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의 시론과 시를 읽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오세영 선생님의 "무의미시의 정체 -김춘수론", <<20세기 한국시인론>>, 월인, 2005. 를 읽었다. 

선생님 특유의 논리성. 그러나 역시 오세영 선생님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김춘수에 대한 언급도 언급이지만, 오세영 선생님 자신의 학문적 전제와 시인으로서의 당신의 태도 사이의 간극 등등을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김춘수의 '시론'을 파악할 때, 우선 선생님은 서구 문예학적으로 이 '무의미 시'라는 것을 따져보고 이를 서구 학술적 용어로 비추어보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처음 글을 읽을 때는 어리둥절하다. 

김춘수라는 시인이 나름의 용어로 자신의 '시론'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학자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그 내부에서 의미를 추론하고, 나아가 이를 외부와 견주어보고 또 시와 비교해보는 것이 일반적 패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생님은 김춘수에 대해 비평가적 논법을 활용하여 이를 비판한다. 아마 이상-김춘수-이승훈 시인으로 내려오는 계보와, 박목월-오세영으로 내려오는 계보 사이의 역학 관계도 추론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현장에서 시를 쓰고 비평을 쓰고 학문을 하는 입장이고 글을 계획했던 당시에는 김춘수 시인도 살아계셨으니까. 이 글 발표 즈음해서 김춘수 시인이 사경을 헤매서, 오세영 선생님께서도 못내 마음 아파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예전에 민음사에서 나왔던 것보다 훨씬 분량이 추가된 시전집과 시론전집이 나왔다. 이왕이면 김춘수의 자전소설집 "꽃과 여우"까지 포함해서 '김춘수 전집'이 간행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이상전집"이나 "김기림전집"처럼 관련 연구도 제시하고 그러면 연구자 입장에서는 편했(?)을 터인데...) 

 

어쨌든 김춘수의 시론을 연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선은 김춘수 시론을 자체내에서 꼼꼼히 따져보면서 내적 논리를 살피고, 이를 당대 한국시단이나 세계시단 속에서 위치시킨 후에, 이것과 김춘수 시와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나저나, 김춘수는 60년대 이후로 '시론'과 '시'의 연계로 유명해졌는데, 시만 읽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기 때문. 이렇게 일종의 운동으로서의 시로, 그야말로 '아방가르드'인데, 통합적 이성을 비판하며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려고 한다는 것에는 솔깃해 진다.  

김춘수를 이해하면, 이상-김춘수-이승훈-황병승 같은 계보(?)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김춘수 읽기를 시작해본다. 

 

 

 

 

 

 

 

(어쨌든 나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계보인데, 이 기회에 친하게 지낼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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