는 포즈하며, 안에 입은 속옷하며, 넌 그 자체가 섹시야. 참, 미국의 어느 햄버거 광고에서도 그녀가 정차된 차에 비누칠을 하며 세차를 하고 카메라를 향해 that's hot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렇게 야할 수가 없다고. 광고가 나가 뒤 4시간 동안 서버가 다운됐다고 한다. 말이 세차지 그녀의 온몸으로 차를 닦아주는거였다고. -_- 아 나도 찾아볼까. 이래저래 욕도 먹고 사건사고도 많이 터뜨리지만 변하지 않는건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이걸 즐기고 있다는 것.

  패리스 힐튼은 이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야말로 조연급 연기자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에서 그녀가 화려한 조명과 플래쉬 아래에 있다는 것에 비해서는 그녀에게 너무나 소홀한 대접이 아닌가. 영화를 통해 패리스 힐튼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생각만큼 카메라에 자주 머물지는 않으니 기대는 접고, 그녀를 보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그녀의 노출에 관한 기사와 사진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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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1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리스힐튼이 아주 상징적으로 죽어주는 영화라고 하더군요...^^
타린티노의 "호스텔"에 비하면......^^

마늘빵 2007-01-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이 영화에서 패리스힐튼은 안보여요. 저도 나중에 알았어요. 그녀가 패리스 힐튼이라는거. 하하. 그녀가 이렇게 묻힐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남들은 일상에서 묻히는데. 타린티노의 <호스텔>에도 나왔나요? 그건 안봤는데.

Mephistopheles 2007-01-1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출연했다는게 아니라...영화의 잔인성에 비하자면 호스텔이 수위가
높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마늘빵 2007-01-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 보고싶네요.

비로그인 2007-01-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함보다 무서움을 선호하는 저는, 가장 무서운 영화는 `블레어 위치', 무섭고도 재미있었던 영화는 `디 아더스'였어요. 특히 블레어 위치는 사람이 상상하는 만큼 무서운 영화인지라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상상력만큼 영화를 보게 되는 유동성을 선사한다고나 할까요.

2007-01-1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1-1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저도 잔인함보다는 무서움이 좋아요. 아 근데 저건 좋던데요. 아마도 잔인에 야함이 더해져서 그런건지도. 잔인만 있다면 볼 사람이 별로 없을거에요. 블레어 위치는 전 아직 못봤어요. ^^ 디 아더스는 봤지만. 공포영화는 머니머니해도 님말씀대로 관객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게 최고죠.
속삭이신님 / 그런가요? -_- 영화가 야해서.

mind0735 2007-02-0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재미있었어요. 원작도 보고 싶어서 찾았는데.. 결국 못 봤군요. 저 강심장인데, 요 영화 쬐끔 무서웠어요. ^^;; 그런데 미국 호러는 야한 장면 나온 후에는 꼭 죽더군요.

마늘빵 2007-02-0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 영화 저도 좀 무서웠어요. -_- 잔인해. 근데 전기톱살인이나 나는 네가 ... 시리즈식의 잔인함과는 또 다르더군요. 야한장면과 호러가 결합된 최고의 영화는 머니머니해도 <13일의 금요일>이죠. 또 보고 싶네.
 



  2002년 개봉한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후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본 슈프리머시>는 전편과 스토리가 연이어 진행된다는 것 말고는 그다지 달라진 점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굳이 전편인 <본 아이덴티티>를 보지 않아도 <본 슈프리머시> 자체만으로 한편의 독립된 영화라고 봐도 좋다.

  <본 아이덴티티>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지중해 한 가운데서 어부들에 의해 구출된 한 남자, 자신이 누구인지 왜 그곳에 있는지 모른다. 도대체 왜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고, 나는 누구란 말인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자, 자신을 찾아가는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는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되물어진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제이슨 본은 의문의 사람들로부터 쫓기게 된다. 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몽으로 시달리고, 낮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시달린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닫기도 전에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으니 일단 튀는 수 밖에 없다. 나를 쫓는 자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이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선 일단 나를 쫓는 이들로부터 단서를 찾아내 그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퍼즐의 조각들이 하나 둘 꿰어맞춰지다보면 결국 내 원래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지만, 그것은 그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만큼의 심각한 철학적 물음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저 단지 화려한 액션영화에 적절한 음모설를 배경삼아 스토리를 풀어가기 위한 질문일 뿐이다. 뭔가 있어보이려고 한 거 같은데, 별 거 없다.



  1970년생인 멧 데이먼은 전편인 <본 아이덴티티>에 출연한 뒤 속편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채 2년도 못가 속편계획이 잡히자 곧바로 제인슨 본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 건질 것이 있다면 영화의 스토리와 액션신이 아닌, 멧 데이먼 연기와 액션신이다. 그는 그다지 잘 생긴 것 같지 않은 얼굴로 - 영화배우는 잘 생겼다는 편견을 버려! - 헐리우드에서 꽤나 성공한 배우 중 하나이다. 전적도 화려한지라 하버드대 영문학과를 중퇴하고 - 미국도 최고학벌이 있으면 어쨌든 주목을 받나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군 하지만 서울대 간판을 가진 김태희와 달리 무명생활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학벌에 대한 의식 차이는 있다고 볼수도 있고 - 연기를 위해 무명생활을 시작했다. 어릴적 부터 어머니 친구의 아들이었던 영화배우 벤 애플렉과 아는 사이였고, 두 사람 모두 연기에 뛰어들면서 무명생활 속에서 함께 영화 <굿 윌 헌팅>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그리고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두 사람이 연기를 했고, 그들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후의 인생살이야 말하지 않아도 뻔히 보이지.

  굿 윌 헌팅, 레인메이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리플리, 파인딩 포레스트, 오션스 일레븐,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오션스 트웰브, 그림형제, 시리아나, 디파티드 등의 흥행이든 작품성이든 꽤 성공적인 영화들에 얼굴을 드러냈고, 올해 오션스 썰틴 과 본 얼리메이텀에 출연 예정이다. 오션스 일레븐의 3편과 본 아이덴티티의 3편이라고 보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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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1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1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7-01-1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저는 이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나름 보다보면 자아와 기억 관련해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 저는 영화 개봉했을 때 봤어요.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865579

마늘빵 2007-01-1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첫번째님 / 음. 무섭진 않고 그냥 액션영화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듯. 그의 출연작 중, 내가 본 것 중에서, 레인메이커, 파인팅 포레스트, 시리아나 추천.
속삭이신 둘째님 / -_- 잘생겼다면 할 말 없고. 근데 그닥...
기인님 / ^^ 님이 써놓은게 있으시군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전 영화가 추격,액션씬에 묻혀서 그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스토리를 풀기 위한 소재 정도로만 보였어요.

Mephistopheles 2007-01-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리처드 챔버레인 이라는 배우가 출연한 TV판도 재미있었어요..^^

마늘빵 2007-01-1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은 아는 것도 많으셔. ^^ 이 영화의 티비판도 있단 말이죠? 근데 전 영화가 썩 끌리진 않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