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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300호 2011.07.20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대표적인 출판 잡지, 기획회의. 잡지의 제목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잡지가 되어버렸는데, 때문에, 출판 관련 잡지를 찾으려고 검색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정보가 없다면, 이 잡지를 찾아낼 수 없을 것. 몇 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후 몇 차례 구입해 보았다.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이다보니 매회마다 기획을 새롭게 할 수는 없을 것.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신선한 정보와 기획을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300호는 기념 특집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선정했고,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에게 글을 의뢰했다. 특집답게 책의 분량도 늘어났고, 가격도 두 배다. 판매지수를 봐도 과월호에 비해 월등히 많이 팔렸음을 알 수 있다. 기획이 독자를 사로잡고, 책의 판매량을 좌우하는 것. 굳이 베스트셀러 단행본이 아닌 출판 잡지만을 놓고봐도 알 수 있다. 300호에 300인의 저자. 인원 수의 선정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데, 적당한 시점에서 정리는 잘 했다. 혹, 어떤 저자는 자신이 빠진 것에 대해서 서운해 할 수 있겠다.
기획회의 입장에서는 300인의 저자를 선정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작업이었을 것 같다. 아마도, 인터넷 서점 창을 열어놓고 분야별로 스크롤을 쭈욱 내리면서 검토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평소 저자 위주로 살펴본 사람이어도 이렇게 300명만 골라 선정할 때엔 분명 빠지는 이들이 있을 테니. 어느 한 쪽으로 편중되거나 빠뜨리지 않도록 검토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쏟았을 것 같다. 한 번쯤 이렇게 한국에서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하는 저자들이 누가 있는지 정리하는 것도 괜찮고, 내가 평소 관심 갖고 있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저자들로는 누가 있나 훑어보는 계기도 된다.
(참여하신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다음과 같이 선정 과정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문광부의 우수 교양 도서를 비롯하여 최근 5년간의 각종 추천 도서 목록, 기획회의에서 언급되었던 저작물 목록 등을 취합해서 1차 참고 목록을 만들고 선정 자문 위원들이 그 목록을 놓고 첨삭을 해서 최종 후보 목록을 만든 뒤에, 필자들에게 제공하고 여기에 각 주제를 맡은 필자들이 글을 쓰시려는 방향에 따라 다시 첨삭을 가하고 최종적으로 선정 자문 위원들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선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기념 특집에서 좀 아쉬운 것은, 필진 후보가 없었는지 썼던 사람이 여기저기 수 편씩 썼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심지어 글을 네 편 가량 쓰기도 했는데, 여러 편 쓴 필진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기획회의가 300인을 선정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누가 그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여기 실린 글이 함량 미달이거나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거나 하진 않는다. 한 사람이 여러 글을 썼더라도 중복을 피하려 했을 것. 그치만 글을 읽는 맛을 위해 한 사람이 각각 하나의 글만 썼으면 어땠을까.
(위와 관련해서도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기획회의 자체의 열악한 운영 시스템으로 인해 빚어진 불가피한 일임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매 회 이렇게 신선한 기획으로 독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한 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기구독을 신청하기엔 내겐 그 한 방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매번 눈길이 갈 때만 지갑을 연다.
덧) 아쉬운 점 하나 더. 책의 후반부에 300인의 저자들의 대표 저작물을 표 안에 함께 기록해두었는데, 해당 저자의 대표작을 정작 빼놓고 부차적인 저작물을 넣은 경우가 보인다. 탁석산의 경우는 심했는데, 그의 주 저작은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의 주체성>이라고 봐야 한다.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와 같은 책은 그를 대표할 수 없다.
('덧'과 관련해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잡지의 어디에도 '대표작'을 선정했다는 말은 없었지만, '최근 5년작'이라고 표기하지도 않았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독자가 '대표작'으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