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의 꽃과 여우를 읽었다. 한국어보다는 일본어가 익숙하고 능숙한 세대, 의 시인. 목에서 손이 나온다라는 표현이 눈에 밟힌다. 도스토예프스키, 혹은 일본어. 

 

 

 

역사에 대한 피해의식이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감과 김수영에 대한 대타의식으로 나아간 점은 흥미롭다. 일종의 도피일 터인데, 만석꾼 집안의 장남이라고 표나게 강조하는 것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김춘수의 시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가 있지 않지만, 그의 시론과 시의 연계성은 흥미롭다. 시를 쓰고 이에 대해 해명 내지는 변명을 왜이리 되풀이 하는 것일까. 이 '자전 소설'이라는 꽃과 여우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위 '무의미 시'에 대해 이것은 이러한 의도와 치밀한 계획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을 은연중 드러낸다. 

시라는 텍스트가, 시론과 자전소설이라는 텍스트들과 함께 짜여져서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층위들을 구분해야 할까, 구분하지 말아야 할까. 어떻게 짜여져서 의미를 발생시키게 되는 지점이 오히려 관심이 간다. 의미 발생의 순간이랄까. 빼곡히 주석 달린 황무지는 주석이 텍스트 내적으로 있으면서 시-텍스트와 구분된다면, 김춘수의 시와 시론은 개별 텍스트면서 연동된다. 김춘수에 대해 글을 쓸 기회가 있다면,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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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수 시 읽기 준비 모임으로서, 최라영 선배의 박사논문을 읽었다.  계속 파헤치고 싶은 것은 김춘수의 '무의미시'라고 할 때, 이것이 문예론적 분류 기준이나 정의가 있는 개념으로서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김춘수가 자신의 시를 '무의미시'다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이를 '무의미시'라고 규정하고 분석하는 지이다. 

우선 연구의 목적이 김춘수 시의 풍요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김춘수 시 자체를 보다 꼼꼼히 분석하면서 김춘수의 시론을 서브텍스트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 논자들은 김춘수의 시론에 보다 관심이 있어하며, 김춘수 시론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하여 이것이 시에 어떻게 드러나고 또 어긋나는지를 논의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김춘수 시는 학부때 전부 구해서 훑어봤던 기억이 난다. 나름, 시를 쓰기 위한 수업(?)의 일환으로서 그렇게 읽었는데, 벌써 거진 10년전의 일이니 기억은 하나도 안 난다..... (나의 기억력이란;;;) 어쨌든 이번에 다시 한번 꼼꼼히 모든 시작품을 독해 후에, 김춘수나 그 후예들에 대해 더 이해하고 싶다. 

  

 

 

 

 

 

 

어쨌든 최라영 선배의 글 중에서는 들뢰즈의 "특이성"이나 "계열화" 개념을 원용하여 시를 분석한 것은 다양한 의미를 끌어내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 이러한 시 분석이 더 많고, 더 끝까지 해석하고 그 의미부여를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데 이는 '무의미시' 뿐만 아니라 모든 시에 해당되는 독법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든다. '계열화'라는 것. 지금와서 표지를 보니 나도 저 책은 분명 사두고 들여다도 본 기억이 나는데, 도대체 요즘은 책이 어디다 사라졌는지 찾을 수가 없다. 결혼하면 책 정리나 실컫 해서, 책을 못 찾는 일이 없도록 해야지 라는 다짐 뿐. 

 

 

 

 

그리고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원용할 수 있다는 김유중 선생님의 말씀에, 이 책들도 쟁겨놔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거 번역이 어쩔지 의문인데, 새학기는 김춘수, 김수영, 김기림이라는 세김을 우선 연구대상으로 삼을 것 같다. 

내가 들여다보고 싶은 것도, 그람시와 김광균이니, 어찌됬든 모두 'ㄱ'부터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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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6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9-01-1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산책님 ㅜㅠ 죄송죄송 제가 올해에는 복학준비, 결혼준비로 정신이 없네요. 그립네요 다시 그 공부모임 >.<

릴케 현상 2009-01-1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결혼이라굽쇼^^ 축하해요. 결혼 과정은 실시간 사진 업데이트 부탁합니다. 그럼 다음 기회에
 

김춘수의 시론과 시를 읽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오세영 선생님의 "무의미시의 정체 -김춘수론", <<20세기 한국시인론>>, 월인, 2005. 를 읽었다. 

선생님 특유의 논리성. 그러나 역시 오세영 선생님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김춘수에 대한 언급도 언급이지만, 오세영 선생님 자신의 학문적 전제와 시인으로서의 당신의 태도 사이의 간극 등등을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김춘수의 '시론'을 파악할 때, 우선 선생님은 서구 문예학적으로 이 '무의미 시'라는 것을 따져보고 이를 서구 학술적 용어로 비추어보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처음 글을 읽을 때는 어리둥절하다. 

김춘수라는 시인이 나름의 용어로 자신의 '시론'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학자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그 내부에서 의미를 추론하고, 나아가 이를 외부와 견주어보고 또 시와 비교해보는 것이 일반적 패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생님은 김춘수에 대해 비평가적 논법을 활용하여 이를 비판한다. 아마 이상-김춘수-이승훈 시인으로 내려오는 계보와, 박목월-오세영으로 내려오는 계보 사이의 역학 관계도 추론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현장에서 시를 쓰고 비평을 쓰고 학문을 하는 입장이고 글을 계획했던 당시에는 김춘수 시인도 살아계셨으니까. 이 글 발표 즈음해서 김춘수 시인이 사경을 헤매서, 오세영 선생님께서도 못내 마음 아파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예전에 민음사에서 나왔던 것보다 훨씬 분량이 추가된 시전집과 시론전집이 나왔다. 이왕이면 김춘수의 자전소설집 "꽃과 여우"까지 포함해서 '김춘수 전집'이 간행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이상전집"이나 "김기림전집"처럼 관련 연구도 제시하고 그러면 연구자 입장에서는 편했(?)을 터인데...) 

 

어쨌든 김춘수의 시론을 연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선은 김춘수 시론을 자체내에서 꼼꼼히 따져보면서 내적 논리를 살피고, 이를 당대 한국시단이나 세계시단 속에서 위치시킨 후에, 이것과 김춘수 시와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나저나, 김춘수는 60년대 이후로 '시론'과 '시'의 연계로 유명해졌는데, 시만 읽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기 때문. 이렇게 일종의 운동으로서의 시로, 그야말로 '아방가르드'인데, 통합적 이성을 비판하며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려고 한다는 것에는 솔깃해 진다.  

김춘수를 이해하면, 이상-김춘수-이승훈-황병승 같은 계보(?)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김춘수 읽기를 시작해본다. 

 

 

 

 

 

 

 

(어쨌든 나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계보인데, 이 기회에 친하게 지낼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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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는 꽤 좋아하는데, 이번에 향수를 읽다가는, 문득 최영미가 떠올라졌다. 식민지시기 30년대말의 자기고발문학과 비교해봐도 흥미로운데, 흔히 말하는 '후일담 문학'이라는 것의 윤리학이랄까. 이것이 밀란 쿤데라에서 어떻게 특이한 지점으로 들어나는가가 흥미로울 것 같다.

물론 시와 소설이라는 차원, 체코와 한국이라는 차이 등이 있지만, '되돌아옴'이라는 것. 그리고 왜 차이들이 발생하는 가를, 장르 선택의 층위부터 시작해서 파고들어갈 수 있을 법하다.

쿤데라의 소설쓰기는, 한 편으로는 매우 이기적으로 보인다. '남겨진 자들'인 체코인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 이것이 연대하고 있는 아픔들이 있고, 고발하고 있는 폭력들이 있다. 최영미도 그렇게 말해졌었다. 여성-운동권 등등.

이제 15여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이에 대해, 이의 윤리성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시기이지 않을까. 우선 본격적으로 쓰고 싶은 글의 목록에 하나 올려놓는다.

이기적 연대, 또는 후일담 -밀란 쿤데라와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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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 2008-11-07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시네요..ㅎ닉네임이 바뀌어서 한동안 어리둥절했습니다. 복무는 아직 안 끝나신건가요? 추운데 건강하시길..

기인 2008-12-2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막, 복무 끝났어요 ^^ 다시 닉네임 바꾸고 활동하려고요 ㅎㅎ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
 

할아버지, 대전 현충원에 모시고, 오늘 돌아왔습니다.

참, 할아버지가 많이 그립네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를 가장 닮은 손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항상 골방에서 책만 읽어서 그런거죠..

이렇게 갑자기 가시게 될 줄 몰랐는데, 너무 할아버지가 그립습니다. 80이 넘으시고, 할머니를 먼저 보내시고, 부쩍 늙으셨다는 많이 야위셨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언제나 누구보다 정정하시고, 누구보다 빨리 성큼성큼 걸으시던 할아버지였는데...

마지막 할아버지가 의식이 있을때 뵈었던 것은,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 잠깐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니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하던 것이랑 정말 많이 달러. 노인의 몸이란 전혀 상상하던 것이란 다르다.." 라고 하시던 말씀이 마지막이었네요..

할아버지의 웃음, 할아버지의 이야기들, 커피를 가져다 드리거나 하면, '고마워'라고 하던 목소리... 할아버지 어린 시절 농고에서 고생하던 이야기, 해군사관학교 입학해서 동기생 절반이 '빨갱이'로 총살당하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시며 그 광경의 아이러니한 희화성을 말씀해주시던 이야기, 6.25때 부상당하던 이야기, 기관총 파편을 맞으실 때의 느낌, 전쟁 상황 중의 멍한 기분, 베트남 전쟁 때 어뢰로 모두 폭사당할 뻔 이야기, 베트남 전쟁이 질 수 밖에 없는 전쟁인지 느끼셨던 이야기 등등..

언제나, 언제나 창원에 가면, 할아버지가 평생 다시 짓고 계시는 집에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렸을 떄, 할아버지가 마작과 노트럼프라는 카드게임을 가르쳐 주시던 것, 트럼펫 카드를 멀리 던지는 법을 가르쳐 주시던 것, 영어 단어들을 외우게 시켜서 1등에게는 초콜릿을 많이 주시던 것, 나무를 깍아 자동차를 만들어주시던 것 등이 생각이 나네요.

그러다가 한달 전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계속 혼수상태셨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면회때 뵈고 다리를 주물러드리고 하면, 몸을 움직이시고, 잠투정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뒤척이셔서,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장례를 치루면서, 큰아버지에게서부터, 제가 몰랐던 할아버지에 관련 이야기들을 들으니, 청년, 장년 할아버지의 모습이 조금씩 제가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미국 유학시절 '여호와의 증인'을 굳게 믿게 되셔서, 한국 돌아온 이후에 그 때문에 군 내부에서 문제가 많았던 이야기.. 상관에게 반항해서 대위에서 소령으로 올라가는 시점에서, 소령에서 중위로 2계급 강등되셨다는 이야기.. 그 때문에 자기보다 해군사관학교 1기 후배의 차 얻어타고 다녀야 해서, 항상 후배 집 앞에서 꼳꼳히 서서 기다리셨다는, 융통없이 꽉 막혀서 사셨다는 이야기.. 감찰관 때는 쌀한가마니 뇌물로 들어온 것을 그대로 돌려보내시고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는 이야기 등등..

모두 제 기억 속에 있는, 항상 웃으시고 온화하고, 언제나 미국소설이나 시사지, 또는 일본 문예공론등을 스탠드 불빛 아래 누워서 읽고 계시거나, 아니면 팔을 겉어붙이고 담장을 쌓거나 천장보수를 하고, 초여름에도 두터운 내복과 털모자를 항상 끼고 계시던 70~80대 노인과는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할아버지가 그리워지게 되네요.

이제 더 이상 할아버지를 못 뵈게 된다는 것이 참 슬프네요.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는, 참 내가 해드린 게 너무 없고, 할머니에 대해서 아는게 너무 없다는 것이 슬펐는데.. 할아버지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게 너무 슬픕니다. 많이 그리워요..

여자친구한테도 할아버지 보여드리고, 할아버지에게도 여자친구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여자친구한테, 나한테는 이렇게 재미있고 똑똑한 할아버지 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는데..

이제 벌써 늦었네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편히 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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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10-22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께.. 이런 마음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께요-
마음은 말이 없어도 전달되는 것인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더불어 할아버님께서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kklpower 2008-11-0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보니 나도 마음이 아프구나. 나 또한 할아버님께 기인의 마음이 닿으리라 믿는다. 낼부터 내게 찾아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더욱 잘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