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마치 학술 논문과 같은 냄새를 풍기는 제목,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17년 동안 여자 없이 살아온 두 남자에 대한 보고서다. 17년동안 여자 없이 살면 어찌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춘기 남성과 중년 호래비 남성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여기서 '17년 동안 여자 없이'라는 말은, 아마도 '17년 동안 섹스 없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순수하게 쓰여져있는 단어 그대로를 뜻한다면 이건 별 의미가 없어지잖아. 주변에 널린게 여자건만. 단 그들과 섹스를 하지 않았을 뿐.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이미 로맨틱 코미디 배우로서 모습을 보인 봉태규와 어쩐일인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더 원숙하고 코믹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백윤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기대를 잔뜩 했건만, 영화는 그다지. 보는 내내 웃음은 떠나지 않았지만 아 이거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보지 않았을 그런 영화가 될 뻔 했다.  마치 코믹성인만화의 장면장면을 이어붙여 만든 영화같달까. 뭐 줄거리나 내용없는 만화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괜찮겠지만, 대개의 관객들은 이 영화에 그다지 많은 점수를 줄 것 같지는 않다. 어떤 기자는 이 영화를 두고 한국에서 이 정도의 야한 코믹물이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글쎄다.



* 우비할배와 도끼소년? 이건 무슨 설정과 상황일꼬.



* 술 취한 그녀를 두고 우리 부자는 이렇게 잤다. 아들이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들을 믿지 못하는구나.

  영화는 아주 관객을 웃기려 작정을 하고 만들었다. 여기저기 웃음장치를 집어넣고, 그간에 개봉되었던 몇몇 영화들을 패러디하여 연속적으로 장면을 집어넣었다. '웃기는 영화'라고나 할까. 패러디의 대상이 된 영화들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덜 먹히겠지만, 이 영화들은 많은 이들이 이미 본 영화인지라 과감히 패러디를 시도한 듯 하다. 새어머니를 맞이하느냐 아니면 며느리를 맞이하느냐, 그것도 아니면 아버지와 아들이 동서지간이 되느냐 하는 삼류저질불륜코미디영화라고 볼 수 있겠지만, 뭐 이런 불륜이니 뭐니, 인륜을 저버렸느니 이런거 다 떠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뇌 비워놓고 웃을 수 있는 영화다. 단 뇌를 집에 두고 와야 한다. 가지고 오면 절대로 안된다. 많이 잘 웃었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영화. 다른 볼거리, 생각거리는 찾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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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화들은 야하거나,욕하거나,신사 숙녀였던 사람을 바보로 만들거나,더럽거나,극단으로 치닫거나...해서 아이들과 함께 보기가 어렵더군요. 어떤 영화든 아이들 손을 잡고 가서 볼 수 있게 무난한 수준으로는 만들 수 없는걸까요?
백윤식은 오래전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혹시 아세요?
채시라와 한석규,최민식이 아주 진지하게 연기해서 긴장감을 갖고 봐야하는데 백윤식과 윤미라가 긴장을 풀어주곤 했죠. 저 드라마 별로 안 보는데 10년도 더 지난 듯 한 드라마를 아직도 기억하는것 보면 인상이 깊었나봐요.

마늘빵 2006-11-1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 영화들이죠. 하지만 전 그런 영화들이 좋아요. 어떤 이의 삶의 현실에 천착해 그의 일상을 건드려주는 영화들이요. 아마도 그때 흐르는 눈물은 극중 누군가가 누군에게 차였거나, 버림받았거나 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이, 삶이 너무나 그 자체로 '슬픔'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백윤식은 서울의 달에 나왔었나요. 저도 그 드라마 재밌게 봤는데 왜 백윤식은 기억이 안나는지... 흠. 한석규랑 최민식만 생각나요. 채시라하구.

미미달 2006-11-1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이거 책 읽었었는데 완전 가볍고 웃겼던 기억이...
 



  생의 밑바닥까지 다 내려간 한 백인의 삶의 반전 영화. 지금은 유명해진, 그의 랩 가사가 너무나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고 직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또 대놓고 언론에 나 누구랑 잤다 라고 이야기하고 다니고, 지네 엄마를 랩으로 까고 하지만, 또 그래서 그를 보는 시각이 편견에 사로잡혀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2003년의 겨울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그랬다. 에미넴에게 푹 빠져버린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엔딩 곡 Lose yourself 가 다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그의 음반을 다 샀다. 1,2,3집 모두. 집에 오며 또 거리를 돌아다니며, 씨디플레이어엔 에미넴이 꽂혀있었고, 한동안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 디트로이트의 버스에 백인청년이라.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백인은 인종차별의 대상이다. 

  그의 희망은 분노에서 시작한다. 친구가 마련해준 무대 위 랩 맞짱대결에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마이크를 놓아버린 그는 쪼다, 지 친구랑 동거하는 엄마에게 뭐라했다 욕먹고 쫓겨나고, 여자친구랑 헤어지며 임신했다길래 잘 곳조차 없는 몸에 유일한 차 한대 그녀에게 줘버리고, 나중에 알고보니 임신은 거짓말, 이미 차는 날아갔고, 새로만난 여자는 지 친구랑 붙어먹고, 나는 또 그걸 봤네, 한대 쥐어패줬네, 그러나 그날 밤 패거리에서 물씬 두들겨맞았네, 눈탱이 밤탱이 됐네, 어린 꼬마 여동생은 창문에서 보며 울었네, 내 인생이 왜 이래 한탄했네, 곁에 있는 친구라고는 버버덕대는 바보, 모두가 직업없는 한심한 인생, 인생이 그렇지 뭐, 뭣같지, 쌓일 대도 쌓인 분노는 무대에서 한 방에. 너희들 날 엿먹였겠다, 좋아 어디 한번 해봐, 나 이대로 안 죽어, 45초 랩으로 한번, 또 한번, 1분 30초 랩으로 막판 KO. 이게 바로 나야. 나야. 나 B 래빗 B 래빗.  



* 이게 바로 나야. 이게 바로 나야. 나 래빗, 래빗. B 래빗. 131 B 래빗.

  완전 양아치같은 이미지로 인식되던 랩퍼 에미넴이 이 영화를 통해 진실되게 보였다. 직업 연기를 하며 자신이 살아온 인생사를 보여주고, 암울했던 시기에서 벗어나는 재도약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 이렇게 힘든 세월을 보내 지금의 자리에 올랐구나. 너 양아치인건 그래도  사실이지만, 그래 너 많이 힘들었겠다 싶다. 분노는 그의 희망이다. 아무렇지 않은 상태로는 무대에 오를 수 없다. 나를 자극해달라. 나를 분노케해달라. 어디 한번 엿먹여주마. 작은 체구에 하얀 피부 자니 스미스. 나 무시하지마. 너 큰코 다쳐. 이 영화를 보며 시원함의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런 녀석이, 이렇게 당하기만 하던 녀석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일어섰기 때문이다. 쪼다에서 왕중왕이 됐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나야. 이게 바로 나야. B 래빗, B 래빗. 나는 누구? B 래빗.

  내 인생이 형편없어 보일 때 <8마일>을 보자구. 에미넴이 복수해줄 거라고. 나 무시하지마. 근데 누구에게 갈굼당한 것도, 별다른 금전적 문제도 없고, 그다지 삶이 뭣같지도 않은 지금 나는 왜 이 영화를 보며 이런 쾌락의 대리만족을 느껴야하는거지. 원인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고, 대상도 알 수 없지만 그래 시원했으면 그만 아니야?  오늘밤엔 리사오노와 안드레아 보첼리를 내려놓고, 에미넴을 들어야겠다. 자 play.

 Look.. if you had.. one shot,
or one opportunity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
in one moment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 Yo..

His palms are sweaty,
knees weak, arms are heavy
There's vomit on his sweater already,
mom's spaghetti
He's nervous, but on the surface
he looks calm and ready
to drops bombs,
but he keeps on forgetting
what he wrote down,
the whole crowd goes so loud
He opens his mouth
but the words won't come out
He's chokin, how?
Everybody's jokin now
The clock's run out,
time's up, over - BLAOW!

Snap back to reality,
OHH - there goes gravity
OHH - there goes Rabbit,
he choked He's so mad,
but he won't give up that easy nope,
he won't have it. he knows,
his whole back's to these ropes
It don't matter, he's dope
He knows that, but he's broke
He's so sad that he knows
when he goes back to this mobile home,
that's when it's back
to the lab again, yo, this whole rap shit
He better go capture this moment and
hope it don't pass him

(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 (go)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This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 (go)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This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u better..)

Soul's escaping,
through this hole that is gaping
This world is mine for the taking
Make me king, as we move toward a,
new world order a normal life is boring,
but superstardom's close to post-mortem,
it only grows harder
Homie grows hotter, he blows it's all over
These hoes is all on him, coast to coast shows
He's known as the Globetrotter
Lonely roads, God only knows
He's grown farther from home, he's no father
He goes home and barely knows his own daughter
But hold your nose cause here goes the cold water
These hoes don't want him no mo',
he's cold product
They moved on to the next schmoe who flows
He nose-dove and sold nada,
and so the soap opera
is told, it unfolds, I suppose it's old partner
But the beat goes on
da-da-dum da-dum da-dah

(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 (go)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This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 (go)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This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u better..)

No more games,
I'm a change what you call rage
Tear this motherfuckin roof off
like two dogs caged
I was playin in the beginning,
the mood all changed
I've been chewed up and spit out
and booed off stage
But I kept rhymin and stepped right in the next cypher
Best believe somebody's payin the pied piper
All the pain inside amplified by the
fact that I can't get by with my nine to
five and I can't provide the right type of
life for my family, cause man,
these God damn food stamps
don't buy diapers, and there's no movie
There's no Mekhi Phifer, this is my life
And these times are so hard,
and it's gettin even harder Tryin
to feed and water my seed plus,
teeter-totter Caught up
between bein a father and a primadonna
Baby momma drama screamin on her too much for me to
wanna stay in one spot,
another day of monotony has gotten me to the point,
I'm like a snail I've got to formulate a plot,
or end up in jail or shot
Success is my only motherfuckin option, failure's not
Mom I love you but this trailer's got to go
I cannot grow old in Salem's Lot
So here I go it's my shot, feet fail me not
This may be the only opportunity that I got

(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 (go)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This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 (go)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This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u better..)

You can do anything you set your mind to,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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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고독 2007-02-25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se youself 저 노래 듣고 순간 숨이 멈추었다는....단 한번의 행운을 잡을 것인지 놓칠것인지....좋은 영화에 좋은 노래. ^^
 



  장래 시인이 되고 싶었던 한 청년에게 총 556만원을 훔친 상습절도죄로 징역 17년 형이 내려졌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의 동경 전경환이 새마을 사업 비리로 약 70억 상당의 돈을 횡령하고 징역 7년형이 내려졌으며, 2년 3개월 뒤 풀려놨다. 17년형을 받은 한 청년은 이에 반발하며 1988년 10월 8일 교도소 이감 중 동료 12명과 함께 탈주에 성공하여 서울 한 복판에서 9일간 인질극을 벌이다 죽었다.

  영화 <홀리데이>는 그런 영화다. 1988년 대한민국에서 서울 올림픽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던 인질극을 그린 영화다. 그 인질극의 주인공 지강헌을 그린 영화다. 지강헌은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시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상습 절도로 17년을 선고받았으며,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이 자신보다 훨씬 많은 70억을 횡령하고도 2년 3개월만에 풀려나자 분노했다. 정당한 분노였다. 분노란 것에 '정당한'이라는 수식어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그것은 당연했다.

  대부분의 탈옥수들이 잡혔지만, 지강헌을 비롯한 총 4명은 이후 8일간 강도짓을 하며 버텼고, 서울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 들어가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의 포위를 받고, 일부는 자살, 지강헌 역시 할 말을 다 한 채 깨진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했으나, 숨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경찰의 총탄 두 발을 맞아 다음날 죽었다.



  지강헌은 경찰의 불심검문에도 단 한번도 걸리지 않았으며, 기회가 있었기에 충분히 도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애초 탈주를 시도한 원인이 되었던 것에 대해 할 말을 다 하고자 인질극을 벌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죽어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있으면 죄가 있어도 죄가 아니고, 돈이 없으면 죄가 없어도 죄가 있다. 물론 지강헌은 상습절도죄로 수감되었지만, 그의 불우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그는 그의 희망대로 훌륭한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켰고, 그 책임을 환경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일만한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죽어갔다. 비지스의 홀리데이 대신 스콜피언스의 홀리데이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그는 자신의 원대로 말을 다 한 채 죽어갔다.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이 사회는 너희처럼 큰소리치는 놈들이 망쳐 놓은 거다! 너희 같은 놈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고, 돈 없는게 죄다! 나는 돈 없고 빽 없는 놈이라 이렇게 된 거다! 도둑놈? 범죄자는 바로 너희 같은 놈들인데.... 바로 너부터 죽여버리겠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고 죽겠다! 영등포 교도소에서 죽지 못한 게 한이다 ‘有錢無罪, 無錢有罪’ 우리나라 법이 이렇다!”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내 할말 다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시를 한편 남기겠다. 내 유언을 한마디로 줄이면 나는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던 염세주의자이다!”

  이것이 지강헌이 남긴 말이다. 나는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던 염세주의자라는 말. 그는 정말 그랬을 것이다.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세상에 대한 비관은 세상에 대한 증오로 바뀌었다. 증오는 희망으로 변하지 않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88년 지강헌이 죽어가며 한 말이지만 2006년 아직도 이 말을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얼마전 판사들이 변호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판결을 내려줬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한 두명이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꽤나 높은 직책에 있는 이들조차도, 우리가 믿고 우리의 죄를 심판해달라고, 우리의 억울함을 벗겨달라고 요청해야할, 판사들이 뇌물을 받고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그 판결은 애초 요구받았던 그대로였다. 돈이 있으면 확실히 죄가 있어도 죄가 아니다. 그리고 돈이 없다면 죄가 없어도 죄이다.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어서 정육점에서 고기를 훔치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훔치다 잡혀간 사람들, 물론 그들은 죄를 지었다. 절도죄를. 하지만 그것은 순수하게 그들의 잘못이라 말 할 수는 없을 터이다. 돈이 없으면 반드시 죄가 되는건 아니지만, 죄를 저지르기 쉽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직도 유효하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앞으로 20년이 지난 뒤에 이 말이 입가에 다시 맴돌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안다. 그것이 오직 희망사항이란 것을. 정의는 언제나 현실과 멀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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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7-26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有錢無罪 無錢有罪 라는 말! 요즘이 더 맞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06-07-2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며 당시 뉴스에서 나오던 장면이 겹쳐지더군요. 저 창살 장면 .. 미화된 부분도 있었지만 괜찮았던 영화에요..

마늘빵 2006-07-2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린시절이라 이런 사건이 있는줄도 몰랐어요. 나중에야 알았죠.

책방마니아 2006-07-2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이런 사건 있는지 정말 몰랐단 말이야? 우리 초등학교 3학년 땐가 이 사건이 티비에서 생중계로 방영되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1988년 올림픽을 열면서 (당시 정부의 정당성을 국내외적으로 인정 받기 위한 꼼수였다고 볼 수 있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서울 내 빈민촌 등이 철거되는 과정이 씁쓸하게 느껴지더라. 근데 이 영화 속 가상의 인물을 연기한 최민수 말이야. 목소리 너무 오버하는 거 같더라. 비열한 연기를 하는 것 까진 좋은데, 너무 겉멋 들이는 것 같아 좀 거슬렸음 ~

마늘빵 2006-07-2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민수 연기는 항상 좀 그렇더라구. 느끼하구 오버하는 느낌. 음. 난 이런 사건 있는줄 몰랐는데. 그때 내가 뭐 하고 놀았길래 그렇지. 하긴 그땐 뉴스같은거 거의 안봤어. -_-
 

* 스포일러 경고

  조디 포스터, 덴젤 워싱턴, 윌리엄 데포 라는 특급 배우와 스파이크 리 라는 검증받은 감독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시나리오의 주인공이다. 매년 수없이 많은 헐리우드 액션/범죄/스릴러 영화들이 출몰하지만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이제 더 이상의 신선한 소재들이 나올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같은 신선한 영화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략 다 거기서 거기. <인사이드맨>은 다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를 압도한 것은 배우들도 감독도 아니었다. 화려한 액션씬도 아니었다. 줄거리였다. 시나리오.

  러셀 게르위츠. 그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도 그런 것이 그의 데뷔자이 <인사이드맨>이니 뭐 할 말 있겠는가. 롱아일랜드 출신에, 컴퓨터 공학자였다가 부동산 중개업까지 두루거쳤다는 그는 <인사이드맨>의 시나리오로 대번에 헐리우드의 행운아가 되었다. 물론 운 뿐 아니라 그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이 영화의 성공 이후 그는 이후 두 편의 범죄영화 시나리오를 주문받았다고 한다.



* 푸른페인트작업복에흰마스크에검은선그라스. 너는 누구냐.

  "범죄가 인질의 경계가 사라진 그곳에서 완전 범죄는 시작된다" 
  
  월 스트리스의 한 은행이 대낮에 무장강도 몇 명에 의해 점령됐다. 수십명의 고객과 은행직원들이 있었고, 경찰도 있었지만, 순식간에 은행은 범죄의 현장으로 둔갑했다. 핸드폰과 열쇠를 압수당하고, 남자와 여자로 분류되어 속옷을 제외하고 다 벗은 채 푸른색 페인트 작업복과 하얀 마스크가 주어졌다. 인질과 범인은 구별되지 않는다. 다만 총을 들고 명령하는 자가 범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곧 알쏭달쏭해진다. 범인은 인질로 위장하고 인질 틈에 뒤섞여있다. 누가 인질인지는 모른다. 누가 범인인지도 모른다.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인질 틈에 섞여있는 범인의 얼굴을 봤다 해도 그를 범인이 아닌 같은 인질로 봤으니 더우 헷갈릴 밖에.

  은행에서 없어진 것도 없고, 죽은 사람도 없다. 범죄현장은 특공대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현장은 마무리되었지만 범인도, 사라진 돈도, 죽은 사람도 없다. 당연히 범죄현장이라고 할 수 도 없다. 몇시간동안 인질을 붙잡은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이대로 사건은 마무리 될 것인가. 완전 범죄는 가능했다. 그것은 내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의외로 간단하다. 사라진 것은 은행소유주가 나치 치하에서 돈을 긁어모았다는 문서와 다이아몬드. 그러나 계좌에 기록되어있지 않으니 없어졌다 할 수도 없고.

   이런 어이없는 영화는 처음이다. 사건은 미해결로 끝났다. 아니 그것을 미해결이라고 해야하는가. 담당형사의 상사의 말마따나 없어진 것도, 다친 사람도 없으니 된거 아니냐. 묻어라. 월 스트리트 한 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인질극은 그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묻혀지게 생겼다. 정말 어이 없다. 하지만 와 이런 시원한 영화가 있나 싶다. 결코 이 영화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 128분,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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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제일 인기 없는 감독, 김기덕.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버림받은 감독, 김기덕. 
  그치만 유럽에서 제일 잘나가는 감독, 김기덕.

  김기덕 감독 만큼이나 말 많은 감독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감독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완성된 영화를 걸만한 극장이 없는, 상반된 두 가지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가학과 피학의 변태성, 그리고 적나라한 잔인함, 여성비하적 태도 등이 대중이 싫어하는 주된 이유일 터이다. 남성보다는 많은 여성들이 김기덕 감독을 싫어하고, 또 그를 좋아하는 매니아적 여성팬층도 있는 것은 또다른 묘한 모습이다. <해안선>이라는 영화 역시 그가 지금껏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이다. 장동건이 주연으로 출연했다고 해서 세간의 관심을 좀더 이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기덕 표' 영화는 어디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군대생활의 장면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현재에는 찾아보기 힘든 요소들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군대가 민주화된다 하더라도 역시 군대인 점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변할 수 없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왜냐면 군대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민주화된 현대의 군대에서 이 같은 장면들이 많이 사라진 것은 또 사실이지만, 지역에 따라, 부대에 따라 차이가 있고, 여전히 어떤 곳은 이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또다른 사실일터이다. (참고로 내가 근무했던 강원도 강릉의 어느 부대 또한 그러했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많은 부분을 몸소 체험했다. 당하는 자로서) 소위 말하는 까라면 까 정신. 하라면 한다, 할 수 있다, 등등의 무대뽀식 상하 명령과 복종의 체계. 내가 군대를 싫어하는 주된 요인이다.   영화는 이를 적나라하게 그대로 보여준다.

   "경고! 밤 7시 이후 이곳을 접근하는 자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사살될 수도 있습니다" 

  간첩 잡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강상병. 군사 경계 지역 안에서 야밤에 쾌락을 즐기던 남자와 여자. 강상병의 야시경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잡히고 그대로 발포, 사살. 남자는 포탄에 온몸이 찢겨죽고, 여자는 미쳐버렸다. 괴물체를 잡았다는 이유로 포상을 받은 강상병은 휴가 중 애인으로부터 버림받고, 부대에 왔으나 정신이상으로 의가사제대, 하지만 그는 미친 채 다시 부대로 돌아와 부대원들을 하나 둘 사살한다. 정사를 벌이다 애인이 죽어버리고, 자신은 미쳐버린 미영은 헤헤 거리고 주변을 돌며 부대원들와 섹스를 하고, 임신한다. 동생의 임신을 알게 된 오빠는 끝내 그들 중 하나를 찔렀다가 경찰서로 연행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영화에서 다소 작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 것도 사실이지만, 감독은 대한민국의 군사적 현실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간첩을 잡기 위해 밤에 잠도 자지 않고 눈에 불을 켜고 해안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들이 간첩이 아닌 민간인을 사살하고 표창받는 어이 없는 현실을, 죄 없는 사람 죽이고 포상휴가까지 받은 병사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 없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미쳐가는 현실을, 남들이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소대장을 비롯한 부대원들이 미친여자를 강간하고 임신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야밤에 초소안에서 아이를 지워버리는 그런 현실을. 너무나 작위적이라고 말 할지 모르지만 해안경계근무를 서며 부대에 근무해본 경험으로 말하건대, 현실과 많이 어긋났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민간인과 군인의 충돌로 인한 사고사례는 하루에도 몇건씩 접수되고 있으며, 군인의 민간 여자 강간, 강도, 폭력, 절도 등등의 사건들은 상당부분 병사들에게 전파되지 않고 묻혀진다. 그것이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이다.

  군대 중 죽은 병사는 '자살'처리는 기본이다. 백일 휴가를 앞두고 잔뜩 들떠있던 한 녀석이 어느날 아침 바다 위에 시체로 둥둥 떠있다면, 그것은 자살이다. 군대는 재조사를 요청하는, 의문사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자살로 결론내린다. 7,80년대의 일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이다. 민주화 민주화 그러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상당 분야에 있어 민주화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며, 군대 또한 그곳 중 한 곳에 불과할 뿐이다. 병사들의 복지를 위해 월급을 올렸다는, 병영생활개선을 위해 좁은 침상이 아니라 침대를 놓겠다는, 컴퓨터를 통해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밥을 줄이고 반찬의 종류를 늘리겠다는, 기타 등등의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그저 겉모습에 불과할 뿐이다.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외치고, 캠페인을 한다고 해도, 군대에서는 결코 폭력/가혹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군인들이 더 잘 알며, 군대 내에서 행해지는 부적절한 행위들의 상당수가 아무렇지 않게 소초장 선에서, 중대장 선에서, 대대장 선에서 무마된다는 것 또한 군대를 다녀온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터.

   영화 <해안선>은 우리나라의 군대 현실에 대한 많은 부분을 생각케해준다. 한번쯤 꼭 봐야할 영화이다. 군대에서 <블랙호크다운> 같은 전쟁영화를 보여주며  저 장면에서 쓰이는 장비가 무엇이라는둥 하는, 전쟁의 참혹함은 배제한 채 전쟁을 즐기고 있는 군대 간부들이여 각성할지어다. <블랙호크다운>을 통해 당신들이 병사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은, 각종 신종 화력무기의 강력함이 아니라 전쟁의 참혹함이다. 군대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한참 군대문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던 <한겨레21>의 구독을 못하게하는 것도 그들의 잘못이다.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조직은 언젠가 와해될 수 밖에 없다. <해안선>과 같은 영화를, 군인이라면 꼭 봐야한다. <국방신문>에는 주적 북한을 없애자 류의 글이 아니라 군대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점들을 알리는 글이 실려야한다. 현실에 눈감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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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마니아 2006-07-2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군대를 안갔다와서 그런지. 이 영화 보고 해병대 (영화 실제 배경) 출신이 제법 멋있어 보이더라구. 장동건의 연기 변신도 넘 멋있었구. 이 영화 촬영할 당시 배우들이 고생 무진장 했다더라. 김기덕 감독이 해병대 출신이라서 scene 하나하나를 실감나게 만들려고 지옥 훈련을 시켰다더라.
너 이 참에 '용서 받지 못한 자'도 한 번 보지 그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과 동명인데. 우리랑 동갑내기 감독이 작년도에 중앙대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거야. 난 해안선 볼 때완 달리 이 영화 보고 군대는 정말 안좋은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너가 이 영화 보면 저절로 욕이 나올 꺼다. 강추!!!

마늘빵 2006-07-2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영화 제목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음. 그렇군. 그거 한번 보고 싶군. 김기덕이 해병대 출신이었나 근데? 흠. 안어울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