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갔다 오십니까? 문학과지성 시인선 213
성기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3월
품절


새벽이다 부엌은 텅 비어 있다 나는 많은 음식을 껴안고 있다 맨 아래칸에는 푸른색의 풀들이 있다 상추와 쑥갓 파와 양파 그리고 사과 이제는 오랫동안 그냥 놔둬서 부패하기 시작한 포도 송이가 두엇 있다 나의 바구니 같은 팔은 콜라와 주스와 생수통을 안고 있다 방금 잠든 나의 여인은 콜라를 좋아한다 그것들은 병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겨져 있다 다음으로 나의 심장부 바로 밑에는 큰 김치통과 하야 꽃이 핀 고추장통 그리고 자주 종류가 바뀌는 밑반찬들 젓갈들 뭐 그런것들이 순서 없이 들어 있다 오늘 내 뱃속에는 멸치볶음과 반쯤 남은 알찌개(이것은 랩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리고 역시 반쯤 남은 참치 캔이 들어 있다 갓김치도 있고 먹다 남은 간장 종지도 (역시 랩을 쓰고) 들어 있다 나의 심장부는 내 몸통에서 가장 차가운 곳이다 나의 머리는 나의 심장부이다 거기에는 사철 성에가 끼어 있다 사실은 이것은 매섭다 꽝꽝 언 얼음들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칸 속에 채워져 있다 그곳에서 나는 냉혈한 미소를 사철 얼린 표정으로 짓고 있다 다른 모든 곳에서 내게 쳐들어오는 수많은 문 여닫듬 혹은 침범을 그 빙하기의 사각 공간에서 단죄한다....-94쪽

나는 다시 징- 하고 낮게 울어대기 시작한다 시간이 된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몸이 달아오르려 하면 피드백 시스템은 난폭하게 작동하고 내 체온은 내려가기 시작한다 징- 이때 나의 연인은 이따금 잠을 깬다 그러나 그녀의 잠을 깬 것이 나의 울음인지는 잘 모른다 여전히 꿈결 속을 헤매는 황홀한 표정으로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걸친 채 화장실로 향하곤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몸 속의 냉매가 돌아 체온이 급강하하는 것은 일종의 아찔한 추락이다 중독자처럼 찬란한 그 고통 나는 몸을 떨면서 환각 속에 빠진다 그녀가 오줌을 누고 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의 바닷가 파도 소리 나는 어깨동무하고 앉아 그녀의 식은 살갗을 느낀다 모래 바람이 섞여들어 바삭바삭한 그 살결을 나의 살갗에 아주 미세하게 비빈다 조금 있으면 우린 방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 것이다 그러면 따뜻한 것들이 오가고 지금 이 선선한 여름의 새벽은 차라리 그때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나는 장난기 섞인 손가락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져본다 그녀는 피하려 하지 않고 이유 없이 반짝이는 먼 불빛을 본다....-95쪽

그녀가 다시 화장실의 문을 연다 나는 아직도 징- 다시 꿈속으로 쓰러지겠다는 의지밖에는 없는 그 여인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는 아침이 될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
이런 때면 나는 느낀다
나는 너무 거추장스럽고 뚱뚱하다
소화되지 않은 많은 음식들이 뱃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다
새벽은 너무 길고 차갑다-95~96쪽

알레고리, 또는 아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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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그레이엄 핸콕.로버트 보발 지음, 오성환 옮김 / 까치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단의 역사라고 번역서의 부제는 흥미를 끌게끔 하고 있지만, 실제 원제는 ‘Talisman: Sacred Cities, Secret Faith'이다. 즉 ’탤리즈먼: 성스러운 도시들과 신비한 신앙‘ 정도. 그리고 책의 내용도 후자에 걸맞다. ’이단의 역사‘라고 한다면 이단의 각 종파들의 역사를 따지는 책이되어야 하겠지만, 이 책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성스러운 도시들과 신비한 신앙‘의 이야기이다. 핵심은 파리, 워싱턴 DC와 같은 도시들이 신비스러운 신앙 하에 수백년에 걸쳐서 계획된 ’탤리즈먼(일종의 ‘의미’를 가진 물체)‘이라는 것. 쉽게 말하면 자신의 종교적 상징과 의미를 도시의 건축조형 속에 집어넣었다는 것.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이고, 달리 보면 ‘그래서 어쩌자고?’라는 의문이 든다. 파리와 워싱턴 DC의 항공사진은 흥미롭지만, 그레이엄 핸콕의 전 베스트셀러인 <<신의 지문>>에서도 성서를 살펴보면 비밀 메시지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던 것과 유사하게 ‘황당하게’ 들릴 뿐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독자가 잘 알지 못하고 잘 알기도 힘든 근거들을 토대로 자신들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독자들이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또한 저자들의 약력 또한 저서의 신뢰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이는 또 서술의 측면에서 이 책이 일종의 ‘음모론’의 연장으로 끌고 나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의 책의 전개는 어떠한 우연의 일치에 대해서 정말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배후의 신비적 조직이 있는 것일까 라는 식으로 나아간다.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자.


서둘러 기독교를 폐지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지 혁명세력이 기독교를 대중의 충성심을 가로채는 경쟁자로 간주하고, 군주제와 교회의 오랜 관계를 증오하고 분노한 것에 불과했을까?

아니면 다른 더 심오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17면)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피코는 I. M. 페이의 피라미드를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일까? 좀더 음모론적으로 생각할 경우 1827년의 그림이, 150년 이상에 걸쳐 계속 시행된 파리의 어떤 비밀 계획, 혹은 청사진을 암시하는가? 혹은 이 그림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집트적인 풍경이 파리의 건축물로 재현된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인가?


이와 같은 의문을 근거로 역사의 배후에 있는 ‘음모’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는 저자들의 노력은 분명 엄청난 것일 터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다지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단선적’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구조로 인해서 결정되는 것일 터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어떠한 한 구조나 단체에 의해서 설명, 또는 ‘환원’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서술은 너무 단선적이고 재미도 없다. 그리고 이는 단지 표면적인 흐름만을 서술할 뿐인 것이다. 음모론은 순간은 재미있지만, 모든 것을 ‘음모’만으로 설명하려고 들면 너무나도 역사를 단순화시키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하다. 서술이 후반으로 갈수록, 고등학교 ‘국사책’을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들은 ‘음모’에 의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고, 음모가 성공하거나 실패한 역사로 서구 근세사를 서술해나간다.


예를 들어 필자들이 이단 심문의 배후로 ‘카타리나파’와 영지주의를 연결시키는 것보다는 마빈 해리스가 중세 ‘마녀사냥’을 설명하는 방식이 훨씬 ‘중층적’이며 흥미롭다. 그는 중세의 마녀사냥과 전투적 메시아니즘이 중세 시대의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구조와 연결시켜서 설명한다. 즉 전투적 메시아니즘은 중세의 불평등한 정치-경제적 구조에 억압받는 자들이 희망과 사회체제 전복을 희망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에 대항해 마법광란은 “가난한 자와 무산자들의 저항운동의 가능성을 박탈하고, 서로간의 사회적 거리감을 조장시키며, 서로 의심하게 하고…” 등등으로 지배층들이 당시의 “제도적 구조를 방어하는 필수적인 수단의 하나였다”는 것이다.(<<문화의 수수께끼>>)


역사는 구성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역사는 ‘실재’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들의 조각으로서 존재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해석’이고, 어떠한 ‘해석’이 보다 설명력있게 ‘역사’라는 것을 중층적으로 재구조화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새로운 시각으로 중세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프리메이슨’ 또는 ‘영지주의’라는 조류로서 해석하려 하지만, 이는 무척이나 단층적이고 지루하다.


그래도 그나마 저자 중 그레이엄 핸콕이 책임 지필을 담당한 1부가 로버트 보발이 담당한 2부보다 훨씬 흥미롭다. 2부의 사건전개는 늘어지며, 역사적 사실을 늘어놓는데 그친다.


ps. 번역은 그다지 나무랄 곳이 없이 쉬운 한국어로 잘 읽힌다. 컬러 사진을 한군데로 몰아넣은 것은 아마도 편집상의 문제일테이지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반감시켰다. 책의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에 사진을 넣었다면, 보다 설득력이 있고 구체적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259면에 아래에서 8번째 줄에 ‘호메로스의 서서시’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의 오타이다. 631면의 주 69번은 주 70번에 잘못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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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토고는 국민평균소득 400달러도 안되는 가난한 나라”라며 “약소국의 서러움으로 겨우 출전한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뽑아냈으나 결국 패배하고 만 그(쿠바자)의 슬픔”에 대해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를 마치고 기도를 한 이영표 선수가 그에게 다가가 위로해주는 모습을 묘사하며 “우리나라도 54년 월드컵 때 아마 이랬을까”라고 되묻고 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한국의 첫 승은 기분이 좋지만 토고의 사연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남은 경기 토고의 선전을 빌었습니다.

‘좋은사람’이란 아이디의 누리꾼은 “축구는 한국 응원했지만, 토고선수들 얼굴을 보면 옛날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이 보이는 듯 정말 정감 가는 사람들 같다”면서 “힘내세요. 토고”라고 밝혔다.

‘빡빡한눔’이란 누리꾼도 “우리나라 16강이 문제가 아니라 토고도 승리를 쟁취하기를 기원한다”며 “이참에 아예 이변을 만들어서 스위스와 프랑스를 탈락시켜버리자”라고 말했다.

누리꾼 ‘자무’도 “국가 나올 때 좀 안스럽더라”라며 “아이들이 국가가 끝난 줄 알고 자리를 떠날 때 어찌할지 모르는 토고선수들의 얼굴표정, 정말 예전 우리나라 선수들의 외국에 서 무시당하던 것이 생각난다. 토고 선수들 끝까지 화이팅”이라고 말했다. (이응탁 (et-lee@dailyseop.com) 기자 )

 

어제 세미나에서, pt국제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나는 이것이 현실성이 없는 공상적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내가 논문을 쓰면서 우경화(?)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만국의 pt여 단결하라'라는 것은 공상적인 슬로건에 그칠 우려가 크다. 식민지 시기 사회주의자들은 물론 일본 pt와 조선 pt의 연대를 꿈꾸었고 계속 이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활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텔리겐차들 사이의 교류만이 조금 있었을 뿐. 계속 식민지 시기를 공부할 수록, 좌우합작노선 쪽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어진다. 뭐,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내 온건한(?) 정치성도 이러한 시각에 한몫하는 것 같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노동자와 한국의 노동자가 연대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FTA도 일종의 시장의 식민지화로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그 곳에서 한국의 농민들과 미국의 농민들의 연대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미국의 농민들 중 기계화되고 대규모 생산을 하는 부농은 차치하더라도, 식민지 시장의 이익은 피식민지 노동자들을 '노동 귀족'화 함으로서, 연대의 가능성을 봉쇄한다.

그럼에도 연대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휴머니즘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서, 위의 글은 승리 후의 승자의 동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를 이용, 확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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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6-17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일이 있었군요.
잘 봤습니다. 추천하고 퍼 갑니다. :-)

마법천자문 2006-06-17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족국가' 라는 신화가 건재하는 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영원히 판타지의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기인 2006-06-17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네 :) 발마스님 책 드려야 되는데...
달의눈물님/ 네. 고민입니다. 실제 역사를 공부하고, 그 시대를 평가하고, 그 시대 속의 인물들의 행적을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고민은 커져만 가네요..
반갑습니다 :)
 

 

Oiseau님 패러디 작품


서시(恕猜)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미모에 한 점 부족함이 없기를,

치기어린 질투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질투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모든 성형수술하는 이들을 격려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자연미를

사랑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연모의 시선들이 옷깃에 스치운다. 

 

Oiseau님께서 맨 처음으로 응모하신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애송시 윤동주의 '서시'를 패러디하여 중국의 전설적인 미인인 '서시'로 제목을 바꾼점 등은 탁월합니다 :)

 

글샘님 패러디 작품

내 얼굴의 고향(故鄕) - 성형 외과, 백석 패러디 ㅋ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마음 앓다가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상을 보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충청도 공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氏)ㄹ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그분도 자기 손을 거쳤다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펜을 잡아 견적을 내는데


칼날은 차갑고도 싸늘한데,

내 얼굴엔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글샘님의 작품입니다. 백석의 유명한 작품을 패러디 했습니다 :) '내 얼굴의 고향'이라는 제목이 벌써 시적입니다. 내 얼굴의 고향 XX성형외과! ㅋㅋㅋ 마지막연에 '내 얼굴엔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는 성형수술로 인해 천편일률적으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얼굴에 대한 비판이랄까 ㅎㅎ 하는 점들이 재미있습니다 :)

 

마태우스님

 

제목: 광육(미친 살이란 뜻)


까마득한 날에

체중계에 올라 말했었다

"에게, 이거밖에 안나가?"


다른 친구들이

80을 향해 달릴 때에도

차마 전 70을 넘지 않았었습니다.


피와 살이 되는 것만 먹고

끊임없이 술을 마셨더니

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80을 넘어

제 학번을 체중계에서 볼 날이 머지 않았는데

'비만'이란 안내문까지 날아옵니다.


다시 열심히 운동하고

안되면 지방흡입이라도 해서

떳떳하게 체중계에서 포효할 그날을 그려 봅니다.

 

역시 마태우스님 출중한 내공으로 유머러스한 패러디 시를 창조하셨습니다. 이육사의 광야를 광육으로 바꾼 것, 생각해보면 참 굉장한 이미지입니다. 광야가 아니라 광육!이라니요.. 오오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개인적으로 절실하게 공감이 가는 시입니다 :) 

 

비자림님

 

공주병 어록


장미빛 욕망이 낀 내 거울 속에

내 얼굴이 어리어 있는 것은

어느 부모의 유전자이기에

이다지도 환상적일까


나는 나의 완벽함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만 24년 1개월 동안

기미 주근깨 잡티 한 점 없이 뽀샤시하다니


육십이나 칠십이나 그 어느 우아한 저승반점이 내려앉은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자서전을 써야한다

그때 그 미완성의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용안을

쌀뜨물로 황토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성형외과 앞을 빳빳이 고개 들고 걸어가는

오만한 아프로디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팬들의 함성과 함께


비자림님 또한 윤동주의 시를 패러디했습니다. 담담하게 자신의 공주병을 성찰하는 화자는 그러나 자신의 현재 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도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늙고 안 이쁘게 될 테지만, 그래도 오늘의 미모를 즐기자! 하는 마음자세가 흥미롭습니다 :)

 

ㅎㅎㅎ 저도 하나 지어봅니다. 어제 술을 이빠이 먹고 고기도 먹은 관계로 반성하며 ㅜㅠ

 

거울 -기인


거울속나는살이없소

저렇게까지날씬하고잘생긴사람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고기집이있소

내미모를질투하는딱한고기집이두개나있오


거울속의나는몸짱이오

고기집을지나치는 ----고기맛을모르는몸짱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든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햇겠오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거울속의내가있오

잘은모르지만몸짱만들기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오.

나는거울속의나랑친구먹을수없으니퍽섭섭하오.

그래서오늘도고기집에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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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6-1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기인님 패러디시도 재미있사옵나이다.

waits 2006-06-1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발들 하시네요. '고기맛을모르는몸짱이오' ㅎㅎ
이벤트 재밌었구요, 패러디 시도 잘 봤답니다...^^

기인 2006-06-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자림님/ 네~ 선물받아가셔야죠 ^^
나어릴때님/ 감사합니다 :) 다음 이벤트에서는 나어릴때님도 우승하시기를~ ^^

balmas 2006-06-17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다들 대단하시옵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서 올리지 못했는데,
나중이라도 생각이 나면 한번 올리게 싶네요. ㅋ

2006-06-17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6-06-1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ㅎㅎ 안그래도 발마스님 패러디시 기대하고 있었는데 :)
속삭이신 ㅎ님/ ㅎㅎ 저는 그 두 의미가 다 있는 것 같은데요 ^^; 그래서 더 재미있는 시인 것 같아요
 

앗; 원래 어제 12시에 마감을 하고 우승자도 발표했어야 했지만,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관계로;;;; 새벽에 들어와서 뻗었습니다. ㅎㅎ;;

우선 참여해주신

나어릴때님

로드무비님

mynameis님

이매지님

발마스님

물만두님

Oiseau님

글샘님

마태우스님

비자림님

 

감사드립니다 :) 더 많은 분들이 글을 남기셨는데; 대부분 너무 이벤트가 어렵다는 내용이였습니다. 참고하고, 다음에는 보다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고심해 보겠습니다 ^^ ㅎㅎ

 

첫번째 이벤트 국문학을 전공하시지 않은 분들중 제일 먼저 정답을 다 쓰신

발마스님 ^^ 대단한 내공이세요~ 2만원 이하 책 골라주세요 :)

이름/주소/전화번호도 함께 서재주인보이기로 답글 달아주세요~

 

국문학 전공하시는 분 중 제일 먼저 정답을 써주신

이매지님 ^^ 시집 한권 선택해 주세요 :) 마찬가지로

이름/주소/전화번호도 함께 서재주인보이기로 답글 달아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이벤트 ^^ ㅎㅎ 참가자가 4분밖에 안 계시고, 제가 진행의 미숙으로 인해 제 마음대로 뽑는다고 했는데;;; 그러면 또 기준이 요상할 것 같아서. 4분 모두 시집 한 권씩 드리겠습니다  ^^;

ㅎㅎ 몇일 굶죠 뭐;;;

 

Oiseau님

글샘님

마태우스님

비자림님

 

시집 한권 선택해 주세요 :) 마찬가지로

이름/주소/전화번호도 함께 서재주인보이기로 답글 달아주세요~

 

 

네; 그럼 진행과 이벤트 자체에 모두 미숙했던 저의 첫번째 이벤트를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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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6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16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6-06-16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ㅎㅎ 속삭이신 이매지님, 글샘님
곧 시집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

balmas 2006-06-1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완전히 찍은 게 다 맞았네요. 찍기 인생 ... ^^;;

다른 분들에게는 좀 죄송하군요, 험험. :-)

시인 이벤트로 당선이 됐으니까, 아무래도 시인들의 책을 골라야겠죠? ^^

저는 아래 두 권으로 하겠습니다. 감사감사^^

 


2006-06-17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17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6-06-1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발마스님! 황명숙의 <<자명한 산책>>!! 개인적으로 작년에 읽은 시집 중 best 5 ^^ 안에 드는 시집이었습니다 ;) 주문했습니다 :)
속삭이신 비자림님/ ㅎㅎ 네 주문했습니다.

2006-06-18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06-1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요즘 택배 정말 겁나네요/
오늘 오전에 제 책상에 떡하니 올려져 있던데요. 잘 읽겟습니다.^^

기인 2006-06-1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마태우시님/ㅎㅎ 자명한 산책 넘 좋아요 :)
글샘님/ ㅎㅎ 그렇네요; 조금 무섭기도 ^^;;

Oiseau 2006-06-1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활동하는 알라디너는 아니지만 재미있을것 같아 무심코 참가했습니다.
시집받게될줄은 몰랐지만 이럴때는 감사히받는것이 예의겠지요?

윤중호의 시집으로 골라봤습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그윽한 시선이 담겨있다니 기대가 되는군요.


2006-06-18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6-06-1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ㅎㅎ 반갑습니다 :) 주문했습니다~ ^^*